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 160화 한국인 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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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맞는 자세가 글러먹었군.”
다리를 꼬우고 앉아 있는 카무와 자신을 노려보는 사내들의 시선에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적은 처음인데...”
목표물이 자신의 사무실로 쳐들어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던 일인지라 카무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입가에 조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멍청한 놈... 쏴버려.”
아살랍이 연락이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 까지 밀고 들어선 이만석의 실력과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멍청하게도 만약 아살랍이 정말로 당했고, 그 덕분에 총을 얻었다면 빼들고 들어올 것이지 실력을 믿고 설치다가 여기까지 온 그의 모습은 빈손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직원이 들어오면서 한 경고 때문에 이미 자신의 애들은 모두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들고 있었던 것이다.
카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권총을 겨누고 있던 사내들이 모두 방아쇠를 당겼다.
푸슛! 푸슈슛!
도심에서 총구의 소리를 그대로 내보일 수 없으니 기본적으로 소음기를 달고 있어 불꽃을 뿜으며 아주 작은 바람 빠지는 소리들만이 짧게 끊기며 들려올 뿐이었다.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봐줄 것 없다고 생각한 카무의 냉정한 처사였다.
순식간에 총알 세례에 벌집이 되어 바닥에 엎어져도 이상 할 것 없는 상황에서 여기저기서 경악성의 말이 터져 나왔다.
“뭐, 뭐야?!”
“이게 도대체...!”
“이럴 수가!”
어찌 된 일인지 날아간 총알들은 모두 투명한 막에 막힌 것처럼 튕겨져 나갔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나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서도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겨보지만 총알들은 모두 이만석의 근처에서 튕겨져 나가버렸다.
“끝인가?”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던 이만석의 말이 아까완 다르게 묘한 긴장감이 흐르게 했다.
총구에선 연기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고 카무는 들고 있던 담배를 결국엔 바닥에 떨어뜨렸다.
날아든 총알들이 모두 투명한 방패라 할 수 있는 실드에 막혀 빗나가 버리자 모두는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다분했다.
“초, 초능력이다...!”
파랗게 질린 직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한 참 히어로나 초인과 관련 된 헐리웃 영화가 붐을 이루고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린 것이다.
“그딴 것이 현실에 있을 리가 없어!”
멍하니 바라보던 카무가 순간 정신을 차리며 급하게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들어 이만석을 향해 쏘았다.
푸슛!
이마를 노리고 순식간에 날아든 총알이 다시금 투명한 실드에 막혀 튕겨져 나가버렸다.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카무는 반쯤 입을 벌리고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온 이만석이 총구를 자신에게 겨누고 있는 사내들 중에 한 명의 곁으로 다가갔다.
“죽어라!”
그때 그 중에 한 명이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들어 이만석의 목을 그어버릴 듯 달려들었다.
“컥!”
하지만 허공을 가르고 지나간 나이프를 뒤로하고 순간적으로 목이 잡혀버린 사내가 벗어나려 나이프를 다시 휘두르려다 말고 그대로 축 늘어져 버렸다.
우드득!
챙!
듣기 거북한 뼈 소리와 함께 나이프의 쇠 부분이 바닥에 부딪치며 경쾌한 쇠 울림이 들려왔다.
털썩!
손이 놓자 허물어지듯 바닥에 쓰러졌다.
‘죽었다.’
카무는 그 모습을 보며 직감적으로 자신의 부하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아아...!”
바닥에 넘어져 뒷걸음질 쳤던 직원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또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저 사내가 죽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꿇어라.”
숨이 막힐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이만석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에 누구도 대답하지 못하고 바라보는데 그때 비명소리를 내질렀던 직원이 몸을 벌벌 떨면서 무릎을 꿇었다.
“허엇!”
그때 이만석과 눈이 마주친 한 명의 사내가 헛 숨을 들이켰다.
뚜벅뚜벅!
그 사내의 곁으로 걸음을 옮기며 다가가자 주변에 있던 이들이 모두 거리를 벌리며 물러섰다.
순식간에 눈 앞에 당도한 이만석이 그 사내의 목을 다시금 움켜 잡았다.
우드득!
또다시 목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털썩!
그리고 손을 놔버리니 바닥에 허물어져 버린다.
“사, 살려 주십시오!”
그 모습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직원이 알라신에게 기도를 드리듯 절을 하며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때 다시 이만석의 고개가 돌아가 한 명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그에 깜짝 놀란 사내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것이 신호 였음인가. 여기저기서 권총을 떨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하나 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카무를 제외하고 모두가 무릎을 꿇게 되었을 때 이만석의 얼굴이 돌아갔다.
‘사, 살려면 꿇어야 한다!’
긴장 된 표정으로 바라보던 카무가 의자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으려 했다.
“넌 꿇지 않아도 돼.”
무릎을 꿇으려던 카무는 자신을 꿇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순간 엉거주춤한 자세로 섰다.
“나, 나는 꿇지 않아도 된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모습에 카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부하들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지켜보는데 시선이 마주치가 고개를 돌렸다.
“나도 무릎을 꿇겠다.”
뭔가 불길함을 느낀 카무가 한 말이다.
하지만 이만석은 눈짓으로 자신의 앞으로 오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저, 저놈이 뭘 하려고 그러지?’
도대체 자신보고 앞으로 오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카무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때서 이만석이 서있는 앞에 당도했을 때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참아라.”
그리곤 가볍게 어깨를 한 번 두드리곤 걸음을 옮겨 카무가 앉았던 의자로 이동해 몸을 앉혔다.
“참으리니 뭘...”
알 수 없는 말에 물어보려던 카무는 순간 극심한 고통이 온몸을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아아악!”
바닥에 발라당 엎어진 카무는 마친 사람처럼 몸을 꼬우며 고통을 호소하는데 상당히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크아아아아악!”
근육이 뒤틀리는 극심한 고통에 카무는 침을 흘리며 발광을 떨었다.
전신의 뼈가 부셔지는 것 같은 느낌과 힘줄이 끊어 질 것 같이 몸 전체가 뒤틀리는 고통이 엄습해온 것이다.
그 기괴한 모습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이들은 몸을 떨면서 바라보아야 했고 그중엔 머리를 감싸고 있는 이도 있었다.
“후우~!”
다리를 꼬우고 책상에 얹은 채 편안 자세로 담배를 하나 입에 문 이만석이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지켜보았다.
“제, 제발... 사람...아아악!”
충혈 된 눈으로 덜덜 떨면서 이만석에게 애원을 하는 카무의 입에서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손을 안쪽으로 오므리기도 하고 팔을 뒤틀기도 하면서 기괴한 모습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발광을 떠는 카무의 모습은 어떤 공포 영화의 한 장면보다 더 그로테스크했다.
지옥에서 주는 벌이 이러할 까.
생전 경험해 보지도 못한 극심한 고통은 차리리 죽여주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변했다.
어느새 바지춤은 오줌으로 축축이 젖어 있었고 이대로 가다간 똥까지 싸지를 판이었다.
하지만 이만석은 여전히 편안 자세로 담배를 피우고 있을 뿐이었다.
“주, 죽여줘...제발......날......!”
10분쯤 흘렀을 때 카무는 결국 똥오줌 모두를 지리며 침을 게워 내면서 죽여달라 애원을 했다.
하지만 이만석은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5분정도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이젠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목이 쉬어 폐인이 다되었을 때 이만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음을 옮겨 카무의 곁으로 다가가 내려다보자 그 순간 신기하게도 발광을 떨던 카무의 몸이 축 늘어지며 풀려났다.
“으으으...”
눈이 반쯤 풀린 상태로 카무의 입에서 고통의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순간 대기중에 퍼져 있던 마나의 기운이 이만석의 몸 주위로 휘돌더니 그 상태로 카무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박동구 김철중에게 가했던 금제가 오랜만에 시전 한 것이다.
“꿇어.”
이만석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누워 있는 것도 힘이 들었지만 카무는 이만석의 목소리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억지로 몸을 꿈틀되면서 일으켰다.
그리곤 놀라운 집념을 보이며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난 더러운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예...”
나오지 않는 쉰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깨, 깨끗하게 정..리.하...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어깨를 한 번 잡아 주었다.
그리곤 그대로 걸음을 옮겨 빠져나가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카무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악마를 건드렸구나.’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모른다.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저 한국인대한 공포가 너무도 컸다.
지옥에 떨어진 불쌍한 영혼처럼 자신도 저 무서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 순간 카무는 다시금 몸을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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