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40화 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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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고놈 난놈은 난놈이다.”
이만석에 대해서 행적을 훑어보다 뒤로 머리를 빗어 넘긴 중년인의 주름진 이마가 조금 펴졌다.
체격은 비대했고 어깨는 넓었지만 눈빛이 사납고 세어서 기도가 좋았다.
그가 바로 김철중 의원으로 한국민당의 양대 계파 중에 한 곳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눈치를 보는 박동구는 그간에 이만석에 대한 행적을 모두 조사해서 알아내었는데, 그것을 읽고 있는 김철중 의원의 눈치를 살폈다.
저번의 일도 있고 해서 그런지 눈동자는 조금 떨렸고 얼굴은 긴장이 서려 있었다.
“여기에 적혀 있는 것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놈은 정말로 보통내기가 아니다.”
“그렇습니다, 장인어른.”
“혼자서 일성회의 습격에도 살아남고 삼합회와 전쟁을 치루었던 내용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
그저 뜬구름이 아니라 한자 빠짐없이 그동안 있었던 일이 전부 자세히 적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략적으로 이만석이 어떻게 전쟁을 치렀는가, 조합해서 적혀 있었다.
아직 확인 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총기까지 사용되지 않았을까하는 의견도 적혀 있어 조금눈살이 찌푸려지기는 했다.
“여기에 적혀 있는 것이 사실대로라면 킬러들의 수에서 어떻게 재간을 부려 살아난 것인지 그것이 참으로 궁금하다.”
킬러라고 하는 작자들이 그저 흉기 몇 번 휘둘러서 죽이려 하지 않았을 터이니 제간에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처리를 하려고 했을 것이었다.
그 중에는 극독도 포함 될 것이니 아무런 세력 없이 단신으로 그들을 맞선다고 한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었다.
그런데 이만석은 당당히 그들의 공격에서도 살아남아 이름을 날렸다.
“그런데 이해 할 수 없는 게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느 학교를 나왔고 살았는지 그걸 알 수 없다는 게 말이 안 돼.”
“그것이 호적도 조사하고 전부 알아보았지만 하나도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이 없습니다. 서민준이라는 동명이인을 찾아 알아보았지만 일치하는 자가 없었습니다. 이만석이라는 작자가 뭔가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아 알아는 보았는데 명의에 관련 된 것 말고는 틀별한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좀 수상쩍이기는 한데 알아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밀입국을 하여 한국으로 건너온 조선족쯤 되겠다... 안 그러냐? 우스갯소리로 묘행을 짜서 돈거래를 하여 밀입국을 하는 이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들어왔다면 말이 될 테지.”
농간으로 던지는 말이었는데 박동구는 그 말을 그저 농으로 듣지는 않았다.
저 농간에 숨통이 쥐어짜여 질식해 죽는 상황이 벌어 질 수도 있었다.
“다시 한 번 더 철저하게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혹시나 놓친 것이 있지 않아 알아보겠다는 말인데 저번의 일을 생각하면 실수가 있어서는 아니 되었다.
“털어보았자 나오는 게 없을 것이야. 설마하니 한 번더 꼼꼼히 살펴봐서 뭐가 놓친 것이 있어 드러났다면 그건 무능해서 그런 것이겠지.”
그렇다면 그걸로 벌을 받아 거품을 물고 제명에 못사는 일이 되는 것이다.
“호구조사를 해도 나오는 것이 없고 출신내역도 알아 낼 수가 없으니 참으로 미스터리한자로다.”
“수상한 자이오니 잡아들이기 수월 할 것입니다.”
아무 내력도 찾아 낼 수 없는 자이니 그것을 빌미로 잡아 받치겠다는 말이었다.
“네가 직접 만나보아라.”
“제가 말입니까?”
“아무 내력도 밝혀낼 수 없는 자이니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고 한번 협박을 해보란 말이야.”
“협박이라 하시면...”
“윤정호 그자가 무엇 때문에 자신의 여식을 이자와 함께하게 놔두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번 들어다 놓았다 하다보면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해.”
쥐새끼를 궁지로 한 번 몰아보자는 말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는 행동을 보고 결정하시겠다는 겁니까?”
“제대로 난놈인지 아니면 시정잡배 같은 놈인가 그때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 후에 잡아 들여서 국보법으로 처넣으면 돼.”
생각지도 못한 발 빠른 말이어서 박동구는 숨을 죽였다.
“만약에 풀어주면 어떻게 할 거야.”
된장찌개를 떠먹으려던 차이링이 불쑥 이만석이 내뱉는 말에 눈을 깜박이며 쳐다보았다.
“풀어 주려고 그래?”
“대충 삼합회의 일이 정리 되었으니 이대로 당신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잖아. 여기서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고.”
“상황을 다 알고서 하는 소리야... 아니면 그냥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야.”
“음...”
흘러가는 음성을 내뱉긴 했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 차이링이 자신에게 해준 얘기가 있어서 그러했는데 실은 그 때문에 좀 복잡하기는 했다.
“나를 찾는 것을 포기한 순간부터 삼합회 쪽에서 나와 간련된 자들은 모두 감시 하에 들어갔을 거야. 그건 친척이라고 다르지 않아. 내가 그들과 접촉을 한 낌새만 보여도 피해를 입게 될 거야.”
“네가 찾아가서 잡혀 있었다고 말을 하면?”
“그건 변명이 안 돼. 이용가치가 끝난 자는 그걸로 생명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어.”
차이링이 곁눈질로 구석에 쌓여 있는 돈 가방을 힐끔 바라보면서 입 고리를 말아 올렸다.
“저렇게 돈이 많으니 네가 선심을 쓴다면 대륙의 조용한 민가에 숨어서 살아갈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된 다면 정말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살아가야 할 것이었다.
그건 죽지 못 해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말 그대로 농담을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말 그대로 풀어준다고 해도 갈 곳이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전에 들었던 얘기를 다시 상기시켜 준 꼴이었다.
“난 굴곡이 심한 삼을 살아왔어. 죽을 고비도 여러번 넘겼고 내 손으로 직접 배반자를 처리도 한 적이 여러번 되었으니까.”
“사람을 죽여 보았다고?”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이만석의 모습에 차이링이 마치 남 얘기를 하듯 편하게 말을 풀어놓았다.
“삼합회를 쉽게 보지 마 조직이 크고 방대한 만큼 인재는 많은 법이고 빈자리는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채워 질 수가 있어. 거기엔 무능한 자도 포함이 되는 것이지.”
“딴 세상 얘기 같군.”
“딴 세상이 아니지. 네가 발을 들인 이곳의 얘기인거야. 한국은 총기규제가 엄격해 비교적 총을 자제하지만 상황에 따라 사용되기도 한단 말이야.”
실제로 그걸 직접 경험해보아서 절로 수긍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야 솔직해 지는 건가?”
호기 있게 말을 받는 차이링은 이만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흑요석같이 반짝이는 눈동자로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복수니 어쩌니 하는 헛소리를 지껄이니 데려온 것이지.”
“헛소리가 아니야.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서 그렇게 하려고 했으니까.”
“잡혀 있는 마당에 잘도 그런 말을 다시 내뱉는군?”
“못 할 것이 뭐가 있어?”
가만히 차이링을 바라보면서 이만석은 풀썩 어깨의 힘을 빼고 편하게 등을 기댔다.
“조직에 발을 담근 여자들은 다 당신 같은지 모르겠지만 기가 세고 강한 게 어딜 가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
“걱정은 하지마... 복수를 하고 싶어도 잡혀 있는 마당이니 그럴 방법이 없으니까.”
“풀려나면 있고?”
“노력하면 수가 생기는 법이지.”
“그렇담 절대 풀어주어선 안 되겠다.”
쓴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말을 받자 차이링이 지긋이 바라보았다.
“네가 그 꼬마아가씨하고 같이 있을 동안 좀 생각을 해보았어.”
“뭘?”
“앞으로 내 처지에 대해서.”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데?”
똑바로 질문을 해오는 이만석을 향해 차이링은 여전히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분간은 네 곁에 있을 거야.”
“풀어줘도 말이야?”
“그래.”
“내가 짐짝을 데려왔구만...”
“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가지런한 눈썹의 눈꺼풀이 잠시 깜박여 졌다가 떠졌는데 흘기는 시선이라 이만석은 문뜩 교태를 부리는 것 같이 보였다.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보았지만 너 같은 자는 처음이거든. 서민준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신선함을 느끼고 있어.”
“그게 뭐... 이성적인 것과 같은 이치인거야?”
“같은 이치는 또 뭐야? 머저리같이 분위기 깨지 말고 끝까지 들어.”
잔소리를 내뱉는 차이링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이만석이었다.
그사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차이링이 편히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이만석의 옆으로 이동하더니 살며시 허벅지 위에 몸을 앉혔다.
코를 통해 옅은 살 냄새와 샴푸냄새가 맡아졌는데 차이링의 향기였다.
“너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 하나하나 알아가고 싶단 말이야.”
체중이 실리고 살결이 맞닿게 되자 이만석은 자연스럽게 헛숨을 들이켰다.
갑작스럽게 이런 식으로 접근해온 것이 이걸로 세 번 째 인데 그럴 때마다 느낌이 새로웠다.
“네가 어떤 일을 벌이는지 지켜 볼 거야.”
“자기 마음대로로군.”
“내 의사 없이 나를 데려갔으니 그만큼 권리도 있는 법이야.”
“손님으로 맞이한 것과 납치는 다른 법이지.”
“흥... 그럼 그대로 실행해 보든가.”
차이링이 망설이지 않고 이만석의 입술에 입을 덮었다.
천천히 입이 벌어지며 두 사람의 혀가 자연스럽게 얽혔는데 차이링의 양손 또한 이만석의 목을 감고 있었다.
전혀 망설이지 않고 들어서는 혀는 살아 있는 뱀처럼 움직이며 이만석의 입속을 돌아다녔다.
하란이는 그저 이끌어 준대로 따라오는 것이라면 이 차이링이라는 여자는 반대로 자신을 도발해왔다.
천천히 입술이 떨어졌을 때 혀로 입술을 핥은 차이링이 흑요석 같이 반짝이는 매혹적인 눈동자로 이만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한 적이 없었어. 남자라면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말란 말이야.”
“이럴 때 당신을 보면 남자 두 셋은 가뿐히 잡아먹을 요물같이 느껴져.”
“헛소리나 내뱉고... 왜 윤정호 의원의 꼬마아가씨가 너하고 사귀는지 이해 할 수가 없어.”
“그런가...”
차이링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느새 다시 이만석의 입을 찾아 키스를 나누었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이번엔 이만석도 차이링의 허리를 끌어안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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