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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70화 (70/812)

〈 70화 〉 70화 행보

* * *

대세를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투항하는 소규모 조직들의 수는 늘어만 갔고 그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이어져갔다.

다른 지역의 소규모 조직들이라고 해봐야 행동대라고 채 50도 되지 않는 조직들이 다반사였기에 규합이 어려울 것도 없었다.

게다가 이들 사이에는 이만석의 영웅담을 통해 상당히 호감을 가지고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 외로 더 빨리 이루어 질 수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이만석이 보여주는 것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강원도 전체를 영향력에 둔 것이나 마찬 가지었고 석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건 다른 이들이나 정인철 회장이 젊은 시절로 돌아가 직접 나서도 어려운 것으로 아주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이라는 시간이 되었을 때 정인철 회장은 일성회를 간부들이 모두 자리한 가운데 저마다 얼굴을 한번 씩 쭉 훑어보았다.

양 쪽으로 도열해 앉아 있는 이들은 깔끔한 정장차림이었고 모두가 상석에 앉아 있는 정인철 회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매월 열리는 정기 회의로 앞으로 일성회가 나아가야할 방향들이나 사업전반의 상황들이 주를 이루지만 명색이 근본은 밤 조직으로 일반적 회사의 보고나 형식들과는 다른 면도 많았다.

“먼저 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다.”

“소개말입니까?”

생각지도 못한 정인철 회장의 말에 여기저기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두 전혀 예상하지 못 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들어오게.”

이미 술렁일 것을 예상했던 듯 정인철 회장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곧 천천히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인물이 안으로 걸어 들어왔는데 순식간에 그에게 시선이 몰린 이들의 얼굴엔 놀람을 넘어 경악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서, 서민준...!”

고중석 영업부 부장이 경악 섞인 말을 내뱉었는데 그에 이만석에 대해서 듣기만 했지 한 번도 보지 못 한 이들은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았다.

깔끔한 정장차림으로 당당히 걸음을 옮겨 다가온 이만석은 상석에 앉아 있는 정인철 회장의 곁으로 다다가 섰다.

“이들이 나를 도와 일성회를 이끄는 실질적인 간부들이지. 인사하게.”

“서민준입니다. 제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니 잘 이끌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목소리는 평안했고 전혀 긴장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바라보는 시선이 오만하게도 보일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모두가 앉아 있는 가운데 혼자 서있어서 내려다보는 시선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강원도가 채 안정을 다져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능력껏 실력을 발휘해 석권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지. 그래서 내가 정식으로 소개를 시켜주기 위해서 이 자리로 부른거야.”

“아, 아니 회장님... 지금 이것이......”

둔기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이 멍하니 바라보던 김권호 전무가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전에 내가 말했지 않나... 서민준이 이 친구를 내 후계자로 삼을 거라고... 그때는 이 친구가 자신을 불신하는 이들이 많아 사양을 했지만 이젠 스스로 강원도를 석권함으로써 증명을 하였으니 다시 부른 것이지. 이 친구도 내 체면을 생각해서 두 번은 사양하지 않았는데 참으로 기분이 좋아.”

“그렇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난 이미 이 친구를 후계자로 내정한다고 저번에 발표를 했어. 그에 공식적으로 나에게 반대를 표하는 임원은 없었던 걸로 아는데?”

김권호 전무는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자신을 나무라는 말이나 마찬가지 였기 때문이다.

일성회는 다른 일반 사기업들처럼 이사회의 권한이 그렇게 크지가 않았다.

각 업무별로 부서들이 존재하고 직급에 맞게 사원들이 존재하며 그 위로 정인철 회장을 필두로 이사회가 포진을 하고 있었지만 일반회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스스로 조직이라 말하지 않지만 엄연히 밤 세계를 주름잡는 대조직이었고 보스, 즉 조직을 이끄는 정인철 회장을 구심점으로 결성된 일성회 인지라 그의 입김은 상당히 강한 편이었다.

아무리 직급이 높다고 한들 철저히 자기사람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관리해온 정인철 회장인지라 그의 영향력은 상당히 큰 것이었다.

여기에 있는 이사회 임원들 중에 혈기왕성한 시절 정인철 회장을 따라 피를 흘리지 않은 이들이 없을 정도였다.

그건 김권호 전무도 마찬자기 였고 비록 너무나 강대해진 정인철 회장의 힘을 견제한다고 하지만 그도 엄연히 그를 위해서 피를 흘리고 조직을 일으켜 새운 인물 중에 하나였다.

실질적으로 견제라고 하지만 내부의 우려를 간접적으로 그에게 표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일반적인 견제와는 어떻게 보면 다르다고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김권호 전무는 황석진 비서실장과 같이 정인철 회장과 독대를 하면서 농담도 주고 받을 정도로 가까운 최측근이었던 것이다.

“저네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어. 날 견제한다고 세를 모았다지?”

공식전이 자리에서 저말을 할 줄 몰랐던 이들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아무리 정인철 회장이라고 해도 모든 임원들이 참서한 가운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런 말을 내뱉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모두 회장님과 일성회를 위해서 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권호 전무는 침착하게 대응을 할 분이었다.

“암.. 알고 있지. 여기에 있는 이들 중에 나와 함께 피를 흘리지 않은 이들이 어디에 있더냐. 이렇게 회장이 되었고 저마다 높은 자리에 올라서 행동이 조심스러워지고 점잖아 졌지만 난 아직도 자네와... 아니, 여기에 있는 너희들과 같이 진탕하게 놀며 피터지게 조직을 위해 치고 박고 싸웠던 그날을 잊지 않고 있다.”

“회, 회장님...”

일성회가 정확히 자리를 잡고 나서 정인철 회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선 한 번도 조직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일성회는 일반적인 조직들과 괴를 달리하는 노선을 걸었고 그 결과 하나의 기업과 마찬가지로 성장해왔다.

정인철 회장은 보스니 두목이니 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말 그대로 하나의 회사를 이끄는 회장님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공식적인 자리에서 조직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던 것이다.

당연히 여기에 자리한 이들 중에 놀라지 않을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일반 조직들과 다르게 출발했다. 더럽고 서로를 물고 늘어지는 이곳 뒷골목의 세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삼합회 못지않은 대조직을 이곳 한국에서 이루어보고자 결성된 것이 바로 일성회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결과는 이루었어. 한국 내에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조직으로 성장했고 힘도 키워왔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우리는 자만에 빠져 동력을 잃어갔고 삼합회와 야마구찌회는 엄연히 이렇게 우리 일성회가 당당히 버티고 있는 이곳에 자리를 잡고 눈치싸움을 벌여왔다. 여기 있는 너희들 중에 누구하나 말을 했던 적이 있었더냐? 삼합회 놈들이 우리 안방에서 날뛰는데, 야마구찌회 놈들이 대놓고 상황을 지켜보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을 때 그들과 대등하게 국제적으로 입지를 내보인 적이 있었던가?”

있을 리가 없었다.

처음 일성회 결성되며 가졌던 표부.

삼합회 못지않는 대조직을 이곳 한국에서도 이룩하여 보고자 했던 그 포부는 이제 한국내에서의 그들과의 암투에 시간만 허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일반적인 조폭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이만큼 성장을 했어. 하지만 그 뿐이다. 우리는 동력을 잃었고 여기 서민준이가 없었더라면 삼합회의 간계에 놀아나 내부적으로 소란이 일어나 큰 일도 당할 뻔 한 상황도 겪었었다.”

실질적으로 차이링의 간계였지만 정인철 회장은 그녀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나와 척을 지려고 했던 놈들은 끝장을 봐버렸다. 거기에 앞장서서 달렸던 것도 여기 있는 너희들이고 실질적으로 나와 같이 일성회를 일으킨 내 식구들이다.”

몇몇은 새롭게 임원에 올라선 이들도 있었지만 김권호 전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정인철 회장을 따라 피를 흘리며 젊은 시절을 보냈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새파랗게 젊은 철없던 시절엔 젊은 혈기에 술기운에 달아올라 사고를 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일성회는 정인철 회장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피 끓는 포부와 호승심으로 뭉쳐 결성된 하나의 꿈이었다.

여러 일들도 많았고 우여곡절도 겪었다.

그 중엔 갈등도 있었고 배신을 하고 등을 돌렸던 이들도 더러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이들은 끝까지 정인철 회장을 따라 함께했던 이들이고 같이 피를 흘리며 함께했던 한 식구였다.

“김권호 너를 중심으로 날 견제하겠다는 생각을 한 이들이 어떤 심정인지 안다. 불안하겠지. 우려스러웠겠지. 어떻게 일으켜 새운 조직인데. 젊은 생을 바치고 어떤 심정으로 일으켜 여기까지 달려온 조직인데 서민준이라는 이 친구가 뜨끔 없이 후계자로 내정된다니 불안했겠지. 하지만 이런 모습은 일성회 답지 못하다. 언제부터 두려워했더냐? 막는 놈들이 있으면 부쉈고 배신하는 놈들이 있으면 실력으로 깔아뭉개고 짓밟았다. 자신감은 충만했고 삼합회라고 두려울 것이 없었던 것이 우리들이었다. 젊은 혈기라도 좋다... 그만큼 우리는 꿈이 있었고 포부가 있었어...”

피터지게 싸웠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고 믿을 것이라곤 독기와 깡이 전부였다.

일성회의 출발은 그렇게 불안 불안 했지만 무너지지 않을 자신감은 충만했다.

이미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며 살아오던 이들이 대부분이라 두려울 것이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이친구는 거침없이 우리를 농락하는 행위를 벌였다. 혼자서 마치 보란 듯이 일성회를 상대로 주늑 든 것 없이 실력을 보였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뿐이 아니라 삼합회라는 이름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히 그들과의 분란속에서도 지지 않고 대응했으며 살아남아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거기다 여기 있는 이들 중에 서민준이 벌이는 이들에 대해서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그는 유명인이 되었고 이젠 별다른 도움 없이 그저 이름뿐인 일성회를 가지고 당당히 강원도를 석권했다. 마치 젊은 혈기를 주체 하지 못 했던 우리를 보는 것 같지 않더냐? 난 그렇게 느꼈다. 이 친구를 보고 있으면... 마치 한 참 혈기왕성 했던 때의 나로 돌아간 기분을 느꼈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얼굴을 훑어보였다.

그들 중엔 향수에 젖어 있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정인철 회장은 여기에 있는 이들을 지금은 임원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옛날 젊을 때처럼 스스럼없이 식구로 다가간 것이다.

“일성회는 달라져야 한다. 아니... 다시 옛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원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은 바로 이 친구... 서민준이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 켠에 물러서 흥미로운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던 이만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정인철 회장이 어떤 열망을 가지고, 그리고 꿈을 가지고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다.

헌데 자세히 보니 그런 꿈을 가졌던 이들은 그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견제 세력을 중축이라던 김권호 전무만 봐도 그렇다.

정인철 회장에게서 시선을 때지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정을 하고 나를 부른 것이군.’

이만석은 정인철 회장이 아예 마음을 크게 먹고 자신을 부른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회장으로써가 아닌 이들을 데리고 이끌던 형님으로 돌아가 다독이고 있는 것이었다.

보통이라면 이런 생각은 전혀 할 수도, 벌일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만큼 일성회는 일반적인 조직들과는 괴를 달리했던 것이다.

침묵을 지키는 정인철 회장을 중심으로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누구하나 입을 여는 이들은 없었다.

정인철 회장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나고 따로 회장실에서 자리한 이만석이 정인철 회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설마하니 그런 애기를 할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그런 마음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놀랍네요.”

“비록 날 견제한다고 하지만 김권호 그 친구는 내가 불속에 같이 뛰어 들자고 해도 따를 정도로 우직하게 나를 따랐던 녀석이었네. 나머지 임원들도 나를 형님으로 모시며 같이 피를 흘렸던 한 식구들이지.”

“그러니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거란 말입니까?”

“그렇다네...”

고개를 끄덕인 정인철 회장은 똑바로 이만석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미 자네의 능력에 대해서 의심하는 이들은 이제 없을 것이야. 나조차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니 말이네.”

“강원도에서 좀 지내다보니 느꼈는데 이런 생활도 나쁘지는 않더군요.”

“이제 일성회는 자네에게 이름뿐인 조직으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야.”

이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이만석은 재밌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일성회가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장담해 드릴 수 없습니다.”

“무서울 게 무어 있단 말인가... 일성회는 깡과 독기... 그리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악바리 근성으로 커온 조직이야. 비록 지금은 동력을 잃었다고 하지만 가능성은 무한한 것이지.”

“일성회.... 넘겨받도록 하지요.”

“정식으로 후계자가 된 것을 축하하네.”

앞으로 내민 정인철 회장의 손을 이만석이 말아 쥐었다.

급작스러운 힘을 가지고 큰 돈 좀 쥐어보자는 생각으로 금고를 털어서 악연을 맺게 된지 채 반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바뀐 운명이다.

악연으로 시작된 사이에서 금고를 털었던 조직의 다음대 회장으로 올라설 묘한 상황이기도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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