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101화 (101/812)

〈 101화 〉 101화 질서

* * *

너무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 거리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기분이 좋게 다가온다.

이만석의 팔짱을 끼고 번화가를 거닐며 군것질도 하면서 얘기를 하는 것도 연인사이라면 당연히 이런 것 하나하나가 데이트 코스가 될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주변사람들이 한번 씩 힐끔 바라 볼 때마다 자신들을 부러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더욱 그러했다.

영화표를 끊어놓고 시간이 남아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즐겼다.

시간에 맞춰 상영관에 입장하여 본 영화는 할리우드 액션영화였는데 첩보 영화로 일종의 스릴러물이기도 했으며 미국영화답게 남주와 여주의 뜨거운 키스신이나 애정 행각 또한 빼놓지 않고 나왔다.

마지막에 적에게 발각되어 위험해 처했던 남주를 여주가 구해주게 되고 적들과 혈투 끝에 이마에 총알 한 방을 먹이고 다리를 절며 부축하면서 걸어 나오고 마지막엔 경찰과 FBI가 들이닥치는 사이 두 사람의 키스 씬으로 끝이 나는 그런 내용이었다.

액션 씬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인지 전체적으로 지루하지는 않았고 중간의 서비스 씬까지 넣어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도 해주었다.

15세이상 영화치고는 좀 찐한 영화였는데 이만석은 물론이고 하란이 또한 잘 보았다.

그렇게 영화가 끝이 나고 이태리 음식점에 들러 파스타로 점심을 먹었다.

그 후에 가볍게 드라이브를 하면서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며 편안한 시간을 가졌다.

“오빠하고 이렇게 같이 시간 보내니까 너무 좋아.”

창문을 통해 바람을 맞으며 대답하는 하란이의 입가에도 잔잔한 웃음이 깃들어 있었다.

“오빠는 어때?”

“나야 당연히 좋지.”

운전을 하다 잠시 신호에 멈췄을 때 이만석은 손을 뻗어 하란이의 손을 감싸듯 쥐었다.

“......”

갑작스럽게 자신을 손을 쥐는 이만석의 행동에 하란이는 순간 움찔 하며 살짝 놀랐다.

별다른 말도 못 하고 묘한 분위기속에 다시 천천히 출발하며 쥐었던 손을 풀었을 때도 하란이는 별다른 말을 하지 못 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시원하게 운전하며 강변도로로 달리다 샛길로 빠져 전망이 트인 한강둔치로 이동해 잠시 차를 주차시켰다.

평일이고 1시가 다되어 가는 시간이어서 주변에 거니는 사람이나 인파들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지만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이만석이나 하란이 한태는 괜찮았다.

“하란아.”

“응?”

음악 소리를 낮추고 입을 열자 무슨 말을 자신에게 할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나하고 사귀어 줘서 고맙다.”

“......”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

아무런 대답이 없는 하란이를 두고 입가에 미소를 지은 이만석이 차분한 목소리로 재차 말했다.

잠시 동안 얼굴을 바라보다 하란이는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 고마울 거 없어. 내가 더 오빠에게 감사한데......”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열기가 후끈하게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오빠 덕분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어...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한다면 오빠가 아니라 나여야 할 거야.”

갑작스럽게 자신과 사귀어 줘서 고맙다는 말에 하란이는 속마음을 털어 놓듯이 대답을 했다.

자신이 방황기를 접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만석 덕분이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로 고맙게 다가온 존재가 그였기 때문이었다.

“카페에 있을 때 말했지만 이제야 진짜 꿈을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게 되었어. 그 모든 게 다 오빠 덕분이라 그걸 전부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 하나하나 보면 난 받기만 한 것 같아서... 그래서 더 미안한 것 같아.”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한 번 말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그렇게 이만석에게 하란이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뺨은 붉혀져 있었고 시선이 마주친 상태에서 말하는 것이 너무도 수줍어 돌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래... 손을 잡고 거닐거나 영화를 보는 것... 함께 이렇게 드라이브 하는 것 모든게 너무나 즐겁고 행복해. 이 모든 걸 나에게 준 것이 오빠야. 그러니까 고마워 해야 할 사람은 오빠가 아니라 나라고 생각해.”

첫 만남이 그렇게 좋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만난 장소가 클럽이었고 마음도 울적한 상태에서 처음엔 이만석을 가볍게 대한 것도 없잖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울적했던 자신을 웃게 만들어주었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그런 듬직한 남자로 다가오게 되었다.

그날, 납치를 당하여 위험해 쳐했을 때 이만석에 대한 감정을 너무도 절실하게 느꼈다.

그리고 눈앞에 그가 나타났을 때 마음이 복받쳐 올랐고 결국엔 품에 안기어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었다.

너무나 포근했다.

자신을 안아주는 이만석의 품이 그렇게도 포근했고 따뜻했었다.

똑바로 자신의 두 눈을 주시하며 말하는 하란이의 뺨이 불게 물들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부끄러워하고 있는지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볼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나 소개 시켜주고 싶어.”

“소개?”

“응.”

고개를 끄덕인 하란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제 오랜만에 아는 오빠를 만났어. 어렸을 때부터 가깝게 알고지내 던 그런 사람이야.”

“나를 그 사람한테 소개시켜 주고 싶다고?”

“응... 나를 너무도 잘 챙겨주고 친오빠같이 가깝게 지냈던 오빠라 그 사람에게 민준 오빠를 소개시켜주고 싶어.”

이런 얘기는 생각도 못 해봤던 것이라 흥미를 가지며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나를 그 사람에게 왜 소개시켜주고 싶은 거야?”

하란이는 이만석에게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학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과 차안에서 나누었던 얘기들까지.

숨김없이 이만석에게 전부 알려주었던 것이다.

“10년만에 만났으니 확실히 기분은 좋았겠네.”

현호라는 남자에 대해서 생각하며 던지는 이만석의 말에 하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렸을 때와 다르게 많이 달라서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어.”

“그 남자에게 나를 소개 시켜주고 싶단 말이지?”

“응...”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이만석은 재차 질문을 던졌다.

“왜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었어?”

“친오빠처럼 가깝게 지냈던 사람이고 오랜만에 만나서 나 잘 지내고 있다고 보여 주고 싶어서 그래. 내가 이렇게 좋은 사람이랑 만나고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너무도 멋지고 좋은 남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나를 부족하다 생각지 않을까?”

“그럴리 없어. 오빠는 나에게 과분한 남자인데...... 분명히 현호 오빠도 좋게 볼 거야.”

고개를 가로저으며 딱 잘라 말하니 이만석은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준비 제대로 해야겠네.”

“오빠...”

이만석이 기분이 상해하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흥쾌히 응하듯 말하는 모습에 하란이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쳐지나갔다.

“어렸을 때 그렇게 챙겨주고 친오빠같이 가까웠다면 당연히 초대에 응해줘서 나라는 사람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고마워......”

이렇게 흥쾌히 응할 줄은 몰랐던지라 더 그러했다.

똑똑­!

“들어와.”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후한 인상의 중년인의 굵은 목소리가 작게 울리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깔끔한 차림의 사내 한 명이 안으로 들어섰다.

“거기 앉아라.”

보고 있던 신문을 접고 탁자에 놔둔 중년인의 말에 걸음을 옮겨 다가간 사내가 조심스럽게 소파에 몸을 앉혔다.

“내가 왜 너를 불렀는지 아느냐?”

“네, 아버지.”

“이번에 여는 연회는 네가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닌 정식으로 귀국하여 여는 축하의 의미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거다. 주성그룹을 장차 이끌어갈 장남으로써 재계의 인사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올리는 자리이니만큼 좋은 인상을 보여야해.”

떠오르는 신성기업으로써 발전 지향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주성그룹 오너가의 장남이니만큼 그에게 보이는 관심도는 적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만큼 실수는 물론이고 이미지 또한 가볍게 보여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당분간은 자잘한 사고라도 쳐서는 안 된다는 것도 명심해야해.”

“알고 있습니다.”

“그럼 말해 보거라.”

굳어진 표정으로 똑바로 현호의 두 눈을 바라보는 주성민 회장의 심기는 좋지가 않아 보였다.

“무엇을 말입니까?”

“그건 네가 더 잘 알거 아니냐.”

“......”

현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주성민 회장 또한 별다른 말 없이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침묵을 깨고 현호는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따라왔습니다. 저도 당연히 그것만 보고 살아왔고 노력했습니다. 잠시 한국에 입국했을 때도, 서둘러 군입대를 위해 왔을 때도 별말 없이 따랐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양보 못하겠습니다.”

“지나 한 테 미안하지도 않더냐.”

“왜 미안해야 하는거죠? 그 여자하고 전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말입니다.”

“현호야...”

“초대 했습니다.”

“......”

“아버지께서 우려하신대로 전 만났고 초대도 했습니다.”

“생각이 짧아... 넌...... 이 애비를 실망시키는구나.”

“그룹만을 보고 달려왔고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지금까지 삶을 살아왔고 후회 또한 하지도 않죠.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아버지 말씀대로 따르지 못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올린 현호가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

‘못난 놈...’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주성민 회장의 안색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