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80화 세력
* * *
“아! 민준.”
로비로 들어선 이만석은 자신을 보며 아는 채를 하는 남자를 보며 고개를 돌렸다.
“마에다씨로군요.”
낯이 익는 얼굴이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에 타흐리르 광장에서 보았던 일본인 기자였다.
“이 호텔에 묵었었습니까?”
“예... 전망도 그렇고 좋아서 말이죠.”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마에다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소식을 들었는데 내일 오후에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합니다.”
“기자 회견 말입니까?”
“아무래도 어제 그렇게 큰 일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막 나가보려던 참입니다.”
아직도 어제의 그 사건이 믿기지가 않는지 마에다의 얼굴은 살짝 굳어있었다.
한 나라의 총리가 암살을 당할 번한 큰 사건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특종을 노리고 인파가 아주 밀릴 것이니 민준씨도 뭐하나 건지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겁니다.”
그리곤 작별인사를 하고 물러나는 마에다를 뒤로 하고 걸음을 옮겼다.
마에다의 말대로 리자 아마사피는 내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제대로 꺼낼 것이었다.
안 그래도 그 일에 대해서 세간의 집중이 몰려 있는 판에 기자 회견까지 연다고 하였으니 외신들이 아주 벼르고 있을 것이었다.
‘가만히 두고 보진 않겠지...’
방금 전에 만났던 마에다 처럼 벌써부터 내일 있을 기자회견에 뭐하나라도 건지려고 준비를 서두르는 이들이 생기는 판국에 이런 것을 기분 좋게 지켜볼 이들이 아니었다.
그렇게 쓴웃음을 지으며 걸음을 옮기던 이만석은 로비쪽으로 걸어오는 두 명의 남녀와 지나쳤는데 두 사람 다 관광객 차림이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갈색머리의 서양인으로 큰 키에 선글라스를 눌러쓰고 카메라를 걸고 있어 누가봐도 관광객으로 보였다.
그와 함께 나란히 걸음을 옮기는 20대 초중반의 여자도 딱 달라붙는 면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콧날은 오뚝했고 입술은 앙다물어져 있었으며 눈빛은 차분해 딱 봐도 미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법한 외모였다.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 눈빛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만석에겐 그런 것들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왜 그래?”
막 로비를 지나 밖으로 걸음을 옮기던 빌런이 잠시 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보는 안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여전히 말이 없는 안나였지만 빌런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그녀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등을 보인 채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뒷 모습이라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야?”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질문을 던졌지만 다시 고개를 돌린 안나가 걸음을 옮겼다.
“아니.”
빌런과 안나는 그렇게 호텔을 나서 차도로 걸어 나와 반대쪽에 정차되어 검정색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차는 곧장 출발을 했고 그렇게 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에서 20분쯤 떨어진 모자즈의 시장거리 앞에 내려서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 2층의 가게로 들어섰는데, 전통음식인 쿠샤리를 파는 가게로 그들을 맞이한 종업원이 2층으로 안내해주었다.
가게엔 손님이 적어 한적했는데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들이 2층에 올라섰을 때는 세 사람의 손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리와 앉아.”
빌런과 안나를 아는 사람인 것인지 그 중에 한 명이 두 사람을 향해 오라고 입을 열었다.
놀라거나 당황한 모습 없이 걸음을 옮겨 다가간 두 사람은 나무 의자를 빼내에 몸을 앉혔다.
자리에 앉은 안나가 눌러쓰고 있는 모자를 벗는 사이 그 둘을 바라보며 이쪽으로 오라고 했던 남자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해선 안 되는 일을 저질러 버렸어.”
30대의 금발의 백인남자가 입을 열자 빌런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돌렸다.
“안나 네가 그런 일을 하리라곤 생각지 못 했다. 이유를 들어 볼 수 있을까?”
수준급에 올라서 있는 그녀가 성공하지 못 한 대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질문을 던지는 엔더슨의 표정은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양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게 아무 생각 없이 보기만 한다면 사람이 좋아보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얼굴이 더욱더 찝찝한 빌런이어서 이 자리가 편치가 않았다.
그와는 다르게 안나는 똑바로 엔더슨을 바라보고 있었다.
“......”
“어떤 것이 너를 그렇게 힘들게 했지? 장소도 좋았고 거리도 멀지 않았어. 안나 네가 실수로 맞추지 못 했다는 것은 난 믿지 않아. 무엇이 널 괴롭혔기에 고의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지?”
엔더슨은 안나가 어디서 자리를 잡고 저격을 하였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장소에선 안나가 실패를 할 리도 없거니와 확실한 해결사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녀를 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
“틀렸어.”
침묵을 깨고 입을 연 안나를 보며 엔더슨이 다시 입을 열었다.
“틀렸다니... 뭐가 틀렸다는 말이지?”
“고의적으로 그를 비켜 쏜 것이 아니야.”
“고의가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엔더슨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이곳에 올 때까지도 분명히 안나가 일부러 비켜 쏜 것이라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고 하니 기분이 좀 나빠졌다.
“그러면 정말로 실수였다는 말인가?”
빌런은 지금까지 자신이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아 지금 안나가 하는 말에 귀를 열고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또한 일부러 비켜 쏜 것이지 실수로 그랬다고 생각지 않던 참이었다.
“목소리...”
“목소리?”
“그자가 돌아서려는 때에 내 귀에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어. 그 때문에 리듬이 깨어졌고 맞추지 못 했어..”
“웃기는군... 목소리라니......”
어이없는 말에 엔더슨이 작게 한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건 빌런도 마찬가지로 지금 안나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느닷없이 목소리가 들려와 실수를 저질렀다니 그런 대답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당혹스럽게 만드는 대답을 하는 안나를 보며 어이가 없었던 엔더슨 이었지만 그녀가 진지하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성격이 절대 농담을 할 여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목소리가 뭐라고 했지? 무슨 말을 하였기에 너의 집중을 흐트러 버린 거지?”
“알 수 없어... 알아들을 수 없었으니까.”
“알아들을 수 없었다라...”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대답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일에 대해서 우리 쪽 얼굴이 먹칠이 된 것도 모자라 그쪽도 아주 심기가 좋지가 않아.”
그렇게 대답을 한 엔더슨이 품에서 담배를 꺼내어 하나를 입에 물었다.
“모하메드가 그러더군... 갈 때는 절대 혼자 가지 않겠다고......”
지금 엔더슨이 하는 말이 빌런의 얼굴이 대번에 굳어졌다.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되었든 이번 일은 그냥 넘길 수는 없게 되었어.”
빌런은 이 일이 그저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내일 중으로 아마사피 총리가 기자회견을 가진다고 한다. 그걸 하게 나둘 수는 없는 일이야.”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엔더슨이 안나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오늘 밤에 아마사피 그자의 저택을 치게된다. 주변은 이집트 정보국 쪽에서 손을 쓸 것이고 우리는 소란스럽게 저택을 치고 들어가야 돼.”
“습격을 한단 말입니까?”
긴장된 얼굴로 빌런이 자신도 모르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인 엔더슨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셈이지. 물론 이번 일도 뉴스를 통해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방송을 탈 것이지만 말이야... 그리고 안나, 네가 저지른 일은 네가 책임을 저라.”
“......”
“네 손으로 확실히 아마사피 총리의 목숨을 끊어.”
‘정말로 투랍의 소행이란 말인가....’
지금은 대통령이라지만 투랍은 리자 아마사피의 친우였다.
그랬던 그가 자신을 재물로 삼으려고 했다는 것이 지금도 아마사피는 믿기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그날 제일성 을 내고 자신을 위로했던게 바로 대통령인 투랍이 아니었던가.
‘보면 알겠지.’
찝찝하긴 하지만 그는 내일 있을 기자회견을 떠올리고 마음을 차분히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오늘 안에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 움직일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생각한 바대로 기자회견을 하면 되었다.
분명히 오늘 안으로 움직일 것이라 말은 했는데 리자 아마사피는 그의 확신에 찬 말이 그저 찝찝하고 불안하기만 했다.
그렇게 마음을 조리며 하루를 보낸 리자 아파사피는 저녁이 되어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게 되었을 때에야 어느 정도 안심을 하였다.
확신에 찬 말에 혹시나 하고 주변을 대폭 경계해서 행동을 하였지만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그 자의 말이 틀린 것 같은데......’
무사히 별다른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으니 잘 못 짚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가운데 이만석에 대해서 조금은 의심을 하게 되는 리자 아마사피였다.
“시작하도록.”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저택을 바라보던 엔더슨이 무전을 통해서 일을 행하라는 명을 내렸다.
엔더슨은 이번에야 말로 자신의 자존심을 회복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리자 아마사피의 저택을 경호하고 있는 인원수를 파악한 것은 물론 이거니와 저택의 지형지물까지 모든 정보를 다 습득하고 있는 상태에서 실패란 있을 수 없었다.
이집트 정보국과 합동 작전이라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정부와 함께한다고 봐도 되는 것이다.
그때도 암살이 실패하지 않았다면 완벽했을 일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되어 이렇게 저택을 습격하게 되었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그와 같은 일이 있어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저택을 바라보는 엔더슨의 얼굴은 그러함에도 굳어져 있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리자 아마사피가 살아날 구멍이 있을 리도 없거니와 완벽히 포위해서 치고 올라가는 일이니 만큼 쥐새끼하나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그렇게 그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곧이어 저택 주변에 에워싸고 있던 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검은색 복면에 이슬람 테러분자의 복장을 갖춰 입은 상태여서 외모만 봐선 완벽히 무장단체의 일원으로 보였다.
“컥!”
“아악!”
저택 주변의 경계를 교대로 서고 있던 이들 한 명이 정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목이 뚫리며 제대로 된 비명한 번 지르지 못 하고 바닥에 엎어져 피를 게워내며 꿈틀거렸다.
그걸 신호로 여기저기서 총알이 빗발치는 소리가 울리며 경계를 서던 이들은 제대로 된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총알세례에 몸을 뉘어야 했다.
“침입자다!”
저택 안에서도 경계를 서던 이들이 있었던 것인지 고요한 적막을 깨는 총탄소리에 침입을 알리는 목청이 울리며 소란스럽게 움직였다.
그에 대해서도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저택의 주변에서 경계를 서던 이들을 다 처리한 이들은 신속하게 마당으로 진입해 들어가 안전핀을 뽑은 최루탄을 유리창을 깨고 안으로 집어 던졌다.
순식간에 두 어개의 최루탄이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에 맞춰 안으로 들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매캐한 연기와 함께 콜록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총기소리와 소란스러움에 자리에서 일어난 리자 아마사피는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경호 책임자 에둘라바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소란이란 말인가?!”
“완전무장을 한 침입자입니다!”
“침입자라고?!”
당황한 리자 아마사피는 서둘러 자신의 폰을 찾자 급하게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는데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작정을 한 거야.’
차단을 당한 것인지 아무런 신호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일개 테러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대번에 투랍의 얼굴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서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보나마나 포위를 당했을 것인데 어디로 피한단 말이냐!”
자신도 모르게 성을 낸 리자 아마파시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아 주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두 어명의 경호원과 함께 잠옷 차림의 딸이 안으로 들어섰는데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다.
그때 잠시 동안 머졌던 총기의 소음이 다시금 들리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리자 아마사피의 가슴을 조이게 만들었다.
“신속하게 진압한다.”
저택 경비를 서고 있던 인원을 다 합해봐야 30명도 채 되지 않은 상황.
밖의 경비를 섰던 인원 7명을 제압하고 최루탄을 터트린 후 시간에 맞춰 안으로 진입해 들어가 아직도 눈물 콧물을 빼고 있는 이들에게 총알 세례를 퍼부어준 이들은 순식간에 흩어지며 살아 있는 이들이 찾아 빠르게 척살했다.
마치 생존자는 단 한명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빛이 다분했다.
1층에 머물고 있는 경호원들을 처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 계단을 두고 1층과 2층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다시 최루탄 하나를 까서 2층으로 던지는 사이 마당 안으로 들어선 새로운 인영 하나가 저택의 테라스 쪽으로 이동해 능숙하게 갈고리가 달린 줄을 던져 걸었다.
몇 번을 잡아 당겨 안전을 확인 한 후 빠르게 잡고 올라가는데 행동은 빨랐고 망설임이 없었으며 신속했다.
서둘러 2층으로 올라선 인영은 품에서 총기를 꺼낸 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진입해 들어가 응접실을 지나는 두 명의 사내에게 세 방을 빠르게 먹였다.
달려가다 말고 뒤통수에 구멍이 뚫리며 쓰러진데 이어 놀란 나머지 하나는 몸을 뒤로 틀다가 목과 가슴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는 사이 빠르게 걸음을 옮긴 인영은 지형에 대해서 이미 사전에 알았던 것인지 망설임 없이 아마사피가 있는 안방으로 접근 했는데 때마침 문을 열고 나서려는 이의 이마에 총을 쏴버리고 바로 뒤에 따라 나서던 이에게 다시 한 발을 쏘면서 발로 밀치고 안으로 들어섰다.
“이놈!”
자신의 명에 따라 상황을 보러 나서려던 부하 두 명이 쓰러지는 모습에 에둘라바가 서둘러 몸을 틀며 총을 쏘려는 순간 그보다 한 발 빠르게 안으로 들어선 인영이 몸을 옆으로 움직이며 정확히 에둘라바를 향해 목과 이마에 총알 두방을 먹였다.
“꺄악!”
어깨를 감싸 안고 있던 아내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리자 아마사피의 안색도 파랗게 질렸다.
그러는 사이 쓰러지는 에둘라바를 뒤로 하고 인영은 총구를 다시 리자 아마사피에게 돌리며 그대로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데 소름이 돋을 정도로 빨랐다.
인영, 아니, 그녀에게 있어 두 번의 실수는 용납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팅!
그 순간 놀랍게도 정확히 리자 아마사피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든 총알은 마치 뭔가에 막힌듯 튕기는 소리를 내며 튀어버렸다.
입을 반쯤 벌리고 경직되어 버린 리자 아마사피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 할 것도 없이 순식간에 자신에게 총구가 겨누어 지며 쏘아졌던 것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총알이 막혔다고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다시 방아쇠를 당겨버리는 안나였다.
티팅!
그에 당활 할 법도 하건만 안나는 빠르게 두 번의 방아쇠를 당겻던 것이다.
허나 이번에도 뭔가에 막힌 듯 총알은 리자 아마사피를 비켜갔다.
“빠른데?”
그제야 이 알 수 없는 일에 대해 멈칫한 안나는 순간 창가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돌리며 지체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푸슛!
“이런... 위험했어.”
날아든 총알에 놀란 듯 들려오는 목소리에 따라 총구를 그 쪽으로 겨누고 있는 인영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꺾은 채 이쪽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이걸로 두 번째인가.”
묘한 웃음이 감도는 목소리로 입을 여는 사내의 얼굴을 본 순간 복면에 얼굴이 감추어져 있는 그녀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