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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115화 (115/812)

〈 115화 〉 115화 질서

* * *

이만석이 지나와 함께 있는 그 시각, 서울 외각에 위치한 허름한 염색공장에 두 대의 승용차가 들어섰다.

차문을 열고 내리는 이들은 하나같이 깔끔한 정장차림에 덩치들이 우람했고 앞차의 운전석에서 내린 사내가 조심스럽게 뒷문을 열어주었다.

거기서 내린 사람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인이었는데 단발머리에 눈 고리가 올라가 전체적으로 강해보이긴 했지만 누가 봐도 예쁘다고 할 만큼 그림 같은 미녀였다.

문을 열어주었던 운전석의 사내와 조수석에서 내린 사내, 그리고 뒷차에서 내린 네명의 사내가 그녀가 걸음을 옮기자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열어요.”

공장으로 통하눈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자 뒤에 있던 사내들 중에 한명이 앞으로 나서 조심스럽게 닫혀있는 철문을 옆으로 열었다.

끼이익­!

녹이 쓸어서 열리는 소리가 상당히 귀에 거슬리게 한다.

먼지가 조금 떨어져 나가지만 그렇게 심한 정도는 아니어서 기침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공장안은 여러 자재들이 쌓여 있었는데 50평도 더 되어 보이는 내부는 제법 넓어보였다.

그 뒤로 다시 통하는 길을 따라 들어서면 공장 크기는 못해도 배는 더 될 것이었다.

망설임 없이 안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녀는 더 알아볼 것도 없이 의자 하나에 앉아 있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족히 20명은 넘어 보이는 사내들이 주변에 서있었는데 하나같이 인상들이 험하고 사나웠다.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겨 다가가는 그녀가 앞아 멈춰 서있을 때 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문 남자가 고개를 까딱이며 입을 열었다.

“의자 하나 내어드려라.”

“예.”

남자의 뒤에 시립해 있던 사내가 큰 소리로 대답하더니 녹이 쓸었지만 그래도 제법 튼튼해 보이는 의자 하나를 앞에 놔두었다.

“거기 앉으쇼.”

턱짓으로 말하는 남자의 태도는 상당히 건방졌다.

얼굴이 굳어진 채 앞으로 나서려는 사내의 인상은 앞에 시립해 있는 20명의 사내들 못지않게 사나웠는데 키가 180은 족히 넘어가는 거구에 덩치 또한 산만했다.

얼굴은 곰상이어서 말 그대로 위압감을 풍기기에 충분했다.

“지금...”

“괜찮아요.”

뭐라고 한 마디 하며 나서려는 것을 그녀가 막아섰다.

순간 말이 막혀 멈칫 했지만 그녀가 말리고 나서니 사내는 더 이상 앞으로 나서지 않고 노려보기만 했다.

“왜 이런 곳을 택한건지 모르겠군요.”

의자에 몸을 앉힌 그녀가 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얘기를 나누는데 이런 곳보다 좋은 곳이 없지. 특히 우리같이 밤일을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곳이 편해.”

남자의 목소리는 상대를 도발하는 속내가 다분했다.

깊이 담배 연기를 빨아들인 남자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강하게 ‘후’하고 내뱉었다.

입에서 뿜어져 나온 담배연기가 그녀의 얼굴을 뒤덮고 지나가자 뒤에 있던 사내들의 인상이 그대로 일그러졌다.

“그래도 애들 교육은 잘 되어 있나봐. 앞으로 나서지 않는 걸 보면.”

“그쪽 뒤에서 거들먹거리는 애들에 비하면 공과사는 확실히 구분하는 엘리트들이니까요.”

“엘리트라...”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하긴... 그 잘나신 일성회의 애들인데 감정하나 제대로 추스르지 못할라고.”

비아냥되듯 말한 남자는 그녀가 속한 곳이 일성회임을 알면서도 도발을 해오고 있었다.

“긴말 하지 않고 바로 말하지. 위쪽에서 그 잘나신 일성회가 무슨 일을 저지르든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우리 쪽에서 손을 때.”

“무엇을 손을 때라는 말인가요?”

“이쪽을 넘보지 말란 얘기야.”

“이상하군요. 아직 부산까지 내려간 적이 없는데...”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의문을 표하자 남자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졌다.

“지금 당신하고 장난칠 기분이 아니야. 하나 둘 그쪽에 줄을 대기위해 올라간다는 건 당신이 더 잘 알거 아니야?”

“스스로 일성회 밑으로 들어오겠다는데 뭐가 문제 있나요?”

“그쪽에서 차단을 하란 말이다. 나머진 내 쪽에서 손을 쓸 테니까.”

위협적으로 노려보며 목소리를 까는 남자에게 그녀는 반대로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건 받아드릴 수 없겠네요.”

“뭐야?!”

“스스로 들어오겠다는 애들을 막을 생각은 없어요. 그쪽이 치는 것도 상관할 일은 아니죠. 하지만 일성회의 가족이 된 이들을 건드린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차이링... 네년에 관한 얘기는 이미 들어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네년이 삼합회의 지부장이었다가 일성회에서 밀어주고 있다고 해도 손도 대지 못 할 것 같으냐?”

담배를 바닥에 버린 남자가 발로 비벼 껐다.

그러자 뒤에 서있던 사내들이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들기 시작하는데 분위기가 하나같이 살벌했다.

“내 별명이 영도의 미친개야. 화가 나면 눈에 보이는 게 없지. 그리고 배때기에 칼을 쑤셔 박고 깜빵을 다녀온 애도 여러 명이야. 지금 내 명이 떨어지면 네년 불구하나 만드는 건 일도 아니란 애기다.”

위협을 하는 남자의 말처럼 실제로 그 뒤에 서있는 사내들은 명이 떨어지기만 하면 그대로 달려들 판이었다.

“못 할 것 같아?”

그의 표정은 진지했고 눈빛은 사나웠다.

“내가 죽든 일성회가 포기하든 수틀리면 여기서 네년 불구 만들어 버리고 전쟁을 치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 일성회를 좋게 본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쪽에 불만 있는 애들 많아.”

거기까지 말한 남자가 다시 조소를 지었다.

“아니다... 네년 정도면 데리고 놀다가 시창가에 보내도 아주 잘 팔리겠어.”

대놓고 음담패설을 내뱉으며 모욕을 주는 행동은 확실히 미친개라는 별명이 잘 어울렸다.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는 상태애서 면전에 대고 저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제정신이 아니라는 증거다.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차아링이 표정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

“해봐.”

“뭐?”

“네 말대로 한번 해보라고.”

차이링의 말에 반문했던 남자가 입을 열지 못 하고 노려보았다.

“왜? 못하겠어?”

설마하니 차이링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것인지 살벌한 말과 음담패설을 내뱉던 남자는 여전히 대답을 못했다.

“내가 왜 네깟 놈을 만나러 이곳에 온줄 알아?”

표정변화 없이 말하는 음성은 살벌했지만 목청은 차분했다.

“쓸데없는 애기를 들어 주기위해 온 것이 아니라... 기회를 주기 위해서 온 거야.”

“이년...!”

“이곳에서 애들 좀 데리고 분위기 잡으면 뭔가 먹힐 줄 알았나본데... 그렇다면 아주 제대로 큰 착각을 하고 왔어.”

“객기부리지 마라. 뒤에 여 섯명을 믿고 그런 것이라면 네년은 이 자리에서 장말로 병신이 된다.”

“누가 병신이 되는지 볼까?”

웃음을 지으며 말한 차이링이 매고 온 핸드백을 열더니 거기서 소음기가 부착 된 권총을 빼들었다.

“......”

순간 종진파의 종진은 물론이고 그 뒤에 서있는 사내들까지 당혹스러운 빛을 보였다.

“병신으로 사는 것 보다는 깔끔하게 죽는 게 났겠지.”

순간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푸슛­!

“뭐야?!”

“으아악!”

“보, 보스!”

콰당!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뒤에 경악섞인 비명성과 그를 찾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총구의 불빛과 소음기 덕분에 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주변을 경악시키기엔 충분했다.

특히 종진의 뒤에 서있던 사내는 바닥에 넘어진 채 몸을 떨었는데 바로 눈앞에서 총을 쏘는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쉽네.”

귓불이 찢어지고 피가 아래로 흘러내리는 모습에 차이링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박종진은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었다.

찢어진 귓불의 고통은 물론이고 흘러내리는 피를 닦을 상황도 아닌 것이다.

“그 더러운 이빨을 드릴 밀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는 거야.”

그녀가 하는 말에 박종진은 별다른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조금 전에 일부러 피해서 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눈빛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빛이 다분했다.

당장이라도 다시 이마에 구멍을 뚫어버릴 것 같았다.

‘미친년이구나.’

그는 사람을 불구나 병신으로 만드는 일엔 거리길 것 없이 행했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엔 거리감을 두고 있었다.

아무리 미친개라 불리지만 아직 한 번도 누군가를 죽여본적은 없어 사람을 죽이는 것엔 아직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차이링은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자 말해봐.”

“......”

“아니면 넌 이 자리에서 죽어.”

박종진은 차이링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처음엔 몰랐다.

하지만 다음이 이어진 말에서야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았다.

‘생각이 짧았다.’

공장쪽으로 두 대의 승용차만이 들어서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걸려들었다는 생각을했다.

아무리 일성회라고 해도 그건 나중의 일이지 지금은 쪽수에서부터 우위를 먹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전쟁도 불사할 마음을 가지고 있는 터라 아무리 차이링이라고해도 그래봤자 여자라는 생각에 자신의 압박이 어느 정도 먹힐 거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것도 통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대리고온 애들을 병신으로 만들어 버리고 얘기를 이어 할 수도 있었다.

‘아까 처럼 말하면 죽는다.’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이 여자는 자신을 죽일 것만 같았다.

방아쇠를 당기고도 감정변화가 없어보이는 눈빛이 그러했고 차분한 음성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죽어.”

별말이 없자 차이링이 그대로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박종진이 입을 열었다.

“아, 알겠다.”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아, 아무리 내가 미친개라고 불리지만 한 말은 책임을 진다.”

“그럼 보여 봐.”

“무얼 말이냐.”

“거기 너.”

차이링이 박종진의 오른편에 있는 사내를 가리켰다.

갑자기 자신을 지목하자 어떻게 하지 못 하고 박종진의 눈치를 살폈다.

“앞으로 나와.”

아정쩡하게 서있던 사내가 박종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섰다.

“새끼손가락 잘라.”

“뭐?”

순간 박종진이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았다.

“손가락을 잘라서 믿음을 보여 바란 말이야.”

차이링의 말은 박종진은 물론이고 그녀의 뒤에 서있던 춘배 까지도 놀라게 만들었다.

어떻게 하지 못하고 서있는 사내가 당황해 할 때 박종진은 입술을 깨물더니 왼손으로 오른손목을 잡고 안으로 내밀었다.

‘하지 않으면... 죽는다.’

자신에게 선택권이란 없었다.

“잘라.”

“보, 보스...”

“괜찮으니까 자르란 말이야 새끼야!”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곧 수긍하고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박종진의 손가락을 잡았다.

“아아악!”

아무리 날이 잘선 나이프라고 해도 새끼손가락은 한 번에 잘리지 않았다.

피가 철철 흘러넘쳤고 빨리 고통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빠르게 손가락을 썰었다.

피가 흐르는 가운데 차이링이 손수건을 하나 꺼내 던져주었다.

“조만간에 연락이 갈 거야. 그땐 고분하게 따르는 게 좋아.”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려 나서는데 차이링의 뒤를 따르는 애들의 얼굴은 긴장감이 서려있었다.

공장 밖으로 나와 뒤 자석에 올라탄 차이링은 조수석에 타는 춘배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박종진이 어디 병원에 가는지 사람 붙여요.”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춘배가 의아한듯 질문하지 차이링이다시 말을 이었다.

“저자는 살려고 손가락을 자른 것이지 따르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처리해야죠.”

춘배가 놀란 듯 바라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차이링이 나머지 말도, 마저 이어서 했다.

“종진파에 대해서 다 조사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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