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48화 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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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화를 한 거지?”
생각지도 못 한 전화에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끼곤 긴장을 하고 있던 챵은 방금전에 자신이 한 말이 참으로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왜 전화를 한 것이냐니, 이 보다 바보 같은 질문이 있을까.
속으로 자책을 한 챵이었지만 모든 신경이 폰으로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요주의 인물에게서 전화를 온 것으로 또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리로 갈 것이다.]
“뭐, 뭐라고?!”
순간 당황한 챵이 자신도 모르게 반문을 하며 눈을 치켜떴다.
다짜고짜 이쪽으로 찾아온다는 이만석의 말이 어이가 없었기도 했지만 또 무슨 사단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 내가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찾아온다는 거야?!”
[그건 찾아보면 돼.]
그걸로 전화 통화가 끊어져 챵은 잠시 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챵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막무가내로 찾아온다는 저 말이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만에 하나 정말로 찾아오기라도 하면 큰일 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하들을 시켜 방비를 철저히 하라 일렀는데, 영문을 모르는 부하들이 주춤거리자 챵이 목청을 높여 윽박질렀다.
그러자 뭔가 심상치 않다고 여긴 이들이 서둘러 행동을 빨리했다.
그럼에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챵은 품에 갈무리 하고 있는 권총을 잡았으니, 그 총이 소음기가 부착 된 글록19였는데 오스트리아제 탄 창수 15발에 사격정확도가 높고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총으로 널리 애용되는 시리즈 중에 하나였다.
손으로 어루만지며 소파에 앉아 있던 챵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왔다갔다 하며 안을 돌아다녔는데 불안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설하 마니 그 놈이 정말로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챵이었지만 모를 일이었다.
전에도 혼자서 턱하니 나타나 기다렸던 전적이 있었고 상관이었던 장체민이 당할 때도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또다시 놈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는지라 챵은 권총을 만지작 거리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이게 소용이 있을까?’
만약 눈앞에 이만석이 나타난다면 챵이 믿을 건 손에 쥐고 있는 권총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아직도 의문투성이인 일이 떠올라 불안감을 더 키웠다.
지금까지 총을 소지하고 접근을 했어도 한 번도 발싸 된 적이 없는 것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고물이 되어버려 방아쇠가 전혀 당겨지지 않으니 이때까지 태어나서 그런 소리는 들어본 적도, 있은 적도 없는 미스터리한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아니야. 이놈은 확실하다. 몇 번이고 시험 발사를 하고 손질을 본 놈이란 말이다.’
챵은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글록19를 철통같이 믿었다.
몇 번이고 이상이 없는지, 고장이 나지는 않을지 점검하고 시험 발사를 여러번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속으로 위로를 하며 안정을 시켰다.
그렇게 10분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챵은 상황보고를 하러 들어오지 않는 부하를 보며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놈들도 글러 먹었구나. 그런 소동이 있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직도 상황보고를 하러오지 않느냔 말이다.’
결국 참다 못 한 챵이 상황을 보기 위해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는데 이상하게 복도가 조용했다.
원래 조용한 복도였지만 이상하게 분위기가 싸한 것이 느낌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복도로 나온 챵은 걸음을 옮겨 옆 칸에 자리한 업무실로 나아갔다.
그 곳엔 대기하고 있는 부하들이 있는데 일종의 상황실로도 활용하고 있는지라 항상 대여 섯명씩 교대로 야근을 섰다.
‘이상해...’
걸음을 옮기는 챵은 어느새 품에 갈무리 했던 권총을 다시 꺼내들어 쥐었는데 이건 너무 조용했기 때문이다.
대리석 바닥을 밟고 지나가는 구두 굽 소리만이 챵의 귀로 작게 들려올 뿐이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리며 문을 연 챵이 살며시 안으로 들어갔는데, 얼굴엔 긴장감이 서려있었다.
“이, 이게 도대체?”
하지만 채 몇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바닥에 엎여져 있는 부하들을 발견하곤 서둘러 몸을 돌려 다시 복도로 나오려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대로 소리칠뻔 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렇게 놀랄 것 없어.”
“서, 서민준......”
도대체 어떻게 접근을 한 것일까.
아니, 어떻게 아무소란 없이 들어왔으며 이들을 이렇게 만들어버렸는지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이놈...!”
이만석에게 어느새 권총을 겨눈 챵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적의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일인데 충격적인 일에 너무 놀란 터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다른 곳에 장소를 옮겼을 줄 알았는데 그대로 이곳에 있다니 배포가 크다고 해야하나?”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린 이만석이 안으로 걸음을 옮겨 들어서더니 직접 문을 닫았다.
그 사이에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선 챵이 여전히 이만석에게 총을 겨눈 채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목적이지? 그리고 어떻게 들어온 거냐.”
“이까짓 것에 들어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
그렇게 말하며 다시 걸음을 옮겨 다가오는데 챵이 자신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말 그대로 본능적으로 그런 것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 이만석을 보고 위기감을 느끼곤 손가락이 움직여 방아쇠를 건들렸다.
“이, 이게 도대체?!”
동공이 흔들리며 당황한 챵이 다시금 힘껏 방아쇠를 당겨보지만 역시나 꿈쩍하지 않자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몇 번이고 시험을 해봤다.
어디 이상이 있는 곳이 없는지, 작동은 잘 되는지 다 점검을 보고 확인을 해보았다.
그런데 왜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이건 진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뭔가 잘 못이라도 되었나보지?”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리는 이만석의 말에 절로 오싹한 기분을 맛보았다.
전에도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 믿을 수가 없다. 이건 있을 수가 없어!”
양손으로 낑낑거리며 방아쇠를 당겨보아도 소용이 없는 일이다.
“아무리 해봐도 소용없을 테니 그만 포기해라.”
“네, 네놈......!”
순간적으로 총을 던져버린 챵이 나이프를 꺼내들어 이만석에게 달려들었다.
“에에잇!”
기합성을 내지르며 단번에 그의 가슴을 찔러 버릴 듯 날아들었는데 옆으로 비켜서는 것으로 가볍게 피한 이만석이 챵의 손목을 잡아 뒤로 꺾어 버린 상태로 그대로 지긋이 눌러주었다.
“아악!”
어깨관절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절로 비명성이 터져나왔다.
그 상태로 챵을 앞으로 밀치듯이 던져버리자 바닥에 추하게 넘어진 챵이 고개를 들어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 그러면 대화를 나누어볼까?”
이런 상황에서 무슨 대화를 나눈단 말인가.
이만석을 노려보는 챵이 뭐라고 한 소리 내뱉으려 입을 열려는 그때 갑자기 숨이 턱하니 막히며 기도가 조여 왔다.
“아니야... 눈빛을 다시 보니 대화를 할 때가 아닌것 같아.”
이만석이 작게 중얼거리는 사이에도 챵은 목을 양손으로 잡은 채 바닥을 뒹굴며 바둥거렸다.
마치 누군가 나일론 끈을 이용해 목을 감아 조르는 것 같이 강하게 조여 왔다.
순식간에 얼굴이 시뻘게 졌다가 다시 파랗게 질렸는데 컥컥 거리는 챵의 눈동자가 뒤집어지며 흰자를 보이려 할 때 숨통이 확 트이며 호흡을 내쉬었다.
“하아! 하아!”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크게 호흡을 고르는 챵을 바라보면서 이만석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도, 도대체 무슨 짓을?”
한 손으로 목을 어루만지며 이만석을 올려다보는데 눈에는 공포심이 서려있었다.
그럼에도 이만석은 아무런 말없이 챵을 내려다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소름이 끼쳐 챵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시간이 지나도 챵은 몸을 떠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한 발 더 나아가 이제는 양팔로 몸을 어루만지며 떨고 있었는데 입에서는 입김도 나왔다.
“으으...”
으슬으슬 떨고 있는 챵의 모습을 보면 마치 추위에 내던져진 사람 같았다.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어느새 챵의 이마의 땀방울이 얼음알갱이로 변해 있었고 머리에서 서리가 앉았기 때문이었다.
“추, 추워......”
입술이 파랗게 질린 채로 중어거리는 챵의 떨림은 더욱 심해졌다.
심한 추위에 동상이 걸리고 얼어죽는다는 것을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까.
챵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미친듯이 추위에 떨며 입김을 내뱉었다.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 계절에 그것도 이런 따뜻한 건물 안에서 얼어죽는 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이 안 되는 일이 현실이 되어 벌어지고 있었다.
그대로 바닥에 몸을 돌돌 말듯이 웅크린 채 옆으로 엎어진 챵이 미친 듯이 추위에 몸을 떨었다.
이런 추위는 난생 처음 겪는 것이었고 한 빙 지옥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이 흐릿해지며 서서히 감겨오는 누꺼풀에 의식의 끈을 놓을 려던 순간 갑자기 살을애는 것 같던 강추위가 씻은 듯이 사라져버렸다.
순식간에 사무실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자 가볍게 숨을 내쉬었고 더없는 기쁨을 맛보았다.
“언제까지 엎어져 있을 테냐.”
그때 들려오는 이만석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작은 웃음을 짓고 있던 챵이 화들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아까 와 다름없이 이만석은 그대로 챵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 당신이 한 짓이요...?”
챵은 떨리는 목청으로 쥐어짜듯 이만석에게 내뱉었다.
아까 숨통이 막힌 것도 그렇고, 방금 전의 그 일도 그렇고 지금까지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는 일이 지금 이자와 만나고 난 후에 겪게 된 것이다.
어느새 두 눈엔 믿을 수 없다는 빛과 공포심이 가득한 상태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제대로 기가 질려 있었다.
“말투를 보아하니 아직 멀었구나.”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챵은 이번엔 미친 듯한 더위에 씨달리 게 되었다.
이마와 몸에선 미친 듯이 땀이 쏟아져 내렸고 어느새 등이 축축하게 젖어들어갔다.
그 뿐만이 아니라 열기를 가시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린 채 혀를 내밀어 호흡을 고르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바짝 말라갔다.
“무, 물......!”
갑자기 미칠 듯 한 더위가 엄습해오자 챵은 땀을 흘리며 발악을 하더니 이젠 기어가는 목소리로 물을 찾고 있었다.
바닥이 땀으로 흥건해진 채로 이만석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물을 애원하는 챵의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그걸 가볍게 뿌리친 이만석이 손을 말아쥐고는 앞으로 내밀었다.
“물을 원하느냐.”
“무, 물......”
“원한다면 줄 수 있지.”
그리고는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챵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핥아보아라.”
무엇을 핥으라는 것일까.
땀으로 인해 시야가 가물거려 손으로 닦은 챵이 힘들게 올려다보았다.
“내 구두를 핥으면 물을 주도록 하마.”
그 말에 순간 챵이 움찔 떨었는데 그것도 잠시 죽을 듯한 더위와 갈증에 못이겨 결국 이만석의 구두를 혀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핥았다.
“시키는 대로 했으니 보상을 해줘야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만석이 말아 쥐고 있는 손을 중심으로 마나의 기운이 일렁였는데 대기의 수분이 이만석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의 말아 쥐고 있는 손사이로 물이 새어나오더니 그대로 바닥에 흘러내리듯 떨어졌다.
“무, 물이다!”
그 모습에 놀랄 것도 없이 챵은 활짝 웃음을 지으며 바닥에 떨어지는 물을 혀로 핥아먹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만석을 본건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시키는 대로 구두를 핥고 이젠 바닥에 흘러내리는 물을 개걸스럽게 핥아먹는 그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미친 듯이 물을 핥아먹고 있는 챵을 웃지도, 그렇다고 찡그리지도 않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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