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58화 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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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얘기라는 게 무어야?”
김철중 의원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앉아 있는 박동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게 말입니다... 장인어른. 그분께서 명을 내리셨소.”
“뭐?”
“그냥 말씀을 전한 게 아니지... 아주 중대한 명이란 말이요. 그러니 장인어른께서도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요.”
“......”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박동구의 표정은 예전과 확연히 달라져있었다.
자신과 대할 때는 언제나 눈치를 보거나 시선도 제대로 맞추지 못 했었건만 이젠 그런 모습 따위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 전부가 그 일이 있고 나 후부터였으니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지만 김철중 의원은 인상만 찡그릴 뿐 뭐라고 한마디 말을 하지 못 했다.
“그... 명이라는 게 무엇이지?”
작게 한 숨을 내쉬며 말하는 김철중 의원을 보며 박동구가 눈을 불알이며 입을 열었다.
“야마구찌회 놈들을 짓눌러 버리는 거요.”
“야마구찌회?”
“그놈들이 자본을 투자해서 벌이는 사업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다 포함 한 것이요.”
야마구찌회라는 말에 조금 놀랐던 김철중 의원이었지만 그다음에 이어진 말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쉬운 일은 아닐 터인데...”
“장인어른께서 작정하고 힘을 실어 준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지... 그리고 이걸 보시오.”
박동구가 자신의 앞 탁자에 놓여져 있던 파일을 조심스럽게 김철중 안으로 밀어주었다.
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가지고 들어왔던 파일이라 신경이 쓰였던 김철중 의원은 그것을 집어 들어 열어서 안을 살펴보았다.
파일 안에 있는 서류들을 읽어 내려가는 김철중 의원의 두 눈이 크게 떠지더니 곧바로 박동구에게 시선이갔다.
“이걸 어디서 구한 것이냐?”
“대단하지 않습니까?”
거만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박동구의 말에도 김철중 의원은 인상을 찡그리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돌려 빠른 속도로 훑어내려 가는데 절로 감탄사가 다 나올 지경이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거기엔 지금까지 야마구찌회에서 벌이고 있는 이들이 다 적혀 있다 이말이요. 어떤 더러운 짓거리를 하는지 까지도.”
박동구의 말은 옳았다.
야마구찌회가 한국에서 자리 잡으려 투자하여 일으켜 세운 회사는 물론이거니와 뇌물을 먹인 것까지 모두 적혀 있었다.
“네가 조사한 것이냐?”
조심스럽게 파일을 덮은 김철중 의원이 진중한 표정으로 박동구에게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 있겠소? 그분께서 건네준 정보들이지... 난 그걸 깔끔하게 보기 쉽게 정리를 한 뿐이요.”
이 파일안에 있는 정보들을 이만석이 건네주었다는 말에 김철중 의원은 속으로 긴장 할 수밖에 없었다.
‘실로 예사로운 자가 아니로구나...’
저번에 당했던 일을 떠올렸던 김철중 의원은 절로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그때의 경험은 너무나도 끔찍했고 그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게 무엇인지, 어떤 힘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초능력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경악할 일이었다.
그런 힘이 존재 하다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고 눈앞이 깜깜했다.
‘벗어 날 수나 있을 런지...’
그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찾아오는 끔찍한 고통은 더욱더 큰 공포를 안겨다 주었다.
이만석이 돌아가고 난 후 한 번 더 그러 한 고통을 겪은 후부터 김철중 의원은 완전히 자신이 덫에 빠진 것을 부정 할 수가 없었다.
실로 빠져나올 수 없는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꼴이었다.
“아주 놀랍지 않소? 장인어른도 이제 알았을 것이요. 그분이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지.”
생각에 잠겨 있던 김철중 의원은 박동구의 목소리에 시선을 주니 자부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이놈... 완전히 심복이 다되었어.’
속으로 혀를 찬 김철중 의원이었지만 뭐라고 할 수조차 없었다.
자신도 이제 이만석의 종이 된 판에 무슨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야마구찌회 뿐만이 아니요.”
“또 다른 뭔가가 있단 말이냐?”
“한국에서 설치고 있는 필리핀 갱 놈들을 시작으로 동남아 갱들은 모두 소탕하라는 지시오.”
“허어...”
동남아 갱 놈들을 찾아 모두 소탕하라니 당황스러웠다.
삼합회나 야마구찌놈들 처럼 큰 무리를 지어 활동하는 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국에 퍼져있는 그들 전부를 소탕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으니 아주 씨를 말려 버리라는 게 그분 명이요.”
“동남아 갱들은 찾는 게 일이지 처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만 야마구찌회 놈들은 좀 피곤해 질 수도 있겠어.”
“그 정도는 감안 하셔야지요. 명색이 야쿠자놈들을 소탕하는 일인데.”
자신이 피곤해 지더라도 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만석의 손아귀에서 벗어 날 수 없는 처지에 또 어떤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을 덮칠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살려면 아주 열심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
‘내 말로가 비참하게 끝나지 않기만을 빌어야겠구나...’
그렇게 박동구와의 얘기가 있고 난지 일주일이 흐른 후 한 신문 지면에 하나의 기사가 실리게 된다.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이가 삼삼오오 모여 있는 흑백사진인데 그들의 모습은 불량해 보였고 손에 흉기를 든 이들도 있었다.
그 사진 밑으로 적혀 있는 기사 내용은 이들이 자국에서 한국으로 흘러들어온 갱들이며 어떤 위험한 일들을 저지르는지 적혀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난 후 며칠이 지난 후 경찰의 급습으로 잡힌 갱들의 모습이 뉴스를 통해 방영되었는데, 급습하기 전에 다툼이 있었던 것인지 상당히 반항적인 눈빛에다 피 칠을 한 이들도 있었다.
세상이 흉흉한 때에 그런 모습이 뉴스를 통해 방영이 되니 대번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게 시작이었을까.
치안을 바로 잡는 다는 명목으로 본격적으로 경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레이더에 걸려 있는 이들부터 시작해서 소탕을 하기 시작한 이들은 드러난 죄가 있다면 그것으로 처벌을 내리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자국으로 강제추방을 해버렸다.
뉴스와 신문은 그저 분위기 형성이라는 것이 그 목적인 듯 대대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김철중 의원이라고 해도 짧은 시간 사이에 이렇게 대대적으로 경찰들과 언론을 집중조명 시키기 쉽지 않을 터인데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여기엔 김철중 의원뿐만이 아니라 윤정호 의원까지 가세한 상황이어서 당연한 일이었다.
대표로 선출되어 세를 몰아 한국민당을 자신의 계파로 장악한 윤정호 의원도 나선 것은 김철중 의원에게는 의외였다.
다만 그가 움직인 것에도 이만석과 관계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할 뿐이었다.
“정신이 나간 놈들이구나...”
이만석을 통해 하란이가 필리핀 갱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얘기를 들은 윤정호 의원은 분노했다.
다행이 이만석이 구해냈다지만 자신의 딸에게 그런 일이 발생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화를 건드린 것이다.
“한국 땅에 네놈들이 자리 잡을 곳은 이제 없을 거다...”
윤정호 의원은 필리핀 갱, 아니, 야마구찌회를 떠올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만석과 분란이 일어났었던 삼합회 놈들도 하란이를 건들지는 않았다.
이만석의 여자 친구라지만 윤정호 의원의 딸인 하란이를 잘 못 건드렸다간 일이 아주 틀어져버릴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것이다.
그런데 야마구찌회가 필리핀 갱들을 시켜 그런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실질적으로 말하면 야마구찌회가 시킨 것이 아닌 독단적인 행동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었지만 엄연히 그들이 필리핀 갱을 이용하여 일을 벌이려고 했으니 관계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일까지 윤정호 의원에게 알려줄 리가 없는 이만석인지라 그저 필리핀 갱들의 뒤에 야마구찌회가 있었다고 얘기해 줄 뿐이었다.
“이건 뭔가 잘 못 됐다...”
이시모토의 안색이 상당히 좋지 못했다.
그건 그 뿐만이 아니라 양쪽에 자리 잡은 타카시부터 시작해 야마다 이세가와까지 모두 표정이 어두웠다.
그도 그럴 것이 자본을 투자해 한국에 설립한 회사에 세무조사의 피바람이 들이닥쳤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 때문에 이시모토의 얼굴은 골병든 사람처럼 상당히 안 좋았다.
세무조사가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후 나이스머니 사무실엔 검찰들이 들이닥쳤는데 그 순간 야마구찌회는 비상이 걸렸다.
사금융 회사인 나이스머니는 야마구찌회의 힘을 이용하여 아주 채무자의 고혈을 쥐어짜먹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던 곳이라 그런 것이다.
그 중엔 돈을 갚을 능력이 없으면 신체포기각서를 작성하게 하여 일본으로 끌고 가서 몸을 파는 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았는데, 그런 정황들이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순식간에 검찰인력들이 사무실에 급습해 압수수색을 벌여 풍비박산이 나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 일은 뉴스에도 방영되어 그동안 나이스머니가 저지른 비리나 신체포기각서를 이용해 일본원정 성매매를 보내는 것을 비롯한 야쿠자들의 무차별적인 구타까지 취재하여 하나도 빠짐없이 공중파를 통해서 대대적인 방송을 탄 것이다.
당연히 그에 공분한 국민들이 들고일어나게 되었고 그에 탄력을 받은 경찰과 검찰은 야마구찌회와 관련된 모든 회사에 수사방향을 넓혀 나갔다.
당연하게도 야쿠자의 자본이 흘러들어 갔을 법한 회사는 은연중에 퍼져나가 국민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어 잘 나가던 회사들도 적자의 늪을 향해 치달아갔다.
그에 경각심을 느낀 야마구찌회는 자신들과 이해타산이 얽혀 있는 본토의 정계의 인물 들을 움직여 일을 무마하려 했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인 김철중 의원은 물론이고 한국민당의 대표인 윤정호 의원까지 나서게 된 마당에 어떻게 로비를 벌여 막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야쿠자들을 몰아내라는 국민들의 지지가 뒷받침되어 탄력을 받게 되었으니 숨통을 제대로 조이는 형국이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사단이란 말이냐...”
본국에서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했기에 이지경이 되었냐고 호통도 받은 터라 이시모토는 절망적인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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