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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96화 (96/812)

〈 96화 〉 96화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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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차이링의 모습이 조금 의외였을까, 좋아 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언제나 차분하며 도도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이자 황석진 비서실장은 속으로 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민준님을 많이 좋아하나 봅니다.”

차이링의 모습에서 그녀가 얼마나 서민준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아직 그녀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내들 사이에 있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당당히 대하는게 그녀였다.

그런데 이렇게 눈동자가 흔들릴 정도의 기복을 내보이다니 좋아하지 않는 다면 이럴 수가 없었다.

“맞아요.”

황석진 비서실장의 말에 차이링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속마음을 밝혔다.

그게 그녀의 모습이고 남들 앞에서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성격이기에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야속하네요. 그곳으로 가서 한 통의 연락도 없더니 이렇게 불쑥 한국으로 돌아오고.”

“이집트가 시끄러웠기도 했고 바빠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한 통도 하지 않은 건 너무하다 생각해요.”

커피 잔을 들어 다시 마시는 차이링의 모습은 어느덧 원래의 차분한 그녀로 돌아온 듯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따지진 않겠어요.”

그러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는데 그녀의 속내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똑똑...!

그때 노크소리와 함께 문 밖에서 춘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들어오라는 황석진 비서실장의 말에 따라 문이 열리며 춘배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얼굴은 밝아보였다.

“회장님께서 누님... 아니, 아가씨를 모셔오랍니다.”

차이링을 누님이라고 말했던 춘배는 황석진 비서실장 앞이라는 사실에 곧바로 아가씨로 정정하며 입을 열었다.

일성회가 조직과 맥을 같이 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회사이자 하나의 그룹으로써 발돋움하고 있는 상황에 누님이라는 말보다는 아가씨나 이젠 일성회에서 부장급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기 때문에 격식을 차리라는 것이다.

부장급으로 대우하주는 파격적인 조건에 아무리 삼합회의 지부장이라고 했어도 너무 파격 적인 거 아닌가 하는 사원들도 있었지만 지금에 들어선 그런 불만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였다.

누님에서 아가씨로 정정하는 춘배의 모습에 조금 눈살이 찌푸려진 황석진 비서실장이었지만 구지 그에 대해서 지적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화징님께서 민준님이 함께한 채로 맞으려나 봅니다.”

옆에 놔두었던 보고서형식으로 정리되어 있는 서류파일을 다시 집어든 차이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 잘 마셨어요.”

“마시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오셔도 됩니다.”

“그럴게요.”

그렇게 인사를 끝내고 차이링은 춘배의 뒤를 따라 비서실장실을 나섰다.

“들어오게.”

문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소리와 함께 조심히 문이 열렸고 춘배가 인사를 올린 후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 사이로 스커트에 정장차림의 차이링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는데 자연스럽게 시선이 소파에 앉아 있는 이만석에게로 향했다.

“자리에 앉지.”

정인철 회장이 권하는 대로 자리에 착석한 차이링은 잠시 이만석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에 재회해서 반가울 텐데 일단 갔던 일은 잘 되었는지 궁금하네.”

고개를 끄덕인 차이링이 곧 파일을 열어 서류를 넘기더니 그부분을 펼친 채로 정인철 회장에게 넘겨주었다.

시장분석에 더불어 이번 진영회와 연동파가 하나하나 통합과정을 거치며 그에 따른 강원도 지역에서 이권을 두고 싸우면서 불거졌던 불필요한 지출에 대해서도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에 대해서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진영회와 연동파의 이권다툼 으로인해 업자들이나 지역유지들을 자신들쪽으로 끌어들이는데 들어가는 지출이 연간 5억에서 10억정도에요. 거기엔 이권을 빼앗아 오기 위해 경쟁하듯 인력과 돈을 쏟아 부었던 것은 물론 ,간간히 벌어지는 전쟁으로 병원비나 수술비도 거기에 포함이 돼요. 시장이나 의원의 자식의 학비까지 대주기도 했으니 강원도를 두고 뒤에서 피터지는 싸움을 벌인 격이죠.”

아직 일성회가 삼합회나 야마구찌회를 두고 싸우고 있을 동안 강원도는 춘천을 중심으로 커온 진영회와 강릉을 중심으로 세를 불려온 연동파가 힘겨루기가 한창이었다.

동서로 갈라서 지역을 굳히고 있다지만 균형이 완전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대에서 자본과 힘으로 밀어붙이니 당연히 반대쪽에서도 그렇게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연동파가 운영하는 가게들 중에 제일 잘나간다는 혜성의 연간 매출이 13억에 영업이익만 5500에서 7000사이니 아무리 양쪽이 합한 지출이라 하더라도 타격이 클 정도예요.”

진영회가 춘천시를 중심으로 룸싸롱이나 나이트 등 단란주점을 운영하며 벌어들이는 매출이 367억정도의 규모였고 연동파가 그보다 못한 240~45억 정도였다.

서울, 경기 일대와 완전하진 않지만 충청도를 잡고 이는 일성회의 연간 매출이 5700억 정도로 볼 때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한국전체의 유흥업소의 시장이 2조원대가 넘어가는 상황이었고 강원도만 보아도 호황기때엔 전체 유흥업소 매출을 보자면 2000억원이 넘어간 적도 있었다.

최근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흥업소의 쏠림현상이 커졌다고 하지만 강원도는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었다.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중간에서 부당 이익을 올리던 거래처 또한 찾아서 정리했어요. 연동파는 진영회처럼 조직 개편작업이 끝나는 대로 통합과정을 거쳐 하나의 시장 형성을 이룰 참이에요.”

차이링이 말하는 얘기를 들으며 서류를 읽어가던 정인철 회장이 입을 열었다.

“독점을 하겠다는 말이로군?”

“물론이에요.”

정인철 회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차이링이 바로 대답했다.

그녀는 지금 진영회와 연동파를 통합하여 강원도 지역 자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형성하려 하고 있었다.

“삼합회가 흔들리고 야마구찌회가 무너진 지금 일성회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어요.

지금이야 말로 어정쩡하게 지역을 장악하는 것이 아닌 완전한 시장형성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생각 돼요.“

한국사회에 있어 유흥업소를 독점하는 조직이나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각 지역마다 작은 조직들이 존재했고 그렇게 사라지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차이링은 일성회를 중심으로 하나의 그림을 그려놓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유흥업소 경제규모가 불경기에도 2조를 넘어서는 이때에 그것만 잡아도 거기서 오고가는 정보나 검은돈이 더해지면 300조가 넘어서는 지하경제의 한 축을 확실히 잡을 수가 있어요.”

이번 삼합회와 야마구찌회를 넘어트리며 일성회는 더 큰 사업이권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었다.

연평균 매출이 5000억이 넘어선다 하지만 도박장 운영이나 밀거래사업까지 더하면 7000억을 넘긴다.

도박장이나 밀거래사업은 대놓고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어서 지하경제라 할 수 있지만 차이링은 말 그대로 일성회를 중심으로 한국 전체의 통합을 그리고 있었다.

“개편이 완전히 이루어지고 통합이 진행 되는대로 투자를 늘리면 사업규모는 두 배 이상 커질 거예요. 그중엔 도박장사업은 물론이고 관리가 허술했던 밀거래 또한 포함이 되겠죠.”

강원도 지역의 유흥업소 전체 업계의 많게는 1000에서 최대 2000사이라고 볼 때 그곳만 완전히 잡아도 일성회는 또 하번 큰 도약을 하게 될 것이었다.

차이링의 말대로 잘만 흘러간다면 연간 매출 1조원대는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된다.

“독점이라...”

하나의 시장을 독점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꿀딴지를 손에 넣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그것이 불황을 모른다는 은어까지 나올 정도의 유흥업계라면 안정적이면서도 거대한 수익원을 구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강원도가 성공적이게 자리가 잡힌다면 강원도보다 배나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충청도 지역에 역량을 쏟아 부으면 가파르게 성장 할 수가 있었다.

사이사이에 크고 자근 분란이 일어나겠지만 이쪽 업계에선 대세를 읽지 못하면 죽는 길 밖에 없는 상황이라 삼합회를 누르고 야마구찌화가 무너진 지금 일성회에게 덤빌 엄두를 내는 이들은 크게 없을 것이었다.

“중국에서 삼합회도 이런 식으로 커왔어요. 일성회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그녀는 중국 지하경제를 폭발적으로 힘과 자본으로 잠식해 들어간 삼합회의 역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여장부로군...’

당당히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정인철 회장은 이 여자가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님을 느꼈다.

만약 이만석이 그녀를 납치하지 않고 여전히 삼합회를 이끌고 있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일성회를 크게 괴롭혔을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어쩌면 그 경쟁에서 일성회가 처지기라도 하면 이곳 한국의 지하경제 또한 삼합회의 입김에 잠식당하는 결과마저 초래할지도 모른다.

야마구찌회의 이시모토 또한 보통내기가 아님을 알지만 이 여자는 작정을 하고 한국에 찾아온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분란과 혼란을 일으켜 교묘히 파고 들어올지 모를 일이었다.

주차장에 들어서 아우디에 운전석에 올라탄 이만석은 시동을 키며 옆에 앉아 있는 차아링에게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지?”

“그래요...”

조심스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이만석은 잠시 신호에 걸렸을 때 잔잔한 음악을 틀어 분위기를 환기 시켰다.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그래?”

쓴웃음을 지은 이만석은 그렇게 15분 정도 달려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차를 정차시키고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 식사를 하면서도 둘은 별다른 말 없이 형식적인 말만 나누었다.

전혀 오랜만에 만나 사이 같지 않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내내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

“다른 곳으로 이사 했을 줄 알았는데...”

오피스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이만석은 차이링이 아직도 이곳에서 살고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원한다면 집을 얻어 줄 수 있다고도 했고 정인철 회장에게도 부탁을 해놨는데 차이링은 이만석이 살고 있던 오피스텔 그곳에서 혼자 지내오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손때가 묻은 가구들이 보이고 차이링의 옷가지와 살림을 해온 흔적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여기서 잘 지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오랜만에 돌아온 오피스텔을 다 둘러보고 몸을 돌린 이만석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았을 때 차이링이 천천히 허리를 끌어안으며 이만석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차이링?”

갑작스러운 행동에 작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는 이만석이었다.

“보고 싶었어.”

하지만 이어서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이만석은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

‘많이 외로웠었나...’

정인철 회장 앞에서 말하는 모습과 밖에서의 차분한 모습을 보곤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은 덜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잘 못 생각한 것 같았다.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린 이만석은 그녀의 머리를 감싸 품에 안아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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