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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106화 (106/812)

〈 106화 〉 106화 질서

* * *

“얼굴이 왜 그래요?”

“뭐가 말입니까.”

“저하고 식사하는 게 싫으신 건가요?”

손수건을 들어 입가를 조심스럽게 닦은 지나가 몇 점 먹지도 않는 스테이크를 앞에 두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현호를 바라보았다.

“그게 아니라면 하란이라는 그 여자애 때문이겠죠.”

“무슨 뜻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까?”

“숨기려 할 거 없어요. 현호씨가 하란이라는 그 여자를 그저 친한 여동생으로써가 아닌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지나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웃음 지었다.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아요. 무섭잖아요.”

“이런 대화는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서민준...”

작은 목소리로 이만석을 거론했던 지나는 순간 현호가 흠칫 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 사람에 대해서 조사해 봤겠죠?”

“......”

“말 해줘 봐요. 저도 궁금하니까.”

“그만... 가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현호를 보며 지나가 웃음기가 머금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 주성민 회장님은 현호씨가 그 남자의 뒤를 캐면서까지 하란이라는 여자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상당히 좋게 보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현호는 동작을 멈추고 지나를 노려보았다.

“그저 궁금할 뿐이에요. 그거 좀 알려준다고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니잖아요?”

아버지를 거론하며 자신을 압박해오는 지나를 보면서 현호는 심히 불쾌감을 느꼈지만 특별히 숨길 것 없는 내용이었기에 입을 열었다.

“지나씨 말대로 그 남자에 대해서 나온 게 별로 없었습니다. 평범한 가정이라고 했지만 부모님은 돌아가셨는지 계시지 않고 혼자서 살아 왔더군요. 그리고 아버지 앞에서 기자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그것 또한 맞았습니다. 신문사에 입사해 얼마 전까지 이집트에 특파되었더군요, 그에 대한 기사도 있었습니다.”

정말로 기자인지 알아보았던 현호는 이만석이 특파원으로써 이집트에 갔고 투랍대통령과의 사이에서 외신에까지 실렸던 그 기사는 현호를 놀래 키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얘기도 현호는 지나에게 알려주었다.

“기자라고요?”

의외의 말이 나오지 지나는 호기심을 드러내며 반문을 했다.

그녀가 보기에 이만석은 전혀 기자로 보이지도 않았고 그런 쪽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지도 않았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스마트폰을 꺼내든 현호가 이만석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여 보여주었다.

기사내용은 투랍 대통령이 했었던 얘기나 질문이 위주여서 이게 이만석에 대한 것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자 이름이 서민준에다 현호가 알려준 내용 그대로 기사가 나와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봐도 기자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자신이 느꼈던 심정을 그대로 말하는 지나를 보면서 현호는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처음엔 저도 그렇게 느꼈으니 그런 말 하는 것도 당연할 겁니다.”

스마트폰을 넘겨받은 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한 대로 알려드렸으니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현호를 이번엔 잡지 않았다.

자기 폰으로 다시 검색을 해서 현호가 보여준 기사를 한 번더 읽어본 지나가 머릿속에 이만석을 그려보았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목청은 차분했으며 눈빛 또한 누구 앞에서나 긴장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던 모습들.

‘도대체 무얼 믿고 그런 자신감을 보인거지?’

지금생각해도 자신 앞에서 보였던 자신감은 어디에서 표출이 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외모를 믿고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설득력이 전혀 없었다.

현호만 놓고 보더라도 그 또한 큰 키에 호감가는 잘생긴 얼굴의 괜찮은 남자였다.

어디 그 뿐인가 주화그룹의 장남이자 그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과 부동산만해도 몇 백억이 될 것이었다.

현호만 보더라도 능력이면 능력, 외모면 외모 도저히 꿇릴 것 하나 없는 남자라 그가 내보이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었지만 서민준이라는 남자에 대해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상당히 신경쓰고 있던 것 같던데...’

조금 전의 현호의 모습은 서민준이라는 남자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듯 보였다.

사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조사를 해서 알아보지도 않았을 것이니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란이라고 했지...?’

예쁘장하면서도 귀여운 인상에 1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로 동안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는 외모만 놓고 보면 확실히 매력 있는 여자였다.

거기다 아버지는 한국민당의 대표인 윤정호 의원에다 현호와는 상당히 가까운 사이로 보였다.

‘도대체 무얼 보고 그 남자와 사귀었을까?’

외모는 충분히 매력 있고 멋지긴 했지만 그 정도의 집안 내력과 현호와 가까이 지냈을 정도의 여자가 그것 하나만 보고 사귀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뺨을 붉히며 수줍어하는 모습과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애정이 가득 담겨 있어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자존심 상하네...’

하란이와 이만석을 생각하던 지나는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과 말투가 상당히 신경쓰였다.

‘내가 누군지 알고도 그런 식으로 나왔단 말이지...’

현호를 통해 그의 내력을 알게 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확실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그녀 앞에서 그렇게 당당 할 수 있는 남자들은 없었고 조금이라도 긴장하지 않는 사람도 없었다.

현호는 그만한 배경에 자신들을 이어주려는 부모님들의 일 때문에 그렇다고 해도 이만석은 전혀 그에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호 또한 자신이 누군지 알았을 때는 조금이라도 긴장은 했었다.

‘드라마틱한 일이 자신 앞에 벌어져도 그럴 수 있을까.’

이대로 물러나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무엇보다 호감을 가지고 지켜보던 현호가 자신을 두고도 딴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것도 별로였고, 자신을 앞에 두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당당한 모습과 자신감을 보였던 남자가 그 여자의 남자친구라는 것도 기분을 좋지 않게 만들었다.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가졌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해왔던 것이 그녀다.

터울을 두고 늦둥이로 태어났던 지나는 부모님과 오빠사이에서도 귀여움을 받고 자랐다.

그런 환경애서 자라오고 세진그룹 오너가의 딸이다 보니 자신에게 대하는 주변사람들의 태도는 가볍지가 않았다.

특히 회사사람들은 더 그러했고 그렇게 살아오다보니 자신을 대놓고 부담스러워 하며 눈살을 찌푸리면서 거부하는 현호가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의 배경이나 능력을 보면 특별히 자존심 상하는 기분도 아니었던지라 오히려 현호에 대해 호감이 갔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만석은 그것도 아니어서 어려가지가 겹치게 되다보니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당황하는 그의 모습이 기대되는데.’

이만석을 놀려줄 생각에 조금은 기분이 풀리는 지나였다.

“무슨 생각일까.”

“뭐가?”

“챵 말이야.”

고개를 돌린 이만석은 자신의 가슴이 안기어 있는 차이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어?”

“챵 그 사람이 직접 전화를 해왔어.”

이만석과 뜨거운 시간을 가진 차이링이 그의 품에 더 파고들면서 나른한 목소라로 입을 열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자신들은 더 이상 일성회와 척을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거야. 거기다 나에 대해서도 더 이상 얘기를 꺼내지 않겠다고 했다고 해.”

“그리고?”

“만나고 싶다고도 말했어.”

“회장님이랑?”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차이링을 두고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쁜 일은 아닐 거야.”

“어떻게 그걸 장담해?”

“느낌이 그래.”

“뭐야 그게...”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차이링의 모습에 이만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가만 보면 일성회 가족이 다 되었어. 그 일에 대해서 걱정도 하고.”

“일성회가 아닌 당신의 일이기 때문에 그런 거야.”

“나의 일이라...”

언젠간 정인철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자신이 그 자리에 앉을 것이다.

원한다면 지금도 물려주겠다고 하지만 이만석은 지금의 자유로운 생활이 그에게 좋았다.

그렇게 보면 차이링의 말대로 일성회의 일이 자신의 일이 수 있었다.

“키스해줘.”

천천히 이만석의 목을 끌어 안으며 차이링이 입술을 내밀었다.

“애기나 다름없군.”

“빨리~”

키스는 해주지 않고 핀잔을 주는 이만석에게 차이링이 보채듯이 콧소리를 내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이번엔 별말 없이 이만석은 차이링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자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지며 두 사람의 혀가 엉켜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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