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68화 (68/812)

〈 68화 〉 68화 행보

* * *

“이, 이놈......”

이창주는 오만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이만석에게 겨우 한 마디 내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한 저 말이 그저 연동파를 손에 넣었다는 위세에 힘입어 하는 말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가 있었다.

자신을 도와주지 않겠다던 의원부터 시작해서 시장의 얘기까지 모두가 뜻대로 움직였다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본능을 옭아매는 이 공포심이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강하게 옥죄어 오는 것을 느꼈다.

“더 바동거려봐야 남은 길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망밖에 되지 않는 것. 이미 그것을 느끼고 있지 않나.”

이창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와 더불어 박희동 또한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하는 떨림과 공포에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춘배는 경외의 시선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는데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분위기만으로 상대를 제압하시다니... 조직생활은 물론이고 살아오면서 이런 모습은 본적이 없어......’

무형의 살기가 두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춘배로써는 그저 분위기만으로 둘을 압도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살기라고 하는 것은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 상대는 필연적으로 생존본능에 의해 그것을 느끼고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그 살기는 자신이 원해서 내보이는 것이 아니여서 전신을 옭아맬 정도로 강하지가 않는데 살인을 해본자이거나 그에 능한자는 더 진득한 살기를 무의식적으로 풍길 수가 있다.

그 예로 연쇄살인마를 마주한 이들이 겪는 공포심이 바로 그것인데 그들은 그러한 잔혹한 행위의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살기를 자신도 모르게 키워나가는 것이었다.

그건 살인을 하는 살인마들에게 한정되어 있지 않고 아무리 사나운 맹견이라도 개장수들이 나타나면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이것 또한 비슷한 예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런 이들과 다르게 이만석은 살기를 자신이 원할 때마다 내보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 아무리 살인을 많이 저지른 연쇄살인마나 킬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이창주는 시간이 흐르면서 어쩌면 자신이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냉정해 보이는 저 시선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목을 틀어쥐어 그 상태로 분질러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 어디서 이런 자가 나타난 것이냐......’

한 번도 이러한 공포를 느낀 적이 없던 이창주는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거기다 칼로 위협을 당하거나 폭력을 당하는 것이 아닌 그저 대면을 하는 것만으로 이런 공포를 유발시키는 상대는 태어나서 보지도, 듣지도 못 했다.

‘위험한자다... 이 자는... 정말로 날 죽일지 모른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이창주는 저절로 몸이 떨려왔다.

이미 몸을 떨고 있는 박희동을 봐선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건 당혹감을 넘어 경악할 일로 자신과 비슷한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는 말과 같은 이치였다.

“혀, 협조를 하겠소...”

“협조?!”

갑자기 뜨끔없이 협조하겠다는 이창주의 말에 춘배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아무리 기선이 제압당했다고 하지만 협조를 하겠다는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난 협조 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 그러면 무엇을 원하는 거요.”

“넌 이미 답을 알고 있을 텐데.”

이만석의 말에 이창주의 눈동자가 떨렸다.

하지만 그건 망설이는 눈빛이 아닌 마치 자신이 이말을 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말하는 이만석의 태도에서 찾아오는 공포심 때문이었다.

“따, 따르겠습니다.”

“어떤 식으로 말이냐?”

“이, 이래보여도 제가 강릉 뿐 만이 아니라 속초까지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인맥과 영향력이 있습니다. 제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훨씬 수월해 질 것입니다.”

이만석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 실제적으로 대기에 흩어져 있는 마나들이 이창주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는데 말 그대로 금제마법이었다.

“두 번의 기회란 없다.”

“무, 물론입니다.”

이미 허튼 생각은 할 수 없을 것이지만 이만석은 그렇데 말하곤 입가에 웃음 지었다.

“고복수를 통해서 말을 전하지. 그를 도와 지역을 안정시켜야 한다.”

“예... 돕지요...... 그리하겠습니다.”

잠시 고개를 돌려 박희동을 바라보곤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는데 그 둘을 번가라 바라보던 춘배가 뒤를 따라 회장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그제야 크게 호흡을 고르며 마음을 안정시킨 이창주가 고개를 돌려 박희동을 바라보았다.

“자네도 느꼈나?”

“예, 예...”

고개를 끄덕이는 박희동의 안색은 파랗게 질려있었다.

“저, 저란자가 있다는 걸 듣지 못했습니다. 기세만으로 상대를 이렇게 짓눌러버리다니...... 마치 무협영화에 나오는 그런 고수를 만난 것 같습니다.”

“현실성 없는 경험이었어...”

이창주는 박희동의 말에 전혀 과장되었다고 생각지 않았다.

자신을 옭아매는 공포는 진짜였고 상대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서있었을 뿐이었다.

이게 현실인가 믿어지지 않았고 뭔가 귀신이 홀린 것 같은 경험이었다.

“대단하십니다, 형님!”

“대단 할 것 없다.”

“대단할 것 없다니요! 눈빛만으로 상대를 제압한 것 아닙니까?! 내 살다 살다 이런 진귀한 모습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 했습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흥분을 감추지 못 하며 말을 내뱉는 춘배를 보면서 이만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말대로 이런 진귀한 경험은 현실로 마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협지에 나오는 무림의 고수라거나 판타지나 게임에 등장하는 마법사와 같이 초인들은 실제로 존재 하지 않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허구의 세상의 허황된 이야기들로 현실로 존재 할 수가 없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러한 존재가 눈앞에 나타났다.

말 그대로 세상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고 돌연변이의 등장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게임이나 판타지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에선 그저 흔하게 사용되는 파이어 볼을 실제로 사용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사람 머리통만한 불공하나가 일반 건물 하나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위력을 가졌으니 소형 폭탄의 위력과도 맘먹을 정도로 대단하다.

말 그대로 3서클 마법인 파이어 볼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위력적인 광경을 연출해 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만약 대한민국 도시 한 복판에서 파이어 볼을 시전해서 던져 버린다면 그것은 도시 한 복판에 폭탄이 터졌다는 뉴스와 함께 테러로 간주되어 아주 큰 사건과 충격이 덮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현실에서의 파이어 볼은 그 정도로 위력적이고 강대한 마법인 것이다.

그것을 이미 머릿속에 있는 지식으로 알고 있는 이만석이어서 그런 공격용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만석을 제일 떨리게 만드는 것은 9서클 마법인 헬 파이어로,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 높이 떠올라 서울 상공에서 그대로 아래로 내리꽂듯이 지상에 박아버린다면 소형 핵폭탄을 터트린 것과 같이 서울을 이 땅에서 지워버릴 정도의 위력을 내보인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9서클은 신의 영역이고 대한민국에서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지도상에서 지워버림과 동시에 불지옥으로 만들 수 있는 광범위한 마법이었다.

그리고 그것과 비슷한 마법으로 우주에 떠도는 운석을 소환하여 지구로 내리꽂고 만다는 메테오가 존재하는데, 그 피해는 너무 광범위 하여 헬 파이어보다 더 위력적일 수 있다.

공룡을 멸종케 만들었던 소행성 충돌의 소형 판을 이 땅에서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재앙 중에 대재앙의 마법인 것이다.

다음날 고복수는 이창주에게서 온 연락을 받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너무나도 미안했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겁니까? 또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거요?”

[꿍꿍이라니... 당치도 않아. 어제 그 친구가 왔다가 갔어. 자네에게 얘기를 해주었을 걸로 아는데 아닌가?]

“그렇긴 합니다만... 갑자기 전화를 해서 사과를 하는게 너무 믿기지가 않아서 말입니다.”

[내가... 현실을 제대로 직시를 한 거지... 그 친구의 말대로..... 난 이제 끝이났어. 반항을 포기 했다는 말이네.]

“......”

믿기지 않는 말에 고복수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허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었다.

[나도 그 친구... 아니, 그분을 자네처럼 모시기로 했어.]

“그렇..습니까?”

[확인 차 전화를 한 것이니 그리 알고 있으면 돼.]

“알겠습니다.”

[왜 자네가 그분의 밑으로 들어갔는지 이해가가... 내 태어나서 그런 사람은 처음 보았어.]

그것으로 통화는 끝이었다.

잠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앉아 있던 고복수는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자신과 껄끄러운 사이이긴 해도 정만로 이창주가 믿으로 들어간 것이라면 강릉은 물론이고 강원도 일대를 더 빨리 장악할 수 있을 것이었다.

강릉을 넘어 강원도내에서 그의 발은 상당히 넓었고 영향력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어쩌면 더욱더 대단한 이를 모시게 된 건지도 모르겠어.”

이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너무나 대단한 일이었다.

“춘천 일대를 넘어 강릉의 연동파까지 손에 넣었다고 합니다.”

“대단하지 않나?”

황석진 비서실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인철 회장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 달이라는 말을 했을 했을 때 솔직히 말해 난 무리라고 생각했어. 아무리 그 친구가 일성회의 힘을 이용한다고 해도 한 달은 힘들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었어.”

경기도를 장악하는 대만도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충청도 일대를 완전하지 않지만 전체를 영향권 안에 넣는 대만도 수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런데 이만석은 터무니없이 한달 안에 강원도를 접수 하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처음엔 그 말에 반대를 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있는게 아니어서 허락을 했지만 지금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믿을 수 없는 얘기들이었다.

진영회의 배진호를 쓰러트리고 손에 넣더니 이젠 강릉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연동파 마저 수중에 넣은 것이다.

강원도에서 제일큰 조직을 꼽자면 진영회와 연동파를 들 수 있는데 그 양대조직을 짧은 시간안에 장악을 한 것이다.

이건 전성기때의 정인철 회장도 하기 힘든 일로 채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강원도에서 제일큰 두 조직을 다 장악한 꼴로 너무나 대단한 일을 해냈다.

“그 친구는 일성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제힘으로 그걸 해냈어.”

“이미 내부에서는 그 얘기들로 인해 아주 시끄럽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화제의 중심에 떠올라 영웅담으로 부풀려 얘기가 돌고 있는데 실제 그런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는 상황이잖나.”

“젊은 사원들을 중심으로 지지층이 형성이 된것을 두고 연일 다잡는 분위기입니다.”

“다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지. 내가 후계자로 공표를 한 상황에서 벌인 대사건인 거야. 그저 미화되어 부풀려진 영웅담이 아닌 실제 그런 일을 해내고 있는 중인거지. 그건 막는다고 될일이 아니야.”

강원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만석의 신위로 인해 이미 일성회 내에서는 신세력이 떠오르고 있었다.

말 그대로 다음 대 일성회는 이만석이 되어야 한다는 이들로 그들은 차츰차츰 이만석이 일을 저지를 때마다 더 영향력이 커져갔는데 연동파에 대한 얘기가 퍼지는 순간 그것은 걷잡을 수 없이 폭풍이 되어 일성회 내부를 휘몰아 칠 것이었다.

“서민준이는 조직세계에 아주 길이 남을 인물이 될 거야.”

이제 한 달 안에 강원도를 손에 넣는다던 이만석의 얘기가 전혀 허황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진정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손 하나 대지 않고 일성회 내부적으로 자신만의 세력을 형성시켜 장악해 나가는 이변을 토해낸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더 커진다면 이만석이 일성회와 척을 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내부적으로 분열이 일어나 갈라져 나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었다.

아직 공식 후계자로 인정을 받지도 않았는데 정인철 회장과 비슷한 영향력을 형성해 가고 있을 만큼 대단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꼴이었다.

“이제 서민준이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일성회 내에서는 존재하지 않게 되겠지.”

“회장님...”

자신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 질 수도 있는 것인데 저리 기분 좋아 보이는 정인철 회장의 모습에 황석진 비서실장은 그가 바라는 염원이 얼마나 큰 것인지 제대로 느낄 수가 있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