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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6화 (26/812)

〈 26화 〉 26화 암투

* * *

“이제 어쩔 셈이지?”

차이링이 이만석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이렇게 방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에 이르렀는데.”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 양 중얼거리는 모습에 이만석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바닥에 떨구어져 있는 총기로 이동했다.

설마하니 총기를 들이밀 줄은 몰랐다.

대한민국은 엄연히 총기를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통제를 따르는 나라다.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다.

물론 삼합회라는 조직이 어떤 조직인가를 생각한다면 총기를 소지 못할 것도 없는 일이기는 하다.

“위험한 물건을 들이밀었어.”

작게 중얼거린 이만석이 뭔가 결심을 한 듯이 고개를 들어 차이링을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지.”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 차이링이 의구심을 드러내며 바라보았다.

“머저리 같은 놈들...”

권총까지 지니고 갔으면서 잡아오질 못 할망정 당하는 것도 모자라 빼앗기기까지 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한국에선 총기관리가 엄격한 나라여서 지니고 다니는 것조차도 자제했는데 이번에 큰맘 먹고 행한 일에도 바보같이 오히려 당하고 만 것이었다.

처음엔 어이가 없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엔 열불이 터졌다.

총기를 탈취당한 것은 아주 큰 일로 심각하게 생각해야할 일이었다.

이건 정말로 생각지 못 한 일이어서 장체민은 머리가 지끈거려 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는 때에 갑자기 폰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확인한 장체민의 눈에 경계의 빛이 서렸다.

처음 보는 번호여서 그런 것인데 일단 받기로 한 것인지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다 되었다.

[네 선물은 잘 받았다.]

“서민준이냐.”

목소리가 들여옴과 동시에 장체민의 입에서 무거운 말이 흘러나왔다.

연이어서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식으로 대담하게 전화를 걸어오다니.

[네놈이 날 죽이려고 했으니 나도 가만있지 않겠다.]

그러나 이어서 들려오는 말은 제대로 간덩이가 부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놈...”

일그러지듯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말을 내뱉은 장체민은 곧바로 전화는 끊겼다.

경고성 말이었는데 잠시 동안 그 상태로 앉아 있던 장체민은 곧바로 챵을 불러 자신에게 전화가 왔던 것을 알려주고 방비태세를 제대로 갖추라 일러주었다.

위협해서 납치를 하려던 것이 총기마저 빼앗겨버린 상황에서 이런 전화가 걸려오니 혹시 몰라 대비를 하는 것이다.

그 혼자서 무얼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었다.

이렇게 대놓고 전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니까.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사단을 일으키거나 모험을 하기보다 신중히 나가는 것이 그의 스타일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지금까지 일어나는 일들은 참으로 더러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뭐하나 잘 풀려가는 것 같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품에서 담배를 꺼내 하나를 입에 물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후우~!”

깊이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장체민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똑똑­!

“챵입니다.”

그때 밖에서 노크하는 소리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함 모금 더 빨아 내쉬던 장체민이 입을 열었다.

“들어와.”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조심스레 문이 열렸다.

허나 다음 순간 장체민은 물고 있던 담배를 그대로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들어선 이는 자신의 심복인 챵이 아닌 전혀 다란 사람이었는데 보지는 못 했지만 외모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서민준...”

작게 중얼거린 장체민이 중얼거리는 그 사이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온 이만석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챵은 어떻게 했나...”

말은 챵을 찾는 것이었지만 자신의 명을 받고 방비태세를 갖추고 있을 부하들을 어떻게 뚫고 들어왔냐는 것이었다.

“잘 자고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장체민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총을 들고 설치지는 말았어야지.”

“네놈...”

바로 앞에 멈추어 서서 우두커니 내려 보며 중얼거리는 말에 장체민이 분노를 표출하며 노려보았다.

“이제 움직일 때가 되었지.”

그저 주변의 동향을 살피며 지켜보다 일이 끝날 것이라 생각지 않은 이만석이었다.

일단 자신을 끌고 가려고 했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귀찮은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 뻔했고 그걸 기다리는 짓은 멍청한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그리고 이일을 계기로 제대로 한탕 하기에 결정을 내렸다.

순전이 이 일들은 저들이 자처를 한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다.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턱수염이 까칠 하게 자란 20대 중반의 사나운 인상의 남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잘 못 하다 사단이 일어 날 수도 있겠어.”

그와 마주앉아 있는 사내 또한 동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는데 민대머리의 호남형의 남자로 턱은 각졌지만 고집은 세보여서 강해보였다.

그들이 있는 이곳은 수유동에 자리 잡은 나이스머니로, 7층 건물의 빌딩이었으며 사금융회사였다.

신용이 낮은 이들에게도 돈을 빌려주는 대신 연이율 30%의 높은 이자를 받고 있는 일종의 사채였다.

얘기를 주고 두 사람은 야마다와 이세가와라는 야쿠자들로 야마구찌회의 일원이었다.

이곳 나이스머니는 일분 야쿠자의 자본으로 세워진 금융회사인 것이다.

그때 문이 열리며 40대 중반의 안경을 쓴 쳐진 눈매가 인상적인 중년인이 들어섰는데 그를 보고 두 사내가 일어서 예의를 갖추었다.

그가 봐로 야마꾸지회의 한국의 지부장으로 있는 이시모토 준이치로였다.

잠시 후 그가 자리에 몸을 앉히자 그 둘도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상황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장체민이가 당했다. 이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야. 그저 삼합회 쪽이라고 방관하고 있을게 아니란 말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말을 내뱉는 그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차이링이 납치를 당한 것도 상당히 놀라운 일이였는데 그 때문에 자신에게 선을 뻗는 장체민을 보고 기회로도 보았다.

이걸 잘만 이용한다면 일성회화 삼합회를 흔들 수 있거니와 제대로 입지를 굳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들려온 장체민의 습격소식에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그가 병원에 입원 했다는 정보를 입수 한 후부터는 믿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건 정말로 심각한 일이었다.

“아무리 지부장이 없는 상황이라도 삼합회가 그 정도로 흔들릴 이들이 아니야. 그런데 장체민이 그 자가 손을 쓰지 못 하고 당했다는 이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대단합니다... 이건 선전포고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누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인지...”

이시모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야마다와 하세가와가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었다.

차이링의 일도 큰일임에 틀림없지만 상하이에서 내려온 감찰단의 수장격인 그 마저 친 것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았다.

‘상황이 심각해...’

병실을 빠져나온 챵은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서민준이 기습을 해올지 모르니 방비를 갖추 어라고 했지만 그 혼자서 기습을 한다는 것이 영 믿음이 가질 않았다.

물론 이번 납치가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예사의 인물이 아님을 제대로 실감을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는 혼자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자신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서둘러 장체민이 있는 곳을 찾아 가보니 부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상태가 나빠 보여 서둘러 병원에 데려갔지만 골절상과 더불어 폐까지 손상을 입어 몇 달간 요양을 해야 할 판이었다.

이 일을 상부에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챵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데 품에서 걸려온 전화를 보고 확인을 했다.

처음 보는 전화로 고개를 갸웃거렸던 창은 곧 얼굴을 굳히고는 그대로 받았다.

[챵이오?]

젊은 사내의 목청이었는데 그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서민준이...”

굳어진 얼굴로 중얼거리는 그 목소리에 그를 호위하듯 따르던 이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맞는 모양이군. 길게 말을 하지 않을 테니 잘 듣는 게 좋을 거요. 10억을 준비하시오. 수표는 안 되고 모두 현찰로...]

“뭐라?”

다짜고짜 10억을 준비하라는 어이없는 말에 챵이 자신도 모르게 반문을 했다.

[그게 자신의 몸이 성할 수 있는 길이고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는 법이요. 정확히 10억이요. 모두 현찰이여야 하고 일주일의 시간을 드리지. 삼합회의 안정을 꾀하는데 그 정도의 돈이면 작은 것이지. 그럼 그때 다시 전화 드리지요.]

그것으로 통화는 끝났는데 잠시 동안 폰을 바라보던 챵의 얼굴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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