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49화 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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챵의 눈빛은 별로 좋지 못 했다.
상당히 불안전했고 표정 또한 그늘이 드리워진 것 마냥 어두워 보였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조금 전에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상당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굴욕도 이런 굴욕이 있단 말인가.
엎드려서 이만석의 신발을 핥은 것은 물론 바닥에 흐르는 물마저 혀로 핥아먹었다.
이건 굴욕을 넘어 수치심이 느껴질 정도였고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 같은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 더 그를 불안하게 만든 것은 그런 행동을 벌어지는 이 믿기지 않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만석이 당연 한 것 마냥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원래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과 다를바 없는 것으로, 마치 이 일이 자신이 일으켰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 같았다.
굴욕도 굴욕이지만 그 순간에 경험했던 강추위와 살이 익는 듯한 더위와 갈증은 사람을 얼마나 미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고, 극한의 추위와 더위를 동시에 경험한 터라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고 치욕스러웠던 것이다.
“이제 좀 대화를 할 준비가 된 것 같구나.”
“도, 도대체 당신은...”
챵은 두려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이만석을 올려다보았다.
신의 장난으로 비춰지는 이런 믿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 눈앞에 있는 이만석이 일으킨 것이라 생각이 들어 그가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인간이면 이런 일을 일을 저지를 수 없는 것이다.
“놀라운 가.”
작지만 귓속의 고막을 바로 울릴만큼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챵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만큼 충격이 커서 패닉상태에 빠져있다고 봐야 했다.
“이정도로 놀라면 안 돼지. 왜냐하면 네가 하는 것을 봐서 이것보다 더 놀라운 일을 네놈이 경험하게 될 텐데 말이야.”
“이, 이보다 더 놀라운 경험?”
자신도 모르게 따라 중얼거린 챵의 안색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도대체 이보다 더 놀라운 경험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경험 했던 것 보다는 덜 하지 않을 것이며 그만큼 끔찍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 챵은 이만석을 올려다보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로 두려움을 느꼈다.
“대화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
“......”
“난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머리 아픈 것은 딱 질색이거든.”
그는 천성이 게으르고 머리가 좋지 못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머리 아파오는 일들과 쓰는 일은 딱 질색이었는데 그걸 챵에게 말을 해준 것이다.
“대화방식은 간단하다. 내가 네놈에게 말을 하면 넌 그것에 응답하면 돼.”
챵은 마른침을 삼키며 이만석을 조심스럽게 올려다보았다.
내려다보는 눈빛은 무심하면서도 사나웠는데 어떻게 보면 불만 붙이면 그대로 폭발 할 것 같은 화약고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사람으로 보이느냐.”
생각지도 못 한 질문이어서 챵이 눈치만 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묻는다. 내가 사람으로 보이느냐.”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으면 큰일을 치룰 것 같은 예감이 든 챵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겨우 입을 열었다.
“그, 그렇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챵은 그대로 바닥에 자지러지듯 넘어졌다.
그리곤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를 내뱉으며 사지를 뒤틀었는데 박동구가 경험했던 끔찍한 고통이 챵에게도 찾아왔다.
“아아아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두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고, 코에선 콘물이, 그리고 침을 게워내며 떠나가라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제, 제발... 제발......!”
마치 빌기라도 하듯 애원하던 챵은 너무나 끔찍한 고통에 오만소리를 다 뱉으며 비명을 내질러댔다.
그렇게 찰나간의 고통이 지나가고 다시 해방이 된 챵은 입에서 흘러내리는 침과 콧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 하고 그대로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은 채 용서를 비는 자세를 취했다.
“네놈은 나에게 거짓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묻는다. 내가 사람으로 보이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이만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실토하는 챵이었다.
처음엔 인간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하면 화를 낼까 두려워 거짓말을 말했는데 오히려 더 끔찍한 고통을 당하게 되니 제대로 정신이 번쩍 든 것이었다.
“그럼 내가 무엇으로 보이지?”
난감한 질문이어서 챵은 대답을 하지 못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만석이 다시 자신에게 어떤 저주를 내릴지 몰라 챵은 쥐어짜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정말로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입니다!”
그의 말이 한 치도 거짓이 없음이 느껴지는 터라 이만석은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괴물로 보이느냐.”
“예?”
“내가 괴물로 보이느냐고 물었다.”
이만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챵은 입을 뻥긋 거리다가 곧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 그렇습니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몰랐던 챵은 이만석이 제시해주는 상에 대해서 수긍을 하며 대답했다.
그의 말대로 괴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 그가 아무런 독이 통하지 않는 완벽한 내성을 지녔는지, 그리고 멀쩡한 총기가 고물이 되는 것인지 이제야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그럴 수가 없다.
인간이라면 그렇게 완벽한 독에 대한 내성과 총을 고물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면 그럴 수가 있다.
믿기지 않지만, 절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지만 눈 앞의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면 그럴 수가 있는 일이었다.
‘괴물이라...’
이만석은 자신의 질문에 수긍을 하는 챵을 보면서 속으로 다시 되내었다.
만약 그가 자신을 괴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조금 전의 그 눈빛은 절대로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었다.
박동구 보다는 덜 했지만 챵 또한 자신의 능력을 보자마자 두려움에 잠기었고 더 이상 인간으로 보지 않게 된 것이다.
챵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괴물이라는 말에 수긍하며 대답하는 챵의 행동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이만석의 눈빛은 더욱더 사납게 변해있었다.
“살고 싶으냐.”
“그, 그렇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챵은 상당한 공포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개가 되어라.”
“예.”
“내가 부르면 꼬리치며 달려와야 할 것이다.”
“예.”
“충견이 되어라.”
“그리 하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나의 고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며 챵에게로 기운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건 박동구에게 걸었던 금제마법으로 만약 불충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그는 개 거품을 물고 사지를 비틀어 되며 끔찍한 고통을 맞보면서 바닥을 뒹굴게 될 것이다.
처음엔 꺼림칙해서 사용하지 않았던 마법이었는데 이만석은 박동구에 이어 챵에게도 이 마법을 시전 했다.
이젠 그는 무슨 짓을 해서든지 절대 이만석의 손아귀에서 벗어 날 수 없을 것이었다.
“무슨 일이 생기거든 곧장 나에게 보고를 해라.”
“예.”
“하나도 빠짐없이 알려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최대한 두려움을 억제하며 조심스럽게 대답하는 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더 이상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챵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고 순간 눈이 커지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꿈을 꾼 것인가.’
마치 조금 전의 일이 꿈인 것 마냥 이만석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가 않았다.
하지만 바닥에 고여 있는 물과 쓰러져 있는 부하들, 그리고 자신의 추한 몰골을 보노라면 이건 절대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직시해주었다.
“악마야... 그자는 악마가 틀림이 없다.”
챵은 이만석의 능력이 고전에 나오는 악마의 능력과 같은 것이란 생각을 했다.
악마가 지상으로 강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갔지만, 자신을 괴물같냐고 물어보았던 그 때는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멍한 상태여서 그렇다고 대답을 하였는데, 적절한 표현을 찾는다면 악마가 맞는 표현인 것 같았다.
갑자기 나타났다 신기루처럼 사라진 그의 모습이 마치 악마와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믿지 않을 거야.’
자신이 경험 했던 것을 알려준다면 아마도 자신을 미친놈 취급 할 것이었다.
허나 그 일은 현실이었고 이제 자신은 악마의 손아귀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 할 것이었다.
가늘게 떨리고 있는 자신의 손을 긴장 된 낮 빛으로 내려다보는 창이었다.
“이상해...”
눈을 가늘게 뜨며 앉아 있던 정인철 회장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그의 옆에 시립해 있는 황석진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서민준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래... 자네가 보기에도 이상하지 않나?”
25층의 서초동 일성회 본사 회장실 안으로 비서실장인 황석진과 단 둘 뿐이라 듣는이는 아무도 없었다.
“삼합회의 일이 있고 난 후부터 별다를 행보가 없어. 그저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야.”
“그동안 한 번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그럴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하는 황석진의 말에 정인철 회장은 작게 숨소리를 내뱉었다.
확실히 일성회 와의 일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삼합회와 엮이게 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조용히 지내고 있다는 것이 정인철 회장의 마음을 걸리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이만석이 벌인 일들을 생각하면 이건 의외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차아링에 대한 일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평온함은 이질적이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동안 짧은 시간 사이에 서민준이를 중심으로 여러 일들이 벌어지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황석진이 다시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지만 정인철 회장은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기었다.
“야마구찌회 놈들도 그대로인가?”
“그렇습니다.”
“어떤 음흉한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놈들이니 계속해서 주시해야 돼.”
정인철 회장은 육중환의 일을 떠올리며 말을 했다.
아무래도 삼합회에선 일성회 쪽을 의심을 하고 있었는데, 이만석의 일 때문에 그 일이 뒤로 밀려버린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삼합회와 이만석의 사이에서 벌어진 분란은 커져갔고 나중에 가선 장체민에 이어 양두까지 수모를 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 상황이니 아무런 일 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정인철 회장은 육중환의 죽음이 신경이 쓰였다.
이미 삼합회와 비슷한 일을 그도 당한 적이 있었고 범인으로 이만석이 몰렸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 끝에 지금에 와선 정인철 회장은 그 일을 벌인 당사자가 야마구찌회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전화까지 걸며 장체민과의 만남을 가졌던 것까지 다 알려주며 우호를 내세웠던 이시모토였지만, 뒤에선 과감한 행동을 벌였던 것이다.
“내가 서민준이를 만나야겠다.”
“서민준이를 말씀입니까?”
생각지도 못한 말이어서 황석진이 긴장감을 드러내며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지금 분위기를 보면 어느때 보다 평온해보이지만 난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아. 내부에서도 서민준이에 대해서 말이 많은 상황이야. 듣기로는 영웅담으로 불린다지?”
“......”
황석진은 정인철 회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일성회에 이어 삼합회를 상대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이만석은 화제의 중심거리 였기 때문이다.
그를 존경하는 이들까지 생기기 시작했는데, 단독으로 일성회는 물론이고 삼합회의 표적이 되어 살아남은 이의 역사가 지금까지 존재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물론 혼자서 그런 거대조직을 상대로 도발을 하거나 맞서는 이도 없었고 말이다.
그런 와중에 지금까지 이만석의 이야기가 한 대뭉쳐 얘기가 돌고돌아 지방에서는 미화되어 퍼지기까지 했다.
말 그대로 영웅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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