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90화 (90/812)

〈 90화 〉 90화 거래가 아닌 고용

* * *

“투랍 대통령은 진실을 말해야 한다!”

“투랍은 나서라!”

“모하메드 국장의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라!”

타흐리르 광장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투랍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했다.

시간이 흐를 수록 타트리르 광장에 모여드는 시민들의 숫자는 많아졌고 투랍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커졌다고 봐야 했다.

게다가 시민들은 이제 모하메드 정보국장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할 것을 촉구했고, 아사드의 죽음과 그에 얽힌 내막을 밝히라며 소리 높여 외쳤다.

거기다 용기 있는 자국 언론들을 탄압한다며 언성을 높이며 질타를 퍼부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국민들의 여론은 더욱더 악화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주요언론들과 집권여당의 전 방위적인 압박은 그의 정치인생에 최대위기에 직면하게 만들었다.

이에대한 대처를 어찌해야 하는지 대책을 논의해보지만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 이어 엔더슨의 실종은 분노를 넘어서 허탈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 실종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그쪽에서 투랍 대통령에게 보내온 답변은 엔더슨의 실종은 사실이며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말을 그대로 믿을 투랍 대통령이 아니었다.

그가 보기엔 엔더슨은 실종이 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그쪽에서 타국으로 빼돌려 데려간 것이라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 그와같은 인물이 실종이 되버린단 말인가.

CIA가 어떤 조직인가를 생각하면 도저히 그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증거가 없으니 실종이라고 잡아떼기만 한다면 그만인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얼마 없었고 그 중에 하나가 공권력을 행사하거나 군부를 불러들이는 것인데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간 얄팍하게 발을 빼버린 미국에서 어찌 나올지 불 보듯 뻔했고 이렇게 여론이 악화일로는 걷는 상황에 제2의 자스민혁명이 일어나 무바라크와 똑같은 일을 당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위기를 타파하여 자리를 공고히 하려던 것은 물론이고 이제 자리를 보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모든 것이 틀어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투랍 대통령은 알리아마 칸죠와 연락을 취하게 되었다.

이 상황을 태개해야 했다.

여론과 상황이 자신에게 너무도 불리하고 전방위적으로 압박이 가해지는 때에 무슬림국민당의 대표인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도 충격이었다.

“나보고 물러나란 말인가...”

[어쩔 수 없습니다. 뿔난 시민들을 보십시오. 그리고 여론을 보십시오.]

자신이 잘 못 들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머릿속을 스쳤지만 냉혹하게도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충격적이게도 알리아마 칸죠 무슬림국민당 대표는 투랍 대통령에게 대통력직에서 물러날 것을 권유한 것이다.

리자 아마사피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자신과 정치사에 있어 함께한 든든한 전우였다.

동료로써, 또는 친우로써 리자 아마사피가 가슴 아프게도 지금은 척을 지게 되어 내친 상황이었지만, 알리아마 칸죠는 집권여당의 대표로써 뒤에서 밀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이젠 자신을 보며 대통령의 자리를 물러나야 할 때라는 뼈아픈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럴 수 없네.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올라섰는데 여기서 물러나란 말인가!”

미어질 듯 찢어지는 고통이 가슴을 사무쳤지만 최대한 억누르며 감정을 호소했다.

눈에 습기가 차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어느새 주먹을 말아 쥐고 있는 투랍 대통령의 손 또한 떨리고 있는 것을 보면 격정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했다.

[스스로 물러나시지 않는다면... 저희 쪽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살짝 말끝을 흐리다 이어지는 말은 투랍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기 충분했다.

“움직이다니...?”

굳어진 표정으로 반문하는 투랍대통령의 목소리 톤 또한 낮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 쪽에서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불길함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고 잠시간의 침묵이 유지되었다.

도대체 무엇인지 다시 물어보려던 투럽 대통령의 동공은 곧 심하게 떨리게 되었고 숨이 턱하니 막히는 것 같았다.

“탄..핵인가......?”

너무도 생각하기 싫은 카드가 그의 입에서 거론 되었다.

지금 알리아마 칸죠가 무엇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지 답이 나온 것이다.

다만 그 답이 사실 상당히 충격적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각하.]

“그럴 수 없네... 자네가 나에게 그럴 수 없어!”

[죄송합니다.]

자신보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는 것도 너무도 충격적인데 탄핵소추안이라니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너무도 싫으며 생각하기도 끔찍한 것을 지금 알리아마 칸죠의 죄송하다는 한 마디로 가슴을 뼈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정녕... 정녕 방법이 없단 말인가.....?”

[스스로 물러나시는 것이 제가 권유해 드릴 수 있는 선의입니다. 그렇게만 하신다면... 신변만큼은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안전하게 이 나라를 떠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

하지만 그것은 투랍 대통령의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자신보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는 그것은 목숨을 버리라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비참한 말로는 어울리지 않으십니다.]

“이보다 비참한 게 더 어디 있단 말인가..”

투랍 대통령은 지금 자신이 내몰려 있는 이런 상황에 대한 한탄스러우을 호소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되어 버렸단 말인가.

도대체 어쩌다.

[가족을 생각하셔야지요.]

“가족이라고?”

가족이 거론되자 눈썹이 치켜올라가며 휘어졌다.

갑작스럽게 가족들을 거론하자 투랍 대통령은 다시 반문하며 전화를 고처 잡았다.

“자네 지금 무슨 생각인 건가.”

[주요언론사들이 왜 다른 것들은 건들이지 않고 오직 정부와 각하 쪽으로 반향을 잡는 것인지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생각 할 것도 없다.

이건 명백한 협박이었다.

만약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그는 물론이고 그의 가족과 직계들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는 무언의 협박.

“알리아마...”

[......]

조용히 이름을 불러보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렇게까지 해야겠는가... 난 자네를 잘 알고 있어. 도대체 이유가 뭐야... 이러는 연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

갑자기 떡 하니 인생관이 바뀌어서 노선이 달리하게 되었다는 것은 너무도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무슬림국민당의 대표이자 이집트 정치계의 거물인 그가 이런식으로 돌변한 대에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곳 이집트가...... 또 하나의 변화의 바람을 택한 겁니다.]

“......”

[세상이 바뀐 것입니다.]

“세상이 바뀌었다......”

투랍 대통령의 입에서 작은 숨소리가 섞인 말이 새어나왔다.

그 목소리는 너무도 슬퍼보였다.

[국익을 위한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그것으로 통화는 끝이었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대통령 집무실은 고요한 적막감이 마치 그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투랍 대통령은 원대한 꿈이 있었다.

이집트를, 이 나라를 제대로 한 번 이끌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겠다는 대찬포부가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삐걱거리게 되었고 결국엔 잘 못 된 생각으로 귀결하게 된다.

그 후에 군부를 다시 끌어들일 생각을 하며 CIA의 도움을 받아 정국을 타파해 나갈 생각을 했다.

그래도 처음엔 나름대로 성과는 있는 듯 했다.

생각한 바대로 조금씩 진행되어 갔으니까. 하지만 친우인 리자 아마사피를 내치며 그를 제물로 삼아 한 발 도약하려던 것이 엇나가기 시작하며 삐걱거리게 되었다.

친우였던 그를 제물로 삼는 것은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시위대나 국민에 호소하는 그의 행동이 CIA측에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고 결국 또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를 것을 막기 위해 그를 제물로 내세우게 된 것이다.

리자 아마사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점차적으로 대통령의 지지도는 더욱더 떨어지게 될 것이며 총리이지만 대놓고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행보를 보면 앞으로 또 어떤 이변이 터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복잡한 심정과 가슴이 아팠지만 자신의 미래와 나라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위안 삼으며 결심을 굳혔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지금의 이 모습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자리에서 일어난 투랍 대통령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창가로 다가갔다.

고개를 들어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침묵을 지켰던 그가 1시간이 지나서야 몸을 돌렸다.

이제 그에게 있어 다시 한 번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무하마드를 내 집무실로 올리게.”

인터폰을 이용해 연락을 취한 그의 두 눈가에서는 물줄기 하나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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