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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8화 (28/812)

〈 28화 〉 28화 암투

* * *

그로부터 하루 뒤 챵은 다시 이만석에게 전화를 받았다.

당연히 자신에게는 폰이 없었는데 부하들 중에 한 명이 당황한 표정으로 노크를 하고 들어와 전해준 것이었다.

[화가 나서 폰을 부셔버리기라도 하셨나?]

“닥쳐라 이놈.....!”

[두 번은 없다. 이번엔 그저 조용히 물러났지만 다음번엔 너도 무사하지 못 할 거야.]

“간 댕이가 부었구나... 넌 지금 스스로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

[그런 헛소리를 들으려고 전화 한 것이 아니야. 정확히 일주일을 주마 이번에도 준비를 하지 못 하면 너도 무사하지 못 해.]

통화를 끝낸 챵은 한 동안 그 상태로 가만히 서있었다.

지금까지 여러 놈을 봐왔고 일이 있었지만 이만석처럼 이런 놈은 처음인 것이다.

도대체 어떤 재주를 지닌 것인지 놈은 경계를 뚫고 들어와 쪽지도 남기고 머리에 총을 겨누는 대범한 짓거리를 하고 사라진 것이다.

그 사진을 보았을 땐 절로 소름이 돋아 마른 침을 삼키며 멍하니 바라보았을 정도였다.

‘이건 절대로 내 선에서 해결 될 일이 아니다.’

이만석이 저지르는 이 미친 짓거리가 보통이 아님을 느낌이 챵은 그동안의 일을 상세히 정리해서 다시금 상부에 보고를 올렸다.

특히 굴욕적이긴 했지만 자신에게 행했던 행위도 자세히 보고했고 증거사진도 보내었다.

삼합회를 농락했던 것은 물론 장체민이 당한 것도 더 붙여 한 번더 꼼꼼히 정리를 해서 보내었다.

어쩌면 차이링이 사라진 것도 그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심스럽다는 말도 전했다.

그렇게 삼일이 흘렀을 때 챵은 뜻밖의 인물과 마주하게 되었는데 50대 중반의 중성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날카로운 콧날의 남자가 바로 그러했는데 설마하니 그가 이 자리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십령방주님을 뵙습니다.”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챵이 손을 모으며 예를 올렸다.

얼굴엔 긴장감이 어렸고 목소리는 굳어 있었다.

“그렇게 긴장 할 것 없네.”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들어서 그런지 사무실 안은 부쩍 거렸고 분위가는 어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 올 사람이 아닌 인물이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챵이 예의를 차리며 십령방주라 부른 그는 양두라는 자로 삼합회주의 밑으로 각 십방의 일인자들 중에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회주의 밑으로 열 개의 방이 존재하고 그 밑으로 여러 갈래의 조직들이 또 퍼져 있는 것이다.

양두는 그 중에 요녕,길림,흑룡강성 일대를 지배하는 방주로 연변자치구 또한 그의 관 활이었다.

물론 삼합회 말고도 여러 지역구 조직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 지역을 관활하고 있는 방주는 절대 무시 하지 못 할 존재였다.

그런 열 명의 방주들 중에 한 명이 이곳에 온 것이다.

“내가 왜 이곳에 온 것인지 궁금하겠지?”

“그, 그렇습니다.”

긴장하며 대답하는 챵은 목이 타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방주의 이름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고 이번일이 쉽게 생각 할 것이 아니라는 것도 되었다.

이만석이 종암동 린다 호텔로비에 들어섰을 때는 저녁 8시였다.

로비는 한산했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보였는데 개중엔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이 많이 보였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이만석은 깔끔한 양복차림의 남자가 7층을 누르는 것을 보았다.

3층과 5층에서 두 번정도 서고 7층의 문이 열렸을 때 이만석과 양복을 입은 사내가 같이 내려섰다.

“이 쪽으로.”

둘만 남게 되었을 때 사내가 그 한 마디를 하고 걸음을 옮겼다.

뒤를 따라 걸어가는 복도는 구두소리 많이 작게 들려올 뿐이었다.

오른쪽 끝 편의 문 앞에 멈춰선 남자가 두 어번 노크를 했고 잠시후 다른 사내가 조심히 문을 열었다.

사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선 이만석은 50평은 더 되어 보이는 넓은 공간에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인테리어는 고풍스러웠고 천장엔 샹들리에가 장식되어 있었다.

거실로 보이는 곳의 원형 탁자엔 한 명의 중년인이 편한 모습으로 앉아 차 한잔을 즐기고 있었고 그 주위로 경호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바른 자세로 시립해 있었다.

‘총기로 무장하고 있겠구나.’

이만석은 그들이 하나같이 총기로 무장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즐기고 있는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어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젊은 친구로군?”

찻잔을 내려놓고는 손을 내밀었다.

“양두라고 하네.”

“서민준이라고 합니다.”

가볍게 악수를 한 이만석은 마주보는 자리에 몸을 앉혔다.

“강단이 있는 친구야... 이렇게 나올 것이라 생각지 않았는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웃음을 지은 이만석은 당당하게 말했다.

앞에 있는 인물이 비록 삼합회의 높은 사람이라고 하나 윤정호 의원과 정인철 회장으로 인해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래... 10억을 원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어머니가 조선족 여인이어서 유창하게 한국어로 말하는 양두의 질문에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갑작스럽게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10억을 달라고 하면 그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나?”

“삼합회 정도 되는 곳에서 그 정도도 만들어내지 못 하면 말이 안 됩니다.”

“10억은 작은 돈이 아니지.”

“못 만들어 낼 것도 없지요.”

지지 않고 말을 받는 모습에 양두가 입 고리를 말아 올렸다.

“젊은 친구가 목숨 아까운지 모르는 모양인 것 같으이...”

“최근 들어 그런 소리는 좀 들었습니다.”

차이링을 떠올리고는 대답한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10억이 제 목숨 값이라면 목숨 값이지요. 총기를 들이밀고 납치를 하려고 했으니 당연히 그 정도는 받아야 된 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장체민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나?”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잠시 동안 이만석의 얼굴을 바라보던 양두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대단한 힘이 있다고 해도 그건 완전할 수가 없는 일이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엔 그 말로는 비참하기 짝이 없는 법이라네.”

이만석은 지금 이 양두라고 하는 자가 무슨 말을 하는 알고 있었다.

비록 지금까지는 어떻게 잘 버텨왔겠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 예로 눈앞에 십령방주라 불리는 양두가 그 증거였다.

양두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차이링 처럼 어렵게 박동구에게 접근을 할 필요가 없이 일을 진행해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이미 한국에 입국한 순간부터 주시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 들어온 것은 그것 뿐만은 아니라네.”

그렇게 말한 양두가 이만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10억이라면 적은 돈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큰돈도 아니지. 원한다면 그 돈을 줄 수도 있어. 한 가지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그게 목적이겠군요.”

찻잔을 들어 다시 한 모금 마신 양두가 입을 열었다.

“자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주 상세히 올라갔더구만. 아무리 산전수전을 다 겪은 프로라고 하도 그런 대단한 행동을 벌이기는 쉽지가 않은 일이지.”

그때 양두가 눈치를 주자 사내 하나가 커다란 여행가방 하나를 가져왔다.

보기에도 묵직해 보였고 묘하게 눈길이 가는 가방이었다.

“자네가 좋아하는 현찰이지. 오만원권 지폐와 미화100달러를 섞어 3억이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은 양두가 잠시 가방을 바라보는 이만석에게 입을 열었다.

“자네정도의 인재에겐 그 정도의 돈은 언제든 지불 할 수 있다네. 내가 왜 멀리서 이곳 한국까지 찾아왔겠나? 다 사람을 볼 줄 알기 때문이지.”

“삼합회로 들어오라는 말씀입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정확히는...... 내 사람이라는 게 맞겠지만.”

잠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만석에게 양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다네. 여자를 원한다면 이 방을 다 채우고도 부족 할 정도의 미인들을 안겨주지. 권력을 원한다면 내가 힘을 실이 줄 수도 있는 법이야.”

자신 정도 되는 인물이 이곳까지 찾아와서 3억을 안겨주고 이런 제안을 한다면 거절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 모습을 보아도 딱 그렇게 보여 지는 상황이다.

“싫습니다.”

“싫다?”

“누구의 심복이 되는 것도 싫고 소속되는 것도 싫습니다. 하지만... 이 돈은 전혀 싫지가 않군요.”

그 말이 끝난 순간 이만석이 자리를 박차고 움직였다.

순식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싶은 순간 어느새 이만석은 양두의 팔을 제압하고 뒤에서 압박하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갑작스러운 상황에 양두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사내들 또한 품에서 권총을 꺼내 이만석을 겨누고 있었는데 그들 또한 표정은 당황스러운 듯 보였다.

“그렇게 겨눌 것 없다.... 어차피 쏴지지도 않는 것......”

작게 중얼거리는 이만석의 말을 들었지만 그게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 했다.

아니, 사실 알아듣지 못 한 것 보다 총이 쏴지지 않는다는 저 말이 이해가가지 않았다.

사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은 하나도 느끼지 못 하겠지만 어느새 이곳의 마나의 파장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총은 이상 없을 것이지만 방아쇠를 당기려 해도 딱딱하게 굳은 것처럼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겨지지 않을 것이다.

이만석에게 겨우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을 정도의 일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지금 무슨 짓을 벌이는지 알고 있나...?”

처음엔 당황한 양두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음 이 일이 현실임이 느껴졌다.

지금 이자는 자신의 팔을 누르고 제압을 한 채 인질로 삼고 있는 것이었다.

“잘 알고 있지요... 그러니 저 들이 저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소음기가 부착 되어있어 소리는 새어나가지가 않지......”

어떻게 보면 섬뜩한 경고와도 같은 말이었지만 이만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이는 얼굴이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가 누군가의 심복이 되는 것은 꺼림직 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3억을 준비해 주었으니 그건 고맙게 생각하고 받아가지요.”

그 상태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 이만석이 묵직한 가방의 손잡이 끈을 잡아 들어올렸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이 과연 마음에 들었다.

돈이라고 생각하니 아주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무게감이었다.

그 상태로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이만석의 앞을 남자 세 명이 막아섰다.

“물러서라... 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나조차 모르니까.”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았는데 순간 이만석이 꺾은 팔을 지그시 누르자 양두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제야 움찔한 남자들이 옆으로 주춤주춤 비켜섰다.

다시 걸음을 옮겨 문 쪽으로 이동한 이만석이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비스듬하게 몸을 빼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양두를 앞으로 밀치듯 밀어버리곤 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

“양두님!”

두 명의 남자가 양두에게 다가가 부축을 했고 한 명이 서둘러 문을 열었다.

잠시 복도를 둘러보던 사내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어, 없습니다.”

“음...”

천천히 몸을 일으킨 양두가 굳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그놈은......”

설마하니 저런 행동을 벌일 줄은 그도 생각지 못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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