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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109화 (109/812)

〈 109화 〉 109화 질서

* * *

갑작스럽게 걸려온 지나의 전화에 한편으론 어이가 없으면서도 이 여자가 왜이러나하는 생각에 흥미가 돋았다.

연회에 갔을 때 이 지나라는 여자는 분명히 현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현호가 하란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에게 그것을 떠보기 위해 말을 걸었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그녀가 세진그룹의 차녀라는 것을 알았을 때 조금의외이긴 했지만 대충 봐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만했다.

그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이때에 걸려온 전화는 확실히 의외 이긴 했다.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그녀의 전화에 이만석은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가 무슨 마음으로 발칙한 행동을 벌이는지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무엇보다 세진그룹이라고 하면 이만석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그 회사에 취직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것은 물론 오너가의 집안의 딸이라면 뉴스나 신문을 통해 사진 한 번 볼까말까 한 정도였다.

완전히 자신이 사는 세계와 또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나라에서 수위를 다투는 대기업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쟁쟁하게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세진의 오너가의 딸이라지만 위축된다거나 그런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마음의 동요도 없을뿐더러 지금의 자신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준비를 마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폰에 전화가 걸려홨다.

[집 앞이니까 나와요.]

그녀의 말에 따라 창문으로 다가가 아래로 내려다보니 골목에 노란색 스포츠카 한 대가 정차되어 있었다.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 1층으로 내려와 밖으로 나가니 코팅이 된 창문이 내려가며 세련된 차림의 선글라스를 쓴 여자 한 명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세요.”

이만석을 보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에 별다른 반응 없이 걸음을 옮겨 조수석으로 이동해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골목을 빠져나가는 그녀가 노랫소리를 키우며 입을 열었다.

“제가 자주 가는 가게가 있는데 일단 거기부터가요.”

“아침 먹었습니다.”

“전 안 먹었어요.”

“그래서요.”

“당신하고 먹으려고 아침을 굶었으니 당연히 같이 가주셔야죠.”

조금은 어이없는 말일 수 있지만 이만석은 그에 대해서 별달리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나가 이만석을 데리고 향한 곳은 강남에 자리한 고급레스토랑이었다.

오전시간대라 한산한 것을 보면 아직 문을 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지나는 주차장으로 들어서 여유롭게 차를 정차시켰다.

이만석이 먼저 내리고 잠시 후 시동이 꺼지고 문을 열고 내리는 지나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입가에 웃음 지었다.

“가요.”

앞서 걸어 나가는 그녀를 따라 이만석은 잠시 바라보다가 별 말없이 따라갔다.

계단을 다라 올라가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서니 카운터와 함께 중앙에 작은 분수대가 자리했다.

거기에 지배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인사를 올리며 미소짓는데 아무래도 예약을 한 것 같았다.

“이쪽으로...”

지배인이 직접 지나와 이만석을 안내하는데 걸음을 옮기며 바라보니 레스토랑 안에 자리한 손님은 한자리도 없었다.

2층으로 올라가 전망이 좋은 자리에 앉아있는데 다른 자리에 갈 것 없이 딱 그 자리만 가지런히 세팅이 되어 있었다.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고 물러나는 지배인을 뒤로하고 지나가 이만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영업시간이 아니라서 손님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쉽게 말해서 당신하고 나, 둘 뿐이라는 말이죠.”

“그렇습니까?”

이런 곳에서 영업시간도 아닌대 예약을 하고 전세를 낸 것 처럼 빌렸을 정도면 두말 할 것도 없이 돈 꽤나썼을 것이 자명했다.

잠시 후 종업원이 다가와 와인잔에 포도주를 따라주며 설명을 하는데 별다른 말 없이 이만석은 고개를 끄덕여주는 게 다였다.

종업원이 물러가고 잔을 들어 혼 모금 향과 맛을 음미한 지나가 나긋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부담 가지실 것 없어요. 제가 억지로 데려온 거고 가볍게 즐긴다는 생각으로 드셔도 되니까요”

“이런 곳에서 자주 식사를 하십니까.”

“자주 먹지는 않아요. 한 번씩 기분전환 할 겸 특별한 사람과 같이 오는 걸 좋아하니까요.”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지나가 다시 이만석을 향해 나긋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대에 맞춰 빌려서 지불을 하고 식사를 하는 건 드문 일이거든요.”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모습에 지나는 속으로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조금 전의 자신의 대답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코스요리가 하나 둘 나오고 잔잔한 음악 속에 식사를 이어나가는 두 사람은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

그저 ‘괜찮군요’와 ‘맛있네요’같이 그런 품평회와 같은 대화들이 오고갈 뿐이었다.

확실히 음식 맛은 좋았기에 이만석은 별 부담 없이 마음껏 즐겼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나온 디저트 요리를 먹을 때에서야 지나가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다.

“기자 생활은 재미있나요?”

“나름 괜찮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그쪽 업계도 경쟁이 심하다던데...”

“여러 신문사들이 많이 생겨나고 하니까 최근들어 경쟁이 심한건 맞습니다. 하지만 먹고살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보니까 이집트에까지 갔다고 하던데... 대단하네요.”

“제가 자처해서 간 거니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에대해서 좀 알아보셨나보군요.”

“맞아요. 당신에 대해서 좀 알아보긴 했어요.”

현호를 통해 들었던 것과 이만석이 사는 집, 그리고 폰 번호는 자신이 직접 알아낸 것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궁금하지 않나요?”

“저에 대해서 알아본 당신의 행위에 대한 거라면 흥미가 생기긴 하네요.”

“직접적으로 당신에게 알려드릴게요.”

똑바로 이만석의 두 눈을 바라보며 지나가 자신감이 충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서민준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알아본 이유는 순전히 하나. 관심이 갔기 때문이에요.”

“저를 말입니까?”

쓴웃음을 짓는 이만석을 보며 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신이요.”

“이해 할 수가 없군요. 현호라는 멋진 남자를 두고 왜 저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인지.”

“현호씨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은 맞지만... 방금 말한 것 같이 당신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관심이가요.”

“종잡을 수 없는 아가씨로군요.”

“제가 원래 변덕이 심해요.”

이만석의 말에 지나가 바로 맞받아쳤다.

“나의 이 말에 대해서 그렇다고 부담은 가지지 않았으면 해요.”

“제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잘 알지도 못하는 이성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들이댄다면 조금이라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것도 세진그룹이라는 배경을 가진 여자가 이런 식으로 관심을 드러낸다면 더 그러 할 것이다.

만약 반대의 상황이라면 지나 자신도 부담을 느낄 것은 자명했다.

그러니 이만석에게 자신감 있게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선 지나는 다음으로 이만석을 데리고 향한 곳은 백화점이었다.

차를 주차시키고 백하점 안으로 들어서니 시간이 얼마지나지도 않아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긴장 된 표정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조용히 쇼핑하고 갈 거니까 따라붙을 거 없어요.”

중년인 말고도 다섯 명의 직원이 뒤를 따르고 있었는데 이만석은 이 남자가 이곳의 점장이라는 것을 대번에 눈치 챘다.

자연스럽게 점장을 물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지나를 향해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저런 식으로 점장이 자주 따라붙습니까?”

“이곳이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백화점이니 올 때 마다 벌어지는 모습이에요.”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으면 말마따나 당연히 벌어질 수 있는 관경이었다.

“그렇다고 특혜를 입으며 쇼핑을 하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들처럼 확실하게 계산을 하고 지불하면서 매출에 기여하니까.”

그녀가 이곳에 들릴 때마다 구매하는데 쓰는 돈은 VIP손님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내려선 지나가 이만석과 함께 향한 곳은 다른 어디도 아닌 남성복 매장이었다.

그녀의 동향에 대해서 알아보던 점장은 곧 남성복매장으로 향한 것이 포착이 되자 바로 그쪽으로 연락을 취했다.

상황이 그렇게 되니 지나와 이만석이 도착해 브랜드 매장에 들어섰을 때 그 쪽에서 일하는 다섯 명의 직원이 모두가 깍듯이 맞이했다.

“요즘에 새로 나온 신상들부터 싹 펼쳐놔 봐요.”

지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잠시 이만석의 외모를 살펴보던 직원들이 치수를 잰 후에 저마다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정장들을 찾아 가지고 나섰다.

그것들을 일일이 하나하나 들고 맞춰보던 지나가 미간을 모우더니 이만석에게 입을 열었다.

“이중에 마음에 드는 옷 있어요?”

“다 괜찮아 보이네요.”

정장의 핏 이나 디자인이 딱히 나쁜 게 없어 대답한 말이었는데 고개를 끄덕인 지나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내밀었다.

“이거 전부 계산해줘요.”

“저, 전부 말입니까?”

지나의 앞에 서있던 직원이 순간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한 벌만 해도 100단위가 넘어가는데 다섯 벌이면 1000이 넘어서는 금액이었다.

“네, 전부.”

“아, 알겠습니다.”

통 큰 계산에 순간 압도되어버린 상황에서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물러났다.

그렇게 계산이 끝나고 쇼핑백을 들고 매장을 나선 지나가 이만석에게 쇼핑백을 넘겨주었다.

넘겨주는 것을 받아든 이만석을 팔을 자연스럽게 잡은 지나가 다시 이끌면서 말했다.

“이번엔 구두 보러가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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