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 153화 한국인 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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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석이 돌아가고 아만은 바로 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턱하니 20만 달러를 든 가방을 보여주고 반의 지분을 원하면서 60만달러에, 거기다 2차 투자금으로 100만달러를 끌어오겠다고 하는데 이건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었다.
자금 회사 사정을 생각하면 100만은 고사하고 60만, 아니, 20만이라도 투자를 할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한 때는 여행사들 중에 잘나가는 곳 중 한 곳이었지만 그것은 옛날의 영광일 뿐 무바라크 정권이 흔들리며 타격을 입고, 투랍 정부에서 안정을 찾는다 싶었는데 또다시 정국불안으로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내부의 배반자로 인해 고객리스트를 포함해 문서들마저 사라져 너무도 암담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회사 사정이 어렵게 되니 결국 운영할 자금이 떨어지게 되고 하는 수 없이 돈을 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신용도 때문에 제2금융권에 돈을 빌리게 되었고 지금은 이자를 갚는 대만도 빠듯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두고 대화를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아만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운이 좋았다 할 수가 있었다.
허나 만나게 되어 얘기를 해보니 이건 생각보다 더 큰 대물이었고, 다른 한 편으론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대놓고 지분의 반을 달라고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여러나라의 여행사들과 제휴를 맺고 정보교환 등 관광객 유치에 힘을 썼던 아만은 비록 회사의 사정은 말이 아니게 떨어져 있지만 한국에서 정보를 얻는 일에는 크게 어려운 일은 없을 것으로 보았다.
직접 일성회라고 알려주었고 말하는 방식으로 보아 유명한 회사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자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입맛을 다시며 말하는 아만을 보고 오마르를 포함해 모두가 눈치를 보았다.
이미 그에 대한 얘기는 들어서 알고는 있었고 지분의 반을 원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긴 했지만 그 뒷이야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자신을 깔보고 험담했다고 생각하면 이거 좋지 않은 쪽으로 갈 수도 있으니...”
설마하니 그 자가 아랍어를 할 줄 알았을 것이라는 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지금까지 만나본 동양인들중에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아주 적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더 적은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적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이면 이런 중요한 상대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도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네가 그걸 어찌알아?”
위로를 한답시고 건네는 오마르의 말에 아만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랍어를 할 줄 알면 귀띔이라도 해줄 것이지 나만 망신을 당한 꼴이잖아.”
반대로 자신을 바라보며 구박을 하니 오마르 입장에선 본전도 못 찾은 격이다.
“그런데 일성회라는 회사가 무엇 하는 곳일까요?”
서비스와 가이드 쪽을 관리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까칠한 턱수염에 반팔셔츠의 평상복을 입고 있는 사마투바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내가 어찌 알아? 너 들은 거 없어?”
고개를 돌린 아만이 다시 질문을 던진 사람은 오마르였다.
이만석에 대해서 얘기를 꺼낸 것도 그였고 그를 소개한 사람도 오마르의 지인이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아까의 일로 본전을 찾지 못했던 오마르였지만 질문을 하는데 대답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 친구 말로는 맡고 있는 분야에서는 한국내에서 최고로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그 분야가 뭔데? 이런식으로 이십만을 턱하니 내놓고 다시 60만을 꺼내며 당당히 지분을 달라고 하느냐는 말이야. 거기다 이차분으로 다시 백만을 더 투자를 하겠다는데...음......”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만 같았다.
“어찌됐든 보통의 회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거기서 그 자의 직책은 뭐지?”
“투자전문가나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일단 이집트에서 한국으로 관광을 가는 관광객들을 몰아주며 신뢰도를 쌓고 지금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만큼 잘 해줄 것이라 믿었다.
물론 그냥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돈을 지불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회사명까지 알려 주었고 한국내에서 큰 회사인 것 같으니까 금방 정보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거기다 직접 그렇게 말했을 정도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기다려보면 알게 되겠지.”
아만의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뽀개질려고 한다.”
강의실을 나서면서 춘배가 이마를 짚으며 한 숨 쉬듯 말했다.
덩치와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게 강의서적을 옆에 끼고 나서는 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도 보였다.
그건 춘배 뿐만이 아니라 강의실을 나서는 사내들 대부분이 다 그러했다.
“나도 그래. 공부에 손을 놓고 지낸지가 언젠데 이렇게 필기를 하고 다시 머릿속에 억지로 집어넣느라 미칠 지경이다.”
“이집트에 가는 건 좋은데 이렇게 문화와 생활방식까지 공부를 할 필요가 있나?”
춘배의 말에 이원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가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그 나라의 생활방식이나 기본적인 것들은 알아야지.”
“얼씨구... 엘리트 납시었구먼.”
“여기 범생이는 낄 자리가 없으니까 절로 가시지~ 훠이~! 훠이! 물럿거라!”
아니꼽다는 듯 바라보는 춘배와 손을 휘저으며 가라는 제스처를 보이는 이원종을 보면서 안영만이 한 숨을 내쉬었다.
“머리에 안 들어온다고 졸지만 말고 하나라도 더 익히려고 노력을 해봐. 내 장담하는데 그 상태로 가면 너희들 고생깨나 할 거다.”
“어차피 우리가 할 일이야 정해져 있을 텐데 고생은 무슨...”
“말만 통화면 되지... 우리는 우리의 영역이 있다는 말씀이야.”
당당히 긍정적인 마인드를 어필하는 춘배와 팔의 근육을 과시하며 자랑을 하는 이원종을 보면서 안영만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거봐라... 너도 우리 말이 맞는거 같으니까 할 말이 없지?”
“어떤 나라든 대화만 되면 어떻게 살아가는 방법이 다 있는 법이야. 그 나라의 문화나 생활방식은 지내면서 배우면 되지...”
“그럼~! 너처럼 열심히 지식을 담는다고 다 만능이 아니라는 소리지. 이러다가 가기도 전에 머리가 뽀개져서 쓰러지것다.”
입을 닫고 걸어가던 안영만은 뒤에서 말하는 소리에 흘러가듯 입을 열었다.
“그런 거 아니다...”
“뭐라고?”
“우리들 말이 아니라고 하는 거 같은데?”
이원종이 반문을 하자 춘배가 대답을 했다.
“야, 정말로 영만이가 그리 말했냐?”
그때 옆으로 지나가던 애들중에 한 명을 잡은 이원종이 질문을 던졌다.
“예, 예? 뭐가 말입니까?”
“아까 안영만이 한 말 말이야.”
“그게...”
“우리들 말이 아니라고 했다고 하는데 맞아?”
당혹스러워하며 말을 잊지 못하는 모습에 춘배가 한 말을 알려주었다.
“햐~ 너도 참 암담하다... 영만이 바로 뒤에 있었으면서 못 들었어? 집중력이 안 좋네.”
“예?”
갑자기 어깨를 잡더니 질문을 던지고 이어서 불쌍하다는 듯 말하는 이원종의 모습에 난감하기만 했다.
“너희들 말 아니라고 한 거 맞으니까. 애들 잡고 이상 한 말 하지마라.”
무시하고 가려던 안영만은 귀에 거슬리는 말들에 고개를 돌려 한 마디 던지고 다시 복도를 나갔다.
“이거나 먹어라.”
안영만의 말이 기분이 나빠서일까 이원종이 안영만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펴주었다.
그때 안영만이 어떻게 알았는지 걸어가면서 손등이 뒤로가 게 손을 들 더니 돌아보지도 않고 가운데 손가락을 펴주었다.
“새끼... 들었나?”
작게 말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자기 얘기를 들은 것 같았다.
“저번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너희들 맨날 이런식으로 노냐?”
“노냐니 엿 먹으라는 게 얼마나 기분 나쁜 욕인데.”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을 보면 노는 것 같더만?”
“곰팅이 네 마음대로 생각해라.”
눈살을 찡그리며 말한 이원종이 터덜터덜 하며 앞서 나갔다.
“야, 저놈들 저러는 거 보면 은근히 즐기는 거 같지 않아?”
“예?”
이원종에게 잡혔다 풀려난 사내가 이번엔 춘배가 갑자기 던지는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아니다 됐다.”
그리곤 불쌍하다는 듯 바라보곤 걸음을 옮겨 이원종을 따라 가는 춘배를 보면서 사내가 옆에 있던 동료에게 입을 열었다.
“내가 저 두 사람에게 잘 못한 일이라도 있어?”
“글세... 나야 모르지.”
“보니까 안 좋은 이미지로 찍힌 거 같은데... 에이씨!”
조금 전의 이원종과 춘배의 불쌍하다는 표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저 두 사람에게 머리가 안 좋다는 쪽으로 찍히게 된 것 같아 상당히 기분이 좋지가 못했다.
“민준씨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카페에 앉아 아이스모카를 마시던 지나가 폰을 열어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확인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놀이동산에서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룸에서 찍은 것과 데이트를 하면서 소소하게 담았던 추억들을 넘겨볼 때마다 벌써부터 얼굴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보고 싶었으면 한 번 가지 말아 달라고 말릴걸 그랬지?”
소용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다.
아버지가 만나는 것을 허락해 주었는데 이대로 생이별이라니 이런 운명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내가 선물해준 팔찌를 통해 내 얼굴을 기억해줄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서 정보를 얻어 부지런히 움직여 구매한 것이다.
실제로 아버지에게 좀 혼이 나긴 했지만 지나는 전혀 아깝다거나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를 위해서 이정도 선물은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집트... 많이 더우려나?’
확 김에 그를 만나러 이집트에 가볼까 생각을 한 지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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