〈 164화 〉 164화 한국인 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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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잘생겼네요?”
아만이 소개해주자 마자 입을 여는 칸달라는 밝은 표정으로 이만석에게 친근하게 말했다.
누나처럼 큰 눈에 갸름한 턱선을 가지고 있어 아만보다 잘생긴 얼굴이었는데 척 봐도 미인이라 생각되는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영향이 큰 것 같았다.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외국을 많이 돌아다녀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이만석은 이들 가족들이 상당히 개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칸달라 역시 이집트 억양이 묻어나지 않은 영어를 구사하는 걸로 봐서 어릴 때부터 누나처럼 외국에서 살다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렇게 가족소개가 끝나고 조촐한 만찬에 착석한 이만석은 환대 속에서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젊은 나이에 성공을 해서 대단하다느니, 이렇게 타국으로 와서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 크게 될 거라는 말을 하면서 덕담이 오고갔던 것이다.
아무래도 아만은 이만석을 한국의 벤처기업을 물려받을 차기 사장쯤으로 소개를 한 것 같았다.
칸달라는 사교성이 좋은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이만석과 상당히 가까워졌는데 특히 한국에 대해서 말이 물어보았다.
“저 아직 동양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가보려고 하거든요.”
“그래?”
“네. 미국에 있을 땐 노스캐롤라이나에 머물렀고 유럽에도 여행을 여러번 다녀와서 익숙해 져있는데 아직 아시아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칸달라를 향해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에 기회 봐서 한 번 불러줄게.”
“정말이에요?!”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칸달라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칸달라는 그동안 공부에만 매진하며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들뜨게 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누나하고 같이 가도 되죠?”
옆에 앉아 있는 이말리가 바라보는 시선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애가 못 하는 말이 없어.”
그에 어머니인 살루아가 핀잔을 주었지만 아만을 포함한 다른 가족들은 작게 너털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무슬림을 믿고 있다고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독실한 신자거나 그에 깊이 따르는 이들이 아니면 은연중에 술을 마시거나 하는 이들이 적잖이 있는 상황에 관광업을 하며 서구문물을 자주 접하고 살다온 가족들이라 거리길 것이 없었다.
거기다 살루아의 부모님들은 이집트계 미국인들이어서 더 그러했고 살루아 또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여인이었는데 이집트에 관광을 왔다가 아만이 직접 가이드를 해주고 지내면서 눈이 맞아버렸던 것이다.
거기다 노스캐롤라이나 롤리지역에 친척집도 있고 원래 살던 곳이어서 두 자식을 어릴 때 유학을 보냈었던 것이다.
그렇게 즐거운 식사를 하고 가볍게 와인 한 한 두잔을 걸친 이만석은 집을 소개시켜 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아밀라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아밀라가 동생인 칸달라보고도 같이 가자고 말은 했지만 자신은 여기에 있겠다며 다녀오라는 것이다.
그에 두 사람이 집으로 향했을 때 아만이 웃음을 지었다.
“나쁜 생각은 하면 안돼.”
“외모도 잘생겼고 멋진 형 같은데 왜요?”
아버지의 말에 칸달라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가 보기엔 어때?”
“네 아버지에게 들은 것만 해도 능력은 대단해 보이고 외모도 잘생겼으니...”
“괜찮아 보이기는 한데... 음.......”
아만은 아버지마저 저렇게 나오자 별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미국 태생인 장인장모는 자유롭게 마주하는 것에 큰 제약을 두지 않는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웃기만 했다.
아만은 아버지가 저렇게 한 말이 이만석의 능력에 대해서 높이 사고 있기에 그런 것이라는 것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사업가의 기질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아만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안으로 들어온 아밀라는 응접실부터 시작해서 피아노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와 손님을 접대하는 곳에다 긴 테이블과 양초와 천장에 달려 있는 샹들리에의 고급스럽게 꾸며진 연회실하며 소개시켜 주었고 그다음으로 다시 중앙 홀로 와서 2층으로 올라가 다른 방들도 소개시켜주었다.
“상당히 좋은 집이네요.”
“아버지가 한 참 사업이 잘 대실 때 이사 왔어요. 지금은 많이 힘들지만 이 집만큼은 지키고 계시죠.”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아밀라를 따라 다음으로 향하 곳은 테라스 였는데 양쪽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향하니 어느덧 오후가 되어 해가 기울기 시작한 모습과 수영장과 마당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답답할 때 여기서 밖을 바라보면 어느 정도는 트이는 기분이에요.”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은 그렇게 잠시 동안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투자를 해줘서 고마워요.”
그때 들려오는 아밀라의 목소리에 이만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의를 배풀려고 투자를 한 것이 아닙니다.”
“알아요.”
그에 고개를 끄덕인 아밀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회사는 물론이고 이 집도 팔수도 있다는 걸 저도 그렇고 동생도 알고 있어요. 그쪽이 그런 우리를 구해준거에요.”
투자처를 찾지도 못하고 회사 사정이 더욱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밀라는 너무도 잘 알았다.
예전만큼 웃음도 사라지고 조용해진 집안이 너무도 좋지가 않았다.
거기다 아자르의 일이 있고 난 후부터는 완전히 암울한 상황으로 접어들어 더 그러했는데 지금은 다시 웃음을 찾은 것이다.
이만석을 바라보는 아밀라는 그에 대해서 상당한 고마움을 느꼈다.
거기다 옛날 아버지에게서 보았던 그 여유로움이 느껴지는데다 가볍지 않은 분위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그렇게 이만석이 아만의 만찬의 초대를 받아 다녀 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여러 사람들과 관광객, 그리고 외국인들로 부쩍이는 카이로 국제공항에 한 무리의 동양인들이 수속을 밟고 짐을 가지고 나왔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외모가 범상치 않은 이들이 많았다.
대부분이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그 중에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아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이들도 있었다.
“이야... 사람들 봐라.”
“여기가 이집트구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엔 기대 반 설레임 반이 느껴질 정도로 들떠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190이 넘어가는 거구 두 명의 얼굴은 흥분 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햐~ 이제부터 외국생활의 시작인가?”
“하나부터 모든 게 다 이국적이구만.”
“저 사람들 우리 쳐다보는데?”
“우리가 신기하게 바라보듯 저 사람들도 그렇게 보이겠지.”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이었지만 사실 이 두 명의 거구 말고도 뒤에 서있는 나머지 사내들 또한 웅성거리며 얘기를 나누었다.
25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 있으니 사람들이 한 번씩 힐끔거릴 만도 한데 그들의 외모가 일반 동양인들보다는 떡대부터 시작해 분위기도 달라 더 그러 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놀러온 거 아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처음 온 외국인데 기분정도는 만끽해줘야지~”
“그래... 춘배 너 말 한번 잘했다~!”
“그동안 우리가 여기에 오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정도는 좀 봐주라.”
“옳소!”
생각 이상으로 들떠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안영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웅성거리고 있을 때 그들에게 접근을 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오느라 수고 많았다.”
“형님!”
“큰형님 오셨습니까?!”
“민준님을 뵙습니다!”
춘배의 반가운 음성을 뒤로하고 인사를 올리는 애들에게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안영만을 보았다.
“고생했어.”
“아닙니다. 큰형님.”
이만석의 말에 안영만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이렇게 마중 나오시고 참 기분 좋습니다. 안 그러냐?”
“예!”
춘배가 반가운 표정으로 말을 하자 뒤에 있던 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집트에 오기 위해서 고생을 했던 이들이 긴 여정을 마치고 이렇게 카이로 국제공항을 밟았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거기다 이국땅에서 이만석이 자신들을 마중하러 나와 있었으니 기분이 좋았다.
“상당히 들떠 보이는구나?”
“당연한 거 아니우? 여기 이집트 땅 한 번 밟으려고 내가 고생한거 생각하면 크으....!”
저번 일을 생각하며 말하는 춘배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몸을 돌렸다.
“가자.”
그 뒤를 따라 안영만과 이원종 그리고 춘배를 포함한 나머지 인원들이 따라나섰다.
이제 이렇게 이집트에 도착했으니 드디어 새 역사를 시작할 한 발을 띠게 된 것이다.
“그런데 형님 우리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이원종이 기대에 가득한 표정으로 이만석에게 입을 열었다.
“이미 너희들이 묵을 곳은 잘 준비해 뒀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입니까?”
“햐~ 역시 형님이우~!”
먼저 와서 준비까지 다 해놓고 기다렸다는 것에 이원종은 물론이고 춘배도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나머지 애들도 그에 함박웃음을 지었는데 안영만도 조금은 긴장감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공항 밖으로 나온 이들을 맞이한 것은 한 대의 관광버스였는데 그것을 보고는 춘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게 우리가 타고 갈 차량이우?”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을 보며 다시금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생을 해서 이집트에 왔으니 오늘은 관광이라도 시켜주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에 그런 것이다.
그렇게 하나 둘 차에 올라타고 마지막으로 이만석도 올라탔을 때 그렇게 버스는 유유히 공항을 떠났다.
“큰형님 그린데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 거요?”
이원종이 운전석 바로 뒤에 타고 있는 아랍인과 고개만 까딱이며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에 내심 기대감을 품고 목적지에 대해서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이집트에 왔으니 구경은 하고 가야지.”
“아... 그러면 저분...”
대번에 이 사람이 가이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아둘랍입니다.”
약간 발음이 새긴 하지만 유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에 이원종은 물론이고 춘배도 탄성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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