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31화 니들은 안돼
* * *
“왜? 뭔가 잘 못되었나?”
그런 사내를 보면서 이만석은 태연한 듯 질문을 던졌고 순간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들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지척으로 다가와 급소를 노리고 찔러오는 그 속도는 당황스러운 정도로 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만석은 몸을 옆으로 비켜섬과 동시에 날아드는 나이프를 쥐고 있는 손목을 비틀어 잡아챔과 동시에 팔을 꺾어버렸고 그 상태로 뒷목을 쳐서 기절시켜버렸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는지 두 명의 사내가 더 나타나 총을 겨누었는데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이, 이게 왜?!”
“이럴 수가......!”
아까 전의 사내와 똑같은 말을 내뱉는 사내와 경악하며 당황하는 또 다른 사내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늘이 당신들을 돕지 않는 모양이군?”
조롱 섞인 말이 내뱉음과 동시에 순식간에 두 명의 사내에게 다가갔다.
낑낑거리며 총을 쏘려고 노력하는 둘은 곧이어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품속에 갈무리 했고, 저마다 나이프를 꺼내들어 그 상태로 이만석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달려들어 옆구리와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속도는 아주 빨랐다.
흉기를 휘두르는 그들의 행동은 전혀 망설임이 없었고 다루는 솜씨 또한 능숙해 보이는 모습이다.
이대로 있으면 목이 베이고 옆구리가 찔려 피를 쏟아 낼 판이었지만 이만석은 전혀 그런 것에 두려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가볍게 옆구리를 파고들어오는 나이프를 옆으로 흐르듯 손을 이용해 손목을 쳐내었고 울대를 베고 지나가려는 칼날은 머리를 앞으로 숙임으로써 피해버린 것이다.
허공을 베고 지나가는 그 사이 이만석은 발을 치켜들더니 그대로 앞에 있는 놈의 배를 걷어 차버리고 손목을 부여잡고 있는 놈의 지척으로 다가가 스치듯 옆으로 지나가며 정면으로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억!
“아악!”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놈의 코가 주저앉으면서 피를 게워냈다.
거기서 끝내지 않고 이만석은 비틀 거리는 놈의 옷깃을 잡아끌어 배를 걷어차이고 넘어진 놈에게 당기며 넘어트려버렸다.
배를 걷어차인 놈이 비틀 거리며 일어서려다 연이어 날아온 동료와 부딪쳐 다시 바닥에 엎어졌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다가간 이만석은 가볍게 몸을 다지듯 어루만져 주었다.
몸을 떨며 신음소리를 내뱉는 둘을 처다 보던 이만석이 고개를 돌려 먼곳을 응시했다.
“두 놈은 오질 않을 참인가...”
이 세명 말고도 이만석은 두 녀석이 더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켜보고만 있을 참인 것 같았다.
원래 그러려던 것인지 아니면 동료들이 당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꾼 것인지는 알지 못 했다.
“저 둘이 알아서 수습하겠지.”
작게 중얼거린 이만석은 그렇게 가던 길을 걸어갔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일부러 사람이 없는 한 적한 곳을 찾아 걸어갔던 이만석이었다.
“죄송합니다.”
보고를 들은 양두의 표정은 전혀 좋지가 못 했다.
지금 그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두 사람은 베이징에서 올라온 킬러였고 프로였으며 살인청부업자이기도 했다.
그들 손에 죽어간 이들은 무수히 많았고 스치는 것만으로도 독살을 당해 죽는 일이 허다했다.
“그러니까... 집안으로 침입해 들어 갈 수도 없고... 독이 전혀 소용이 없는 강한 내성에다가 총이 발사되지 않아 당황하다 나이프를 들고 설쳤는데도 세 명은 병원에 실려 갔다, 이 말인가? 그 친구는 아주 멀쩡히 다시 돌아갔고.”
“......”
아무런 말도 못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서있는 둘을 바라본 양두가 웃음을 지었다.
“허허허... 아주 재미가 있어. 말이 좀 과장된 거 아닌가? 방심해서 당했다고 해도 돼. 내 크게 혼을 내지 않을 터이니......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겐가? 세상에 독이 통하지 않는 자는 내 보지를 못 했어. 그 자가 허무맹랑한 이야기 속의 독인이라도 된다 이 말인가?”
“그것이... 정말로 통하지가 않았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오라...... 무술 실력이 아주 뛰어난 자입니다. 한 명은 그렇다고 처도 둘이서 합공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당하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마치 뭔가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듯 말을 내뱉는 그 모습은 양두로 하여금 이젠 불신을 넘어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아무리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해도 이 들이 없는 소리를 할 위인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얼굴을 보면 정말로 당혹스러워 하는 것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정말로 독이 하나도 통하지 않았단 말인가?”
“블랙맘바의 독까지 섞어서 만든 극독입니다. 그걸 침으로 맞고도, 음식을 통해 섭취를 하고도 전혀 통하지 않더라 이 말입니다.”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믿기지가 않아... 어떻게 독이 통하지가 않는 가 이 말이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다시금 꿀 먹은 벙어리마냥 침묵을 지키는 두 사람을 보면서 양두는 이만석을 떠올렸다.
과감하게 자신을 인질로 잡고 돈 가방을 들고 날랐던 청년.
전혀 생각지도 못 한 행동이었고 아주 간이 큰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세상에 아무리 불가사의한 일들이 있다고 하지만 독에 대한 완벽한 내성을 지닌 독인이 존재 할 리가 없어. 그런 인간이 있다면 그 자는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 분명해.”
살아 있는 사람이 절대 그럴 수 없을 거라는 일침이었다.
이 들이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독뿐만이 아니라 한 명도 아니고 다섯 명에서 목표 하나를 잡지 못 하고 오히려 당한 것 또한 믿기지가 않았다.
“독침이 옷을 뚫지 못 했다든가 음식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특별한 해독작용 비슷한 뭔가가 있었겠지.”
독에 대해서는 양두도 잘 알았다.
한 종류가 아니라 세상엔 수많은 독충들과 맹독성을 지닌 동물이나 식물들은 많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죽은 시체에서 구할 수 있는 시독 또한 존재하고 독을 찾는 다면 그 종류는 수백을 넘어 수천가지나 될 터였다.
그런 모든 독들에 대한 내성을 지닌다는 것은 말도 안 되었고 어쩌면 특별한 어떤 독에 대한 내성이 아주 뛰어난 자일 수도 있었다.
“양두님...”
그때 긴장 된 표정으로 서있던 챵이 울리는 폰을 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미 벨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양두인지라 고개를 끄덕이곤 손을 내밀었다.
“서민준인가?”
전화를 받아든 양두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다 대고 말했다.
[이런... 계셨습니까?]
“내가 어딜 가겠나?”
쓴웃음을 지은 양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금 이만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를 죽이려고 마음을 먹은 것인지 무서운 자들을 보내셨더군요.]
“내가 보기엔 자네가 더 무서운 자인 것 같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협공을 받고도 살아남았으니 당연히 그렇지 않겠나?”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러했다.
이만석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갔던 5명은 목숨을 버릴 생각이면 어떤 자든지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나질 못 할 실력자들이었다.
하지만 이만석은 그들 중 3명을 쓰러트리고 지금도 쌩쌩하게 활동하고 있지 않은가.
그저 기분 좋으라고 던지는 농이 절대로 아닌것이다.
[칭찬으로 알아듣지요. 저번 일도 있고 해서 챵을 통해서 말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제 전화를 받으셨으니 직접 말씀을 드리지요.]
“무얼 말인가?”
[저번에 3억 있지 않습니까? 그건 아주 고맙게 받았는데 아직 7억을 받지 못해서 말입니다.]
“욕심이 많은 친구로구먼... 3억이 적단 말인가?”
꽁 돈을 가져갔으니 그것만으로도 아주 큰돈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요. 하지만 거기에 제 목숨 값이 붙어 있다면 말이 달라지는 겁니다. 거기다 이번엔 위험한 자들까지 붙여 서비스까지 해주셨으니 나머지 7억을 다 받아야지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군? 설마하니 그들을 막았다고 해서 기고만장한가본데... 그걸로 끝이라 생각지 않는 게 좋아.”
표정이 굳어진 양두의 목소리는 무거웠고 톤은 굵직했다.
비록 다섯 명이서 이만석을 없애지 못 했지만 그것 말고도 방법은 많은 것이다.
[아닙니다... 뭔가 착각을 하신 것 같은데...... 그게 아니지요.]
“뭐가 아니란 말인가?”
[쉽게 말해 이번엔 제 차례라는 겁니다. 저는 가만히 있고 양두님께서 계속해서 공격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날 노리기라도 하겠단 말인가?”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걸로 통화를 끝낸 양두는 가늘게 눈살을 찌푸렸다.
“아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어... 이런 식으로 막말을 내뱉다니.”
긴장 된 빛으로 시립해 있는 이들의 얼굴을 둘러보던 양두는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는 두 명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내 잘못을 묻지는 않을 테니 어떤 방법으로든 없애버려.”
“목숨을 걸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물러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양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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