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78화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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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혼란스러워지고 타흐리르 광장에 다시 시위대들로 인해 분위기가 달아오른 이때에 이집트 투랍 정권은 치안을 목적으로 경찰은 물론이고 군대의 인력까지 투입할 것은 은연중에 시사 하기도 했다.
카이로 인근지방에서 이슬람극단주의자들로 추정되는 이들로 인해 테러까지 벌어진 터라 분위기를 만들어 그런 쪽으로 이끌어가려고 하는데 그에 대해서 우려를 하는 국민들도 없잖아 있었다.
군부까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무바라크 독재정부의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 상태여서 이집트의 지식인층에선 성명까지 발표를 할 정도였다.
하지만 날이 지날 수록 시위대와의 충돌이 예상되는 만큼 치안국장을 맡고 있는 무사드가 타흐리르 광장을 주시하고 있다는 말은 이제 지나가는 개도 알 판이었다.
그의 명이 떨어지면 무장경찰들이 대거 투입이 되어 시위대를 진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되면 그것이 군부의 움직임으로 직결 될 수도 있는 것이기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래도 지식인층이나 이런 현 상황에 대해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한가닥 희망을 보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리자 아마사피 총리였다.
투랍 정권하에서 시위대와 정부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도맡고 있는 그는 투랍 정권하의 총리이면서도 투랍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똑바로 보라는 쓴 소리를 한 것은 유명한 일화로 통할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점점 타흐리르 광장에 몰리는 국민들이 시위대가 되고 이슬람극단주의자들로 인한 테러로 군부의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에 그가 중재자 역할로 나서게 된 것이다.
이미 두 어번이나 타흐리르 광장에 나와서 시위대들 앞에 서서 대화를 통해 자제시켜 작은 실랑이는 있었을 지언정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기도 했다.
투랍 대통령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상황서도 쓴소리를 하고도 당당히 총리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의 입지도 역시나 약하지는 않았다.
현 정부의 완충지대 역할까지 하고 있는 그가 사임을 하고 총리직을 물러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투랍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며 당선을 위해 발이 땀이 나도록 뛰었던 그여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이미지가 괜찮은 그를 내세워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는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더 시위가 격화되어가고 있는 상태에 리자 아마시피는 시위대의 대표와 직접 만남을 가져 단판을 지으려 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단지 소문 아니냐는 말도 있기는 하였지만 리자 아마시피이기에 그저 흘러나오는 얘기가 아닐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그저 흘러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이라는 것을 오늘이 지나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것이었다.
“출발 했다는 연락이다.”
통화를 끝낸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수염이 거칠게 자란 사내가 자세를 잡고 스코프를 통해 앞을 주시하고 있는 이에게 말했다.
“대략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니 시간이 조금 있는 셈이야.”
그러면서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 그는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폐 깊숙이 빨아들였다가 내뱉었다.
그때까지도 스코프에서 시선을 때지 않은 채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인영을 힐끔 바라라보곤 다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네가 이집트 온지도 이제 한 달 정도 됐어. 난... 이일이 끝나면 하와이로 가서 질펀하면서도 화끈한 휴가를 보낼 생각이야.”
“......”
“비키니를 입은 늘씬한 미녀들을 끼고 마음껏 술을 마시고 파티를 벌여 다음날 아침까지 밤새워 노는 거지.”
다시 한 번 깊숙이 한 모금 빨아들이며 코와 입으로 연기를 내뿜은 사내가 웃음이 깃든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런 일도 오래하지 못해. 언제 죽을지도 모를 이런 일을 하면서 그런 식으로 내 욕망을 체우며 충족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단 말이야.”
“......”
여전히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스코프를 통해 앞을 주시하는 인영이었지만 사내는 이런 침묵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이일이 끝나면 15만 달러를 받기로 되어 있는데... 아마 당신은 나보다 더 받겠지.”
그는 이일의 안내역으로 붙어 있는 상황이어서 이제 오늘만 지나면 그의 역할도 끝나게 될 것이고 둘은 헤어지게 된다.
“당신 같은 여자와 일을 하는 건 처음이라 이런일이 끝나면 어떤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지 궁금하기도 해. 지켜본 바로는 남자를 가까이 하는 것 같지도 않아 보이는데... 알 수가 없구만.”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발로 비벼끈 사내가 고개를 돌려 앞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2층의 허름한 건물들 사이에 300m정도의 거리에 시위대 대표가 머물고 있는 작은 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앞은 차도로 인해 차들이 간간히 자나다녔지만 시야는 트여있어 요인암살을 하기에 좋은 위치들 중에 한 곳이었다.
“감정의 기폭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 널 보면 잘 만들어진, 살인만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 같다.”
지금까지 여러 사람과 함께 파트너로써 일을 해온 사내였지만 이렇게 말이 없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사실 한 달이라고 해도 대기하고 있던 기간이 생각 외로 조금 길었는데 그 기간 동안에도 일에 대한 애기가 아니면 별다른 대화를 나눠보지도 못 했던 것이다.
“빌런.”
“응?”
앞을 주시하고 있던 사내가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지 않은 목소리에 반문을 하며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는데 어느새 스코프에서 눈을 때고 이쪽을 쳐다보는 인영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이 무얼 하든 나하곤 상관없어. 그러니 쓸데없는 말 하려거든 입 다물어.”
“쓸데없는 소리라...”
“안내역이면 안내역답게 그 일에만 충실해. 난 내 목적대로 목표물을 처리하면 되는 거니까.”
그리곤 다시 시선을 돌려버리는 인영을 보면서 빌런이라고 불린 사내가 별 수 없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얼굴은 예쁘게 생겨가지고... 저렇게 까칠해서야...... 외모가 아까워.’
짧은 머리를 틀어 올려 묶은 채로 모자를 눌러 쓴 채 위장에 특화되어 있는 투박한 옷을 입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보면 여성미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차가우면서도 도도한 분위기는 묘한 매력을 발산했는데 뚜렷한 이목구비에 갈색의 눈동자가 보석처럼 빛나 아름다웠다.
“한 달이야...”
“......”
“안나. 네가 너나 당신이 아닌 내 이름을 부르기까지 걸린 기간이.”
비록 나무라는 말이었지만 빌런은 한 달 만에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의 인파가 몰려 있는 가운데 총리가 탄 차량이 당도 했는지 호텔 주변에선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얘기가 정말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고 이 일을 계기로 상황이 반전 될 수 있는지 귀추가 주목되었다.
정확히 거리를 제면 300m가 좀 더 되는 거리였지만 이정도의 거리라면 과장되게 말해서 지나가는 쥐도 맞출 수가 있었다.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 저격총은 m200 체이탁으로 구경 10.4mm에 탄약은 408 chey tac을 쓰고 있다.
유효사거리가 1700m에서 2000m정도 되었으니 최대 사거리로 따지면 3000m가 넘어가 일명 대인저격용 중엔 으뜸으로까지 불리는 총이었다.
게다가 파괴력 또한 말할 필요가 없고 조준기는 최대 22배까지 배율 할 수가 있어 성능 또한 좋았다.
거기다 정확도까지 뛰어난데다 초보자도 일정기간 동안 훈련만 받으면 먼 거리의 타킷을 맞출 수 있다고도 알려져 있어 성능 또한 우수해 괴물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총이었다.
빌런 또한 그녀가 뛰어난 용병이자 요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 이 저격총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어 이번일에 대해 실패하리라는 걱정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요인 암살한 인물만 봐도 탈레반 무장단체의 수니크 파의 수장으로 불리는 에둘랍부터 시작해서 이름이 쟁쟁한 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세 대의 승용차가 호텔 정문 앞에 멈추어 섰는데 앞뒤로 붙어서 따라왔던 차량에서경호원들로 보이는 인원들이 쏟아져 나왔고 잠시후 가운데 차량에서 아립을 목에 두른 말숙한 차림의 리자 아마사피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이런 일에 대비해서 정부 측에서 혹시모를 위협에 대비해 주변을 샅샅히 조사를 했겠지만 그건 내막을 모르는 리자 아마사피 총리측의 생각이었다.
이 일은 이집트 정보국과 CIA의 전무후무한 합동작전으로 해결사를 내세우기 전부터 준비를 해오던 것이어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호흡을 차분히 고르며 스코프를 주시하던 여인이 배율을 조정하자 마치 눈 앞에 있는 것 처럼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바람의 반향에서부터 모든 것을 가늠 하에 두어야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이런 요인암살이 처음이 아니어서 자신감은 충만했다.
사람들의 인파 속에서 입가에 미소를 지운 채 응답하는 리자 아마사피가 몸을 돌리는 순간에 맞춰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일 것이다.
“이런 제기랄!”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망원경으로 주시하던 빌런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구겨진 그의 얼굴에 드러나는 것처럼 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리사 아마사피 옆쪽으로 비껴맡은 총탄에 놀라 몸을 수그려 서둘러 경호를 받으면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전혀 실패를 고려하지 않은 빌런은 너무도 충격적인 현 상황에 고개를 돌리며 언성을 높였는데 그의 얼굴엔 당혹감이 엿보였다.
“일단 이장소를 벗어나야 한다. 그 후에 네 말을 들어보겠어.”
성공을 했든 실패를 했든 꾸물거릴 시간은 없었기에 꾹 눌러 참으며 빌런이 몸을 움직였다.
잠시 동안 사격을 했던 자세 그대로 멈춰있던 그녀 또한 빌런의 말이 끝날 쯤엔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를 한 적이 없는 그녀에게 지금 이렇게 자리를 뜨는 이 순간이 너무나 치욕스러웠다.
‘그 목소리 때문이야.’
표적인 리자 아마사피가 몸을 돌리려는 그때 머릿속을 울리는 알 수 없는 의문의 목소리에 흐트러져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별다른 뜻 없는 아주 짧은 음성이었지만 그 한마디가 이해 할 수 없게도 순간적으로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며 머릿속을 크게 진탕 시켰고 그 결과 이런 참담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익숙하고 빠른 동작으로 짧은 시간 안에 정리를 끝내고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을 지키며 자리를 뜨는 그녀였지만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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