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87화 거래가 아닌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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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의 죽음은 이집트 사회에 꾀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집트 정보국의 모하메드 국장이 피살당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치안국장인 아사드마저 죽음을 맞이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사안이었다.
그가 죽고 며칠 지나지 않아 그의 죽음이 보도가 되었는데 처음엔 그의 죽음에 관해서 이슬람극단주의자들로 추정되는 테러단체와의 선전포고와도 같은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후라 그에 따른 보복이 아니냐는 기사와 패널들의 얘기가 주를 이루었다.
당연히 이에 대한 외신들 또한 그렇지 않을까하는 방향으로 기사들이 써내려졌는데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니 그동안 투랍 대통령에 대한 좋지 않았던 외신들이나 여론을 자신 쪽으로 이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에 대한 반전을 놓칠세라 투랍 대통령은 공영방송을 통한 음모세력과 테러단체에 대한 비난과 현 시국에 대한 국민들의 단합을 강조하며 정부를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상황이 그렇게 급반전이 되어 흘러가는 것 처럼 보이자 그동안 한국에서 온 기자인 서민준이라는 놈 때문에 파장을 일으킨 외신들의 기사들로 인해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는 기분을 맛보았다.
그동안 설치되어 있던 CCTV에 대한 테러단체로 보이는 이들이 어리숙 하게 그걸 모르고 찍혔을까 하는 점에 대한 것과 중재를 하며 대화와 평화를 강조하던 리자 아마사피의 저택을 오히려 급습을 하였던 점을 미루어 여러 가지 음모론이 나돌았던 것이다.
그런데 아사드의 죽음으로 인해 그것을 반전시킬 기회를 얻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처음에 가졌던 그의 죽음에 대한 충격은 흘러가는 상황에 내심 차라리 잘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져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기쁨도 체 오래가지는 못 했다.
이것들이 무슨 약이라도 먹은 것인지 외신들이 아닌 자국의 주요언론사들 사이에서 하나 둘 아사드의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실기시작하면서 부터였다.
그 기사들의 내용이 무엇인가 하니 아사드와 모하메드 국장의 죽음에 관한 연관성, 그동안 투랍 대통령에 대한 안 좋았던 여론의 정황과 아사드의 죽음으로 찾아온 반전된 상황과 추이에 대한 얘기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최측근들 중에 한 명이었던 아사드가 순직하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한 점이나 그 전과 그 후의 외신들의 기사들이나 분위기를 실으며 얘기를 써내려 간 것이다.
그 기사를 접한 투랍 대통령은 처음엔 어이가 없다가도 외신들도 아닌 자국의 주요언론사들이 자신과 아사드, 그리고 지지율의 연관성을 두고 써내려 갔다는게 참으로 미칠 노릇이었다.
외신은 몰라도 자국의 언론들은 딴에는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사가 나오자 당연히 화가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기사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투랍 대통령은 대책회의를 소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동안 묵혀 두었던 비리를 들추고 경고성 차원에서 주요 언론사들 중에 한 곳을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일종의 제갈을 물리려는 것인데 보통은 피바람이 한 번 몰아치면 알아서 눈치를 보게되고 기개되는 것이 수순이었다.
허나 압수수색이 있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체 그동안 아사드 치안국장이 행하였던 비리의혹을 들추어내며 다시 한 번 투랍 대통령을 뒤흔들었는데 그 사태를 지켜보는 이집트 국민들은 하나둘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당연히 시위대들 사이에선 투랍 대통령과 아사드의 얘기가 더해져 또 다른 음모론이 나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모든 일들이 외신과 투랍 대통령의 구도가 아닌 자국 주요언론사들과 정부의 대립으로 각을 서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놈들이 단체로 마약을 한 것이 틀림이 없어!”
콰앙!
책상을 강하게 내려치는 투랍 대통령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압수수색 뿐만이 아니라 따로 전화를 걸어서 경고성 멘트를 날려주며 압박을 가했는데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내가 뒤에서 봐주고 아량을 배 푸니 간이 배 밖으로 단단히 튀어나왔어. 갈아 엎어 버려야지.”
지지율이 낮다고 해도 정권을 잡고 있는 것은 투랍 대통령이었고 공권력 또한 그가 쥐고 있었다.
현직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제대로 일깨워 줄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나서는 무하마드 수석비서관의 얼굴은 별로 밝지가 못했다.
별다른 대화 없이 대통령 집무실을 나서는 그는 투랍 대통령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옆에서 체감하는 시간만 가졌을 뿐이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려는 그에게 한 명의 사람이 다가왔다.
“낯빛이 안 좋아 보입니다.”
“대통령께 가십니까?”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을 걸었던 경호실장 알 라이마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잡아주었다.
“아무래도 아사드의 국장의 일은 꽤나 충격이 컸던 건 사실이니까 말입니다. 그럼.”
그리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지나치는데 무하마드는 잠시 고개를 돌려 그런 알 라이마라는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일까.’
무하마드는 문득 며칠전의 일을 떠올렸다.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없겠냐고 하던 알 라이마라.
진지한 그의 표정에서 뭔가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날 저녁 시간을 가졌던 무하마드는 그와 함께 나타난 한 명의 청년을 보고 의문을 표했고 곧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이 청년이 누구인지.
그리고 아사드가 누구에게 죽은 것인지.
모하메드 국장이 실질적으로 누구의 손에 죽은 것인지 말이다.
물론 그동안 대통령 수석비서관으로 여러 일들이나 행해진 것들에 대해서 알고 있거나 일을 했던 적은 있었지만 아사드의 일은 그에게 놀라움을 넘어 충격을 주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알 라이마라와 함께 나타난 청년의 누구인지 알았을 때는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서온 기자에 관한 얘기라면 그도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실질적으로 외신들의 기사들과 투랍 대통령 사이에서의 분란이 커졌던 것이니 말이다.
투랍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다는 것은 사실 크게 망설여지게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현 상황과 여론의 추이, 협박성이 다분한 말들과 과정들을 듣다보니 갈등하지 않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주요언론들의 이상 행동들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결정적으로 마음을 돌려먹게 되었다.
왜 언론들이 저런 기사들을 써내려가고 행하였는지 알게 되니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었다.
도대체 어떤 약점을 잡혔기에 압수수색을 당하고 제갈을 물려도 그런 식으로 기사를 써내려갈 정도로 행동하게 만들었는지 등골이 다 오싹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걸 태연하게 말하는 이 서민준이라는 사내에 대해서 그제 서야 무하마드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모든 주요언론사들을 과감히 자신 쪽으로 끌어들인 이 사내의 능력에 혀를 내두루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알기로 투랍 대통령이 묵혀두었던 비리들로 인해 죽으면 죽었지 그와 척을지는 어리석은 행동들을 한 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한 곳만이 아니라 주요언론사 전체를 다 끌어들였다는 것은 말 그대로 소름 돋는 발언이나 마찬가지였다.
‘나 뿐만이 아니라고 했다. 언제 당 지도부까지 손을 뻗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아남는 것이 중요해.’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던 것은 집권여당의 지도부의 얘기가 흘러나오고 나서였다.
‘어디서 그런 친구가 왜 이곳에 나타난 것인지...’
자신을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했지만 한국인은 맞는다고 해도 기자가 아닐 것이라는 것에 그는 확신했다.
그런 자가 기자생활을 하며 살아왔다고 한다면 전혀 동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니까.
“아주 무서운 친구로군...”
신문을 펼쳐 읽고 있는 리자 아마사피의 입에선 감탄사를 넘어 손이 다 떨릴 정도였다.
뉴스를 보고 설마 했는데 이렇게 신문을 읽을 수 록 놀라움을 넘어 충격을 다 느낄 정도였다.
“투랍... 이 사람이 제대로 몰리게 되었구만...”
한 때는 자신의 친우였지만 이젠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적으로 돌변한 지금 그의 찹찹한 심정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라를 생각한다면 이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뉴스를 보고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던 이만석을 떠올리는 리자 아마사피는 그의 능력에 대한 놀라움과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친구라면 어떻게 투랍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그의 숨통을 조여가다니...”
주요언론사들 전체가 투랍 대통령의 치부에 대한 기사와 압수수색을 벌인 경위의 실질적인 의미를 유추하는 기사까지 실려 있어 투랍 대통령에게 있어 상당히 불리한 기사임에는 분명했다.
“도대체 이 친구가 어떤 식으로 언론사들을 통제한 것이지?”
총리로써 투랍 대통령과 함께 했던 리자 아마사피는 유착관계의 골이 어디서 나오고 있는지를 대충은 알고 있어 더 그러했다.
그저 어쭙잖은 협박으로는 절대 이들을 움직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투랍 대통령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한 제갈을 이만석이 물린 것이 분명한데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친구... 상당히 무서운 사람이구먼......”
자국의 주요언론사들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며 숨통을 조여 오는 형국이 자신에게 닥쳐왔다고 생각해보자 등골이 서늘해지며 식은땀이 다 날 정도로 목기 갑갑해져왔다.
“이건 잘 못 되도 한 참 잘못 되었어.”
안나를 찾지 못 하고, 그리고 이만석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제대로 종결짓지도 못한 상황에서 연이어 찾아온 악재에 그의 스트레스는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었다.
“어떻게 저들이 저렇게 행동 할 수가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아. 결국엔 자신들의 치부가 들어나는 처참한 꼴을 당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텐데 왜 저런 미친 짓거리들을 하는 거야?”
그가 알기로 투랍 대통령이 최그근들어 언론에 대한 신경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돌연 저런 행태는 그가 생각하기에도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은 그에 맞는 당근과 채찍으로 잘 다독거리고 있다는 것인데 한순간에 그걸 뿌리치고 자신들의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날지도 모르는 이런 기사들을 쏟아내는 현상이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이건 서로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게 없군...”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자 품에서 작은 약통을 하나 꺼내서 캡슐로 된 알약 하나를 꺼내 입에 넣어 삼켰다.
이러면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면 두통이 가라 앉겠지만 벌써 이걸로 세 번째다.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두통약에 의존하면 안 좋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으로썬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짜증 때문에 더 머리가 심하게 아려올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앞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통제실에 걸려온 전화를 받아든 남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안나입니다.”
“안나?”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던 엔더슨 이었지만 곧이어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위치추적에 들어가며 연결시켰다.
[엔더슨...]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정말로 안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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