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33화 니들은 안돼
* * *
“바, 방아쇠가 전혀 당겨지지가 않습니다.”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다니 무슨 헛소리야!”
“저, 정말입니다. 이것이 아무리 쏘려고 해도 꼼짝 하지 않는...”
“이런 멍청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양두가 잽싸게 달려가 총을 낚아 체더니 자신이 이만석을 겨누었다.
“아, 아니?!”
하지만 마치 강력본드로 붙여 놓은 것 마냥 전혀 꼼짝 않는 방아쇠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런... 총을 한 번 쏴보려고 하는데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놈......!”
“그러게 좋은 총을 쓰시지... 불량품을 써가지고.”
자신을 농락하는 듯 중얼거리는 그 대답이 심히 불쾌하게 만들었지만 그것 보다는 자신이 들고 있는 총을 포함해 모든 권총이 발포가 되지 않는 현 상황이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일주일의 시간이 드리지요. 그 안에 남은 7억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미리 말씀해 드리는 건데 혹시 뭔가 일을 벌이려고 꾸민다면 제가 행동으로 손을 써드리겠습니다.”
사이한 기운을 뿜어내며 중얼거린 이만석은 어정쩡한 자세로 권총을 들고 있는 경호원들 사이로 지나가려했다.
“잡아.”
그 행동에 양두의 말이 떨어졌고 총을 바닥에 던저 버린 경호원들이 이만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사방을 점하며 제압해 들어오는 그들을 바라보던 이만석의 몸이 정면으로 움직였다.
앞서 양 팔을 벌리고 제압해 들어오는 놈의 배를 걷어 차 뒤에 따라오는 놈과 엉키게 만들고는 그 상태로 오른편에 있는 놈의 사타구니를 걷어 차올렸다.
그 순간 옆구리를 노리고 찍어 오는 녀석의 공격을 몸을 틀어서 피함과 동시에 그 상태로 팔꿈치를 힘껏 휘둘러 허공을 공격하며 스치듯 지나가는 놈의 뺨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아아악!”
팔꿈치에 정면으로 맞아 턱이 날아갔는지 이빨이 후두둑 날아가며 피를 쏟아낸 남자가 바닥을 뒹구는 그 사이 순간 주춤한 경호원들에게 재차 달려들어 소파를 박차고 날아올라 얼굴을 후려 차버렸다.
파아악!
“크악!”
정통우로 후려 맞은 녀석이 큰 소리를 내뱉으며 반쯤 몸이 돌면서 동료들과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순식간에 다섯 명을 처리하고 바닥에 사뿐히 착지한 이만석이 더 이상 다가오지 못 하고 거리를 선 채 바라보는 이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더 하시겠습니까?”
긴장 된 빛으로 다가오지 못 하는 경호원들을 뒤로하고 양두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
뭐라고 말은 해야겠는데 너무나 대단한 실력에 양두는 아무런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물찬 제비마냥 자신의 경호원들을 제압해버리는 실력이 너무나 대단했다.
무술이 뛰어나다고 어제 들었는데 그게 사실임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좋지 않다... 아주 상황이 좋지 않아.’
어떻게 된 일인지 총은 사용되지가 않고 경호원들은 기선이 제압당해 다가가지 못 하고 있었다.
“일주일입니다.”
한 마디 말을 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는 이만석의 앞을 더 이상 막아서는 이는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가까워 졌을 때 순간 주춤거리며 옆으로 물러서는 이도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도 양두는 아무런 명을 내릴 수 없었다.
문 밖으로 빠져나온 이만석은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인정 하지 않을 수 없겠는 걸.’
양두에게 말 했던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도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것인데 외모와 능력이 변한 것만큼 서서히 성격도 변화되어 가는 것 같았다.
전에는 이런 일을 벌일 엄두도 나지 않았고 저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앞에서 당당히 말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나쁜 쪽이라 생각지 않는다.’
이만석은 자신의 변화가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은 이만석이었고 그건 변화지 않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만석이 다녀간 후로 양두는 어떻게 해서든 처리하려고 행동을 가했다.
일성회와 야마구치회쪽의 감시 인력만 놔두고 집중적으로 이만석을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제압만 하면 되었으므로 그 수법이 무엇이든지 관계는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알아보아도 서민준이란 자와 연관된 지인이나 가족들은 전혀 찾아 볼 수도 없었고 알아 낼 수도 없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인지 일성회 전의 행적은 다시 찾아보아도 정말로 없었던 것이다.
물론 어쩌면 연관이 될 수도 있는 이만석이라는 이름의 사람에게 관심이 가긴 했는데 그 자의 뒤를 캐보면 특별 한 것도 없었고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습조차 보이지가 않았다.
서민준과 이만석이라는 자의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지만은 감쪽같이 사라진 마당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 식으로 되니 이젠 짐을 짊어지기라도 하려는 듯 대놓고 이만석을 죽이려고 나서는 행동도 버렸는데 철창신세를 염두에 두고 한 행동들이었다.
허나 어떻게 된 것인지 가지고 있는 모든 총들이 불량품이 된 것 처럼 전혀 쏴지지도 않았고 어이없이 당하거나 물러서기 일수였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가져가기 전에 쏴보기도 했는데 방아쇠는 아주 잘 당겨졌고 총알도 시원하게 나갔다.
하지만 그 사이에 고장이 일어난 것인지 이만석을 앞에 두고 쏴보지만 전혀 당겨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오일이라는 시간이 흐를 동안 삼합회에선 30명도 넘어서는 인원이 다쳐서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당연하게도 이런 분위기의 기류는 일성회와 야마구치에서도 이미 감지하고 주시했는데 그렇게 되니 삼합회쪽은 속이 타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처연한 분위기 속에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양두가 무거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두 삼합회 한국지부의 간부들이라 할 수 있는 이들로 15명 정도 되었는데 사무실 안이 부쩍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무거웠고 냉기가 흐를 정도로 싸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여기에 있는 15명 중에는 얼마 전에 간부급으로 오른 이들도 있었는데 걔 중에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들이 제법 되었기 때문이다.
“누가 한 번 말을 해봐... 응? 이 일에 대해서 말을 해보란 말이야.”
목청을 높여 소리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누구하나 고개를 제대로 드는 이가 없었다.
“할 말이 없겠지...”
당연한 일이어서 작게 한 숨을 내쉬는 양두의 모습에 눈치를 보던 챵이 마른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런 건... 처음입니다.”
“뭐가 말인가?”
말 해보라는 듯 바라보는 시선에 챵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말을 시정하겠습니다. 이런 사람은 처음입니다. 먼저 사람이라면 누구나 출생지역이 있고 그동안 살아온 흔적들이 남기 마련입니다. 그건 여기에 있는 모두에게 해당이 되는 것으로 마음먹고 뒤를 캐려고 하면 고향부터 시작해서 작은 단서들이 몇 가지는 나온단 말입니다. 그런데 서민준이 그자는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습니다. 단지 일성회와의 일이 있었던 그 때가 그가 태어난 것인 마냥 그 전의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지...”
차이링이 시켜서 조사했던 것과 이번에 새롭게 서민준에 대해서 조사했던 것은 정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 자는 확실히 독이 통하지 않는 것인지 다른 독들을 사용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정말로 독이 통하지가 않았다.
저번에 사용한 것 말고도 준비해둔 다른 극독들도 같이 사용했는데 전혀 이상반응이나 중독증상은 찾아 볼 수가 없이 쌩쌩하기만 했다.
저번엔 허무맹랑한 이야기 속의 독인이라고 말은 했지만 이젠 그 말을 무시할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인정 할 수 없겠지만 그자는 정말로 독에 대해 강력한 내성을 타고난 것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순가 모두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진 것 마냥 흑빛이었다.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고 그 중에는 가늘게 손을 떠는 이들도 있었다.
이제까지 이런 얘기를 꺼낸 이들은 없었다.
마치 꺼내는 것을 죄를 짓는 것 마냥 모두가 회피를 했고 이 자리에도 챵이 말을 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독에 대해서 얘기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독뿐만이 아닙니다. 도저히 현실에 벌어 질 수 없는 일은......”
챵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잠시 양두의 눈치를 살피던 챵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자 앞에서는 전혀 총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어이없는 창의 말에 아무도 반박을 하는이가 없었다.
그것이 현실이었고 실제로 그러했기 때문에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재밌군... 아주 재미있는 일이잖아?”
주변을 잠시 둘러본 양두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했다.
“마치 모든 총기에 저주가 걸린 것 마냥 그자 앞에만 서면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는다니 이런 웃긴 일이 어디에 있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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