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27화 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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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은 미친놈이 틀림이 없다.”
갑작스럽게 전화를 하더니 대뜸 현찰로 10억을 준비하라는 말을 하고 끊어버린 이만석의 말이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이놈이 지금 장난을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챵의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거짓이 아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주일이란 시간을 줄 테니 현금10억을 마련하라는 협박을 하는 이만석이 미친놈으로 느껴졌다.
장체민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아주 미친 짓거리인데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혼자서는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채 그런 충격적인 일이 가시기도 전에 이젠 10억을 준비하라는 전화를 하다니 정신이 나간 놈이 틀림이 없다고 여겨졌다.
‘가만... 혹시 놈이 일성회의 배경으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이 아닐까?’
가만히 보면 둘 사이에 어떤 야합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성회 쪽에서 그런 미친 짓거리를 시킬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모든 가능성은 열어놔야 하기에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것이어서 참으로 심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사안이었다.
‘어쨌든 그놈은 죽어야한다.’
장체민을 이지경으로 만들고 삼합회를 상대로 협박을 하였으니 더 이상 두고보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만약 이 일을 그저 지나치게 된 다면 그건 삽합회가 동네북이나 다름없는 처사를 보여주는 행태였다.
“일본 놈들이 손을 쓴 것일까?”
의문에 가득한 시선으로 정인철 회장이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제법 심각했음으로 이번일이 보통의 사안이 아님을 반증하는 일이었다.
물론 차이링의 심복인 육중환이 피살을 당한 것도 의외의 소식으로 처음엔 적잖이 당황했다.
누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의아함을 느꼈지만 어쨌든 삼합회에선 일성회를 의심 할 것이 자명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차츰 지나감에 따라 야마구치회에 의심이 가기 시작했고 그놈들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놈들이 잘 못 생각한 것이 직설적으로 장체민에게 전화 통화를 못 할 줄 알았을 것인데 믿든 안 믿든 그대로 까발리고 상황을 보는 것이 나은 일이었다.
이미 이만석의 일로 그것이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성회의 이름이 가볍지 않다는 것도 맞지만 서도 써먹을 일은 써먹고 생각이 정리 되었으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게 맞는 것이었다.
정인철 회장은 하기로 하면 그대로 실행 하는 사람이었다.
“음흉한 놈들이니 그놈들의 소행일 수가 있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육중환이는 그렇다고 쳐도 발 빠르게 장체민마져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건 이해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잘 못 하다가 삽합회와의 전면전을 치룰 수도 있었고 그렇게 되면 야마구치회또한 무사하지 못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들리는 소문엔 한 명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장체민의 습격소식은 삼합회 내부에선 비밀아닌 비밀이었다.
거기다 그 습격자가 여러 명이 아닌 한 명이라는 말도 떠돌고 있는 실정이었다.
물론 삼합회 고위층에선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을 하지만 그게 먹혀들지가 않았다.
“그만한 실력자가 그놈들에게 있었나? 아니면 일본에서 보낸 것인가.”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복잡하게 다가왔다.
일단 삼합회의 상황을 지켜보아야 겠지만 그 쪽은 지금 차이링에 이어 또 장체민 마저 당했으니 초상집 분위기나 다름없을 것이었다.
‘서민준이가 생각나는군...’
이 순간에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이 이만석이었다.
차이링을 납치해 데려가는 대범한 일을 저지르고 지금도 데리고 있을 것인데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증이 일었다.
알아보면 알아 낼 수 있는 일이지만 아직은 연락할 때가 아닌 것이다.
차이링은 누가 데리고 갔는지, 그리고 어떻게 됐는지 일성회에서는 모르는 일인 것이다.
그걸 장체민에게 말한 것이고 이만석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일이었다.
“서민준이라면... 그럴 수 있을까?”
“서민준이 말씀입니까?”
의아하다는 듯 물어오는 황석진 비서실장의 말에 쓴웃음을 지은 정인철 회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미친 짓거리를 하는구나......”
이만석의 얘기를 들은 차이링이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처음엔 장체민이 병원에 실려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육중환에 이어 그마져 당한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한 편으론 일이 복잡하게 흘러가면서도 예측범위를 점점 벗어나는 것 같아 관심을 끌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다음 이어진 말에 차이링은 그저 두 어번 눈을 깜박였을 뿐이었다.
그리곤 자신도 모르게 욕 짓거리가 튀어나왔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생각하기에 어처구니가 없을 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위험하게 총을 가지고 설쳤던 놈들이야. 그 총을 나에게 들이밀었으니 당연히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지?”
“지금 네가 하는 짓이 무엇인지 알아? 이건 그냥 거치적 거린다는 것과 차원이 다른 행위야, 추적을 받기 시작하면 영원히 쫒기는 신세를 면치 못 해. 네가 죽기 전까지.”
차이링은 이만석이 벌인 행동이 자살행위로 밖에 보이지가 않았다.
물론 삼합회 정도라면 일주일 안에 10억을 현찰로 만들지 못 할 것도 없지만 그 돈을 이만석에게 줄 리도 없거니와 장체민을 그 지경으로 만든 이를 그대로 두고 볼 일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만석의 프로라고 하지만 혼자서 삼합회 전체와 쌓을 수도 없거니와 설사 어느 정도 편법을 써서 대적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일성회인가?”
순간 차이링의 머릿속에 일성회가 떠올랐다.
그들과 뭔가 얘기가 있었다면 이런 미친 짓거리를 할 간 댕이가 부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건 독단적인 행동이야. 그들과는 관계가 없지.”
곧바로 관계가 없다는 말을 내뱉는 이만석의 얼굴을 본건데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차이링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거리를 벌였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더러운 싸움이 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한 편으로는 괜찮다는 생각도 들어. 마음편히 돈을 챙길 수 있으니까. 어차피 좋은 일로 돈을 벌지 않았을 테니 내가 좀 받는다고 해서 나쁠 게 뭐가 있어?”
“아무리 네가 실력이 뛰어나고 날고 긴다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야.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간 제명에 살지 못 해.”
“내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나보지?”
“이건 생각 할 것도 없어. 혼자서 그런 짓거리를 벌였다면 넌 무조건 죽어. 삼합회를 너무 우습게보고 있는데 곧 후회하게 될 거야.”
물론 이건 자신에게 하는 말과도 같았다.
돌아갈 수 없는 마당에 그들에게 발각이 된다면 깔끔한 방법은 그대로 죽여 버리는 일이었다.
“두고 봐라... 내가 성공을 하는지 실패를 하는지...”
당당히 말을 내뱉는 이만석을 보면서 차이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만 여겨졌다.
며칠 후 이만석은 차이링의 경고대로 정말로 그들에게서 기습을 당했다.
지나가는 행인으로 스쳐가다가 칼을 쑤셔 박으려는 자도 있었고 순식간에 차로 둘러싸며 우루루 내려서 공격해 들어 온 적도 있는 것이다.
계중엔 독살을 노리는 것인지 침을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 자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에 당할 이만석이 아니었다.
[준비는 되었나?]
“이놈...!”
일주일이 흐른 지금 챵은 이만석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어떻게 날 죽이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 아쉽게도 모두다 실패로 돌아가 버렸군.]
“그동안의 습격에 살아남았다고 좋아 할 것 없다. 네놈은 반드시 죽는다...”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듯 한 말이었는데 목소리는 탁했고 갈라졌다.
[그건 내가 할 소리지. 아무래도 내 말이 허투루 들린 모양인데... 좋다.]
그대로 전화 통화를 끊어버리는 순간 챵은 들고 있던 폰을 그대로 던져 버렸다.
전화통화가 끝난 뒤로 챵은 부하들을 더 배치 시켰는데 조장급 들에게는 총 까지 지급되어진 것이다.
대도록 이면 자제를 해야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쓰지 않는 건 미련한 짓이라 생각을 했다.
물론 될 수 있으면 총이 쓰일 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써야 한 다면 망설이지 말고 사용하라고 명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상부에는 이틀 전에 이미 보고를 올린 상태로 아직 특별한 지시는 내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더 불안한 챵이어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였다.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는데 눈꺼풀은 무거웠고 어깨는 뻐근했다.
“이런...”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챵은 순간 눈을 뜨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존 것 같은데 순간 정신을 잃은 것 같이 잠속에 빠져들었던 것 같았다.
“얼마나 존 거지?”
손목시계를 바라보니 15분쯤 흐른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려 몸을 일으키던 챵은 순간 경직되고 말았다.
탁자위에 쪽지 하나와 함께 스마트폰 하나가 놓여저 있었다.
{아주 잘 자더군 그래... 네놈 부하의 폰을 잠시 빌려서 좋은 사진 찍어 두었으니 확인 해보도록 해.}
쪽지를 구겨서 버린 챵이 폰을 들었다.
다행이 장금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폰이었는데 사진폴더로 들어간 챵은 사진들의 이미지중 제일 위에 있는 작은 사진을 확인한 순간 그대로 마른침을 삼켰다.
터치를 해서 크게 누르니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자신의 머리가 드러났고 손 하나가 충을 들고 머리를 겨누고 있는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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