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 103화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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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개장한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주화호텔은 25층에 객실 수 만 700개에 달하는 대형호텔이었다.
서울에 위치한 수많은 호텔들 속에서 경쟁을 해야 할 것이기에 총성 없는 전쟁이라 할 수 있는 서비스부터 시작해서 작은 것 하나하나부터 꼼꼼하게 신경을 썼다.
특히 옛날 문화의 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는 테마 룸은 손님들의 마음을 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시아와 유럽은 물론이고 이집트와 같은 중동지역과 같은 각 지역의 나라의 옛 선조들이 생활했던 풍경과 가구들까지 신경 써 룸안을 꾸며 손님들이 원하면 그 시대와 나라의 문화와 미향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75평의 넓이를 자랑하는 로열 스위트룸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넓으면서도 최고로 꼽혔고 주로 국빈들의 숙소로 이용이 되는 곳이었다.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은 호텔답게 외국인 손님이나 관광객들까지 많은 이들이 찾고 있었는데 초반의 분위기를 상승세로 이어가기 위해 불편했던 점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까지 설문조사를 하여 꼼꼼히 체크하며 신경 쓰고 있었다.
주말을 맞아 많은 차들이 오고가고 외국인손님이나 관광객들이 부쩍이는 가운데 오늘은 특히 호텔 오른편에 자리한 연회장 건물이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는데 그중엔 기자로 보이는 이들도 제법 눈에 들어왔다.
척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제차들이 들어서 더욱더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거기서 내리는 사람들은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기업의 사장부터 시작해서 대기업의 총수일가로 보이는 가족들까지 한명 한 명을 살펴봐도 가볍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재계의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라 할 수 있을 만큼 기자들 또한 이 자리에 찾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
연회장 안으로 들어설 수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초대를 받은 이들로 한정되었기에 그렇지 않으면 안으로 입장 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방송국이나 신문사 기자들 또한 간추려서 몇 몇을 뽑아 초정을 했기에 들어 갈 수 있는 기자들은 한정적이었다.
연회장 한 쪽에 마련된 단상 위에선 멋스럽게 차려입은 연주자들의 잔잔한 음악들이 흘러나왔고 여러 사람 들이 삼삼오오 모여 눈 이사를 주고받거나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당연히 이런 자리가 흔치않은지라 청년사업가로 보이는 이들의 눈치싸움이 참으로 대단했다.
여기서 어떻게 인연을 만들거나 좋은 이미지를 심기에 따라 방향이 달라 질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국내에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총수일가로 보이는 가족들도 왔기에 더 그러 한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모든 사람들이 왔을 때 연회장 안의 분위가가 어두워지며 지정된 자리에 다 착석을 했다.
잠시 후 주영빈 호텔사장이 단상에 올라서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데 주화호텔의 비전부터 시작해서 간략하게 애기를 했다.
짧은 박수가 이어지고 그 후에 단상에 올라선 사람은 주성민 회장이었는데 40대의 초반의 젊은 나이에 그룹 총수로 올라선 그는 불굴의 투사로 불릴 정도로 혈기왕성한 회장으로 소문이 나있는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이른 나이에 총수자리로 올라선 것이라 한 동안 그것을 두고 큰 이슈거리로 소문이 자자했던 것이다.
“먼저...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든 귀빈여러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올릴까합니다.”
이제 49살인 주성민 회장은 연배로 보자면 여기에 자신보다 높은 사람들이 많아 젊은 그룹 총수로도 불리고 있었다.
주성민 회장의 연설은 그리 길지 않고 간략하게 이어졌다.
호텔비전이나 이런 것에 대해선 앞서 주영진 사장이 다 설명을 한 것이라 주화그룹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과 그런 것에 대한 포부를 중점으로 둔 것이다.
“그럼... 이 자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제 아들을 여러분들에게 정식으로 소개시켜 드릴까 합니다.”
짧은 연설이 끝나고 주성민 회장은 가족석에 앉아 있는 현호를 불렀다.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이어지고 자리에서 일어선 현호가 몸을 돌려 귀빈들에게 인사를 올린 후 걸음을 옮겨 단상으로 향했다
“먼저 저를 위한 축하자리에 이렇게 많은 귀빈여러분들께서 참석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올릴까합니다.”
마이크를 넘겨받고 말문을 연 현호는 전혀 막힘없이 당당히 입을 열었다.
유학길에 올랐던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앞으로 그룹을 위해 자신이 할 일들까지 주눅 든 것 없이 총수일가의 장남으로써 자신감이 충만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이니 만큼 기죽을 것 없이 당당히 나서서 멋진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얘기가 끝나고 다시 인사를 올렸을 때 큰 박수소리가 연회장안을 울렸다.
소개가 모두 끝이 나고 다시 안이 밝아지며 바이올린부터 시작해서 다시 아름다운 음률이 조용했던 홀 안을 잔잔하게 울려왔다.
걸음을 옮긴 현호는 먼저 오른편 자리에 착석해 있는 귀빈들부터 시작해 인사를 올렸다.
넓은 홀 안의 많은 이들과 인사를 나누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호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은 듯 보였다.
“주성민 회장님이 아주 듬직한 아드님을 두셨어...”
“감사드립니다.”
흰머리가 지긋한 50대 중반의 세진건설의 정만우 사장의 덕담에 현호가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짧은 덕담들이 오고가고 재계서열 수위권을 다투는 기업들의 귀빈들부터 차례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는 사이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모여 다시 얘기를 주고받으며 연회장안의 분위기는 활기를 띄어갔다.
특히 청년사업가들이나 젊은 여자들은 앞쪽에서 인사를 올리고 있는 현호에 대해서 얘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청년사업가들은 자신들의 세대애서 주화그룹을 이끌어 가게 될 현호의 능력과 그가 제시한 비전에 대한 얘기들이 주를 이루었고, 여인들 사이에선 그의 첫인상과 능력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었다.
“포부도 있고... 괜찮아 보이는데......”
깔끔한 정장차림에 와인 잔을 들고 인사를 올리고 있는 현호가 있는 곳을 주시하며 말하는 이만석이 작게 입을 열었다.
훤칠한 키에 시원스런 이목구비는 잘생긴 외모였고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입을 여는 모습은 그룹을 이끄는 총수일가의 장남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인맥이나 눈도장을 찍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다른 청년사업가들과는 다르게 한 쪽에 서서 와인 잔을 들고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이만석의 모습은 어딘가 동떨어져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
머리를 뒤로 틀어 올리고 옅은 화장에 원피스치람에 하이힐을 신고 있는 하란이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앞 족에 자리를 지정해준다는 것을 하란이는 거절 했는데 모두 이만석의 말문에 그런 것이었다.
대기업 총수일가나 연배가 있는 이들을 위주로 앞 쪽에 자리를 배열했고 그 뒤를 따라 적절히 자리를 지정해 놓은 것이다.
그렇게 되니 당연하게도 연회장 앞 족의 작은 무대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북적였고 어떻게든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눈물겨워보였다.
이런 자리 또한 일종의 비즈니스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이제 연배가 높은 이들보다 청년사업가들 위주로 얘기를 나눌 때 이만석이 작게 입을 열었다.
“그럼 만나러 가볼까.”
연회장 중간쯤에 서있는 현호의 주변으로 제법 많은 청년사업가들이나 여인들이 몰려 있었다.
수성민 회장의 장남이자 장차 주화그룹을 이끌어 가게 될 차세대 리더로써 그와 가까워져서 나쁠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매출을 매년 갈아치우는 주화그룹은 수위권을 다투는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들 사이에서도 많은 모범 사례가 되고 있었다.
전자기기를 취급하는 작은 회사로 시작해 대기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악착같이 성장하여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며 이제 대기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이 큰 것은 요즘시대에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당연히 그런 주화그룹의 역사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모범사례 중에 하나였고 재계서열 50위권 내로 진입한 순간 젊은 회장 주성민의 불굴의 정신은 사업가들 사이에서 화자가 될 정도였다.
“현호씨를 보고 있으면 주화그룹의 미래가 얼마나 밝은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별말씀을요.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이제 시작이니 만큼 도전정신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여러분들에 비하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기분좋은 웃음이 오고가며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그의 곁으로 한 명의 여인이 다가왔다.
짧은 단발머리에 약간 눈 고리가 살짝 위로 칫 켜 올라간 예쁘게 생긴 여자로 오뚝한 콧날에 붉은 입술이 인상적이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들 재미있게 하시나요?”
그녀의 등장으로 순간 사내들의 시선이 몰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가슴의 굴곡이 엿보이는 투피스 차림에 예쁘게 생긴 대다 세진그룹
정석환 회장의 딸이었다.
“주화그룹의 창창한 미래에 대해서 얘기를 좀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가요?”
“예~! 실제로 보니 이렇게 훤칠한데다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자신감까지... 얘기를 나누면서 놀라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아... 그리고 이건 제 명함입니다.”
그녀를 알아보고 먼저 선수 쳐서 입을 열었던 남자가 품에서 지갑을 꺼내들더니 명함 하나를 꺼내서 내밀었다.
“작은 벤처기업을 운영하는데...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대단하시네요~”
남자가 내미는 명함을 받아든 여인이 감탄사를 내뱉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세진그룹이라 하면 수위를 다투는 글로벌 대기업으로 총수일가의 가족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것 하나하나가 큰일이었다.
선수를 빼앗기자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속이 쓰린 듯 입맛을 다셨고 특히 현호를 눈여겨보고 있던 여인들은 묘한 질투심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그녀의 배경이 자신들 보다 뛰어난 것은 물론 170에 가까운 키에 늘씬한 외모 또한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끼어든 그녀를 보고 현호는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가 그녀와 자신을 엮어주려는 것처럼 정만우 사장이 덕담을 나눌 때도 그녀얘기를 빼놓지 않아 그녀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데 겉으론 웃었지만 소문이 나길 원치 않는 그의 입장에선 참으로 난감했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이렇게 그녀가 끼어드니 현호로썬 더욱더 난감 할 수 밖에 없었다.
“현호씨 별로 안색이 좋아 보이지가 않는데... 불편한 대라도 있나요?”
“불편한 대라뇨... 그런 거 없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이목이 쏠리자 현호는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는데 속으론 갑자기 왜 저런 질문을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고맙긴요... 현호씨와 저 사이에 그런 말 할 거 없답니다.”
“두 분이 아주 가까우신 가 봅니다?”
“그저... 한 두 번 만남을 가졌을 뿐이에요.”
순간 당황한 현호가 뭐라고 입을 열려는 그때 그녀가 먼저 선수를 치고 나왔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다들... 현호씨와 저하곤 그저 가깝게 알고 지내는 것 뿐이니까요.”
“아.. 그렇습니까?”
“외모만 놓고 보면 참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보이는 말입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주변에 있는 다른 분들이 오해 할 수도 있잖아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여기에 있는 이들은 바보가 아니었고 모두 자신들 만은 도전정신으로 나아가고 있는 청년사업가들이었다.
말은 오해하지 않는 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속으로 이미 그녀와 현호를 두고 많은 생각들과 계산을 하고 있을 것임에 분명했다.
‘미치겠군...’
이런 상황을 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설마하니 이런식으로 적극적으로 치고 나올 줄은 몰랐던 지라 할 말을 잃은 현호였다.
“오빠.”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난감해 하던 현호의 시선이 절로 돌아가게 했다.
여기서 자신을 대놓고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 뿐이었기 때문이다.
“하란아.”
반가운 얼굴에 눈 앞에 나타나자 현호는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누구지?’
그 모습에 그녀, 아니, 지나의 두 눈에 이채가 띠어졌다.
현호를 두고 오빠라고 저리 친근하게 나설 수 있는 여자가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건 주변에 있던 다른 사내들 또한 마찬가지로 갑자기 등장한 그녀를 두고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와주었구나... 고맙다.”
전화로 오겠다는 얘기는 했는데 정말로 이렇게 차려입고 나타난 하란이를 보니 기분이 좋은 현호였다.
“오겠다고 했으니까...”
한 걸음 나서 하란이와 얘기를 나누던 현호는 문득 그의 옆에 서있는 남자에게 눈이 돌아갔다.
182의 키에 구두를 신고 있어 큰 키여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은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이었는데 하란이의 옆에 서있는 남자또한 작지 않은 키에 호남형의 잘생긴 외모를 하고 있어 절로 눈길이 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손을 내미는 그의 모습에 잠시 바라보던 현호가 곧 맞잡아서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다.
“서민준이라고 합니다.”
“주현호입니다.”
이름을 밝히며 인사를 해오는 모습에 현호는 자신도 모르게 거기에 응대해주었다.
서민준이라 밝힌 사내의 몸에선 묘한 분위기가 느껴져 가벼워 보이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하란이에게 듣던 대로 멋진 분이신 것 같습니다.”
“별말씀을...”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 현호는 곧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누구인지 눈치챘다.
‘이 사람이... 하란이의 남자친구인가......’
이곳의 주인공은 자신이고 외모 또한 전혀 꿀릴 게 없어 초대를 한 것도 없잖아 있었는데 이렇게보니 생각을 좀 달리해야 할 것 같았다.
‘저 여자는 현호씨와 어떤 사이 길래 말을 놓는 거지? 그보다... 저 남자......’
당당히 자신을 서민준이라 밝힌 사내에 대해서 지나는 호기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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