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 127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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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이 가게 됐다고?”
“왜? 그래서 불만이야?”
춘배가 경악에 찬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자 이원이 기분이 나쁘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곰팅아... 너도 가게 됐는데 나라고 못 갈 것 같으냐?”
“나야 당연히 형님을 보필하기 위해서 가는 거고 넌 다르지.”
“큰형님이 너만의 형님이냐. 이게 먼저 함께했다고 아주 자신을 특별취급 하네... 그리고 이 몸만 가는 게 아니라 여기 있는 안영만도 함께 간다.”
“그게 정말이오?”
고개를 돌린 춘배가 옆에 앉아 있는 안영만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인 안영만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실입니다.”
“이거 놀랄 일이네.”
진영회와 연동파에서도 뽑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춘배였지만 설마하니 거기에 안영만과 이원종이 함께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네놈이 몰라서 하는 소린데 나는 그래도 기초적인 영어정도는 할 줄 안다. 사람이라면 배우면서 살아야지... 흐흐.”
조소를 지으며 깔보듯 바라보는 이원종의 시선에 춘배의 머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열내지마. 안영만이하고 이원종이는 내가 형님께 추천을 했으니까.”
연배가 높은 조영무는 배진호를 처내고 진영회의 보스 올라선 만큼 춘배에게 자연스럽게 하대를 했다.
“이 두 사람의 실력만큼은 내가 확실히 보장을 하니까 이집트로가게 되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야.”
“이 두 사람이 가게 되면 진영회는 어떻게 되는 거요? 지킬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걱정하지마라. 연동파와 다시 갈등생길일은 없으니까. 우리 두 사람이 없다고 해서 큰일이 생기거나 하진 않아.”
“임마. 네가 너한테 물어봤어?”
“원종이 말이 맞아. 형님이 다녀가고 난 후로 모든게 바뀌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차이링 아가씨께서 잘 도와주고 일성회가 밀어주는데 무엇이 어려운 일이 있겠나.”
조용히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고 있던 차이링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이쪽에서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나보네요.”
발표가 있은 후부터 진영회와 연동파에서도 제법 파란을 일으켰다는데 와보니 확실히 와닿을 정도였다.
“그런 셈이죠. 어지럽던 한국 조직세계가 일성회를 중심으로, 아니, 형님을 중심으로 정리가 되어가고 있으니 난리도 아닙니다. 특히 대호방파의 일이 터졌을 땐 하루 종일 형님에 대한 얘기뿐일 정도였으니까요.”
조영무의 말에 이해를 한다는 듯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대호방파의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속으로 놀랐었다.
직접 대전으로 내려가 화끈하게 상황을 끝내버리니 주변의 시선을 끄는 능력은 확실히 탁월했다.
“대호방파의 일이 있은 후부터 일성회에서 나돌았던 영웅담이 여기서도 입을 통해 전해질 정돕니다. 그런 상황에서 일성회의 해외진출에 선발대를 뽑는다고 하니 분위기가 오죽하겠습니까?”
“그런가요.”
지금 일성회 내에서 이만석의 영향력은 가히 대단했다.
정인철 회장이 후계자로 삼은 대다가 누구도 당해내지 못 할 실력에 잘생긴 외모까지 말 그대로 일성회의 황태자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호방파의 일이 있은 후부터 그 바람이 조직세계 전체로 퍼져나기기 시작했다.
진영회와 연동파에서 조건이 안 되면서도 경쟁률이 15~20대1이 나올 정도로 지원이 몰린 것은 이만석과 함께 하고픈 마음도 컸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한국 내에서 큰형님에게 이빨을 들이밀 놈들은 없을 겁니다.”
이만석이 없던 일성회도 한국 내에서 수도권을 잡고 있는 제일가는 조직이었다.
그런 상황에 이만석이 들어오고 강원도를 석권한 후 세력을 빠르게 뻗친 지금의 상황에서 더 이상 일성회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꿈꿔볼 조직은 없을 것이었다.
대호방파가 물갈이 되고 도끼파가 무너진 지금 그 두 세력보다, 대호방파보다 강하지 않다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설사 지금의 상황에선 대호방파보다 힘이 있다고 해도 엄두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나하나가 새로의 역사가 될 것이 분명한데 그 현장에 네놈만 가게 둘 수는 없지. 암...!”
안영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원종이 춘배를 향해 헤실거리면서 말을 받았다.
“가서 멍청하게 죽지나마라.”
그에 기분이 나빠진 춘배가 이만석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었다.
“선발대를 뽑아서 따로 교육을 시키는 것 까지는 잘 진행 되겠지만 아직까지도 자네가 한 말에 대해서 믿기지가 않네.”
정인철 회장은 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이집트로 가게 되면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따로 준비를 해놓고 있을 거라던 그말.
솔직히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는가. 투랍 대통령이 물러나 권력을 쥐게 되고, 한 발 더 나아가 네년에 치러질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그런 존재가 일성회를 위해 준비를 해놓고 있다니.
물론 그전에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테러를 당했을때 극적으로 이만석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이건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도대체 그 사람하고 자네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불안하긴 하네.”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방인이 그 나라에 가서 조직을 키우고 세력을 규합하는데 있어 넘어야 할 변수가 너무도 많았다.
당장에 그 나라들에 자리 잡고 있는 자국 마피아나 조직들을 어떻게 무너트릴 것이며 그 나라의 정부나 정치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정인철 회장은 서두르는 감이 없잖아 있지 않나 생각도 했지만 이만석의 자신감 있는 모습에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들은 너무도 대단했고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모르지만 만약 정말로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정말로 도와주게 된다면 이건 둘도 없는 기회였다.
그 속내가 찝찝하긴 해도 자리를 잡는 것에 그 나라의 정부가 뒤를 봐준다면 그보다 괜찮게 첫발을 딛을 수 있는 것이 있을 수가 없었다.
“대호방파가 정리 된 순간부터 분위기는 탔습니다. 지금은 제가 나서지 않아도 시간이 지날 수록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어 갈 겁니다.”
대호방파에서 괜히 시끄럽게 일을 벌인 것이 아니다.
겉으로 들어나진 않았지만 그쪽으로 시선을 주시하는 이들이 많았고 권호식 만약 정말로 들고 일어나게 되면 지금의 일성회가 과연 어떻게 대응을 할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대호방파를 중심으로 충청도 조직들이 일어나게 된다면 아무리 일성회라도 곤란한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허나 이만석은 그런 그들의 기대감과 불씨를 잔인하게 짓밟아 꺼버렸다.
“자네를 보면 가끔씩 척을지고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자네를 없애려 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 났을지 생각을 해보게 돼.”
“역사에 만약이란 없는 겁니다.”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이만석의 말에 정인철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자네와 끝까지 척을 지게 되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아마도 일성회가가 이렇게 온전하진 못했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
남 얘기 하듯 차분히 말하는 이만석의 모습에 정인철 회장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일성회가 이렇게 다시금 옛날처럼 급성장을 하게 된 것처럼 만약 이만석이 삼합회나 야마구찌회로 들어가게 되었다면 분명히 재앙으로 다가왔을 것이었다.
저녁 9시가 넘어서 오피스텔로 돌아온 이만석이 차를 주차시키고 나섰다.
그리곤 집으로 향하지 않고 벽에 기대고 서있는 인영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지각이에요.”
“약속을 잡은 것이 아니니 지각이라 할 수 없죠.”
자신을 바라보며 농담을 던지는 지나에게 이만석이 짓궂게 맞받았다.
“자고로 매너 있는 남자라면 그 정도의 농담은 받아주는 거예요.”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핀잔을 주며 벽에서 기대고 있던 지나가 몸을 바로하고 이만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얼굴을 보니 그동안 잘 지낸 모양이네요.”
“그런 셈이죠.”
가만히 이만석의 얼굴을 바라보던 지니가 장난스런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옆으로 이동해 팔짱을 꼈다.
“저 배고픈데 맛있는 거 사줘요.”
“이제 보니 지나씨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데 아주 탁월한 재능이 있는가 봅니다.”
“전에 말했잖아요. 저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그리고 저 기다린다고 힘들었어요.”
“음...”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던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습니다. 그런데 안쪽에 주차되어 있는 저 스포츠카 지나씨 거 아닙니까?”
고개를 뒤로 까딱이며 말하는 이만석은 안쪽 구석에 세워져 있는 스포츠카가 분명히 전에 지나가 끌고 왔던 차종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네, 맞아요. 서서 기다리긴 좀 그래서 차를 끌고 온 거에요.”
“연락을 하면 됐을 텐데.”
“민준씨가 놀라는 거 보고 싶었거든요.”
물론 이만석은 그런 것에 놀랄 위인이 아니었다.
제법 기다렸을 텐데 그것에 크게 신경은 쓰지 않는 것으로 보면 확실히 털털한 면도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 오늘 민준씨에게 할 말 있어 왔어요.”
“할 말이라...”
“궁금하지 않아요?”
“좋은 이야기 입니까.”
주차되어 있는 아우디로 걸어가면서 이만석이 하는 말에 지나가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네, 좋은 애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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