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16화 요주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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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외의 인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정인철의 표정은 심각하게 변했다.
그가 이곳에 있을 상황이 아니었고 그래서도 안 되었다.
얼굴 생김새를 본 건데 들었던 인상착의와 비슷하다는 것을 보아 확실한 것 같았다.
“날 죽이려 온 것인가.”
자신을 치는 것이 어쩌면 일성회를 공황상태에 빠트리는데 재격일지 모를 일이다.
“그것이 아닙니다.”
이만석은 갑작스러운 자신의 등장에 많이 놀랄 줄 알았던 정인철 회장이 의외로 금새 안정을 되찾고는 차분히 말하는 모습에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역시 하나의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란 말이군...’
성정이 어떠한 인물인지는 자세히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 할 수 있는 강단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윤정호 의원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자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전 회장님을 사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오해를 풀고자 이렇게 찾아온 것입니다.”
“오해를 풀러 왔다?”
다시 같은 말을 내뱉는 모습에 정인철 회장이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은 채 바라보는 시선은 진중했고 거짓을 엿볼 수가 없었다.
“네가 오정권이를 죽이지 않았다는 말이로구나.”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 말을 믿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인철 회장의 입에선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윤정호 의원님이 손을 써서 저를 치려고 했던 것도, 그리고 끝낸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뿐입니다. 그 일은 끝이 났고 바보같이 다시 일성회와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단 말입니다.”
당연한 얘기였다.
이만석은 밤의 세계를 지배한다니 대업을 이룬다니 하는 그런 거창한 꿈을 꾼다거나 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힘이 생겼고 로또가 터진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좋아하는 여자와 함께 데이트도 하고 돈도 펑펑 쓰면서 즐기면서 사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그런데 하란의 아버지가 윤정호 의원이라느니, 갑자기 일성회가 자신을 공격한다느니, 하는 일들이 벌어져서 골치깨나 썩였는데 이번에 다시 칼 들고 설치는 놈들을 만나니 결심을 하고 직접 찾아온 것이다.
이번엔 또 무엇 때문에 자신을 공격하는 것인지.
그런데 메모리즈를 통해 하나씩 정보를 얻어서 이곳까지 찾아오면서 알아낸 것은 오정권이라는 일성회 부장이 살해되었고 그 범인으로 자신이 지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일에 이만석은 당당히 밝히고자 하는 심정이었다.
“얼마 전에야 분란이 끝이 났는데 제가 뭐가 아쉬워서 또다시 귀찮은 일에 말려들려고 하겠습니까?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일도 없고 전 살인자가 아니란 말입니다.”
이만석은 자신을 습격했던 일성회의 사람들을 때려눕혔지만 죽이지는 않았다.
살인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 것이다.
정인철 회장은 이만석이 무엇을 말 하렴인지 대번에 알아들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그를 상대했던 사원들은 병원에 입원을 한 자는 있을지라도 죽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혹여 의심이 가신다면 제가 돕겠습니다. 절 살인마로 누명 씌운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
정인철은 눈앞에 있는 이 서민준이라는 자에 대해서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가졌으면서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불쑥 이곳에 찾아와 살인자를 잡겠다느니 돕겠다느니 하는 말을 내뱉으며 바라보는 모습은 그로써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실, 이곳에 이렇게 불쑥 찾아 올 수 있는 일도 없을 분더러 그런 간큰 행동을 벌일 이가 없다는게 맞는 말이다.
“혹여 의심가는 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저와 회장님간에 분란을 일으킬 만한 자들 말입니다.”
그런자들이 누구 있는지 잠시 생각을 해보던 정인철 회장은 하나의 단체를 떠올렸다.
자신의 일성회가 혼란에 빠지면 누구에게 이득이 갈지, 누가 기뻐할지 예상이 가는 인물들.
“삼합회로군.”
그의 입에서 삼합회라는 이름이 거론대자 이만석의 두 눈이 커졌다.
삼합회라고 한다면 영화에서 몇 번 보았던 적이 있는 국제 범죄조직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이만석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거야... 젠장.’
일성회라는 거대 조직에 이어 윤정호 의원과도 만났고, 이젠 삼합회라는 이름이 거론되자 머리가 아파온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날고기는 존재가 되었다지만 그전 까지는 하루 먹고 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었던 그였다.
“뭔가 꾸미고있을 줄은 알았는데 이게 그중에 하나였단 말이지...”
아무래도 정말로 일성회가 얕보인 모양이었다.
그것도 여기 눈앞에 있는 존재로 인해 말이다.
“저도 살인자라는 누명이 씌어 좋은 기분이 아닙니다. 그러니 돕겠습니다.”
조금 전 까지는 어떻게 죽일까 생각을 했던 존재에게 이제는 돕네마네 하는 소리를 듣다니 참으로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도울 텐가?”
“정보를 주십시오. 그 작자들을 잡아다 받치지요.”
“자신감이 과한 친구로군.”
배포가 큰 것인지, 아니면 간 댕이가 부운 놈인것인지는 몰라도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자가 자신의 저택에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죽이고도 남을 상황이다.
“자네의 말은 알았들었으니 오늘은 이만 물러가게.”
어느새 말투가 바뀐 정인철의 말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쉬시고 계신데 폐를 끼치게해서 죄송하군요.”
그리곤 조용히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경호원들의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 역시나 인듯 했다.
다음날 정인철 회장은 간부급들을 모아 비상회의를 가졌다.
자리에 착석한 이들이 갑작스러운 회의에 모두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상석에 앉아 있는 정인철 회장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어제 서민준이가 찾아왔다.”
웅성웅성!
정인철 회장의 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변이 어우선해졌다.
“조용.”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던 정인철 회장이 조용히 히라는 듯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금세 회의실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일성회가 비록 조직이 느슨해 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진 정인철 회장의 입김이 강한 것이다.
“그놈의 말로는 자신이 오정권이를 죽이지 않았다고한다.”
“그럼 도대체 누가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입니까.”
왼 편에 앉아있던 전무 이태식의 조심스러운 말에 정인철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놈이 하지 않았다면 삼합회의 놈들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삼합회?!”
그들이 그런 대범한 행동을 저질렀을 리라고 생각지 못 한 이들이 반문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민준이가 아니면 당연히 자신들이 의심을 받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미친 짓거리로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냉정히라만큼 무서운 결단이다. 서민준이와의 일이 얼마 전이었고 상황을 보았겠지. 그리고 내 성정이 어떠한지도 알고 행동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그 후엔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서민준이를 잡은 뒤엔 자신들이 의심받을 것이 아닙니까.”
“그에 대한 계책도 꾸미고 있겠지. 어쩌면 그 때쯤이면 드러나도 상관없을 것이라 생각 했을 테지.”
어떻게 보면 심각한 애기였다.
이 말을 빌리자면 이건 삼합회와의 전쟁으로 비화 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놈들은 생각하지 못 한 것이 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으로 집중이 되자 정인철 회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서민준이가 날 직접 찾아오리라는 걸 말이다.”
긴장감이 회의장 안을 맴돌았다.
“일성회도 변덕을 부리는구만. 안 그렇소?”
“이해 할 수가 없어요.”
성홍일이 던지는 농을 받으면서도 차이링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오성권이가 죽고 난 후에는 본격적으로 서민준을 잡으려고 준비를 하던 일성회였다.
갑작스럽게 그런 조짐들이 만에하나 서민준이 아닐 수도 있으니 철저히 조사하라는 새로운 지침이 내려지면서 분위기가 반전이 된 것이다.
이건 정인철 회장의 독사 같은 성격과도 맞지 않는 변덕으로 그동안 주시하던 그의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조치였다.
먼저 이만석을 잡고 나서 조사해도 조사를 벌였지 일성회를 농락한 서민준을 이대로 둘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상황을 좀 지켜봐야겠는데... 대비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군요.”
서민준을 이용해서 진흑탕 싸움의 판을 크게 벌이려던 차이링이었다.
그런데 정인철 회장이 변덕을 부린 것이다.
“뭔가 이유가 있어요. 갑자기 저런 지침을 내린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그를 움직인 것이에요.”
“그 이유가 무엇 일 것 같소?”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던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준비는 부하들에게 맡기고 당신이 직접 서민준이를 지켜봐줘요.”
“그놈을 말이오?”
“절대 접촉도 하지 말고, 접근도 하지마세요. 그저 누굴 만나는지 보고 말해줘요.”
“한국에 와서 쉴 틈 없이 바쁘구만...”
작게 중얼거리는 성홍일을 바라보며 차이링은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서민준이 뛰어나다지만 눈앞에 있는 이 성홍일 또한 그 못지않은 프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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