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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12화 (12/812)

〈 12화 〉 12화 요주의 인물

* * *

고개를 끄덕인 윤정호 의원은 차분한 목소리로 달래듯 입을 열었다.

“정 그렇게 보고 싶다면 내가 만나게 해주마.”

“네?”

눈물을 닦던 하란이 반문을 하며 바라보았다.

“단... 그놈 뭐하는 놈인지 알아야겠다. 아무나 너하고 만나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아버지...”

생각지도 못 한말에 하란은 놀란 듯 보였다.

“자 말해 보거라... 서민준이라는 그 청년이 어떤 사람인지.”

“정말로 그 뿐인가요?”

경계하며 하란이 말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려다 곧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만 먹으면 내 힘으로 그놈을 잡아서 억지로 토해내게 할 수있다. 하지만 이렇게 너에게 찾아오지 않았느냐?”

잠시 침묵을 지키던 하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 후로 하란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이만석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물론 나이트에서 만났다거나 하는 말하기 껄끄러운 것은 제외하고 자신에게 어떻게 대해주는지 얼마나 착하고 좋은 사람인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하란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윤정호 의원은 이만석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재물이 많은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마다 외제차를 바꿔 타는 것은 물론 데이트할 때 쓰는 비용만 봐도 능력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다음에 하는 말에는 영 믿음이 가지 않았다.

착하고 순박하다느니, 어벙한 면이 있고 순수하다느니 하는 것은 일성회의 일을 떠올리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들이었다.

‘그런 날고 기는 놈이 어벙하고 순수하다니... 얘가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구나......’

윤정호 의원은 서민준을 생각하며 웃음 짓는 딸이 걱정이 되었다.

이만석은 오랜만에 오피스텔에서 하루종이 퍼질러 잠을 자고 있었다.

아무리 초인이 되었다고 하지만 일성회라고 하는 거대한 조직에 대해서 알게 된 이상 조금인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직에 의뢰를 한 사람은 바로 하란의 아버지로 한국민당대표의 국회의원이었다.

뉴스에서도 몇 번 본적이 있는 사람으로 정치계의 거물이었다.

그런 사람이 하란의 아버지라는 것에 좀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사이에 일성회는 마치 자신이 숙적이라도 되는 양 여러번 습격을 해왔고 그것도 모자라 이중 삼중으로 덫을 놓고 기습도 벌였던 것이다.

물론 당황한 이만석이었지만 그런 것에 놀아나고 죽어나갈 실력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어제부터 일성회의 이상조짐은 더 이상 없었는데 자신을 감시하고 있던 시선도 사라진 것을 확인한 이만석은 그 후로 오늘 이렇게 오피스텔에서 오랜만에 푹 낮잠을 잔 것이다.

그렇게 한 참 코를 골며 자고 있는데 폰에서 벨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그 소리에 인상을 찌푸린 이만석은 울리다가 꺼지겠거니 생각하고 계속해서 잠을 청했다.

허나 폰은 전혀 벨이 꺼질 생각을 하지 않는듯 계속 걸려왔고 1분정도 지나서야 꺼졌다.

이제 좀 조용히 잘 수 있겠구나 싶어 다시 잠을 청하려는 찰나에 다시 시끄럽게 벨이 울려왔다.

“누군데 진짜 잠을 방해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폰을 집어든 이만석은 ‘귀요미’라는 조금 오글거리는 이름으로 저장 된 이름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 하란이야?!”

[오빠!]

잠이 퍽뜩 달아나는 목소리에 이만석의 얼굴에 생기가 돋았다.

“그동안 연락이 안 돼서 얼마나 걱정 한 줄 알아?! 정말로 하란이야?!”

[응... 오빠! 그보다 괜찮아? 다치거나 그런 것 없고?! 잘 지내고 있는 거지?]

“당연하지~! 나에게 무슨일 생기겠어?”

머릿속에 일성회의 습격이 맴돌았지만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오빠 시간 있어? 있으면......]

“당연히 있지!”

기분 좋게 말을 했던 이만석은 순간 그대로 표정이 굳어졌다.

감시하는 자가 어제 사라졌다고 하지만 혹시나 모르는 일이었다.

설마하니 하란이와 만나고 있는 와중에 그들이 들이닥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하란의 아버지가 한국민당의대표이고 의뢰자라고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었다.

“미안...”

[왜 그래 오빠?]

“사정이 생겨서 지금 좀.... 힘들것 같다.”

안타까운 심정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오빠가 만나기 힘들어 하면 이말을 전해 주라고 했어.]

“무슨 말?”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이만석에게 하란이 입을 열었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어.]

“말했다니...? 뭔 말이야? 그리고 누가 그런 소리를 전해주라고 한 거야?”

[물어봐도 알려 주지 않았어. 다만 이 말을 오빠에게 전해주면 알 거래. 아버지가 한 말이야.]

순간 이만석의 눈이 크게 치떴다.

50대 중반의 중후한 인상의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긴 중년인이 안으로 들어섰다.

다부진 표정에 입은 꾹 다물어 있었고 콧날은 시원하게 뻗어있어 고집이 있어 보이는 중년인이었다.

눈빛은 또렷하고 바라보는 시선은 자신감이 넘치며 힘이 있어 보여 분위기 또한 무거웠다.

그런 중년인이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테이블 양쪽에 앉아 있던 남자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았다.

모두다 하나같이 깔끔한 정장차림으로 회의실 분위기에 어울리는 정갈한 차림들이었다.

곧이어 중년인이 테이블 앞쪽 상석에 앉아 그제야 모두가 자리에 착석했다.

잠시 자리에 착석한 이들을 한 번 훑어본 중년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제부로 서민준이라는 놈에게서 손을 때게 되었다.”

그때 오른편에 앉아 있던 40대 초반의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일로인해 직원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이대로 물러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놈은 우리 일성회를 웃음거리로 만들었어. 하지만 윤정호 의원의 직속으로 통화해 왔다. 그 놈에게서 손을 때라는 말이다. 아직은 상부상조 할 때야, 아직 심기를 건드릴 때는 아닌 거지.”

암흑가를 잠식하고 있었지만 자기들 스스로 조직폭력배라고 부르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하나의 기업이자, 그룹으로써 세를 불려나가고 있는 엘리트 집단인 것이다.

조폭들도 두목이나 보스라는 호칭들 보다는 직급에 맞게 불렀고 모든 이들은 통틀어, 사원, 또는 직원으로 불리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밤조직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세를 불리고 있는 상황이라 정계의 눈치를 많이봐야 하는 편이었고 정계의 거물인 윤정호 의원은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만석으로 인해 일성회의 위신이 발칵 뒤집혔다고 하지만 유정호 의원이 손을 때라고 한 이상 지금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강원도의 일은 계속해서 도와준다고 약속도 해주었다.

“그러면 대책을 말해보도록...”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연 정인철 회장의 말에 순간 모두가 눈치만 볼 뿐 입을 열지는 않았다.

이중에 한참 떠오르고 있는 윤정호 의원과 관계가 틀어지면 얼마나 피곤해 질지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정인철 회장이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서민준이 그놈은 이대로 끝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윤종호의 말에 따른다. 그리고 지금부터 어느 부서와 관계없이 조사를 벌이고 비리를 저지른 놈은 모두 엎어버려라.”

생각지도 못 한 말이 정인철 회장의 입에서 흘러나와 모두가 긴장 된 빛으로 바라보았다.

“듣도 보도 못 한 놈에게 두 번이나 털리고... 서민준이라는 놈에게 다시 한 번 농락을 당했다. 한 놈은 어디에 있는지도, 뭐하는 놈인지도 찾지 못했고 서민준이라는 놈은 윤정호 의원의 변덕으로 회사의 이미지만 깎아먹고 닭 쫓던 개신세가 되고 말았다.”

강원도의 일은 강원도의 일이고 서민준으로 인해 웃음거리가 된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지금까지 일성회가 결성되고 거대한 조직으로 일어서 세를 떨치기 시작한 후로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최근에만 두 명으로 인해 완전히 농락당한 꼴이 되었다.

그 중에 한 명은 아직도 누구인지, 어디에 숨은 것인지 흔적도 못 찾았고, 다른 한 놈은 어디 있는지 누구인지도 아는데 이젠 손을 놓게 되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단 말인가.

실질적으로 두 사람은 결국 이만석이라는 한 명으로 통일이 되는데 그걸 알지 못 하는 정인철 회장이었다.

만약 알게 된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한 사람이라고 믿을지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이 얘긴 다음에 하도록 하고... 삼합회 놈들의 횡보가 수상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오른쪽 중석에 자리한 최태복 상무가 조싱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회장님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그러도록.”

고개를 끄덕이는 정인철 회장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근 들어 영업쪽에서 일어난 작은 소란으로 인해 내부에서 얘기가 좀 돌았습니다.”

“얘기가 돌았다?”

“그렇습니다. 영업부 쪽에서 따로 경호인력을 양산을 시작한 후로 다른 부서들의 심기가 불편했던 것은 회장님께서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안전부가 있지만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자체적으로 전문 인력도 따로 양산해야 한다는 영업부 쪽의 적극적이고 통일된 안건이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올라왔고 2년전에 수렴되어 허가가 난 것이다.

그때 말석에 앉아 있던 고중석 부장이 영업부 얘기가 나오자 눈치를 살폈다.

“그러던 차에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놈에게 두 번이나 도박장이 털려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그대로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이일로 인해 영업2팀이 최근에 싹 물갈이가 되었습니다.”

당연한 얘기여서 고개를 끄덕이는 정인철 회장이다.

“그러던 차에 서민준이라는 놈이 다시금 내부를 시끄럽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한 명을 처리하지 못 해 애를 먹다가 이젠 잡을 수도 없는 지금의 행태를 말함이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부에는 여러말들이 흘러나오고 있고 말단 사원들 중에서는 농담삼아 농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처음듣는 말이어서 조금 심기가 불편한 정인철 회장이었다.

“아직 큰 행보가 포착 된 것은 아니지만 삼합회 한국 지부를 맡고 있는 차이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잡혔습니다. 숨을 죽이고 있던 그들이 지금 무엇을 노리고 움직이는지는 정확히 밝혀 진 것은 없지만 중요한 것은 서민준으로 인해 굳건하기만 보였던 우리 일성회가 흔들리는 것으로 보여 그들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도박장이 털린 건 그렇다고 쳐도 한 명에게 대놓고 농락 당한 건 일성회라는 이름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라는 말이었다.

“결국엔 또 서민준이란 말이로군.”

요즘들어 머리를 아주 복잡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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