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화 〉 159화 한국인 투자가
* * *
“객기부리지마라!”
하지만 당황하던 것도 잠시 아살랍은 살벌한 목소리로 다시금 엄포를 내질렀다.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반항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속으로는 정말로 자신을 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조금이라도 떠보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총구 앞에서 공포에 떨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무리 강단이 강한 사람이라도 해도 눈앞에 총구가 있으면 긴장을 하게 마련이다.
“우리가 정말로 널 쏘지 못 할 거라고 보느냐?”
사납게 노려보는 아살랍의 말에 이만석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쏴 보라고 했잖아.”
“정말로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이만석의 앞으로 다가간 아살랍이 발을 지켜들었다.
아무래도 복부를 차버리려고 그런 것 같은데 그 예상이 맞은 듯 그 상태로 바로 앞으로 후려찼다.
하지만 그것은 아살랍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옆으로 살짝 몸을 틀면서 한 걸음 이동하는 것만으로 피해버리자 아살랍의 발이 허공을 가르며 꼴사납게 주춤거렸다.
“이 자식이!”
순간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 수치심을 느낀 아살랍이 이번엔 반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얼굴을 노리고 날아드는 주먹이 이만석의 뺨을 강타할 것 같았지만 그것마저도 고개를 옆으로 틀어 버림으로써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엔 이만석은 피하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허공을 가르면서 상체가 돌아가는 아살랍의 발을 그대로 걸어버린 것이다.
“어어...?”
몸을 바로하기도 전에 다리가 걸려버린 아살랍이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 버렸다.
털썩!
“이런... 다치지 않았나?”
바닥에 엎어진 아만을 바라보며 이만석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아살랍이 넘어지고 이만석이 내려다보고 있는 그때 총구를 겨누고 있던 사내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 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복부를 까버리는 행동이 적중 할 것 같더니 옆으로 피해버리지 않나, 흥분한 아살랍이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휘둘렀는데 그것마저 피해버리고 다리를 걸어버렸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던 지라 사내는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이렇게 끌고 온 이들은 하나같이 모두 공포에 떨거나 살려달라고 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구가 자신에게 겨누어 지고 있는데 무서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방아쇠만 당기면 그대로 죽어버릴 수가 있는데 말이다.
헌데 지금 눈앞에 벌어진 일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 한일에 나내는 물론이고 엎어져버린 아살랍도 내심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이제보니 한 수가 있는 놈이었구나.”
자리에서 일어나 노려보면서 말한 아살랍이 다시 뒤로 물러났다.
흥분을 해서 주먹을 휘둘렀다고 하지만 발차기에 이어 주먹질마저 피해버리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었다.
적어도 격투기나 그 비슷한 것을 익힌 게 분명했다.
“하지만 네놈의 객기도 여기까지다.”
자신보다 싸움실력이 위라는 것을 직감한 아살랍이 옆에 있는 사내에게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총구가 이만석의 머리에서 팔로 이동했다.
팔을 절단 해야하는 불상사가 생겨버릴 수도 있지만 부러뜨리는 거나 팔 한쪽 잃는 것을 다를 빠 없다고 생각한 아살랍이 보낸 신호였다.
저번에도 총알을 팔에 한 방 먹이고 묶어서 억지로 지혈 시킨 후 일사천리로 일을 해결보고 동네병원 앞에 던져 버리고 간 적이 있었다.
한 번도 총과 접하지 못했던 사람은 한 방을 맞고는 큰 충격과 공포에 빠져 어떻게 신고를 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도 미칠 듯 한 공포에 질리게 되면 다시는 그 상황을 엮이고 싶지 않아하는 버릇이 있는데 만약 신고를 했다가 어떤 일을 격을 지 알 수 없어 그대로 지나갔던 적이 있었다.
잘 못하다 큰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만 효과는 확실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아살랍은 그 수법을 쓰려고 했다.
고개를 끄덕인 사내가 망설이지 않고 이만석의 왼팔을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어?”
그리고 다시 방아쇠를 당겨본 사내의 얼굴에 순간 다시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해?!”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아살랍이 언성을 높이며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을 방아쇠를 당기려 낑낑대는 사내의 모습이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아살랍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화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머저리 같은 놈!”
아랍인들이 자주 입는 천으로 허벅지 까지 길게 늘어진 회색 상위의 옷을 걷어 올리더니 끈으로 떨어지지 않게 홈을 만들어 넣어놓은 총구의 연결된 실을 끊어 버리고 그대로 빼들어 이만석의 오른팔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이, 이게 도대체?”
하지만 옆에 있는 사내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총구는 전혀 불을 뿜지 않았다.
마치 본드로 붙여 놓은 것 마냥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뭔가 잘 안되나 보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만석의 목소리가 아살랍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 냥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이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너무도 편안해 보였다.
“도, 도대체 이게 왜...?”
아무리 힘을 주고 쏘아보려고 해도 작동을 하지 않았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아살랍으로써는 너무도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총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을 동안 이만석은 잠시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때었다.
“표정이 좋지가 않은데 내가 편하게 만들어주마.”
주춤 되며 뒤로 물러서는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간 이만석은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양손으로 총을 빼앗아 버렸다.
와드득!
“허엇!”
눈 깜짝할 사이에 총을 빼앗긴 두 사람은 눈앞에서 강하게 말아 쥐는 이만석의 손에 바스라 지는 모습을 보았다.
대단한 악력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힘에 놀란 표정으로 헛숨을 들이키는 사이 망가져버린 권총 두 자루를 뒤로 던저 버린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을 보낸 사람이 누구지?”
이만석의 물음에 두 사람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으면 내가 알아 내도록하지.”
파악!
뭔가 날아온다 싶은 순간 옆구리를 걷어차인 사내의 몸이 옆으로 날아가 벽에 부딪쳐 바닥에 엎어졌다.
“흐어엇!”
그에 당황한 아살랍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순간 하나의 손길이 머리를 잡았다.
벗어나려 주먹을 휘두르려는 그때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며 아살랍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흰자위를 까뒤집고는 입에 거품을 물며 부르르 떨었다.
털썩...!
잠시 동안 그대로 서있던 이만석이 손을 놓자 아살랍이 바닥에 허물어지며 쓰러졌다.
옆구리의 강한 타격에 벽에 부딪치고 엎어진 사내가 바닥에 토사물을 개워내며 고통스러워 하다 믿을 수 없는 관경을 목격하고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아, 알라신이시어...!”
마치 기가 빨린 듯 몸을 부르르 떨다가 눈을 까뒤집고 바닥에 엎어진 모습은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기는 모습으로도 비춰졌다.
몸을 돌린 이만석은 자신을 두려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내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아까와 마찬가지로 머리에 손을 집었다.
“사, 사람살려!”
그에 토사물이 섞인 침을 뱉으며 남자가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영혼이 빼앗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이어 그의 몸도 가늘게 떨리더니 곧이어 흰자위를 까뒤집고는 경련을 일으켰다.
털썩!
손을 놔버리자 아살랍과 마찬가지로 남자의 몸이 바닥에 엎어졌다.
입으로는 거품과 토사물, 그리고 침이 범벅이 된 채로 바닥을 적셨다.
“이, 이게 도대체...?”
그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던 또 다른 사내는 믿을 수 없는 관경에 공포에 떨어야했다.
아살랍은 바닥에 엎어져 있고 자신의 동료는 납치를 했던 한국인의 손에 잡혀 흰자위를 까뒤집고 몸을 떨며 기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을 놓고 바닥에 쓰러질 때까지 그 모습을 공포에 질린 눈으로 지켜보던 사내는 곧 이만석이 자신을 바라보자 도망치려 했지만 이상하게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뚜벅뚜벅...!
구두 발자국의 소리가 방안을 울리는 가운데 사내의 앞으로 다가간 이만석이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웃었다.
“너도 편안하게 해주마.”
우드득!
털썩!
손을 들어 올린 이만석이 그대로 사내의 목을 옆으로 돌려버렸다.
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힘없이 바닥에 허물어져 버린 사내를 뒤로 하고 이만석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아살랍에겐 연락이 없어?”
다리를 꼬고 책상에 올린 채 등받이에 편히 기댄 상태로 카무가 담배 갑에서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이며 말했다.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잘하면 오늘 중으로 데려 갈 수 있겠다고 해놓고 말이야.”
오전에 말하기론 오늘 중으로 데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던 것이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좋아하는 카무로써는 잘 해보라고 용기를 복돋아 주었다.
헌데 지금 해가지고 오후의 시간인대도 아무 연락이 없었던 것이다.
“네가 한번 전화해봐라.”
“예, 보스.”
고개를 끄덕인 인상부리의 남자가 품에서 폰을 꺼내더니 전화를 걸었다.
잠시동안 그렇게 기다리지만 들려오는 것은 신호음뿐 받지를 않았다.
“안 받는데요?”
“한 번더 해봐라.”
폐속 깊숙이 연기를 빨았다가 내쉬며 카무가 다시 말했다.
그에 한 번더 아살랍에게 전화를 건 사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대체 뭔 짓거리를 하길래 연락이 없어?”
눈살을 찌푸린 카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심지를 재떨이에 털어서 다시 입으로 가져가는 그때 문이 벌컥 하며 열렸다.
“너 이 새끼 미쳤어? 누가 그딴 식으로 들어오래?”
예의 없게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랫것에게 카무가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클럽 직원 복장을 입고 있는 사내는 긴장 된 표정으로 카무에게 입을 열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그, 그게 동양인 한 명이 사장님을 만나러 왔다는데 안 된다고 하니 무시하고 들어서려던 것을 막으려고 나선 애들을 전부 때려눕히고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인상을 찡그리며 말하는 카무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제가 한 번 가보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자 바지춤에서 권총을 빼든 사내가 그대로 문 쪽으로 향해 복도로 나갔다.
퍼억!
그때 뭔가 얻어터지는 소리와 함께 짧은 소음이 들리더니 이쪽으로 누군가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헉!”
뒤를 돌아본 직원이 헛숨을 내쉬며 바닥에 발라당 넘어져 뒤로 물러섰다.
“네놈은?”
담배를 들고 있던 카무는 순간 그대로 손에서 놓칠 뻔했다.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아살랍이 납치를 했어야 할 당사자인 이만석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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