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75화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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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혼란스럽더라도 돈이 몰리는 곳엔 사람들이 들끓기 마련이고 이곳 웨스턴 나일 호텔 또한 그러했다.
카이로 신시가지에 자리한 웨스턴 나일 호텔은 앞에 펼쳐져 있는 나일강을 끼고 있어 밤이되면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이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호텔중에 한 곳이었다.
비록 정국이 소란스럽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니어서 늦은 저녁이 되니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낮엔 잘 보이지 않던 이들이 호텔에서 이렇게 보이는 걸 보면 광장이나 이런지역엔 가지 않은 것 같은데 안전하다고 할 만한 유명관광지나 외진 곳을 위주로 다니는 이들일지도 모른다.
그런 웨스턴 나일 호텔의 지하 나이트클럽에는 많은 사람들이 어울리고 있었는데, 유럽인은 물론이고 동양인이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걔 중엔 현지인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이 가슴이 파이거나 짧은 치마를 입은 여인들이었다.
이중엔 관광객들도 있겠지만 그것뿐만이 아닌 비즈니스나 여러 가지의 일로 묶고 있는 이들도 있을 터였다.
비록 밖은 소란스럽다고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완전히 딴 세상에 온 것 처럼 분위기는 밝았고 좋았다.
그렇게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스테이지가 눈에 보이는 안쪽 테이블에 자리한 이만석은 가볍게 양주 한잔을 걸치고 있었다.
타흐리르 광장이후에 이만석은 만 하루 동안 이곳 카이로를 돌아다니며 이곳 상황을 알아보았다.
특히 기자신분이어서 울분에 차있는 시위대들 중에 이곳 상황에 대해서 상세히 보도해 줄 것을 부탁하며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해주기도 했다.
게다가 이만석이 영어가 아닌 아랍어로 물어오자 거기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지인 못 지 않게 아랍어가 능통했기 때문이다.
메모리즈를 이용해서 이집트인의 언어영역부분의 기억을 모조리 가져갔으니 당연했다.
현지인의 모국어의 모두 배운 것을 복사하듯 가진 상태 여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발음 또한 마법의 도움을 받으면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물론 간단히 통역마법을 시전하면 되겠지만 그 보단 간단히 정보를 읽는 차원에서 시전한 메모리즈를 사용하며 덤으로 아랍어를 배웠고 이집트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영어특징에 대해서도 가볍게 훑은 것이다.
9서클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른 이만석에게 현지인이나 그 언어에 능통한 사람만 존재 한다면 언어영역부분에 대해서 자기 것으로 빼내는 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것 말고도 중국어는 물론 일본어에 대해서도 30분 정도 마법의 힘을 빌어 발음만 교정해주면 될 정도로 그들의 모국어도 삼합회나 야마구찌회의 메모리즈를 사용 했을 때 덤으로 가져갔다.
간단히 말하면 한국인의 한국어의 모든 기억과 단어들을 흡수한 거나 마찬가지의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영어가 아닌 아랍어를 능숙하게 하며 친근하게 다가오니 오히려 물어보지 않은 정보도 술술 내어주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아랍권의 사람도 아닌 외국인이 이렇게 자신들 못지않게 언어를 구사하니 참으로 놀랍고 신기한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룻 동안 카이로를 돌아다닌 이만석은 이곳에 오기 전에 알아두었던 정보들 보다 생각이상으로 모을 수가 있었다.
물론 메모리즈를 통해서 필요한 정보들은 이미 다 빼낸 상태였지만 직접 눈으로 둘러보면서 세세하게 보는 것도 한 번쯤 해두는 것이 좋았다.
그 후에 이렇게 묶고 있는 호텔로 돌아온 이만석은 나이트에서 가볍게 양주 한 잔을 곁들이며 편안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광장에서 보았던 사람들이군.’
이만석은 낯이 익은 두 사람이 지나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타흐리르 광장에서 보았던 서양인들이었던 것이다.
통성명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지도 않아서 그저 힐끔 쳐다보는 것만으로 시선을 돌린 이만석은 곧 자신에게 접근해오는 한 여자를 볼 수가 있었다.
20대 초 중반쯤으로 보이는 긴 머리의 여자로 가슴골이 파인 검은색 나시티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 있어 늘씬한 체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거기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콧날이 반듯해 척 봐도 미인이라는 말이 나올만한 외모였다.
“혼자에요?”
다짜고짜 옆에 몸을 앉힌 여인이 입가에 웃음을 지은 채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원래 성격이 밝은 것인지, 아니면 천성이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
“그런 셈이죠.”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은 영어로 물어오는 여자에게 자연스럽게 응대해 주었다.
은은한 향수 냄새가 맡아졌고 그을린 피부는 건강미를 돋구었는데 그녀의 외모를 보면 아무래도 이곳 현지인인것 같았다.
“전 수아르라고 해요. 그쪽 이름은 어떻게 되요?”
“민준...”
“아... 민준...... 한국인?”
이번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은 이 여자가 이름만으로 한국인이라고 알아 맞추는 걸 보아 이렇게 접근하는 게 처음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름만으로 어떻게 국적을 바로 알아맞추는지 놀랍지 않아요?”
유창한 영어로 자신을 수아르라고 소개한 물어오는 여자의 말에 이만석은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거나... 여러 외국인들을 많이 만나봤겠지... 당연히 그들중엔 동양인들이 많았을 테고.....”
“맞았어요.”
문제랄 것도 없는 질문에 대답하는 이만석의 말에 감탄사가 섞인 목소리로 응대했다.
“어떻게 보면 둘 다 맞는 말이에요. 이렇게 외국인에게 먼저 말거는 것도 처음이 아니었고 그 중엔 동양인들이 제법 많았어요.”
“목적이 있는것 같은데?”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내는 거죠. 그날 하루만큼은 그저 상대와 함께 즐기는 거에요. 그 사람이 뭐하는 사람인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같이 있었던 그 시간이 즐거웠다면 된 거에요.”
“파트너가 되어준다는 말인가?”
“네... 맞아요. 지금 전 당신이 괜찮아서 이렇게 접근했고. 선택도 당신에게 달려있는 거에요.”
당돌한 이 여자의 말에 쓴웃음을 지은 이만석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하루동안 파트너가 되는데 가격이 얼마지?”
“300달러면 전 오늘 당신의 파트너가 될 수 있어요.”
이집트 파운드가 아닌 그녀는 달러로 당당히 300을 가르키고 있었다.
1파운드가200원 정도의 환율이니 300달러면 절대 적은 돈이 아니었다.
“좋아... 오늘 당신을 사도록 하지.”
이 당당한 태도의 도발적인 이집트 여인의 모습이 마음에든 이만석의 대답에 여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당신이라면 거절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잔에 남아 있는 술을 들어 단번에 비워버린 수아르였다.
“길게 시간을 끌 필요는 없겠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만석을 따라 옆에 나란히 선 수아르가 궁금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한 말은... 뭐예요?”
“죽치고 앉아 시간 끌 것 없다는 말이야.”
“아... 그 말이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린 말은 한국어여서 수아르가 알아듣지 못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만석의 팔짱을 낀 수아르가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영어를 잘 하시네요? 지금까지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사람들 중에 유창하게 하는 사람은 처음 봐요.”
제법 영어를 한다는 사람도 발음이 서툴거나 알아듣지 못 할 단어가 몇 개는 되었는데 이만석이 하는 말은 듣기도 좋았다.
그렇게 나이트를 나서는 이만석과 수아르를 바라보는 시선들도 있었지만 둘은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빠져나갔다.
이만석이 묶고 있는 9층의 객실로 들어선 수아르는 창문 밖의 펼쳐진 야경과 저 앞에 펼쳐진 나일강의 모습이 절로 가슴을 좋게 만들었다.
“일행은 어디 있어요?”
묶고 있는 방이 스위트룸의 응접실이어서 이 넓은 객실에 혼자서 묶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없어.”
“네?”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반문하는 수아르의 질문에 고개를 돌린 이만석에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없다고. 나 혼자서 묶고 있어.”
“대단하시네요... 이런 곳에 혼자서 묶고.”
놀란 표정으로 대답하는 사이 이만석은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는데 순간 수아르의 눈에 크게 떠졌다.
‘이사람... 조금 전에 아랍어 사용하지 않았어?’
순간적으로 조금 전에 말한 이만석의 말이 영어가 아닌 아랍어임을 떠올렸다.
“뭘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짓고 있나?”
어느새 다시 걸음을 옮겨 다가오는 이만석의 손에는 두 개의 와인잔과 포도주 한 병이 들려있었다.
잔 두 개를 탁자에 내려놓고 병마개를 딴 이만석이 조심스럽게 잔에 따르는 사이 곁으로 다가온 수아르가 여전히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 한 채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아랍어로 말하지 않았어요?”
“당신한테는 영어보다는 아랍어가 더 편하지 않나?”
“그렇긴 한데... 너무 놀라서요...”
와인 잔 하나를 들어 옆에 서있는 수아르에게 건네준 이만석이 남은 잔 하나를 들어 가볍게 입술을 축였다.
“그렇게 놀라고 있지만 말고 즐겨. 네 말대로 오늘 하룻 동안은 그저 편안히 시간을 보내면 되는 거니까.”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하는 이만석을 보면서 수아르는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일까?’
그저 외모와 분위기가 괜찮아 보여 접근을 한 것인데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자신이 가진 철칙을 잠시 잊을 만큼 이만석에 대해서 궁금증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만나본 동양인들 중에 지금껏 영어가 아닌 아랍어를 이렇게 잘하는 사람은 민준이라고 소개한 이 한국인이 처음인 것은 물론 뭔가 분위기도 신비로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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