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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2화 (32/812)

〈 32화 〉 32화 니들은 안돼

* * *

“오늘 밤으로 두 사람을 처리해야겠는데...”

통화를 끝낸 이만석은 반대쪽 빌딩 옥상에서 양두가 뭐라고 말을 하고 물러서는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전화 통화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까지 전부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던 것이다.

거리가 멀어서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듣지는 못 했지만 망원경을 사용하지 않아도 대충 볼 수는 있었다.

잠시 동안 더 양두를 바라보던 이만석은 유유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집으로 돌아온 이만석이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익숙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왔어?”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는 이만석을 보고 국자를 들고 차이링이 맞아주었다.

“이거 김치찌개 냄새 아니야?”

“맞아... 한국에서 오랫동안 지내다보니 찌개종류나 몇 가지 요리는 할 수가 있지.”

“시켜먹으면 되는데......”

“시켜 먹는 것 보다는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좋아. 그리고 이럴거 예상하고 내가 말한 한 채소들이나 재료, 조미료를 사가지고 온 거 아니었어?”

그건 또 맞는 말이라 이만석은 입맛을 다셨다.

“집사람도 아니고...”

식탁에 차려져 있는 반찬들과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는 차이링을 보면서 이만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궁시렁 거리지 말고 손 씻고 와서 앉아. 다 끓여가니까.”

국자로 조금 떠서 맛을 보는 차이링을 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은 이만석이 화장실로 이동해 비누로 가볍게 손을 씻었다.

그렇게 식탁의자에 몸을 앉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에 놓여 있는 받침대 위로 펄펄 끓어 오르는 김치찌개가 조심스럽게 내려졌다.

그 후에 꼬들꼬들하게 잘 된 밥을 주걱으로 가득 담아 이만석의 앞에 놔주었다.

“이걸 다 네가 만든 거냐?”

계란프라이부터 시작해서 콩나물무침, 소시지채소볶음까지 여러 가지 반찬들이 식탁에 펼쳐져 있었다.

“김치나 깍두기는 내가 만든 게 아니지만 그 외엔 전부 내가 만들었어.”

식탁에 펼쳐진 것들은 전부 한국식이라서 이만석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부장쯤 되면 가정부가 있지 않나?”

“스스로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하거든.”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김치찌개를 떠서 맛보았다.

입안에서 맴도는 알싸하면서도 얼큰한 것이 절로 입맛을 돌게 하는 맛이다.

“맛있네.”

“많이 먹어.”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차이링의 말에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김치가 맛이 있어서 그런가.”

“시비 거는 거야?”

“그럴 리가.”

수저를 들어 한 숟갈 떠서 먹은 이만석이 젓가락으로 소시지 하나를 집어서 먹었다.

고소한 게 맛있어 역시 나쁘지가 않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식사를 이어가는 이만석을 보면서 수저를 들어 국을 한 번 떠먹은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편의점 도시락이든지 그런 거 사오지마. 내가 밥 차려 줄 테니까.”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기에 그래?”

콩나물 무침을 집어먹던 이만석이 오물거리며 바라보았다.

“가만히 집안에서 지내는 것 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좋잖아?”

“그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김치찌개를 떠먹은 이만석이 이번엔 먼저 입을 열었다.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

“왜? 풀어주려고?”

“그건 아니고... 답답하지 않아 싶어서.”

“나가보았자 갈 곳도 없어... 그러다 애들 만나면 그날부터 죽이려 들 텐데...... 그리고 당분간은 네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싶어.”

“지켜보다니?”

“목숨을 걸고 도박행위를 벌이는 네가 웃겨서 말이야.”

“도박은 무슨...”

“7억... 정말로 다 받을 거야?”

“당연하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가만히 바라보던 차이링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양두를 건드리고도 무사태평이라니...”

“한 그릇 더.”

당당하게 그릇을 내미는 것을 아무 말 없이 받아든 차이링이 다시 가득 담아서 넘겨주었다.

“많이 있으니까 더 먹어.”

“이것만 먹고 그만 먹을 거야.”

다시 식사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차이링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부담스럽게 왜 그리 처다 봐.”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게 중얼거리며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이만석은 어색한 느낌을 경험했다.

다음날 아침 라운지에서 뷔폐식으로 제공되는 식사를 이어가던 양두는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대번에 얼굴이 구겨졌다.

챵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인데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보고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숙소에서 곧장 병원으로 실려 갔다니?”

[그것이 거실에 쓰러져 있었답니다. 한 명은 양쪽 다리가 다 박살났고 다른 한 명은 갈비뼈와 양팔이 아작 났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개소리냔 말이야.”

[아마도... 서민준이가......]

“사무실에서 보도록 하지.”

듣기 싫다는 듯 통화를 끝낸 양두가 입맛이 없어져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숙소에서 당한 채 발견이 되다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단 말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타들어가는 보고여서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기던 양두는 곧장 호텔을 나서 황동개발로 향했는데 인상이 펴질 줄을 몰랐다.

그가 타고가는 벤의 앞뒤로 검은색 승용차 두 대가 붙어서 갔는데 경호를 위해서였다.

빌딩 앞에 도착하자마자 내려서 건물 안으로 들어선 양두가 5층에 올라섰을 때 자신이 왔는데도 챵이 나서질 않자 눈살을 찌푸렸다.

고개를 까딱이는 양두를 보고 조심스럽게 문으로 이동해 열어준 경호원을 뒤로 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섰다.

“아... 이제야 오셨군.”

“너...”

순간 놀라는 양두를 뒤로하고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경호원들이 총을 빼들고 소파에 앉아 있는 인영에게 겨누었다.

“환영인사가 거창한데?”

쓴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 친구는 잠시 재워 두었으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신이 나갔구먼.”

이곳이 어디라고 찾아와서 태평하게 소파에 앉아 있다니 이건 간이 큰 것이 아니라 죽여달라고 제발로 찾아온 격이었다.

“얘기 좀 하려고 왔습니다.”

“그게 얘기를 하려고 하는 사람의 태도인가?”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양두를 보면서 이만석은 이빨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갑자기 이렇게 찾아온 것이 불편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사람이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데도 태평하게 중얼거리는 그 모습이 심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상태로 방아쇠를 당기면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리면서 죽음을 면치 못 할 것이다.

그런데도 저런 식으로 행동하다니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곳에 들어섰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전혀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텐데? 이 상황에서 총을 발사하면 벌집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나.”

“물론 양두님 말대로 총을 맞으면 벌집이 되겠지요. 하지만 전 싸움보다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죽은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말장난을 하자는 것인가.”

“말장난이 아닙니다. 진실을 말 한 것이지요. 그보다 서있기 불편 할 텐데 이쪽으로 오시죠.”

배짱이 두둑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목숨을 등한시 하고 벌이는 외줄타기인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케이스는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행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번처럼 날 인질로 삼아서 또 빠져나가려 한 다면 이번엔 소용없을 것이야.”

“인질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러지 않겠다는 듯 말하고 먼저 앉으라는 듯 손으로 자리를 권했다.

경호원들과 삼합회의 식구들이 쫙 깔려 있는 마당에 두려울 것은 하나도 없는 일이었다.

당당히 걸음을 옮겨 소파에 몸을 앉힌 양두를 보면서 이만석도 자리에 앉았다.

“어제 통화에서 말입니다. 제가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고 했잖습니까.”

“그래서 그 두 명을 쓰러트리는 것으로 경고를 하려 했겠지.”

“맞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그 둘로는 좀 약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서 하는 말에 양두가 바로 말을 받았다.

“그 정도로는 경고가 되지 않겠다, 그러니 직접 가서 나의 강단을 한번 보여줘 보자 뭐 이런 말인가?”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잘 해주셨네요.”

만족스럽다는 듯 대답하는 이만석이었다.

심히 좋지 않다는 듯 바라보던 양두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면 알겠지만 이곳은 우리건물이야. 여기에 있는 이들은 다 이쪽 사람이란 말이지. 그리고 내 경호원들이 모두 권총을 겨누고 있단 말이야. 말 한마디면 벌집이 되는 건 한 순간이지.”

“그렇겠네요.”

“두렵지 않단 말인가.”

“두려워해야 합니까?”

말을 받는 이만석을 보면서 양두는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러는 것인지 파악하려 했다.

“사람은 원초적으로 죽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그런 식으로 행동을 한다고 하여도 현실로 일어나면 그럴 수가 없단 말이야.”

“그렇겠지요... 실제로 경험해 봐서 압니다.”

이만석은 문뜩 옛날 일을 떠올렸다.

더 이상 세상에 미련이 없어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그 순간들.

그렇게 죽었다고 생각 했는데 깨어나 보니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하지만 행동에 옮겼다고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두려웠던 것은 사실이었다.

당연히 부정 할 수 없는 일이다.

“경험해 봤다니 더 잘 알겠군. 그러면 왜 이런 미친 짓을 벌이는 것이지?”

양두는 참으로 궁금하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그런 경험을 해보았다는 자가 이런 짓을 벌이다니 웃기지도 않는 일인 것이다.

“그건 알고 있는데 상황이 달라져서 말입니다.”

“상황이 달라졌다?”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는 좀 힘든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여전히 두루뭉술한 말이어서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그건 넘어가기로 하고... 그럼 본론을 얘기하지요.”

이만석은 손으로 들어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들었다.

“다른 건 필요 없고, 전 이걸 원합니다.”

“7억 말인가.”

저 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양두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전화 통화에서도 말 했다시피 무서운 자들을 저에게 보내었으니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이루어 질 것이라 생각하는가?”

“예, 이루어집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말이었다.

“대화를 하는 방식이 틀려먹었군.”

쓴웃음을 지은 양두가 이만석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쏴버려.”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런 상대는 더 이상 대화 할 필요 없이 제발로 기어 들어왔으니 죽여주는 게 도리였다.

“뭘 말입니까?”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물어보는 것 마냥 의아한 듯 질문해오는 모습에 양두의 두 눈이 순간 커졌다.

고개를 돌린 그가 막 인상을 쓰며 뭐라고 하려는 그때 그는 다시금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도,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야?”

총을 가지고 낑낑 거리고 있는 경호원들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이었다.

“아, 안됩니다.”

그 중 맨 앞에 있던 자가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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