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71화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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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회를 수중에 넣으셨구나...”
일성회의 정인철 회장이 정식으로 이만석을 다음 대 회장으로 내정하였다는 얘기는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그저 공표가 아닌 모든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앞에 섰다는 얘기는 말 그대로 정식으로 정인철 회장이 이만석을 찍었다는 얘기인 것이다.
그 얘기는 당연하게도 삼합회도 귀를 기울이던 사안이었고 얼마 전에 삼합회 한국지부장으로 올라선 챵은 대단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혼란스럽던 삼합회를 안정시키고 리더로써 잘 이끌어간 공로를 인정받아 지부장으로 올라선 것이다.
여전히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장체민이 한국지부를 이끌기는 어렵고 어쩌면 그 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인 챵이 지부장을 하기에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야마구찌놈들은 완전히 무너졌고 이곳 한국지부의 삼합회도 이제 내가 이끌게 되었다. 그리고 일성회 마저 수중에 넣게 되었으니 그분의 영향력이 전국을 덮치는구나...”
서울, 경기를 넘어 충청도, 그리고 강원도마저 잡게 되었으니 이제 한국 내에서 일성회, 아니, 이만석을 넘볼 조직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야마구찌회는 지리멸렬 해버렸고 삼합회는 이만석이 심복으로 받아드린 챵이 지부장으로 올라서 장악하게 되었으니 눈을 피할 길이 없는 것이었다.
챵이 배신자라는 것을 상하이에서 알게 된다면 뒤집어 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사라졌던 지부장 차이링이 그분이 데리고 있을 줄은 누가 예상이나 할 수나 있었을까.’
일성회 쪽에서 손을 쓴 것이라 의심을 하고 있었지만 증거가 없었다.
챵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만석이 납치를 하여 데리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던지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모든 것이 그분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이로구나...”
이만석의 등장으로 모든 수난을 다 겪었고 차이링은 납치를 당했다.
그리고 야마구찌회는 풍비박살이 나버렸는데 그 모든 것이 이만석이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참으로 볼만할 것이었다.
아직도 삼합회 내부에서는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기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야마구찌회가 순식간에 당해버린 것이 너무나 충격이었고 총기관리가 엄격한 이곳 한국의 공권력이 미치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삼합회 내에서 유일하게 그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은 챵뿐이었지만 그는 이만석을 따르는 충실한 수하일 뿐이다.
이젠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게제랐다. 짧게 쳐올린 단발머리의 도시풍의 여인에서 청순한 느낌 마져 풍기는 생머리로 변한 차이링이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세련된 느낌의 투피스 차림의 그녀는 처음 이곳에 잡혀 올 때의 그 차림이었는데 현재 이만석의 집에 있는 옷들 중에 제일 육감적인 몸매를 살려주고 세련되고 예쁜 옷이 이옷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옷들은 이만석이 편하게 입을 수 있게 사온 것들이었는데 당연히 그것들과 삼합회의 지부장으로써 품위를 유지하며 입고 다니던 옷들과 비교할게 되지 않는 것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때는 짧은 단발이었다면 이젠 찰랑거리는 생머리가 되었다는 점이다.
생머리는 그녀의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해어샾에서 머리손질을 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얼마 만이려나...”
갇혀 지낸지 제법 긴 시간이 지나서인지 차이링은 이제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옷매무세를 바로하고 현관으로 이동해 구두를 신고 조심히 문으로 이동하는데 이게 과연 열리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이만석이 버튼만 누르면 도어록이 움직이며 잘도 문이 열렸는데 자신이 만질 때는 꼼짝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도어록 버튼을 누르자 곧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소리를 내며 잠금장치가 해제되었다.
그걸 신기하게 바라보던 차이링이 입가에 작은 웃음을 지었다.
“이집의 구조가 어떻게 된 것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창문 유리부터 시작해서 뭐하나 이상하지 않은 것이 없는 오피스텔이었다.
보기엔 평범한 오피스텔인데 이만석이 따로 손을 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가가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온 차이링은 그렇게 색다른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향했다.
만약 자신이 밖으로 나간 것을 삼합회의 애들한테 보인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불 보듯 뻔했지만 그것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요?”
“그, 그렇습니다.”
깔끔한 정장차림의 남자가 긴장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일성회겠네?”
“예...”
자신이 어디의 사람인지 묻는 것이었음으로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너무 긴장한 것 처럼 보이는 그의 모습에 차이링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으음...”
그리곤 망설임 없이 대기하고 있는 차의 뒷좌석의 문을 열고 안으로 올라탔다.
순간 실수를 깨닫고 문을 알려주려 했지만 이미 차에 올라타고 있는 마당에 어정쩡하게 닫아 주고는 서둘러 조수석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탄 차이링은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내마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단정한 차림에 왁스로 깔끔하게 머리를 뒤로 넘긴 사내였는데 이쪽 눈치를 보는게 확연하게 보였다.
“출발해.”
조수석에 올라탄 남자가 차이링의 눈치를 보며 작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곧 정차되어 있던 길목에서 조심스럽게 차가 빠져나갔다.
이만석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은 알지만 어디로 가는 것인지는 몰랐다.
‘아무래도 사실인가보네...’
차이링은 일성회의 애들을 보면서 새삼스럽다는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처음 이만석에게 일성회의 후계자로 올라섰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차이링은 믿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성회가 일개 조직도 아니고 크기만도 웬만한 조직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일성회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차이링이어서 이만석이 후계자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나중에 가선 사실임을 알았지만 그래도 믿기지가 않았는데 이들을 보고 있으니 아무래도 정말인 듯 했다.
‘정인철 그 사람 내가 생각 했던 것 이상으로 배포가 컸던가?’
자신의 생에를 받쳐 일구어놓은 조직을 그대로 받치는 꼴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는데 이건 꿈에도 생각지 못할 너무나 파격적인 일이었다.
아무리 이만석이 대단한 인재로 보였다 치더라도 자신이 일구어놓은 밭을 그대로 줄 정도의 모험은 하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그이가 일성회의 후계자가 되었다던데... 정말인가요?”
백미러를 통해 자신을 눈치 보는 사내에게 차이링이 질문을 던졌다.
“그이라고 하시면...”
“민준씨 말이에요.”
“예, 맞습니다...”
“그렇게 긴장 할 것 없어요. 이제 전 삼합회의 지부장이 아니니까.”
차이링은 이들이 왜 자신의 눈치를 이렇게 보는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모시는 정인철 회장과 독대를 청 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여자에다 그 삼합회의 지부장으로써 요주의 인물이기도 한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안에서 삼합회를 이끌었던 여인이 사라졌다 이렇게 다시 눈앞에 나타났는데 믿겨지지 않는 것은 물론 긴장하지 않는다는게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이링의 말에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순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심장도 다 벌렁거릴 판이었다.
‘삼합회의 지부장이라는 차이링이 그렇게 미녀라던데 사실이었구나...’
정인철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 두 어번 찾아 온 적이 있던 차이링이어서 그때 그녀를 보았던 이들을 통해 미모가 파다하게 소문이 나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시원한 이목구비에 초승달 같이 매끄럽게 올라간 눈매는 도도한 느낌마저 들게 만들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거기다 전엔 짧은 머리 덕분에 차가운 도시여자와 같이 센 이미지가 느껴졌지만 지금은 생머리를 하고 있어 청순해 보이기도해 남심을 흔들기에 차고도 넘쳤다.
자신의 미모가 못 사내들의 마음을 아찔하게 만드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이링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이만석을 생각하며 창밖의 도시풍경을 내다보았다.
“어서오십시오... 예약하셨습니까?”
지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정중하게 안으로 들어서는 차이링을 맞았는데 이름을 대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안내를 해주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지배인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차이링은 곧 창가에 앉아 있는 이만석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미소 짓는 차이링을 두고 몇 몇의 남자들이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는데 아마도 차이링의 미모 때문에 그런 것이 다분해 보였다.
조심스럽게 의자를 빼주고 몸을 앉히는 차이링과 마주 앉아 있는 이만석에 인사를 하고 물러나는데 이미 주문을 한 상태로 차이링이 도착 했으니 알아서 서비스를 할 것이었다.
“예쁘게 차려입고 나왔는데?”
“익숙한 옷이지 않아?”
“그렇군...”
자신이 차링을 납치 할 때 입고 있었던 패션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면 묘할 수도 있는 분위기 였지만 이만석은 전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듯 보였다.
“초대해줘서 고마워.”
“고마울 게 있나... 당신 같은 미녀를 언제나 그곳에 가두어 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자각을 하고 있었네?”
이만석이 던지는 말에 차이링이 웃음을 지으며 맞받아 쳤는데 목소리가 밝았다.
기분 좋게 와인 한잔을 곁들인 식사를 이어가는 동안 차이링은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레스토랑에 온 것에 기분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이만석과 함께한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예전부터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남자와 이렇게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게 차이링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진 차나 고급스런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면 뭐하나, 자신의 눈에차는 남자가 전혀 없던 것을.
삼합회 지부장으로써 남부러울 것 없이 생활했던 그녀였지만 혼자 있게 되었을 때 찾아오는 공허함을 지울 수 없었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
지금은 삼합회의 지부장이라 할 수 없지만 잃은 것이 있다면 얻는 것도 있는 것처럼 자신이 원하는 남자를 찾은 것이 의미를 두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식사를 끝낸 차이링은 이만석과 함께 밖으로 나와 이번엔 그가 끌 고온 애마에 몸을 실었는데 렌트가 아닌 일성회에서 이만석에게 제공해준 쫙 빠진 흰색의 아우디였다.
이제 일성회의 다음 대 회장으로써 올라설 후계자였으니 그에 맞는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시원하게 도로를 달리는 차 밖의 풍경을 바라보던 차이링은 창문을 조금 열어 그대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편히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자신도 모르게 잠시 잠이 들었던 차이링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산속의 2층 전각의 전원주택 앞이었는데 차이링이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여긴 어디야?”
“양평에 자리한 별장이다... 정인철 회장이 휴향차 머무는 곳들 중에 한 곳이지.”
“흐응~!”
조금 흥미로운 듯 말한 차이링이 차문을 열고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넓은 마당으로 보이는 한 곳엔 정원으로 보이는 곳이 눈에 들어왔고 그 옆엔 작은 연못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택 한 편의 나무그늘 밑엔 편히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분위기도 있었다.
이런 별장이나 안가들은 일성회 내에서 따로 관리를 하고 있는지라 정인철 회장의 식구들이나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잡초도 자리지 않고 항상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늑하고 좋네...?”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차이링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린 이만석이 차이링과 함께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응접실과 60인치가 넘어가는 대형 티비에 나무를 조각하여 만든 테이블과 소파가 자리해 있었다.
창가에는 화분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기억자로 꺾여 있는 싱크대 또한 친환경적인 장식들로 인해 초록색의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산뜻함을 표현해 냈다.
거기다 반대쪽에 자리한 테라스로 미닫이문을 열고나서면 한 개의 흔들의자가 한 쪽에 자리해 있고 나무의자들과 원형 테이블이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작은 꽃병이 그 위를 장식하고 있어 보기에도 좋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산골의 풍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어 너무도 아름다웠다.
“이곳 괜찮은 거 같아.”
이곳이 마음에 든 것인지 차이링이 설레어 하며 말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소녀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차이링이 저렇게 설레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보는 이만석이었다.
“정식으로 후계자로 올라서니 여러 가지가 달라지더군.”
천천히 걸음을 옮겨 이만석의 곁으로 다가간 차이링이 천천히 그의 품속에 안기었다.
“여기... 우리 둘 뿐 인거지?”
“그래.”
잠시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던 차이링이 천천히 눈을 감는다.
두근거리며 키스를 해주길 기다리는 그녀의 뺨이 붉혀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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