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 141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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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을 벌였지만 일성회의 분쟁이 있기 전의 삶부터 시작해 어렸을 때의 행적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사람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도 없고 어찌 행적이 없느냔 말이야.”
“외국에서 살다가 왔다는 것은 알아냈지만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고 합니다. 설사 마음먹고 찾는다고 해도 시일을 정하는 게 어렵다고...”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어, 마음에 드는 게...!”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김태수는 최대한 몸을 사리며 입을 닫았다.
여기서 더 입을 열어보았자 좋을 게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한 숨을 내쉰 정석환 회장은 다시 시선을 보고서에 옮겼다.
이만석이 일성회에서 어떤 사단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삼합회와의 일도 그렇고 다 읽어본 것들이다.
“음?”
그러던 차에 정석환 회장에게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중요한 내용만 간추려서 요약되어 있었는데 정석환 회장은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좀 시끄럽긴 했지.’
정석환 회장은 문득 뉴스를 통해 보았던 것을 떠올렸다.
필리핀 갱들이 한국에서 들어와 소란을 일으킨 것과 야마구찌회가 저지른 악행이 드러나며 큰 사단이 일어났던 것 까지.
‘가만...’
그러고 보니 그 일에 전적으로 앞장서서 국회에서 소리쳤던 것이 윤정호 의원이었고 거기에 동조를 하고 힘을 실어준 사람이 김철중 의원이었다.
경찰과 검찰의 움직임은 기밀했고 행동에 막힘이 없었으며 악행이 까발려진 야마구찌회는 그대로 국민들의 질 타 속에 압수수색은 물론 세무조사까지 벌이는 등 순식간에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뉴스의 집중 분석을 통해 토론도 펼치고 그 일로 인해 설전까지 벌어졌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은 너무도 조용해.’
그때는 그렇게 하루가 지나면 기사가 쏟아지고 진행사항까지 알려주더니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지금은 그에 관한 기사는 전혀 찾아 볼 수도, 뉴스를 통해 나오는 것도 없었다.
‘너무 앞서 나갔군.’
않 좋은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는 그 순간 정석환 회장은 그것에 대해서 경계를 했다.
어처구니없게도 하나의 음모론과도 같은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자신이라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 할 수는 있겠지만 머릿속에 그렸던 것처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그런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이만석을 대입하여 해버린 것이다.
어처구니없기도 했지만 위험 할 정도로 소름 돋는 상상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정석환 회장에게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지게 된다.
급하게 안으로 들어서는 김태수가 양해를 구하곤 폰의 전원 버튼을 켜서 정석환 회장에게 넘겨주었다.
“도대체 뭔데 그러나?”
눈살을 찡그리며 넘겨준 폰을 받아 바라보니 거기엔 하나의 기사가 실려 있었다.
뭔가 싶어 제목을 보니 오산에 대한 진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게 기사를 눈대중으로 훑어보며 내려가던 정석환 회장의 안색이 그대로 굳어지는가 싶더니 손이 떨렸다.
“제대로 정신이 나갔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고 댓글 숫자도 몇 백 단위를 돌파했습니다.”
“설마 아무 조취도 취하지 않고 온건 아니겠지?”
“이미 손을 써두긴 했는데 아직 포털사이트에서 내려가지 않고 있습니다.”
“신문사에 전화해. 당장 이 미친 기사를 실은 것에 대해서 알아보란 말이야.”
정석환 회장이 보았던 인터넷 기사엔 오산에 들어설 반도체공장에 대한 그간에 만연하게 떠돌던 악성얘기가 그대로 정리되어 실려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인터뷰도 실려 있었는데 당연히 세진에 대한 불만과 안 좋은 얘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리베이트나 뇌물에 대한 얘기와 더불어 특정 인물이 거론되며 강한 의문도 적혔다.
부지매입부터 시작해서 여러 얘기가 많이 오갔고 지역주민들과도 아직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턱하니 포털사이트 매인이 대놓고 기사가 올라간 것이다.
파장이 커질 것에 우려한 상황에 발 빠르게 신문사와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에 연락을 넣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검토를 해보고 내리겠다거나 알아보고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포털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미기적 거리는 행동에 정석환 회장이 직접 나서게 되었다.
“전화 걸어.”
하는 수 없이 직접 압력을 가해 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전화를 걸었다.
김태수와 전화를 받은 직원과 뭐라고 대화를 나누는 가 싶더니 조심스럽게 폰을 넘겨주었다.
대표이사로 있는 사람과 대화를 짧게 주고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인기사가 다른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신속하게 상황을 대처한 정석환 회장은 뒤이어 이 기사를 올린 신문사에 사람을 보냈다.
왜 그런 기사를 올리게 되었는지 그 내막에 대해서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편으로 불만 표출과 압력을 가하는 것도 있었다.
갑자기 터진 이 사건에 안 그래도 딸아이와의 관계로 인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스트레스만 더욱더 크게 증가하는 꼴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얻을게 있다고 그런 기사를 올렸는가 말이다.
‘서민준이...?’
그러다 문득 정석환 회장의 머릿속에 이만석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야마구찌회에게 가해졌던 언론과 뉴스의 융단폭격과 정치계의 강한 질타와 검찰과 경찰의 빠른 대처 등 모든 것이 다시 그의 머릿속에 그려진 것이다.
‘지나친 생각 일 수 있지만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 일련의 사태가 정말로 그와 관계되어 있다면 이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때 진동을 느끼고 폰을 꺼내든 김태수가 몸을 돌려 조심히 전화를 받았다.
“서민..준입니다.”
그리곤 몸을 돌린 김태수는 긴장 된 낯빛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줘보게.”
굳어진 표정으로 폰을 넘겨받은 정석환 회장이 입을 열었다.
“서민준... 네 짓이냐.”
[대처가 빠르시네요.]
귀에 들려오는 차분한 목소리는 분명히 이만석이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라 했는데 설마하니 직접 전화를 해서 말할 줄은 몰랐습니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이만석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이 들어나자 정석환 회장은 화가 나기보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네놈이었군.”
[한 가지 말씀 드리자면 이건 배려를 해준 것입니다.]
“배려라... 배려란 말이지.”
순간 정석환 회장의 입에서 작은 조소가 지어졌다.
[회장님께서 직접 나서서 기사를 내렸지만 다른 것도 그렇게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
“......”
잠시 침묵을 지키던 정석환 회장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물어보지.”
[말씀하십시오.]
“야마구찌회의 일도 네가 주도를 한 것이냐.”
이만석에게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말이 들려오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정석환 회장은 다시금 이만석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일에도 서민준 네가 주도를 한 것이냐.”
[그렇습니다.]
“......”
정석환 회장은 그 뒤로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작은 웃음소리를 내더니 점점 그 웃음의 세기는 커져갔다.
“그랬군... 그래서 날보고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말을 한 거였어.”
상황을 떠나 상당히 무례한 말이었다.
누가 감히 자신에게 그런 언사를 내뱉을 수가 있단 말인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곳 대한민국 내에서는 존재 할 수가 없었다.
“무섭구만... 너는, 아니, 자네는 아주 무서운 친구로군.”
세진이 한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이라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했는지 모른다.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윤정호 의원과 김철중 의원이 그렇게 나서는지 알 수가 없다.
헌데 지금은 그게 너무도 무섭게 다가왔다.
기업의 이미지가, 브랜드가 중요한 만큼 정석환 회장은 야마구찌회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특히 자신이 봐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언론의 사정 봐주지 않는 기사들과 황금시간대의 방영되는 뉴스에도 매일같이 특집으로 방영되는 모습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저 정도로 난타를 당하면 아무리 세진이라고 해도 국민들의 여론이 돌아서게 될 것이고 크게 흔들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정보화 시대의 언론의 힘이란 그 어떤 무기보다도 무섭고 대단한 것이다.
만약 한 사람이 정말로 그럴 능력이 있고 주무를 수가 있다면, 그 힘이 표적을 삼아 집중이 된다면 이건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일을 야기 시키게 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도대체 이 서민준이라는 남자가 그런 일을 벌일 수가 있는지 현실감이 없었다.
상식적으로 언론 전체를 통제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란 말인가.
야마구찌회는 집중 폭격을 맞았다.
더 이상 너덜해질 수 없을 정도로 언론은 물고 뜯었고 기사를 매일같이 쏟아내어 비리를 캐냈다.
과연 그런 일이 세진에게 가해진다면 막아 낼 수가 있을까.
그동안 성장해온 만큼 커진 자국 내의 영향력이라면 대처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마음에 확신이란 두 글자는 새겨져 있지 않았다.
“자네는... 도대체 누군가.”
[......]
정석환 회장의 진지한 목소리가 떨림을 동반 한 채 작게 울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