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146화 (146/812)

〈 146화 〉 146화 마음

* * *

“아주 순조로워...”

너털웃음을 터트린 정인철 회장의 얼굴엔 만족감이 서려있었다.

“이대로 가면 네년이 아니라 올해에 매출 1조를 넘길 수도 있겠어.”

“조직들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사설도박 사이트나 필요 밀수품 브로커나 운영 책만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고 나면 지금보다도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거예요.”

“그렇겠지. 이제 크게 문제될 일이 없을 테니 말이야.”

전체적으로 이제 한국내에서 일성회에 도전을 해올 조직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봐도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조직에서 관리하던 유흥업소나 도박사업, 그리고 밀매업 같은 것들은 경쟁이 심해서 때어 먹는 것도 많았고 브로커도 제대로 잡혀 있지가 않은 실정이었다.

중국에서 삼합회가 전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조직의 체계를 갖추고 잡아가는지 배워서 알고 있는 그녀로써 지금의 한국내에서 일성회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었다.

영업부가 받쳐주고 차이링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는 이 일엔 안전부까지 발 뻗고 나선 상황이었다.

숙원사업으로 정해놓고 해결 방향을 모색해 회의를 통해 방안을 도출해 그대로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차이링은 스스로 움직이며 직접 발로 뛰고 있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일만 제대로 해결 된다면 마음먹고 외국으로 눈을 돌릴 수가 있게 되겠지.”

1차 선발대의 교육이 반을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정인철 회장의 기대감은 날로 커지고 있었다.

“차이링 너에게 아주 큰 도움을 받았어.”

“도움이랄거 있나요. 저도 이제 일성회의 가족인데.”

“그렇지. 차이링 너도 이제 우리 가족이지.”

정인철 회장은 지금도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차이링이 한 가족이 된 것에 대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삼합회의 지부장에 있으면서 그렇게 머리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한 요주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터전을 잡고 커온 일성회의 위세 앞에서도 당당히 틈바구니를 비집고 커온 저력은 절대 무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틈을 보고 야마구찌회가 가세를 했고 일성회의 성장 속도는 확실히 떨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당사자의 여인이 이젠 일성회를 위해서 발 뻗고 나서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저도 믿기지가 않긴 하네요. 그렇게 일성회를 잡으려고 수를 보고 머리를 굴렸었는데 말이에요.”

“으음...”

“아마 제가 그때 그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아직도 회장님하고 이렇게 웃으며 마주 하는 날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앞에 일성회를 이끄는 당사자가 있는데 스스럼없이 저런 얘기를 마치 남 얘기 하듯 이야기를 풀어놓는 차이링의 모습에 정인철 회장은 조금은 찝찝한 느낌을 경험했다..

‘자네에겐 정말로 감사해야겠어.’

초승달 같이 올라간 그림같은 눈매에 반듯 한 콧날, 그리고 갸름한 턱선의 차이링은 누가 봐도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운 미모와 자태를 뽐낸다.

허나 정작 그녀의 성격은 암사자와 같이 강한 기질을 내포하고 있었고 야망도 품고 있어 여장부나 다름없었다.

그녀의 외모만 보고 판단했다간 말 그대로 큰코다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 오피스텔에 살 텐가?”

“왜 그러세요?”

“뭣 하면 단독주택 하나 마련해 줄 수 있는데 서민준 그 친구하고 그쪽으로 거처를 옮기지 그래?”

“음... 오붓하게 둘이서 지금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요.”

“그것도 좋지만 그 친구도 그렇고 이왕이면 마당 딸린 집에서 편안히 지내는 게 좋지 않겠나.”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던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이에게 한 번 말해볼게요.”

“아마 그 친구도 그렇게 하겠다고 할 거야.”

이만석이 일성회의 자신의 대를 이을 후계자에다 지위도 있으니 거처 또한 그만한 곳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는 것이 정인철 회장의 생각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도 나쁘지 않겠지만 앞으로 응접실에서 여라사람과 만나고 생활 하는 대는 아무래도 넓은 집이 좋은 것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했으니까 신간도 내서 데이트도 하고 그래.”

“괜찮아요. 할 일이 많은데 여기서 잠깐이라도 빠지면 안 되죠. 그리고 그이라면 이미 퇴근하고 집에가면 많이 볼 수 있어요.”

“집에서 보는 것 하고 데이트하며 즐기는 것은 다르지. 내 며칠 휴가를 줄 테니 둘이서 양평의 별장에 가서 체력도 보충하고 쉬다가 와.”

“음...”

“내 황실장에게 말해서 내일 별장 키를 넘겨주라 할 테니까. 그리고 그 친구 이집트로 가게 되면 또 언제 한국으로 돌아올지 모르지 않나?”

정인철 회장의 말을 들으며 고민을 하는 듯 하던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래 잘 생각했어. 일도 좋지만 사람이 쉬어가면서 해야지. 일성회의 저력을 무시하지 마.며칠 휴가 간다고 해서 일에 차질이 생가고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테니.”

“무시 같은 거 안 해요.”

생긋 웃음을 지은 차이링을 바라보며 정인철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차이링은 집에서 된장찌개를 끓이며 채소볶음과 나무무침 등 식당에 한상 가득 차려놓고 이만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찌개가 다 되고 전화를 해보니 거의 도착했다는 말에 수저를 놔두고 마지막으로 끓고 있는 찌개도 식탁 중앙에 놓아두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도어록 비밀번호를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이만석을 미소로 맞아주었다.

“어서와.”

“냄새 좋은데?”

입고 있는 정장 마이를 벗고 넥타이를 풀어 버린 이만석이 손목의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손을 씻은 후에 식탁에 앉았다.

수북이 담은 밥 한 공기를 놔 주자 숟가락으로 밥 한 숟갈 떠서 먹고 찌개를 떠먹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네.”

이만석의 칭찬에 차이링의 입가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턱을 괴고 이만석이 먹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차이링이 작게 입을 열었다.

“나 당신에게 할 말 있어.”

“할 말?”

젓가락으로 나물무침을 집어 먹으며 물어 보았다.

“응.”

고개를 끄덕인 차이링이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회장님이 나보고 휴가 다녀오래.”

“휴가?”

“여름휴가도 제대로 한 번 못 갔는데 이번에 다녀오라는거야.”

“하긴... 그동안 바쁘게 일했지.”

이만석은 차이링이 강원도를 오가고 대전에도 내려가는 등 지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말만 믿고 일성회에 들어온 그녀는 정말로 열심히 일했던 것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이만석은 수긍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당신하고 나 하고 데이트도 하고 조용히 쉬고 오라고 하던데 혹시 그곳이 어딘 줄 아니?”

“글세...”

“한 번 맞춰봐.”

눈을 흘기며 말하는 그녀의 기대에 찬 모습에 이만석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입을 열지 않는 모습에 기대에 찼던 표정은 이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뭐야 당신... 정말로 모르겠어?”

우려를 표하는 그녀의 모습에 이만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문제가 어려운데.”

“너무하네... 그동안 나 당신만 보고 일하며 달려왔는데.....”

서운하다는 듯 말하는 모습에 그제야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별장 키는 받아왔어?”

“당신...”

“내가 왜 잊었겠어. 차이링 너하고 함께 처음으로 나가서 떠난 곳이 양평이었는데. 그곳에서 당신과 더욱더 가까워졌고 일성회에 들어오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잖아.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차이링 너하고의 추억의 장소인데 내가 잊으면 되겠어?”

까먹은 것 같아 서운한 감정을 느꼈던 차이링은 곧 이만석이 잊지 않았다는 것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자신 혼자서만 기억하고 있는게 아니라 그 또한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는 것이 감동으로 다가온 것이다.

“나빴어.”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새침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당신 혼자서 바닥에서 자. 침대 위로 올라오기만 해봐. 국물도 없을 줄 알아.”

“그럼 안 되는데...”

“사람을 가지고 놀리다니 기분 나빠.”

자리에서 일어난 이만석이 천천히 차이링의 뒤로 향했다.

그리곤 살며시 목을 끌어 안아 얼굴을 붙였다.

“뭐하는 짓이니? 이런 다고 용서해줄 생각 없거든?”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그냥.. 기대에 찬 모습이 놀리고 싶을 만큼 귀여워서 그랬던 거니까.”

속삭이듯이 말하는 목소리가 귀속을 간질였다.

“화 풀어 네 마음 다 알고 있으니까.”

이어지는 달콤한 속삭임에 차이링의 얼굴이 그대로 붉혀졌다.

“떨어져. 징그럽게.”

하지만 이만석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녀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반쯤 돌리게 만들어 그대로 입술을 빼앗았다.

못 이기는 척 그의 키스를 받은 차이링은 곧 양팔로 그의 목을 휘감으며 끌어안았다.

잠시 동안 그렇게 뜨거운 키스를 이어간 두 사람이 떨어 졌을 때 차아링이 다시 눈을 흘기며 말했다.

“식사나 이어서 해요. 국식겠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