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 154화 한국인 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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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석에 대한 정보를 얻는 대는 이틀 정도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알려준 대로 일성회에 대해서 그쪽으로 전해주었고 덤으로 서민준이라는 사내에 대해서도 알아봐 줄 수 있는지 부탁을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첫 등장을 할 때부터 큰 키에 준수한 외모를 가졌지만 보통의 인물은 아닌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20만 달러의 가방을 당당히 앞을 내미는 게 자연스러웠고 지분을 반을 달라던 그의 얼굴엔 전혀 거릴 낄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60만 달러에 이어 2차분으로 100만 달러도 끌어오겠다고 당당히 밝히는 걸 보면 그만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이거나 그쪽 회사 내에서 어느 정도 능력이나 신분을 보장받는 다는 것이었다.
일성회에 대해서 알아보면서도 서민준이라는 사람도 알아봐 줄 수 없는지 부탁을 한 것이다.
사례로 미화로 700달러를 주기로 했으니 공짜로 찾아달라는 소리도 아니었기에 당당히 부탁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틀이 지난 후 한국에 연락을 넣었던 여행사 쪽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그쪽에서 부탁한 대로 일성회에 서민준에 대해서 좀 알아보았습니다.]
“알아보느라 고생했습니다.”
영어로 감사의 인사를 한 오마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전화상을 통해서 말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뭘 말입니까?”
[갑자기 일성회에 관한 정보를 왜 알아보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건 회사내 사정이라 좀 말하기가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쪽에선 현제 아흐마다드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게 사정이 안 좋은지는 모르고 있었다.
회사 내부의 사정을 전부 알려줄 필요가 없으니 오마르는 당연히 거절의사를 밝힌 것이다.
[뭐... 회사 사정이라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목소리가 전화를 통해 들려왔다.
[일성회에 관해서 얻은 정보들은 팩스를통해 보낼 테니까 그걸 보면 알게 될 겁니다.]
“도움을 줘서 감사합니다.”
[도움이랄 게 있습니까? 그런데...]
말끝을 흐리는 목소리에 오마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으십니까?”
[그 정보를 좀 얻는데 사람을 고용해서 돈 좀 들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한 오마르의 귀에 의중이 담긴 말이 들려왔다.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이백달러 정도는 더 줘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제 선에서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일단 사장님에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할게 있는데.]
혹시나 또 원하는 게 있어 저러는 것인지 오마르의 기분이 더욱더 나빠졌다.
“예, 말씀하시지요.”
[일성회와 함께 알아보라고 했던 서민준이라는 사내 말입니다.]
“뭔가 알아낸 게 있습니까?”
[물론이지요. 그 사람 알고 보니 그쪽 업계에서는 유명한 사람이더군요. 왜 그 사람에 대해서 찾는지 모르겠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팩스로 붙일 테니까 그걸 보게 되면 내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겠지요.]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낸 오마르는 곧장 아만에게 찾아갔다.
“순 날강도 같은 놈들.”
오마르가 한 얘기를 들은 아만이 인상을 찡그리며 쓴 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회사사정이 좋지 않기에 나온 것이지 실제로 사람을 고용하는데 돈을 들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이백달러 더 준다고 말해. 그리고 팩스로 빨리 보내 달라고 해.”
전화를 다시 건 오마르는 200달러를 더 주겠다고 말을 전했다.
그리고 대도록이면 빨리 팩스로 보내 달라고 했다.
[잘 얘기 된 거 같아 다행이네요. 바로 보내드리도록 하지요.]
말이 좋게 끝나서 인지 들려오는 목소리엔 웃음이 깃들어 있었다.
200달러를 더 손해 보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빨리 팩스를 받아보려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그쪽에서 알아낸 정보들이 담겨있는 용지가 팩스를 통해 나오게 된다.
대기하고 있던 오마르가 나오는 용지들을 모두 받았는데 총 다섯 장이었다.
이게 끝이라 생각하려는 그때 다시 두 장의 용지가 더 나왔고 그것을 받아 보니 서민준에 관해서 적혀있었다.
그렇게 총 일곱 장의 용지를 가지고 오마르는 다시 사장실로 향했다.
거기엔 이미 나머지 각부서의 담당자들까지 모여 있었는데 큰 회의가 아니라도 이런 식으로 자주 모이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회사가 위기의 상황일 때는 더욱 그러했다.
“총 몇 장이야?”
“일곱 장입니다.”
“줘봐.”
자리에 착석한 오마르가 그것을 앞에 앉아 있는 아만에게 넘겨주었다.
그러면서 오마르는 전화통화를 들었던 것을 말해주었다.
“아까 전해주지 못 한 말이 있는데...”
“전해주지 못 한말?”
용지를 받아들면서 아만이 의문을 표했다.
고개를 끄덕인 오마르는 통화를 하면서 자신에게 해주었던 얘기를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그 서민준이라는 한국인이 그쪽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이고 조심하라 일렀단 말이지?”
“예, 분명히 그리 말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오마르의 모습에 아만이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했다.
확실히 예사롭지 않은 청년이기는 했다.
분위기도 그렇고, 바라보는 시선도 당당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아만의 얼굴을 보면 거칠게 자란 수염만큼이나 인상이 강한 편이어서 보통은 상대 쪽에서 조금은 주눅 들기 마련인데 전혀 그런 것을 찾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내용들을 보면 자신이 한 말을 이해 할 수 있을 거라는데요.”
“도대체 그 자가 누구이기에 그래?”
사마투바도 그에 대해서 궁금했던지 오마르에게 물어보았다.
“나도 거기까지 밖에 듣지 못해서 잘 모르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사마투바를 뒤로하고 아만이 용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디 일성회가 뭐하는 회사인지 한번 보자.”
그렇게 말한 아만은 저번 이만석과의 대면을 떠올리며 찹찹한 심정을 느꼈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쪽팔린 기분이었다.
아랍어를 할 줄 모른다는 가정 하에 그렇게 말을 한 것인데 그쪽에서는 얼마나 우스웠겠는가.
순식간에 말을 끝내고 가버리는 통에 기간을 늘리던지 하는 그런 행위나 말은 해보지도 못 하고 그렇게 대화가 끝이 났던 것이다.
용지에 적혀 있는 내용들은 영어로 되어 있어 읽는 대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첫 페이지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아래로 읽어 내려가던 아만의 눈에 이채가 띄었다.
“야, 한국에선 조폭을 마피아라 부르나?”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사마투바가 의아한 듯 물어보자 아만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 보니까 일성회가 하는 일이 그쪽일이란다. 그리고 조폭 옆에 마피아라고 적어놨는데 아는 사람 있어?”
당연히 대답이 나올 일이 없었다.
여기에 있는 이들 중에 외국의 조직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지금 이곳의 일도 바빠 죽겠는데 말이다.
역시나 별다른 말이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 아만은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시선을 내렸다.
그렇게 한참을 읽어가며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한 장, 두 장, 그리고 세장이 넘어 갈 수록 아만의 표정은 점점 진지해졌는데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그런 것인지 모두의 시선이 용지로 향했다.
“이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내용들인데.”
세장까지 다 읽은 아만이 고개를 들어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뭔데 그러십니까?”
오마르가 궁금함을 드러내며 입을 열자 아만이 품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입에 하나 물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폐 깊숙이 빨아 당겼다가 입과 코로 내쉬면서 아만이 말문을 열었다.
“여기에 있는 일성회라는 회사가 일반적인 그런 곳이 아니라 마피아 집단이란다. 한국에서는 조폭이라고 부른다고 하지만.”
“마피아요?”
“아니, 그러면 그 일성회라는 곳이 한국의 범죄조직이란 말입니까?”
“야, 범죄조직이라니 마피아가 다 그런 것은 아니야.”
사마투바의 옆에 있던 사무 쪽 일을 맡고 있는 30대 후반의 후덕한 인상의 캉둘라가 한 말에 아만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 뭐 그렇기는 한데... 놀랍네요.”
아만의 삼촌인 하싼이 그쪽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캉둘라가 금세 말을 돌리며 눈치를 보았다.
“아니 마피아 조직이 왜 우리에게 돈을 투자를 한답니까?”
“뭔가 음흉한 속셈이 있겠지. 그러니 나보고 지분의 반을 달라고 한 거 아니겠어?”
“음...”
회사 사정이 어렵고 어디서 또 그런 투자처를 만날 수 있을지 장담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분만 뒤숭숭해질 뿐이었다.
하지만 아만의 얘기는 여기서 끝이 아닌 듯 했다.
“그런데 그 일성회라는 곳 말이야. 일개 마피아 조직이 아닌 모양이다.”
“그럼요?”
사마투바가 궁금함을 드러내자 아만이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가 길게 내쉬며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거야 이거.”
엄지를 치켜든 아만의 말에 사마투바가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네?”
“그러니까 한국에서 그 일성회라는 곳이 그쪽 업계에서 잘나간다는 말이야.”
“잘 나가니까 그런 제안도 당당히 할 수 있었겠지요.”
“그냥 잘나가는 정도가 아닌 것 같다.”
오마르의 말에 아만이 다시 말을 받았다.
“여기 적혀 있는 말로는 서울을 포함해서 그 주변지역 전체를 잡고 있다고 적혀있어.”
여행사의 직원들이니 만큼 서울이 한국의 수도라는 걸 알고 있는 이들의 얼굴에 놀람과 당혹스러움이 동시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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