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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140화 (140/812)

〈 140화 〉 140화 마음

* * *

“여보세요?”

반도체공장이 들어설 부지를 시찰하기 위해 정석환 회장을 모시고 도로를 달리고 있던 김태수는 걸려온 전화를 낮은 목소리로 받았다.

[바로 전화를 받으시는군요.]

“예? 죄송하지만 누군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익숙지 않은 낯선 음성이라 김태수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나 높으신 분을 모시는 사람이나 그런 것이라면 실수를 하면 안 되기에 정중히 물어본 것이다.

[짧게 보고 헤어져서인지 못 알아보시네요.]

“아니 누구신데...”

김태수는 말을 잊다말고 순간적으로 그대로 멈췄다.

[옆에 회장님 계십니까.]

“지금은 바빠서 그런데 나중에 제 쪽에서 연락을 드리겠...”

“누군데 그러는가?”

눈치를 보며 딴에는 숨긴다고 하지만 긴장된 목소리로 작게 소곤 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고 정석환 회장이 궁금증을 드러내며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게... 서민준입니다.”

“뭐?”

“그자 한 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반문을 했던 정석환 회장은 망설이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줘봐.”

“예.”

그대로 전화기를 넘겨받은 정석환 회장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주 배짱이 두둑하구만... 김비서에게 전화도 다 걸고.”

[정석환 회장님이신가 보군요.]

“그래.. 내가 정석환이야. 네가 억지로 데려간 지나의 아버지이기도 하지.”

[지나씨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얘기를 하려고 나에게 전화를 건 겐가?”

[아닙니다. 다만 어제 회장님이 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는 얘기를 들어서 말이죠.]

“아무리 배짱이 있어도 그건 또 걱정이 되나보군.”

[딸을 그렇게 사랑하는 아버지라면 그럴 수도 있는 법이죠. 이해합니다.]

비꼬듯이 말하는 정석환 회장의 말에도 전화를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너무도 차분했다.

“내 하나는 인정하지. 두둑한 배짱이 있는 것만큼 그만한 능력도 있다는 것을.”

어제 전화를 걸어 한 말은 제대로 경고를 주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일성회라 해도 정석환 회장을 절대 무시 할 수가 없는 일이었고 그 현실을 일깨워 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말했던 대로 따끔하게 정신차리게 해줄 마음도 어느 정도 가지고 이었다.

헌데 아침에 걸려온 두 통의 전화는 자신이 일성회에게 했던 것처럼 그대로 되받아 친 꼴이었다.

[이런 일로 회장님하고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습니다. 일이 벌어지게 된 다면 회장님에게 좋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나에게 좋지 않은 일이라... 지금은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어. 그런데 말의 어휘가 이상하군. 나에게만 좋지 않은 일이라니.”

[말 그대로입니다.]

자신이 누군지를 알면서도 저런 말을 하는 이만석의 행태에 정석환 회장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네가 통화하고 있는 내가 누군지 알고도 하는 소린가.”

화를 눌러 참으며 말하는 목소리는 살벌하기 까지 했다.

[바쁘신데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끊겠습니다.]

그런 전석환 회장의 목소리에도 차분하게 대답하는 이만석이 그렇게 마지막 할 말을 전했다.

[경거망동 하지 마십시오. 회사와 회장님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그렇게 말을 전하곤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런 고얀...!”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정석환 회장의 입에서 언성이 터져 나왔고 운전기사는 물론이고 김태수 또한 움찔하며 당황한 듯 보였다.

정석환 회장은 이만석의 전화가 있은 후로 상당히 저기압이었다.

부지시찰을 하면서도 말투는 그렇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무거워 함께 따라 나서는 세진건설 부사장이나 임원들, 그리고 오산 시장까지 한 결 같이 말 걸기가 불편했다.

특히 수행비서인 김태수는 왜 분위기가 이런 것인지 잘 알고 있는 입장이라 눈치를 보며 상당히 행동을 조심했다.

“서민준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해와.”

오산에서 돌아가는 길에 김태수에게 정석환 회장이 한 말이다.

아무리 뒤에 윤정호 의원이나, 김철중 의원이 버티고 있다고 하지만 자신보고 경거망동 하지 말라고 할 정도의 안하무인 적인 행태를 보이는 모습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자세히 알아야했다.

“알겠습니다.”

누구의 말씀인데 토를 달까.

정보부서는 바빠지겠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일단 하루 동안 알아 낼 수 있는 것은 전부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이미 한 차례 알아보았기 때문에 더 정보가 얼마나 나오겠냐는 것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서민준이하고 같이 있었던 거냐.”

“대답 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으시잖아요.”

“지나야...”

똑바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정석환 회장이 한 숨을 내쉬었다.

“이 애비는 도대체 네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구나.”

“왜 그렇게 민준씨를 안 좋게 보세요? 그 사람 나쁜 사람 아니에요. 아버지 말처럼 일성회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그 남자는 너하고 맞지가 않아. 그리고 너도 알고 있다시피 이미 여자 친구까지 있는 몸 아니냐. 도대체 네가 뭐가 부족해서 그렇게 도망치면서까지 그 사내에게 매달리느냐 말이야.”

정석환 회장은 너무도 답답한 심정이었다.

그동안 말도 잘 따르고 자신의 딸답게 남자에 눈을 돌린 적도 없었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다는 말을 물어 볼 때마다 했던 말이지만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정석환 회장도 생각했다.

좋은 것만 보고, 듣고, 그리고 생활하며 자란 딸아이에게 잘난 사람이라도 쉽게 눈에 찰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내다가 소개를 시켜준 현호는 그래도 그나마 호감은 좀 있어 보였고 약혼식 얘기도 나와 잘 풀려나갔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약혼식을 취소해달라는 말과 함께 현호를 두고 딴 남자와 만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예사로운 차원을 넘어서 딸에게 있어 위험하다 생각되는 사내와.

이만석이 사는 세계와 온실 속의 화초와도 같이 자라 고생이라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딸 아이가 사는 세계는 확연히 달랐다.

그런 어둡고 칙칙한 곳으로 지나를 보낼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 자신의 심정을 몰라주는 지나가 정석환 회장에게 너무도 답답했고 야속했다.

“서민준이하고 넌 사는 세계가 달라. 네가 그 남자와 함께 지내고 만약에 사귀게 된다고 해도 영원히 갈 거 같으냐?”

“사귀겠다는 말이 아니잖아요. 그저 그 남자와 더 함께 지내보고 알아가고 싶을 뿐이에요.”

“그 말이 같은 말이지 뭐가 달라.”

“아버지 말대로 그 사람하고 전 사는 세계가 다를지 몰라요. 하지만 사람이 만난다는 것이 그런 것들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지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석환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람이 살아온 환경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그걸 절대로 무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야.”

“그래서 계속해서 절 막으실 생각이에요?”

“그럴 거다.”

잠시 동안 정석환 회장을 바라보던 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아버지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어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 포기하지 않아요. 그리고 만약 아무 잘 못도 없는 민준씨에게 해코지라도 했다간 그땐 저 아버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나가버리는 지나의 모습에 정석환 회장은 할 말을 잃었다.

서민준에게 해코지라도 했다간 용서하지 않겠다니.

언제나 좋다고 사랑한다며 애교를 피우던 딸아이었다.

그런데 노려보며 건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나가버리는 모습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잠시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정석환 회장의 모습으로 본건데 아무래도 충격을 좀 받은 것 같았다.

방으로 돌아온 지나는 이미 아버지가 저렇게 나올 줄 예상하고 있었다.

근신을 풀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외출 또한 허용이 되지 않을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어제처럼 도망을 치거나 하지 않는다.

이만석과 하루를 보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강하게 먹었기 때문이다.

‘민준씨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정말로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전적으로 자신의 문제다.

그는 아버지에게 말 한 것처럼 그저 한 명의 피해자일 뿐이었다.

하루의 시간 동안 정보부에서는 서민준에 대해서 다시 인력을 동원해서 조사를 벌여야 했다.

김태수가 말하면서 당부를 주었기 때문에 혹시나 놓친 것이 있지나 않은지 더 꼼꼼하게 살피고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뒤지고 찾아도 그가 어렸을 때 무엇을 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자료는 이상하게도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그가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왔다는 짤막한 정보만이 전부였다.

이미 저번에 이만석에 대해서 조사를 할 때 일성회의 서민준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던 지라 다시 체크하고 조사를 하는 대는 크게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다.

다만 이렇게 정리된 보고서가 올라가는 것이 정석환 회장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크다는 것이 문제 일뿐.

저번에 올린 보고서와 비교해서 짤막하게 몇 가지만 추가 되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만석의 어렸을 때의 행적은 전혀 알 수가 없는 사안이었다.

그렇게 받아든 보고서를 훑어본 정석환 회장의 인상이 찌푸려지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추가 된 거라곤 쓸데없는 것뿐이니 물갈이라도 해야 할 판이야.”

정석환 회장의 한 마디에 김태수의 몸이 움찔했다.

물갈이라는 말이 얼마나 큰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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