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84화 (84/812)

〈 84화 〉 84화 거래가 아닌 고용

* * *

“아직도 아무런 연락이 없단 말인가?”

인상을 찡그린 엔더슨의 질문에 남자는 별다른 대답을 할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그가 아무리 이곳 지집트를 맡고 있는 총책임자이자 상관이라고 해도 별달리 해줄 말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 엔더슨에게 해줄 말은 이미 십여분 전에도 했었고 그 전에도 수없이 같은 말만 반복했기 때문이었다.

담화가 끝나고 대통령과 마주한 자리에서 갖은 시간에서 대담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외신들 전체에 영향을 주는 기사거리를 내던진 그를 처리하는 것에 있어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하는 놈인지 알아도 보았고 내력을 살펴보았지만 별달리 이상한 점도 없이 그저 열정과 포부가 큰 사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기에 더욱 그러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애송이라 결론을 내리고 그에 대한 행동을 감안한 것인데 말 그대로 호텔로 스며들은 후 부터는 완전히 연락이 두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안나의 일로 기분이 좋지 않은데... 이젠 그게 또 하나가 늘어버리는 상황이 되어버렸어...그래... 그런 것 같군.”

가만히 모니터를 응시하던 엔더슨이 잠시 통제실 안 주변을 둘러보며 모든 이들을 가볍게 훑어보았다.

“한 놈은 혼자서 멍청한 짓을 벌이다 뒈져버렸고, 다른 한 놈은 흔적하나 남기지 않고 그대로 잠적을 해버리고... 웃기지가 않아......”

긴장된 분위기가 내부를 잠식하는 가운데 여기에 있는 그 누구도 한국에서온 기자를 없애러 갔다는 이가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들어서 잠적해버렸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건 엔더슨도 마찬가지로 그저 이런 엿 같은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불만 섞인 화를 내보인 것뿐이라 할 수 있다.

호텔로 목표물을 처리하러 갔다가 사라졌다함은 일이 반대로 틀어졌다고 보는 것이 옮았고 그렇다면 이 상황도 보통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 정답이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안나에 이어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생겼다고 중얼거렸던 것이다.

“그놈에 대해서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알아보아야겠어. 그놈이 살았던 모든 행적에 대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불만석이 푸념이 지나가고 잠시간의 침묵이 길어지려는 찰나 엔더슨의 입에서 흘러나온 중얼거림이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

5층 높이의 빌딩 앞에 차량 한 대가 조용히 멈추어섰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 흐르는 사이 두 명의 사내와 한 명의 30대 중반의 백인 남성이 따라 나왔다.

잠시 후 뒷문이 열리고 그가 타고나서 뒤이어 두 명의 사내까지 조수석과 옆 좌석에 올라탄후 출발하는데 그 모습을 가만히 주시하는 인영이 한명 있었다.

160대 중반 정도의 키에 아립을 목에 두르고 천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모습은 이슬람 신도가 많은 이곳 이집트의 여인들 중에 한 명으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갈색의 그녀의 눈동자는 감정의 기복을 크게 느낄 수가 없을 정도였고 의식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기척도 잘 느끼지 못 할 만큼 주변과 평범히 잘 동화되어있어 보통의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의식하지 않는다면 전혀 이상할 것도 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었지만 안나라는 여자와 관계된 인물이 이 여인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까무러치게 될 것이었다.

요원들을 없애버리고 빠져나와 현재 카이로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을 것이라 생각되는 안나가 여전히 이곳 카이로에 머물면서, 그것도 CIA쪽에서 사용하며 통제실을 운영하고 있는 빌딩 근처에서 주시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놀라운 일이었다.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데.’

그녀는 조금 전에 엔더슨이 차량에 타기 전 얼굴을 떠올리며 의문을 표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별다른 표정이 없어 보이는 엔더슨의 얼굴이었지만 꾀나 오랫동안 그를 알아온 안나는 그의 심기가 상당히 좋지 못하다는 것을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 때문에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 안나 였지만 그것 뿐만은 아닌 것 같았다.

엔더슨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자기 하나만으로 저렇게 불편한 심기를 내 비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어.’

최소한의 식량 확보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이 넓은 카이로시에서 그녀가 숨지 못 할 장소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동안 그녀가 살아온 인생이 요인암살을 바탕으로 깔린 생존전략이었고 동물적 감각을 극대화로 끌어 올려져 있다고 자부하는 그녀의 신체와 생각 방식은 CIA가 투자를 하면서 키워온 결과물인 것이다.

투랍 대통령은 상당히 좋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 아주 음모론을 사실인양 가십거리로 기사로 실어나르는 꼴을 보니 아주 가관이야. 기자라는 놈들이 사실을 바탕으로 중립적 입장에서 기사를 써야지 뭐? 테러단체에 대한 의구심을 지을 수 없다는 이딴 기사가 말이 되냐는 말이야.”

이만석을 없애고 그로 인해 경각심을 주려했던 투랍 대통령이었지만 오히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버젓이 음모론이 중폭 되고 가십거리가 커져가는 상황이 참으로 열불나지 않을 수가 없는 현실이었다.

무엇보다 아직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서민준이라는 그 한국에서 온 기자가 누군가 호텔에 침입했었다는 이상한 말들과 사진을 들고 기자들 사이에서 퍼트리더니 정부쪽에서 손을 쓴 것이 아니냐는 이상한 소문도 나돌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이 모든 게 자신을 믿고 맡기라던 엔더슨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에 대해서도 내심 불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잘 해결 될 거라고 말하던 그 주둥이에 총구를 쑤셔 박으면 조금 기분이 풀리겠어...”

좋지 않는 날들이 하루하루가 이어지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커져가는 게 아니었다.

리자 아마사피가 머물고 있는 호텔에 이만석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흐른 후 였다.

뉴스를 통해 보여 지는 타흐리르 광장의 모습과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에서 이만석과 마주한 그의 표정은 반가움과 함께 걱정스러움이 묻어났다.

일단 이만석이 말한 대로 즐길 수는 없지만 이렇게 조용히 자숙하며 보냈던 시간이 참으로 힘들었고 속이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내 듣기로는 외신들이 이 일에 대한 내막을 파헤치고 있다고 들었네. 그리고 그중에 요주의 인물이 자네라는 것도 들었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다는 것입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리자 아마사피의 모습에 이만석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말은 안했을 뿐이지 그들 또한 오랫동안 타지에서 기삿거리를 찾아다니며 눈칫밥을 먹었던 이들이라 흘러가는 상황이나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심을 하거나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거기에 대해서 그저 조금의 도움을 준 것이지 크게 제가 한 일은 없습니다. 다만...”

“다만 뭔가?”

“소문이라고 하지만 그 얘기들이 외신에서 끝나지 않고 어느 사이에 시위대를 중심으로 얘기가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 조금 의외이긴 합니다.”

“시위대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돈다고? 누군가 인위적으로 퍼트렸다는 얘기인가?”

“그럴 겁니다.”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리자 아마사피의 시선에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절 의심하는 것 같은데 제가 퍼트린 것은 아닙니다.”

“그, 그런가?”

자신의 속내를 들킨 것 같아 조금 무안했던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어색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런 리자 아마사피의 모습에 별달리 신경 쓰지 않는지 이만석은 다시 말을 이었다.

“투랍 대통령과 함께 이해타산이 얽혀 있는 인물들이 군부 쪽 인물들 뿐 만이 아니더군요.”

“그건 당연한 일이네... 모하메드 국장이 피살 될 정도면 지금 상황에선 군부의 힘만으로는 어림없는 소리지.”

무바라크 정권 이후에 상대적으로 약해진 군부의 세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리자 아마사피 총리여서 현 상황에 대해서 예상하고 있는 바가 있었다.

“CIA입니다.”

“음......”

예상은 했지만 그들이 아니길 바랐던 단체가 거론되자 리자 아마사피의 입에서 작은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그들이었나.”

그동안의 상황으로 예상은 했지만 현실로 들어나니 찹찹한 심정이 가슴을 지배했다.

무바라크 정권을 무너트리는데 지지를 하고 그에 힘을 실어주었던 미국의 정보국이 깊숙히 개입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그저 의구심을 품으며 예상을 한 것과 현실로 드러난 것은 천지차이였다.

“모하메드를 없애버린 게 그들이었던가...”

자신을 없애버리려 했던 이들도 CIA였다는 것이 분명한 지금 그들이 짜놓은 판에서 그동안 놀아났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부터 얘기가 오고갔던 것이겠지...”

이런 일들이 그저 한 번에 진행됐을 리가 없다.

어느 시점부터 얘기가 오고갔을 것이고 서로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지게 되는 시점이 있었을 것인데 정권의 지지율과 처음 벌어졌던 시위, 그리고 분위기를 보자면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 나라의 정보국장을 없애버리고 이렇게 일을 벌일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암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도와주게.”

리자 아마사피는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인물은... 자네밖에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으니까......”

인간이라 생각 할 수 없는 청년이 나서준다면 이걸 바로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런 암담한 현실에서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눈앞에 있는 이만석 밖에 없었다.

종교적이거나, 아니면 미스테리한 소재로 거론되거나 얘깃거리로 나돌던 초능력이나, 초인의 능력을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 보인 사람이었다.

이 현실 같지 않은 힘을 소유한 이 사람이 나서준다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즐기라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즐길 수가 있겠나?”

답답함을 호소하는 리자 아마사피의 모습과는 정 반대로 미소를 짓고 있는 이만석은 달래듯이 입을 열었다.

“뉴스를 보다보면 좋은 소식이 들려오게 될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이만석은 그 곳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40대 후반의 멋스러운 콧수염을 기른 제복차림의 무사드가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는 타흐리르 광장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눈살을 찡그렸다.

“어정쩡하게 대치해서는 안돼... 행동에 옮기는 순간 한 번에 밀어붙여야지.”

그동안 시위대들을 하는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던 무사드는 깡그리 밀어붙여 잡아드리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다.

정국을 혼란시키는 싹들은 깡그리 짓밟아버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잡혔고 이제 대통령궁에서 명령만 떨어지면 되는 것인데 아직도 그저 이렇게 대치만 하고 있는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이제 한 마디로 실행만 하면 타흐리르 광장의 분란과 혼란은 잠재울 수가 있는 것이다.

시위대들의 뒤의 차량에 올라서서 지휘를 하고 있는 카이로 치안감을 맡고 있는 르바지오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 왔다.

오래전부터 자신과 함께했던 이로 믿고 든든하게 맡길 수 있는 이들 중에 하나였다.

그렇게 창 밖을 내려다보던 아사드가 천천히 몸을 돌린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며 뒤로 어 발자국 물러섰다.

“뭐, 뭐야 네놈은?”

처음 보는 낯선 사내가 바로 뒤에 서있자 자신도 모르게 소리친 것이다.

“저승사자.”

“뭐?”

뜬금없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던 아사드는 순간 숨통이 턱하니 막히는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컥!”

양손으로 목을 감싸지고 숨을 내뱉으려 해도 전혀 내셔지지가 않아 괴로워하는데 걸음을 옮겨 다가온 사내가 발을 치켜들어 그대로 배를 걷어차버렸다.

퍼억­!

강한 충격에 못 이겨 뒤로 나뒹굴어 나자빠진 아사드는 순간 숨구멍이 뚫리며 동시에 침과 함께 고통스런 비명이 흘러나왔다.

“처음인가?”

배를 한 번 걷어차인 것을 가지고 죽을 것처럼 몸을 웅크리며 괴로워하는 아사드의 모습에 낮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누, 누구... 아무도 없어?!”

고통스러워하던 아사드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움찔 하며 목청을 쥐어짜면서 밖으로 음성을 높였다.

여느 때라면 작은 소란에도 금세 문을 열고 들어올 이들이 아무런 응답 없이 조용하자 순식간에 아사드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순식간에 벌어진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아사드는 순간 고통도 잊은 채 멍해지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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