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 130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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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에 대해서 우스갯소리로 떠드는 말이 하나있다.
그 말이 무엇인가 하냐면 바로 정석환 회장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배우라는 말에서부터 시작 됐다고 할 수가 있었다.
배우려면 당연히 그에 대해서 알아야했고 정보도 있어야 했다.
한국에서 제일가는 굴지의 대기업이니만큼 자금은 충분했고 그래서 정보부 부서를 신설해 인재를 키웠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금력이 곧 힘이자 능력이었고, 그만큼 하나의 부서를 키우는데 밀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거기서 한 발 더나아가 인맥과 전문 인력까지 빵빵하다면 더 이상 말이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세진은 기업 내에서 따로 자금과 인력에 투자를 하여 신설해 운영할 정도였는데 나라에서 운영하는 국정원이 없다면 세진에서 운영하는 정보부가 올라설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당연히 이만석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데 그렇게 큰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다.
굳이 사는 곳을 숨기는 것도 아니요, 알아보면 기본적인 정보는 일반 사람들처럼 다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찾아서 들어난 정보는 서민준이라는 이름 석자와 현재 신사동에 자리한 오피스텔에 살고 있으며 대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없으며 혼자라는 것이다.
이런 정보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이만석에 대해서 알아낸 것들인데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생각하여 시간을 더 투자해서 알아보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놀랄만한 정보를 얻게 되었는데 서민준이라는 동명이인 중에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인물이 한 명 있다는 것이다.
그 자에 대해서 알아보니 이건 믿어야 할지, 아니면 말아야 할지 헷갈릴 정도로 한 사람의 영웅일대기를 보듯 상당히 미화 된 듯한 얘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 소문의 진의를 밝히기 위해 더 알아보았는데 미화는 되었어도 실제로 그런 인물이 존재하며 일성회의 후계자로써 상당히 입지적인 인물임에 드러났다.
과연 이 두 사람에 대해서 같은 인물인가를 놓고 정보부 쪽에서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회의 끝에 내려진 결론은 두 사람이 같은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동안 이만석에 대해서 알아낸 것들을 정리하고 간추려서 보고서에 올렸고, 거기엔 당연히 일성회와 관련 된 또 한 명의 서민준에 대한 애기도 함께 올라가 있었다.
“지금 나보고 이걸 믿으라는 소린가.”
정보부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다 읽은 정석환 회장이 내뱉은 첫 마디었다.
“처음엔 두 사람을 두고 같은 존재인가에 대해서 신중을 기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두 사람의 서민준이 한 사람이다 이말 아닌가.”
“예.”
다시 고개를 내려 일성회의 서민준에대해서 한 번더 읽은 그의 입에서 기가 차다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참... 보면 볼 수록 위인전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야.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걸 보고서라고 올렸으니...”
정석환 회장의 한 마디에 부서의 분위기가 아주 크게 달라 질 수가 있다.
지금 어떤 식으로 말을 하냐에 따라 상황이 급반전 될 수가 있는 것인데 지금 정석환 회장의 모습을 보아 정보부에서 올린 보고서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걸러내서 올렸다고 합니다.”
계속 말해보라는 듯 바라보는 정석환 회장에게 수행비서인 김태수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보부에서 말하길 떠도는 얘기들 중엔 그 혼자서 강원도에 자리 잡은 진영회라는 조직에 처들어가 눈빛만으로 제압하고, 이어서 연동파라는 또 다른 조직마저 연이어 기세만으로 굴복시켰다고 합니다. 그것 말고도 일성회가 그를 후계자로 받은 것은 혼자서 30명을 단번에 제압 했다는 얘기처럼 여러 이야기들이 입을 터고 전해져 떠돌아다닌다고 합니다.”
“그런 얘기들을 믿는 사람들이 있나?”
한 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한 정석환 회장이 보고서를 다시 넘겨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김비서의 말은 그런 허무맹랑한 말들은 걸러내고 사실인 이야기를 찾아서 간추려 올렸다 이말 아닌가.”
“그렇습니다.”
“믿기지가 않는구만.”
보고서엔 눈빛으로 제압했다느니, 기세로 제압했다는 것과 같은 헛소리는 적혀 있지 않지만 정말로 서민준이라는 사내가 진영회와 연동파를 굴복시켰고, 최근엔 대호방파라는 조직을 어떻게 손을 봐주었는지에 대해서도 적혀 있었다.
한 사람이 1년도 되지 않는 시간이 이룬 업적치고는 참으로 믿기지가 않는 것들 투성이었다.
여기에 적혀있는게 사실이라면 그는 한국의 뒤 세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 된 것이라는 말이 된다.
물론 정석환 회장에게 있어 그쪽은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할 수 있지만 살다보면 깨끗한 일 말고도 더러운 일을 접할 때가 있는 법이고 그때는 저런 조직에게도 돈을 지불하고 일을 맡길 때가 있는 법이다.
“만약 정말로 지나가 만나는 서민준이라는 남자가 이 사내라면... 으음..... 머리가 아프군.”
차라리 서민준이라는 남자가 기자가 아니라 제비와 같이 그쪽으로 활동하는 선수라면 딸을 가지고 대범한 짓을 벌이는 그놈에게 아주 화가 단단히 났겠지만 일정한 선에서 깔끔하게 처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일성회와 관련 된 서민준이라는 사내가 같은 인물이라면 이건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가 적혀 있는 대로라면 일성회 부터 시작해 그쪽에서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석환 회장에게 걸리게 하는 것은 그에게 하란이라는 여자 친구가 존재하고 그녀의 아버지가 윤정호 의원이라는 것에 있었다.
차기 대선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사람이 윤정호 의원이다.
아무리 잘나가는 세진이라고 해도 그쪽으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서 그 사람의 딸이 여자 친구로 등장해 엮여 있는데 쉽게 볼일이 아니었다.
“나가봐.”
혼자 있고 싶은 것인지 나가보라는 한 마디에 인사를 올린 김태수가 조용히 물러났다.
‘애기를 해보자. 고민한다고 해결 될 것도 아니니.’
일단 지나가 만나는 남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 상황에서 얘기는 해보아야했다.
설사 딸아이가 만났던 서민준이라 남자가 일성회의 사내와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정석환 회장은 저녁식사를 끝내고 따로 지나를 서재로 불러들였다.
갑자기 얘기 좀 하자는 아버지의 말에 의아했지만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따라서 서재로 향했다.
잠시 후 가정부 아주머니가 차 두 잔을 내어주고 둘 만이 남게 되었을 때 정석환 회장이 입을 열었다.
“서민준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느냐.”
지나는 아버지의 입에서 뜻밖의 이름이 거론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곧 웃음을 지었다.
“제가 왜 현호씨와 헤어졌는지 조사하셨나 봐요.”
“당연하지. 아무생각 없이 현호와 헤어지겠다고 말하지 않았을 테니 그 이유를 아비가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민준씨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낸 거예요?”
지나는 아버지가 했던 질문을 반대로 돌려주었다.
자신이 누구와 만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된 것에 놀라긴 했지만 아버지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그이 대해서 얼마나 알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아버지가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을 정도면 민준씨에게 뭔가 비밀이 있었다는 거 아니예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날카롭게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고 던지는 말에 정석환 회장이 생각을 물어보았다.
“아버지가 절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따로 알아보니 내가 민준씨를 만나고 가까이 지내는 것에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이 드러났고 그 때문에 아버지가 이런 질문을 한 것이겠죠. 아마도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뭔가가 있었나 봐요?”
지나도 사실 지금 이만석의 신분에 대해서 철썩 같이 믿고 있지는 않았다.
현호가 알아본 것도 있었고 처음엔 정말로 기자라고 생각했지만 여러번 만나다보니 그에 대해서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분위기와 데이트를 할 때의 돈 씀씀이, 그리고 타고 다니는 자가용까지 일반적인 신문사의 기자로 보기엔 괴리감이 없잖아 있었다.
자신에게 뭔가 숨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에 대해서 나중에 알아보고자 마음먹고 있던 지나 여서 당연하게도 아버지의 저 말에 흥미가 돋는 것이다.
“네가 만나고 있는 민준이라는 사내, 상당히 위험한 인물이더구나.”
“민준씨가요?”
고개를 끄덕인 정석환 회장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 사내보면 기자로 활동하던 거 같던데 그게 진짜 신분은 아니더구나.”
“그럼 뭐예요.”
“조직에 몸 담고 있어.”
“네?”
“조폭이란 말이다.”
순간 지나의 두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이건 생각지 못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조폭이 아니라 그 쪽 업계를 아우르는 큰 손이란 말이야.”
“민준씨가 조직에 몸담고 있단 말인가요.”
“그래... 일반적인 조폭이라면 내가 이런 말을 하지 않아. 알아보니 가관이더란 말이야. 일성회에 대해서 들어 봤느냐.”
“아버지도 참... 제가 그쪽에 대해서 어떻게 알아요.”
“음... 그렇겠구나.”
딸아이의 핀잔에 고개를 끄덕인 정석환 회장이 찻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곤 다시 운을 때었다.
“조폭이 어떤 일을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거고. 각 지역마다 그들이 크든 작든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거다. 네가 만나는 그 서민준이라는 사내가 속해 있는 일성회라는 조직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잡고 있는 거대한 조직이다. 거느리고 있는 조폭 들만 해도 수 천 명이고 유흥업소와 같이 그쪽으로 일하는 인원까지 다 합하면 수만 명은 족히 넘을 거다.”
“웬만한 기업들은 명함도 못 내밀겠네요.”
“그래... 그런데 그 서민준이라는 사내는 일성회에 몸만 담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후계자라고 한다.”
후계자라고 말하는 정석환 회장의 말에 지나는 확실히 놀란 표정이었다.
“네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 남자와 만나고 있는지 알겠느냐? 그 서민준이라는 사내의 말 한 마디에 수도권에 존재하는 조폭들 전체가 움직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정석환 회장은 일성회의 서민준이 지나가 만나는 남자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받아드리고 한 말이었다.
이만석에 대해서 뭔가 비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지나였지만 이건 생각 이상이었다.
그가 조직에 몸담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이어진 아버지의 말은 확실히 지나로 하여금 할 말을 잃게 만들 만큼 대단한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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