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107화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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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통합과정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흘러갔다.
그도 그럴 것이 차이링이 신경을 많이 쓰는 것도 있었지만 정인철 회장이 그에 대한 신임과 일임을 맡겼기 때문에 일성회에서의 자금과 인력의 지원이 아주 순탄하게 이루어졌다.
이미 진영회의 조영무와 연동파의 고복수는 이만석을 따르게 되면서 앙숙이었던 조직 관계에 대한 불만을 서서히 처리해 나갔다.
조영무 또한 진영회의 모든 이권을 독식하고 있던 배진호에게 아주 불만이 많았었고 고복수는 정덕영으로부터 잃었던 자신의 조직을 되찾게 되어 가슴 깊이 은혜를 입었다 생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배진호와 정덕영의 밑에서 많은 불만과 회의감을 가지고 있던 것을 이만석을 통해 한 방에 날려버리게 되었던 것이다.
거기다 삼합회의 지부장으로써 이쪽세계에서 요주의 인물로 떠올라있던 차이링이 이만석의 여인으로 나타났을 때의 놀람은 아직도 화자가 될 정도였다.
거기다 이젠 삼합회가 아닌 일성회에 들어가 일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와닿지 않는 면이 없잖아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삼합회의 지부장이었던 여자가 상대조직으로 들어가다니 이쪽세계가 냉혹하다고 해도 저 정도급의 인물이 저런 결심을 했다는 것은 역사에 남을 일이나 다름없는 대사건이었다.
거기다 차이링의 미모또한 소문이 자자한 만큼 끝내주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만큼 눈이 호강하고 있었다.
특히 이원종은 그녀의 경호를 자처하고 있는 춘배를 너무도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질투심을 느꼈다.
무엇보다 그는 제일먼저 이만석을 따르며 심복이 되었지 않은가.
거기다 자신과 비슷한 과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아서 묘한 경쟁심과 더불어 말도 잘 통해 지금은 절 친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늦은 저녁시간이라도 강릉시 외곽에 위치한 고복수의 저택은 많은 사람들의 인파로 부쩍 이고 있었다.
주차장과 저택 주변엔 많은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그 중엔 벤츠나 아우디, BMW같은 외제차들도 눈에 띠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와있을지 다 느껴질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연동파의 핵심인물들은 물론 진영회의 조영무를 비롯한 최측근들 또한 이번조촐한 파티에 참석을 한 것이다.
화합과 번영을 위한 자리인 만큼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것은 물론 처음으로 진영회와 영동파의 양대 조직의 핵심인물들이 자리한 파티였다.
“음?”
대문 앞을 지키고 있던 깔끔한 정장차림의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승용차 한 대를 바라보았다.
“야. 올 사람이 더 있었냐?”
“그럴 리가.”
“그럼 저차는 뭐야?”
임시로 마련된 주차공간에 천천히 주차하는 차량을 보면서 두 사람은 경계심을 드러낸 채 바라보았다.
잠시후 차량이 멈추고 조수석문이 열리더니 늘씬한 체격의 미녀가 내려서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저, 저 여자 진짜 죽인다...”
“씨팔... 장난아닌데?”
딱달라 붙어 있는 옷 때문에 젖가슴의 풍만함과 짧은 치마 아래로 보여지는 뽀얀 다리는 마음에 불을 지피기 충분할 정도로 섹시했다.
어디 그 뿐인가. 초승달 같이 반듯하게 위로 올라간 눈 고리와 콧날은 예술 같았고 갸름한 턱선과 붉은 입술은 조화를 이루어 말 그대로 미녀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은 만큼 섹시하면서도 도도해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에게 정신이 팔린 것은 두 사람 뿐만이 아니라 대문 주변을 서성이며 지키던 이들 또한 시선을 준채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때 운전석의 문을 열고 내리는 남자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옮겨갔다.
저런 여자를 데리고 있는 남자는 과연누구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저정도 급은 되니까 저런 미녀를 데리고 다니지.”
그 남자를 바라본 순간 절로 한탄의 음성이 터져나왔다.
그녀의 미모에 꿇리지 않은 만큼 훤칠한 키에 시원한 이목구의 호남형의 잘생긴 남자가 내려섰기 때문이다.
선남선녀나 다름없는 두 사람은 누가 봐도 빠지지 않을 만큼 잘 어울리는 외모들이었다.
“가만... 저거...... 춘배라는 그 형님 아니야?”
그때 뭔가 옥의 티처럼 보이는 커다란 덩치의 곰상을 한 남자가 뒷자석에서 내리자 잠시 바라보다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춘배?”
동료의 말에 고개를 돌려 잠시 얼굴을 유심히 살피던 사내가 역시나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사람 춘배 형님 맞아. 생긴 게 들은 대로 판박이야.”
이만석을 따라 진영회와 연동파를 다녔던 춘배는 차이링의 측근으로써 함께 붙어 다니며 활동한지라 그의 인상착의에 대해서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난 상황이었다.
특히 척 봐도 곰 상이라고 생각 될 덩치와 얼굴, 전체적인 외모에 보면 바로 느낌이 온다고 들은적이 있었는데 정말로 그랬다.
“이런 씨팔...!”
“왜?”
갑잡기 옆에서 들려오는 욕설에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았다.
“인마 저 사람이 일성회의 춘배형님이면 당연히 저 여자가 누구인지 감이 잡히지 않냐?”
“가만... 그러고보니......”
“안에 알리고 올게.”
급하게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는 동료를 뒤로하고 정신을 차린 사내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춘배라 생각되는 인물을 두고 긴장 된 낯 빛으로 바라보았다.
다른 쪽에선 경계를 늦추지 않고 바라보았는데 이 사람들이 모습을 보아 적이나 수상쩍은 인물들은 아닌 것 같아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초대 명단에 없을 테지만... 들어갈 수 있을까요?”
마음을 녹이는 미소와 목소리에 순간 긴장했던 것도 잊을 만큼 헛 숨을 들이켰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물론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사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그런데 성함이 어찌되시는지......”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물어는 봐야했다.
“차이링이라고해요.”
“헙!”
역시나 생각했던 그 이름이 거론되자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모,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하는 사내에게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그보다 우리 들어갈 수 있게 문좀 열어주시겠어요?”
“예, 예!”
서둘러 대문을 열어주는 그를 뒤로하고 셋은 다시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섰다.
‘예쁘다...’
멍하니 차이링의 뒷 모습을 바라보던 사내는 곧 그의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는 남자에게 고개가 돌아갔다.
‘가만 저분이 차이링이고 그 뒤를 따르는 사람이 일성회의 춘배형님이라면......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의구심을 가진 채 문을 닫을 생각도 하지 못 하고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세 사람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때 저택의 문이 열리며 황찬호가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는데 가만보니 그 뿐만이 아니라 보스인 고복수와 진영회의 조영무 또한 눈에 들어왔다.
‘서민준?’
그 모습을 놀란 듯 바라보던 그의 눈에 순간 머릿속에 한 사람의 인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일성회는 물론이고 삼합회와의 분란 속에서 이름을 날리고 진영회의 배진호와 전 보스였고 정덕영을 쓰러트린 인물.
일성회의 정인철 회장이 후계자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부터 시작해 파란을 일으키며 세간의 주목 속에서 대단한 신위를 자랑했던 사람.
‘내가 전설을 만났구나...’
진영회와 연동파가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보다 서민준이라는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막연하게 어떤 인물일까 생각하며 우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자신의 보스는 물론이고 진영회의 사람들까지 저렇게 나오는 것을 보니 역시나 대단한 사람임이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춘배와 차이링이 왔다는 소리에 서둘러 나섰던 고복수와 조영무 일행은 곧 차이링의 옆에 서있는 이만석을 보며 반가움을 표했다.
“큰일을 하러 가셨다고 들었는데 언제 오신 거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 하고 반갑게 맞이하는 이원종의 모습에 춘배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놈 저거 또 황소처럼 붉으락 거린다....”
“형님이 이렇게 오셨는데 내가 흥분하지 않게 생겼어?!”
“그래도 그렇지... 다 있는 자리에서...”
“춘배야... 너도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닐 텐데.”
“무, 무슨 말이우?”
한 마디 해주려던 춘배는 순간 이만석의 대답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에 쓴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이원종은 물론이고 모두에게 입을 열었다.
“차이링에게 들어서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다.”
“잘 오셨습니다.”
“오신다고 전화라도 한 통 주시지요. 그랬다면 제대로 준비해놓는데...”
고복수와 조영무가 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이만석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주인공도 아닌데 그럴 필요가 있나? 그보다 여기에 서있을게 아니라 들어들가지.”
이만석과 차이링이 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따라 고복수와 조영무,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따라 들어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이만석은 곧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지역의 명숙으로도 통하는 이창주였다.
“오랜만에 봅니다?”
“그, 그렇습... 그렇네.”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을 쓸 뻔했던 이창주는 곧 말을 정정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형님과 아는사이셨습니까?”
그 모습에 이원종이 놀란 듯 대답했다.
“무, 물론이지... 내가 이렇게 나서는 것도 다 이친구의 안목과 깊이에 감탄해서 그런 것 아니겠나?”
이창주가 사람이 달라진 것 처럼 연동파를 밀어주며 나서는 모습에 고복수는 처음에 의아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바라보았다.
어떤 음흉한 목적이 있기에 그러는 것인지 의심을 하며 바라보았다.
하지만 마치 정말로 생각을 달리 먹은 것처럼 밀어주며 나서니 이젠 어느 정도 경계심을 늦츨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이만석 때문이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길게 탁자들이 이어저 있고 마련 된 자리의 상석에 몸을 앉힌 이만석의 옆엔 차이링이 자리했고 양쪽으로 조영무, 고복수 그리고 춘배와 이창주를 비롯해 나머지 사람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앉았다.
이중엔 이만석을 처음 보는 이들도 있었는데 대부분의 인물들은 모두가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앉아 있는 진영회와 연동파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서 바라보던 이만석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런 화합의 자리에 갑자기 찾아온 나를 기분 좋게 맞아줘서 고맙다.”
모두가 침묵을 지키며 바라보는 때에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특별한 목적이나 이유를 가지고 찾아온 것이 아니야. 진영회와 연동파의 앙금을 풀고 이제 통합의 길로 들어선 이때에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빠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찾아오게 된 거다.”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다시 한 번 일일이 사람들의 얼굴을 훑어보곤 웃음 지었다.
“익숙한 얼굴들도 있고 처음 보는 얼굴들도 있는데 이렇게 불쑥 찾아온 불청객을 모두가 기분 좋게 맞아주어서 고맙다.”
“이 자리는 형님이 없었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영무가 조심스럽게 이만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의 앞에 앉아 있던 고복수 또한 맞장구를 치며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앞에 있는 조형의 말처럼 이 자리는 형님이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엄밀히 형님이 있었기에 가능한 자리이니만큼 불청객이 아니라 형님이 주인공이라해도 무방하오!”
이원종이 맞장구를 치며 나서는데 주변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안 그렇냐 애들아?”
“그렇습니다!”
진영회쪽은 물론이고 연동파에서도 우렁찬 대답들이 터져 나왔다.
“잘 오셨소, 형님."
이만석을 바라보는 이원종의 얼굴엔 은은한 열기가 감돌았다.
그건 양쪽에 늘어서 앉아 있는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특히 이만석의 신위를 눈으로 확인했던 이들은 특히 더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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