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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81화 (81/812)

〈 81화 〉 81화 세력

* * *

입가에 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 사내는 그녀가 본 적이 있는 사내였다.

평범한 일상의 하나처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한명에 지나지 않았던 일.

바로 옆을 스쳐지나가면서 순간적으로 잠깐 사내와 눈이 마주쳤던 그녀는 그 순간 살짝 입고리가 말아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직감적으로 이상함을 느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잘 되지 않을 일에 대해 예민하여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지나쳤었다.

그랬던 것이 지금 눈앞에 그 사내가 서있었던 것이다.

“어니면 그때의 일을 포함해서 세 번째인가.”

여전히 입가에 짓고 있는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조용히 다시 입을 여는 그 남자의 말이 그녀의 귀청을 울렸다.

세 번째라는 것이 무엇을 말함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호텔에 보았을 때가 처음이 아니라는 말은 분명해 보였다.

“......”

그녀는 아무런 말이 없이 여전히 사내, 이만석에게서 눈을 때지 못 하고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녀의 직감은 틀린 법이 없었고 정확히 머리를 겨냥하고 망설임 없이 쏘았었다.

하지만 하늘이 도운 것인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는 것으로 총알을 피해낼 수 있었다.

‘정말로 우연일까.’

문뜩 그런 생각이 든 그녀는 순간 자신이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천천히 호흡을 바로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금 전의 총알을 피해낸 것을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보다 리자 아마사피에게 쏘았던 총알이 튕겨나가버린 것이 더욱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총알을 막아 낼 수 있는 물건이나 그와 비슷한 것들이 전혀 존재 하지 않는 상황에서 튕겨나가 버린 것이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왜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거지?”

자신에게 총을 겨눈 채 가만히 서있는 그녀를 보면서 이만석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래에서 치고 올라올 동료를 기다리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의심인가?”

리자 아마사피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떨고 있는 아내를 꼭 안아주면서도 자신도 떨려오는 것을 겨우 눌러 참았다.

지금 이 묘한 대치상황에서 총기를 겨누고 있는 사람을 두고 저리 태연히 도발을 하는 것이 전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떻게 된 것인지 자신을 노리고 쏘았던 세 발의 총탄이 마치 무엇인가에 막혀 튕겨 날아가 버리는 모습에 의문을 품을 사이도 없이 죽다 살아난 기분이라 숨이 턱하니 막힐 지경이었다.

‘신이시여...’

이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를 유발시키는 대치 상황이 열성적인 신도가 아닌 그도 무의식적으로 알라신을 찾을 정도로 힘들었다.

어깨를 감싸 안고 있는 아내의 떨림이 너무 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상황이 얼마나 힘들고 긴장의 연속인지 제대로 인지시켜주고 있었다.

서로를 의지하듯 안고 있지 않았다면 진작에 바닥에 엎어지고도 남을 상황이다.

그때 이만석이 한 발자국 움직이며 걸음을 내딛었다.

그게 신호 였음인가. 순간 작은 소리와 함께 탄피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둘 사이의 짧은 시간에서 총알이 맞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만큼은 인정해 주어야겠군.”

허나 안타깝게도 그 총탄은 사람을 맞추면서 나는 소리가 아닌 살짝 머릿결을 스치며 날아가 벽에 맞는 소리여서 이번에도 빗나갔다.

그런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 되었는데도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인것 처럼 이만석은 전혀 움찔 놀라거나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망설임이 없는 그 냉정한 행동 하나는.”

움직이지 마라는 경고성 말도 없이 한 발 움직이는 순간 정확히 머리를 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그녀였다.

모르긴 몰라도 그만큼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원초적인 거부감이나 살인에 대한 죄책감에 대한 감정을 억누를 수 있을 만큼 감정조절을 잘 할 줄 아는 자라는 것이었다.

미친 살인마거나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누군가를 죽이는 살인행위에 대해선 무의식적으로라도 거부감이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전쟁을 오랫동안 치룬 군인이나 집단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 하나만은 억누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만석이 한 발 내딛는 순간에 맞춰 정확히 이마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만석은 누군가를 시해하는 것에 대해서 여러 차례 죄책감도 느끼고 혼란도 경험한 적이 있어 그 점에 대해서 인정을 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연이 아니야.’

이만석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진지함을 넘어 긴장감이 서릴 정도였다.

이번에도 우연으로 머리를 스치듯 지나쳤지만 그녀는 절대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는 눈앞의 사내는 믿을 수 없게도 정말로 총알을 피해낸 것이다.

이만석은 생각을 달리 한 것인지 더 이상 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팔을 뻗었을 뿐인데 그 반향이 리아 아마사피를 향해서였다.

갑자기 팔을 뻗는 이만석의 행동을 주시하며 그녀는 이제 채 몇 발 남지 않은 총알에 의지하며 겨누고 있었다.

죽일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쏘았겠지만 이제 우연이라 생각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는 당황하거나 놀람보다는 긴장감을 유지 한 채 그저 이만석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곧 끝날 겁니다.”

리자 아마사피는 순간 이만석이 하는 말에 의아함을 가질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의 끈을 놓아버렸다.

털썩!

갑자기 리지 아마사피 총리와 그의 아내가 바닥에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에 놀랄 만도 하건만 그녀는 조금의 시선도 돌리지 않고 이만석에게서 눈을 때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천천히 다시 뻗었던 팔을 내린 이만석은 양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바로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금도 놀라지 않는구나.”

실드에 막혀 총알이 튕겨 나간 것이나, 총알을 피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방금 전의 일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 없다는 이쪽을 주시하며 총을 겨누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이만석에겐 의외였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아무 말 없이 복면을 한 채 눈빛만을 분간 할 수 있는 그녀를 바라보던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묘한 여자로군.”

작게 중얼거리는 이만석에 말이 방안을 조용히 울렸다.

“방해꾼이 이제 들이 닥칠 시간이라 가봐야겠어. 그리고...”

잠깐의 침묵 속에 그녀를 관찰하듯 바라보았던 이만석은 걸음을 옮겨 쓰러져 있는 리자 아마사피와 그의 아내 앞에 멈춰 섰다.

“조만간 다시 보게 될 거야.”

그리곤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이만석은 순식간에 마치 안개가 걷히는 것처럼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라 바닥에 쓰러졌던 리자 아마사피와 그의 아내 또한 모습을 감추었다.

“......”

그녀는 이번에도 자신의 임무를 성공하지 못했다.

“아주 재밌어...”

작은 웃음소리가 통제실 안을 채웠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 것인지 한 동안 웃음소리가 지워지지 않은 채 계속해서 흘러나왔지만 그런 웃음에도 그를 마주하고 있는 이들은 전혀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도망갈 구멍 없이 치고 올라가서 싹 쓸어버렸는데 정작 중요한 인물은 마치 연기가 사라지듯 홀연히 사라졌단 말이지? 아주 재미있는 쇼를 보았어. 그렇지 않나? 공짜로 마술공연을 본 거야. 멀쩡하던 사람이 눈앞에서 펑하니 사라지다니... 이 얼마나 재미가 있어?”

정말로 재미가 있다는 듯 엔더슨은 다시 한 번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한 참을 박장대소를 터트렸던 엔더슨은 너무 심하게 웃어서인지 눈가에 묻어 있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안나... 그동안 잘 해왔잖아. 맡은바 임무에 대해서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최고의 해결사 노릇을 해왔어. 뭔가 풀리지 않는 것이 있어서 그런가? 그래서 이런 반항적인 행동을 하는 거냐.”

“......”

아무런 말도 없이 침묵을 지키는 안나의 모습에 순간 엔더슨의 얼굴이 굳어졌다.

“전쟁고아로써 네 부모를 죽인 반군단체에서 널 구해준 게 누구지? 비참하게 부모를 따라 죽임을 당할 번한 널 구해주고 복수를 해줄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우리다.”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안나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엔더슨은 여전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동안 네가 해온 일과 실력을 믿고 한 번은 눈감아 주고 만회할 기회도 주었지만 안나 넌 나에게 실망감만 주는구나.”

리자 아마사피를 놓치고 안나가 하는 얘기를 들은 엔더슨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그 또한 어떻게 닦달한다고 해도 사라진 리자 아마사피를 다시 찾아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깔끔하게 은혜를 갚고 편히 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그 마저 저버리게 되었어.”

“무슨 뜻이지.”

작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는 안나에게 엔더슨이 품에서 담배를 꺼내어 하나를 입에 물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동안 해결사로써 안나 넌 많은 일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만큼 넌 알려지면 민감한 것을 떠안게 되었으니 우리 쪽에서도 좀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야.”

더 이상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알아 들을 수 있는 상황.

“죽이려는 건가.”

“그렇게 되었다. 사실 이번 일을 끝으로 널 폐기처분하기로 결정이 내려졌어.”

길게 한 모금 빨은 엔더슨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안타깝지만 안나 네가 할 일은 여기까지란 결론이야. 우리 쪽에서 너 하나 키운다고 들인 돈이나 노력에 비하면 좀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

허튼 짓을 하지 않을까 대비해서 이미 주변에 서있던 사내들이 권총을 꺼내어 안나를 겨누고 있었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순순히 팔을 내미는 안나의 양손에 수갑이 체워졌다.

“이 자리에서 널 즉결처분 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공을 생각해서 깔끔하게 보내 주도록하마.”

만약 조금이라도 이상한 해동이나 눈빛을 보였다면 엔더슨은 바로 신호를 보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안나는 아무런 반항기를 보이지 않고 순순히 팔을 내 밈으로써 엔더슨은 그가 내줄 수 있는 최소한의 호의를 베풀었다.

“그래도 쓸쓸하진 않을 거야. 빌런이 한 발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안나와 헤어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빌런은 호텔로 돌아가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다시는 세상을 볼 수 없는 길을 떠나게 되었다.

양쪽 어깨를 잡은 채 데리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엔더슨은 가만히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사실 오랫동안 그녀와 일을 한 엔더슨이라고해도 그는 안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표정변화가 거의 없고, 무뚝뚝했으며, 때론 그저 기계같이 느껴지는 그녀였는지라 외모가 매력적이라 해도 괴리감이 느껴지는 여자였었다.

그만큼 찝찝함도 없지 않은 엔더슨 이어서 그녀의 실력이 아깝긴 했지만 한 편으론 페기처분의 시점이 적당한 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안나가 통제실을 나선 후 엔더슨은 사라진 리자 아마사피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일을 생각하면 머리가 다시 지끈거려왔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이었고 다시 그때의 상황으로 돌아 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부터 작전을 바꾼다.”

그는 즉간 모니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앉아 있는 요원들에게 하나하나 지시를 한 엔더슨은 잠시 후 지형지물과 함께 하나의 건물, 그리고 한 명의 인물 사진이 화면에 떠오른 것을 보았다.

“몇 명이 배치되어 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알아야 한다.”

리자 아마사피 처럼 수십 명의 경호원이 지키거나 주변을 에워싸고 있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그 또한 이일을 주도 했던 인물 중에 한 명. 빠르게 움직인다면 손쉽게 일을 끝낼 수가 있는 일이다.

‘이집트를 위한 일이요...’

속으로 작게 중얼거린 엔더슨의 손엔 어느새 폰 하나가 들려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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