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44화 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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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시선이 하도 사나워서 절로 뒷목이 서늘해지는 박동구였지만, 그보다도 갑자기 기도가 좁아지며 질식사해 요절 할 뻔 한 것이 더 두려웠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발작이 일어난 적도 없거니와 죽음이 눈앞에 당도 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장인어른이신 김철중 의원에게 호되게 당해 그를 무서워하고 두려워했지만 이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갑자기 왜 숨통이 막히며 호흡이 가빠져왔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마치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이만석의 시선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자... 말해라.”
“무, 무엇을 말이냐?”
위축이 된 박동구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대꾸를 했다.
하지만 처음과는 다르게 확연히 기세가 꺾여서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김중배 그 자를 시켜서 왜 나를 협박하였는지 변명을 해봐라.”
자존심이 상하는 것인지 박동구가 망설이며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순간 방동구의 얼굴이 와락 찌푸려지더니 점점 흑 빛으로 변해갔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갑자기 간질이 걸린 사람처럼 사지를 늘어뜨리고 바닥에 엎어져 몸을 떨었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팔다리를 꼬우며 해괴한 모습을 보였는데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으....사.....살..려......!”
말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침을 게워내며 말을 하는데 생에 대한 본능으로 내뱉는 말이었다.
관절이 뒤틀리며 찾아오는 고통은 참담했고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잃지도 못하고 그 고통을 받아내야 하는 박동구는 눈물이 이어 콧물, 그리고 침까지 질질 흘리며 꿈틀거렸다.
이만석은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5분의 시간이 지났을 때 다시 박동구에게 자유를 주었다.
“으으......!”
순간적으로 극심하게 찾아왔던 뒤틀림의 고통에서 해방 된 박동구가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웅크렸다.
고통이 가셨다고 하지만 정신적 충격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것이었다.
거기다 뒤틀림은 가셨다고 하지만 사지가 후유증으로 욱신거려서 완전히 고통에서 해방되었다고 볼 수가 없었다.
“엄살 피우지마라.”
고통스러워하는 박동구를 바라보며 이만석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금 그의 가슴은 뜨겁게 들끓어 오르고 있었는데 눈동자는 핏발이서 충혈 되어 있었다.
“자... 이제 왜 나에게 그런 협박을 벌였는지 변명을 짓꺼려 보아라.”
고통에서 헤어나지오지 못 하고 있던 박동구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는 이만석을 올려다보았다.
갑자기 왜 숨통이 막히며 질식의 고통이 찾아왔는지 모른다.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런 경험은 태어나서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공포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런 급작스러운 상황에 갑자기 사고가 일어나니, 한 편으로는 당황스러우면서도 무서웠던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이번엔 근육이 위축되며 경련이 일어나더니 사지가 꺾이며 관절이 뒤틀리는 고통이 엄습을 해왔다.
제대로 정신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여서 무의식 적으로 살려달라고 말하며 애원을 했는데, 숨통이 조여 오는 것보다 배는 더 무서웠다.
그리고 그것을 마치 놀라지 않고 가만히 내려다보는 이만석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소름이 돋으며 솜털이 곤두섰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전혀 이상한 것 없이 당연한 일처럼 바라보는 것이어서 더 그러했기 때문이다.
“말해라.”
이만석이 짧게 입을 열자 박동구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했다.
“자, 장인어른께서 시험해 보라 했다.”
“내가 어떤 놈인지 알아보라는 말이냐?”
“그렇다... 보이는 대로 난놈인지... 아니면......”
순간 말을 이어서 하지 못 하고 말끝을 흐리던 박동구는 다시금 숨통이 조여오는 거 같이 헛숨이 들이켜지며 막혔을 때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몸을 떨어대었다.
“그래서?”
비록 잠시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일이 있은 직후 박동구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시정잡배인가... 알아보라고 했다.”
대답을 하면서도 박동구의 눈빛은 마치 귀신을 보는 것처럼 공포에 질려 있었는데, 두 번째의 관절 뒤틀림에서 찾아오는 고통에 이어, 방금전의 숨통이 잠깐 조여오는 것으로 자신에게 찾아왔던 발작이 이만석과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을 깨닫게 된 순간 박동구는 이 해괴하고도 무서운 일이 현실로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다.
어떻게 한 것인지 몰라도 조금 전의 일들이 앞에 있는 이만석이 일으킨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현실적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지도 않았고 들은 적도 없었다.
초능력이나 그와 비슷한 것은 영화,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허구의 일로 현실적으로 절대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번씩 자신을 도인이나 숟가락을 구부리는 초능력을 할 줄 안다고 방송에 나왔던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사기임에 밝혀졌고, 시대가 발전 할수록 그런 능력들은 영화나 그런 것들에서나 나올 뿐이지 현실로 존재한다고 믿지를 않았다.
허나 방동구는 자신에게 일어난 발작들이 이 앞에 있는 이만석과 관계되어 있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었는데, 그건 그가 생각하는 이성과 전혀 다른 것으로, 말 그대로 고통을 당한 몸이 반응하며 본능이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시정잡배라...”
작게 말을 내뱉으며 중얼거리는 이만석의 말이 들여온 순간 박동구는 몸을 움츠리며 몸을 떨었다.
‘거, 거짓이다... 그럴 리가 없다. 초능력 같은 것이 실존 할 리가 없어.....’
심장이 조여 오며 소름이 돋은 박동구가 속으로 발악하듯 외쳤지만 그럴 수록 믿을 수 없는 경험에서 찾아온 공포는 더욱더 그를 사지로 내몰았다.
“그런 식으로 시정잡배로 결론이 났다면 날 칠 생각이었어. 그렇지?”
당연한 말이어서 박동구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되었다. 내가 네 뇌를 망가트려 병신으로 만들어 평생 인간구실을 하지 못 하고 벽에 똥칠을 하며 살게 만들어주마.”
걸음을 옮겨 다가와 머리에 손을 짚는 순간 박동구는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몸을 앞으로 수그리더니, 마치 김철중 의원에게 그랬던 것처럼 양손을 바닥에 짚은 채 용서를 빌었다.
“자, 잘 못했습니다!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다시금 숨통이 조여 오며 찾아오는 질식의 고통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사지가 뒤틀리며 찾아오는 끔찍한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속으로 초능력 같은 게 현실에 있을리 없다고 발악을 했지만 뇌를 망가트려 병신으로 만든다는 말이 내뱉어진 순간 미칠 듯 한 공포를 맛보았다.
너무나 무서웠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는데 숨통을 막아버리고 사지를 뒤틀어버리는 이 남자가 박동구는 너무나 무서웠다.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았고 마치 귀신이 자신을 찾아온 것만 같았다.
인간 같지 않은 이 자의 능력이 미칠 듯이 두려운 것이다.
영화를 보는 것과는 다르다.
실제로 해괴한 경험을 하고 인간 같지 않은 일을 벌이는 자와 마주하게 되었을 때 찾아오는 충격과 공포는 도저히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느새 박동구는 눈물 콧물을 짜며 손바닥에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빌고 또 빌었다.
“잘 못 했습니다... 제발...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이 자라면 정말로 그렇게 할 것 같았다.
그저 머리를 손으로 잡은 것 뿐 인데도 정말로 뇌를 망가트려 자신을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믿을 수 없는 해괴한 일이 이 자의 손을 통해서 정말로 벌어질 것만 같았다.
이만석은 박동구를 보면서 속으로 조금 놀라고 있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현실로 알게 된 것이 바로 이 박동구인데 그자가 받은 충격이 생각 이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숨통을 막아버리고 간접적으로 질식사를 체험시켜준 것과, 사지가 뒤틀리는 끔찍한 고통을 맛보여 준 것도 있지만, 이정도로 충격을 받을 줄은 그도 예상치 못했다.
‘마치 나를 괴물 보듯 하는 구나.’
이만석은 박동구가 자신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을 직감했다.
사실 게임이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마법 같은 것을 실제로 사용하게 되어 좋아 하며 기뻐하기만 했던 이만석이 특이한 케이스라 할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그런 믿을 수 없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면 보통은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이게 과연 사실인가 믿겨지지 않을 것이며, 한 동안 머리가 멍해지면서 당황하는 게 정상이었다.
어떻게 그런 비현실적인 경험을 하고도 태연하게 있을 수 가 있겠는가.
그런 자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었다.
어쩌면 이만석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로또를 맞은 것처럼 기뻐하며 좋아하는 자는 없다고 봐도 되었다.
이만석은 손을 빌며 용서를 구하는 박동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살고 싶으냐.”
이만석의 말에 박동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 했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손을 싹싹 빌 뿐이었다.
“개가 되어라.”
“예.”
“내가 짖으라고 하면 짖는 것이다.”
“예.”
박동구는 고개를 들지 못 한 채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만석은 몸속에 잠제 되어 있는 마나의 고리가 움직였다.
주변의 대기에 퍼져 있는 기운들이 몰려들었고 그것들은 곧 방동구의 몸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지금까지 꺼림직 해서 사용하지 못 했던 금제마법을 박동구에게 걸었던 것이다.
만약 박동구가 나중에 가서 이만석에 대해 불충한 생각을 하게 된다면 자연적으로 그의 몸은 사지가 뒤틀리는 고통을 경험하는 것은 물론, 개 거품을 물고 미친 듯이 바닥을 뒹굴며 괴로워 할 것이었다.
물론 지금의 박동구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을 가질 것 같지가 않았다.
그는 정말로 이만석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귀신이나 괴물로 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벌이려고 했는지 다 말해라.”
이만석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박동구는 전화를 끊은 후에 어떻게 혼을 내줄 생각이었는지 전부 알려주었다.
그가 강력계 수사1반의 서인식 반장을 만나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도 알려주었다.
“해가 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제가, 제가 내일 중으로 다시 손을 쓰겠습니다. 절대로 해가 가는 일은 없게 하겠습니다.”
두려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박동구는 이만석에게 쥐어짜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저녁에 내가 다시 연락을 할 테니 받아야 할 거야.”
“예.”
머리를 숙인 채 대답을 했던 박동구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더 이상 말이 들려오지 않자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박동구의 얼굴이 다시금 파랗게 질렸는데,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이만석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다.
몸을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박동구는 심장이 조리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응접실로 나왔다.
걸음을 옮기는 박동구는 식탁 주변에 엎어져 있는 가정부 두 명을 보았고 샤워실로 향했을 때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내 김주연이 눈에 들어왔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집안을 전부 둘러본 박동구는 이만석을 생각하며 몸을 떨었다.
그의 말대로 정말로 모든 사람이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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