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65화 (65/812)

〈 65화 〉 65화 행보

* * *

“이곳 까지 직접 찾아오시고 제가 다 놀랐습니다.”

“꺼릴게 무엇 있습니까? 나라를 위해 힘쓰는 사람끼리 우의도 다지고 정책도 논의 하는 것이지요.”

40대 중반의 육정모는 한국민당 후보로써 강릉지역 국회의원 후보로 총선에 출마해 53.1%에 득표율을 올리고당선 된 의원이었다.

한때 한국민당의 정책 자문역에다 특위로써도 활동한 그는 중진의원이기도 하였는데 친 김철중계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중진의원에다 여당에 힘 있는 사람 중에 하나라도, 초선의원이라고 하지만 김철중의 사위에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박동구를 무시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럼 박동구가 이곳 강릉에 까지 내려온 것은 정치판에서 이골이 난 그에게도 놀랄 일에 통했다.

보좌관을 물리고 둘이서 사무실에 자리한 육정모가 잔을 들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곤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일단 어떤 목적으로 이곳까지 그가 내려왔는지가 중요한 일이었다.

“야쿠자들의 일도 있고 해서 정국이 어수선한 때에 이렇게 찾아온 일은 사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오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시기에 이렇게 직접 찾아왔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따로 다른 말을 돌려서 얘기 할 것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말이었다.

같은 김철중계로서 의견을 공유해온 사이에 숨길게 무엇 있냐는 뜻이기도 한 말이었다.

“다른 게 아니라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관여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렇게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사적인 일이나리요...?”

“서민준이의 일에 대해서 이창주라는 자와 얘기를 나누었을 터인데 안 그렇습니까?”

“아니... 그 일은......”

설마하니 이 얘기를 꺼낼 줄 몰랐던 육정모는 말끝을 흐리며 조금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쪽에서 벌어지는 이 일에 서울에서 신경 쓸 만한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범님의 말도 있었고 지금은 지켜보는 게 의원님한테도 이로운 일이라서 그럽니다. 서민준이가 하는 일에 관여하면 안 되고 신경도 써선 안 됩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서민준이 뭐기에 이렇게 박동구가 찾아와서 이런 말을 내뱉는 것인지 그로써는 의문만 들 뿐이었다.

“서민준이 그 자가 윤정호 의원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알고 있겠지요?”

“그 자의 딸이랑 사귀고 있지 않습니까?”

비밀이랄 것도 없으니 알고 있는 이야기 였다.

“이번 야쿠자 소탕으로 인해 봐서 알겠지만 내막을 보면 그게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그럼... 모종의 얘기가 갔다는 말씀입니까?”

“그런 셈이긴 한데... 쉽게 말씀 드릴 사안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박동구를 보며 육정모는 숨소리를 죽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당을 잡고 있는 양 쪽 거물의 애기가 오고 갔다는 것은 아주 큰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서민준이가 움직이는 것에는 그저 조직들 간의 전쟁이니 뭐니 하는 차원이 아니란 말입니다...”

“아직 밝힐 사안은 아닌 모양이로군... 그렇지요?”

중진의원인 자신조차 몰랐던 상황이었으니 절대 가볍게 볼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한 질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사실 저도 사위가 아니었으면 이런 얘기를 꺼낼 수도 없는 입장이지요.”

“허... 야쿠자 소팅이니 뭐니 할 때부터 심상치 않다 여겼지만... 이것도 연장선이로다......”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리는 육정모 였지만 그 속엔 복잡한 심경이 다 들어 있었다.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니지... 눈 밖에 났다가 정치 생활도 그것으로 끝일 텐데...’

박동구는 작게 숨소리를 내뱉으며 중얼거리는 육정모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직접 이렇게 강릉으로 내려와 육정모를 만나는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이만석의 말이 있으면 전국각지로 다 내려가서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보면 나야말로 진정한 거물이 되어가고 있다고해도 틀린 말이 아니야... 흐흐흐......’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은 이만석에 제일 처음 선택을 받은 인물이었다.

‘누구도 그분의 진면목을 안다면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등 뒤에서 이만석이 꿋꿋이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이건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사안이란 말입니다.”

박동구는 심각한 표정으로 눈에 힘을 준 채 말하는데 사실 이건 거짓말이었다.

윤정호 의원과 김철중 의원이 그런 약조를 한 일도 없거니와 그러한 얘기가 오갔다고 듣지도 못했다.

다만 이만석이 윤정호 의원이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니 그리 알고 있으라고만 해서 맹목적으로 그걸 믿는 것이었다.

이만석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고 자신은 시킨 일대로 조리있게 얘기를 풀어내면 그만이었다.

거기다 이만석은 윤정호 의원의 딸의 남자친구였고 김철중 의원이 힘을 실어 준다는것은 절대 거짓이 아니었으니 어찌 보면 사실로 보여져도 이상 할 게 없었다.

“그 자가 보통 내기가 아닌 건 확실한 모양입니다...”

이만석을 두고 하는 말임을 박동구는 바로 알아들었다.

“확실히 보통 내기가 아니지요. 자그마치 일성회의 후계자로도 거론되는 인물이 아닙니까?”

“으음...”

일성회의 후계자라는 말에 그의 입에서 작은 숨이 내뱉어 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배경 때문에 이창주가 자신에게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웬일이냐... 네가 다 보자고 하고......”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지은 윤정호 의원이 하란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신이 부르면 잘 찾지도 않아 이렇게 하란이가 먼저 자신을 보자고 하니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저 아비와 오붓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찾은 것이 아님을 알기에 딴소리는 꺼내지도 않았다.

“얘기 들었어요.”

“무슨 얘기 말이더냐?”

“아버지가 붙여준 이들이 저 기다리면서 나누던 얘기를 우연히 들었어요. 정말인가요?”

납치사건이 있은 후부터 최근까지 경호원을 붙여주었던 윤정호의원이라 방금 하란이가 한 말에 입맛을 다셨다.

무슨 얘기를 꺼내는 것인지 정계에서 오랫동안 녹을 먹은 윤정호 의원은 대번에 눈치를 챘다.

“주의를 주었건만 말실수를 했어...”

사실 그쪽세계에선 파다하게 소문이 나있는 상황이라 비밀이랄 것도 없었다.

“정말이군요...”

윤정호 의원의 말에 하란이는 조금 눈을 크게 떴지만 그리 놀라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경호원들에게 얘기를 들었다면 적어도 이틀 전이라는 얘긴데 그동안 혼자서 생각을 정리 했을 터였다.

“그렇다면 그동안 오빠가 저를 만날 수 없었던 일도 다 그쪽일 때문이었어요? 물론 아버지는 알고 있었을 테구요.”

“아니라고는 말 할 수 없겠구나...”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하란이 가만히 바라보았다.

“좋다... 시간을 둬서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서민준이가 무엇을 하는지 이제 다 알아버린 마당에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어졌구나.”

“뭘 말인가요?”

“네가 왜 납치를 되었다고 생각을 하느냐?”

“......”

“그게 다 조직 간에 암투에 의해서 그런 것이다. 비록 서민준이 너를 무사히 구해 내어서 다행이었지 잘 못하다 큰일을 당할 뻔 하지 않았더냐. 나도 많은 생각을 해봤다. 서민준이 그놈이 능력이 없다고 생각지도 않아. 대단하지. 게다가 정인철 그자가 후계자로 거론하였고 실제적으로 그리 생각하는 것 같으니까.”

그에 두고 이미 얘기를 나누었다는 듯이 말하는 윤정호 의원이었는데 하란이는 일성회의 회장과 자신의 아버지가 아는 사이라는 것에 크게 놀라거나 그러지 않았다.

다만 다음에 이어질 말에 신경이 쓰일 뿐이었다.

“내 말이 무엇이냐 하면... 그놈하고 넌 사는 세계가 달라.”

“헤어지란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억지로 헤어지라고 해도 듣지 않은 거라는 거 나도 안다. 다만 한 번쯤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그동안 오빠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오빠가 어떤 일을 벌이는지 알고 있었다면 그동안 조용히 뒤를 봐주거나 지켜보았다는 얘기잖아요. 어떻게 보았어요? 위험한 자라는 생각이 들던 가요? 저에게 그런 말을 할 만큼?”

하란이는 아버지가 대단한 자라고 칭찬을 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럼에도 자신보고 헤어지면 어떻겠냐고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그에대해서 뭔가 꺼림칙 한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네 말이 맞다...”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윤정호 의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생각 외로 서민준이라는 사내가 얼마나 위험한 자인지 느꼈기 때문이지. 너도 뉴스를 보아서 알겠지만 너를 납치했었던 필리핀 갱들은 물론이고 야쿠자들까지 소탕을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아버지가 나섰기 때문에 그런 것임을 알고 있는 하란이었지만 그 때문이라면 저런 질문을 할 리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김철중 그자가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주었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그자가 무엇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나도 처음에 이해를 하지 못 했다. 그런데 마치 나하고 행보를 맞춘 것 처럼 야쿠자놈들 이외엔 선을 긋고 나서니 그 모습이 묘하게 맞아 떨어지더란 말이야. 서민준이가 바라는 대로...”

“그 분이랑 오빠가 만났다는 소리인가요?”

“그런 것이지... 그래서 처음엔 어떻게 그 두사람이 만난 것인지 나도 상당이 놀랐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김철중이 그 자한테서 전화가 왔더구나... 앞으로 불필요한 감정싸움은 여기서 잠시 접어두자고. 말 그대로 화해를 하고 손을 잡자는 것인데 이해 할 수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서민준이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어떤 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따로 만나서 담판을 지었다는 거야. 그것이 그자의 마음을 돌리게 만든 것이고.”

“아버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윤정호 의원을 바라보며 하란은 속으로 적잖히 놀랐다.

앞서 얘기 한 것과 다르게 김철중 의원과 만났다는 것도 놀라운 말이었고 이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며 긴장을 한 아버지의 모습도 놀란 것이다.

“위험한 자로 보느냐고 물었느냐? 솔직히 말해서 그렇다. 어떤 일이 있었기에 김철중 그자가 마음을 돌렸는지에 대해서도 그렇고 지금까지 벌이고 있는 정황에 대해서도 그렇다.”

“설마하니 오빠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하란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정호 의원이 입을 열여 고개를 가로저었다.

“위험한 자라고 해도 나쁘다는 게 아니다. 서민준이 덕분에 진정으로 내가 앞을 내다볼 상황이 되었으니까. 너도 이 애비의 꿈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대통령... 말인가요?”

“김철중이 그자가 나에게 손을 잡자고 한 것이 그저 친하게 지내자는 애들 장난 같은 소리가 아니야. 암묵적으로 2년도 안 남은 대선에서 지지를 하겠다는 암묵적 동의라는 소리지.”

차기 여권 내에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에 크게 꼽히는 인물 두 사람을 뽑으라면 윤정호 의원과 김철중 의원이 될 것이었다.

물론 현제 승기는 윤정호 의원이 잡고 있다고 하지만 김철중 의원 또한 아직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불출마에 더불어 지지선언은 아주 파급적 효과가 나타날게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 길을 터준 것인 서민준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김철중이가 나에게 손을 내민 것이지. 그런 상황에 내가 서민준이와 척을 질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야. 잘 못 하다가 다시 상황이 틀어질 수 있는데 어떻게 내가 서민준이와 척을 질 생각을 하겠느냐?”

너무 대단한 얘기들이어서 하란은 별로 이 얘기들이 와 닿지가 않았다.

일성회의 후계자라는 얘기만 해도 처음엔 믿기지가 않았는데 이건 더했기 때문이다.

“다만... 김철중이를 자신의 배경으로 끌어들인 그 능력에 대해서 감탄할 지경이다. 그리고 얼마나 위험한 자인지도 깨닫게 되었어. 그리고 내가 잘 아는데 그런 남자일 수록 한 여자의 품에서 가정을 이루어 조용히 살아가지 않는다는 거야. 네가 그에게서 상처를 입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 때문에 서민준이와 감정을 상할 일을 겪고 싶지도 않았으면 해.”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 전혀 와닿지가 않아요. 오빠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도 믿기지가 않고... 하지만 전 그저 아버지에게서 확인을 받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것이지 헤어지겠다거나 그런 얘기를 하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네가 걱정이 되어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주었으면 하는구나.”

“오빠에 대해서 제대로 확인시켜 주어서 고마워요. 하지만 헤어지라고 한 것은 못 들은 것으로 할게요.”

자라이세 얼어난 하란이는 그대로 서재를 빠져나와 방으로 돌아갔다.

“확인만 하고 싶었는데... 반대로 나만 초라해져 버렸네.”

자신이 사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딴 세상의 이야기들이었다.

아버지가 정치계에서 힘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하란이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정당의 대표로써 주도를 하고 있는 입장이었으니 모르는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이만석에 대해서 긴장은 물론이고 경외심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이유가 아마도 김철중 의원의 마음을 돌린 그 능력 때문이라는 것도 하란이는 잘 알았다.

라이벌 의식은 물론이고 마치 원수처럼 서로를 척을 지고 살아왔던 사이에서 먼저 이쪽으로 손을 내밀게 만들었으니 하란이의 생각은 틀린 게 아니었다.

그건 자존심도 넘어 수치심을 느껴도 이상 할 게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정치계의 후배라고도 할 수 있는 윤정호 의원에게 먼저 숙이고 들어간다는 것은 김철중 의원에게 있어 이제 그만 정계를 떠나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만큼 아주 큰일이었고 김철중 의원이 대선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파급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김철중 의원과 담판을 지어 이쪽으로 돌렸다는 이만석의 능력에 대해서 의뭔이었고 놀라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그도 끌어 낼 수 없는 일을 이만석이 이루어내었으니 위험한자라고 해도 절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자고 있을까...?”

저녁 10시가 넘은 시각이었으니 그럴지도 모른다.

이제 이만석이 왜 자신과 지금 만나지 못 하는지 짐작을 하고 있는 하란이어서 따로 연락하거나 카톡을 해서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생각을 하거나 하는 것으로 지나가는 게 다반사였다.

“상처받는 건 두려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만석을 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니까.

잠시 왼손에 끼고 있던 커플반지를 바라보던 하란은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당황했는데 이만석한테서 전화오면 울리는 컬러링이었기 때문이다.

“오빠...?”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전화 거니까 바로받네?]

“당연하지... 오빠 전화인데......”

[이런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오빠전화니까.”

[하하하...]

허둥대며 말하는 하란이의 목소리가 귀여웠던지 폰넘어로 이만석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얼굴이 붉혀지는 하란이었지만 다행이 이만석이 그걸 보지 못해 속으로 안심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전화한거야...?”

[꼭 무슨 일 있어야만 전화해야 하나? 내 여자친구인데 목소리 듣고 싶으면 하는거지.]

“......”

너무나 가슴을 떨리게 하는 말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폰 넘어로 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미안해... 요즘 바빠서 만나질 못 하고 있네.]

“미안해 할 거 없어 오빠. 일 때문에 그런 건데...... 나 괜찮으니까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돼. 그보다 오빠 어디 아프거나 다친데 없는거지? 무사 한거지?”

[다쳤으면 이렇게 전화 했겠어? 그런데 갑자기 그런 말도 다하고... 기특하네?]

장난기가 가미된 목소리였지만 그말 하나하나가 하란이 한 테는 너무도 달콤하게 들려왔다.

“오빠말대로 우리 연인이잖아... 남자친구 걱정하는거 당연한 일이야.”

[그렇구나...]

“오빠...”

[응?]

“사랑해라고 한 번만... 말 해 줄 수 있어?”

빠르게 심장이 두근 거리는 것을 느끼며 하란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그런 부탁도 해오고... 많이 보고 싶나 보네?]

“......”

자신이 부탁하고도 부끄러워 이젠 말도 잘 나오질 않았다.

[너도 몸 잘 챙겨... 그리고 사랑해 하란아......]

사랑해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란이는 두 눈을 꼭 감아버렸다.

너무 가슴이 세차게 뛰어 얼굴이 화끈거렸기 때문이다.

[하란아?]

더 이상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서 일까 폰 너머 자신을 찾는 이만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하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넌 안 해줄 거야?]

“나?”

[나도 듣고 싶은데...]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 하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랑해......오빠.”

전화하는 이 시간이 너무나 달콤했다.

그리고 가슴이 아찔할 만큼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잘 자 하란아... 나중에 또 전화 줄테니까......]

“응...”

하지만 그 시간들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 처럼 한순간으로 느껴졌다.

통화를 끝내고 잠시동안 폰을 바라보던 하란은 아쉬움도 느꼈지만 아직도 자신의 귀에 목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이만석이 자신을 봐주지 않아 상처를 입는 것 보다 그를 보지 못 한 다는 것이 더 힘이 들었다.

비록 이렇게 전화를 하는 소소한 것들이라도 너무나 행복한 이순간이 계속되기만을 속으로 바래보는 하란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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