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5화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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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놈들 때문에 은행에 예금 할 수도 없고 어쩐다...”
갑작스럽게 이 많은 돈을 들고 통장에 입금하면 당연히 어떤 식으로 벌어들인 돈인지 추적을 해올게 분명할 터.
그리되면 상황이 복잡하게 될 터이니 이렇게 자루에 넣어 둔 채 방에 보관 할 수 밖에 없었다.
“가만... 내가 마법사 아니야. 꼭 저렇게 자루에 짱박아 놓아 둘 필요가 있을까?”
잠시 동안 고민하던 이만석은 순간 게임의 마법물품 같은 것을 떠올렸다.
작은 주머니 하나에 여러 가지 물건들이 계속해서 들어가는 그 신기한 마법주머니.
“올커니~! 그렇다면 난 돈이 마음대로 들어가는 마법지갑을 만들면 되겠구만.”
이만석이 떠올린 것은 흔히 마법사들이 편리를 위해 만드는 아공간의 마법이 걸려 있는 배낭같은 것이었다.
아공간을 만드는 것 자체가 5서클 이상의 상위마법사들이나 가능한 것인데 이만석은 9서클 대마법사가 되었으니 불가능 하지는 않았다.
“머리에 저장 되어있는 지식을 이용하면 될 거야.”
양반다리를 하고 자리에 앉아 눈을 감은 이만석은 열심히 머릿속에 들어 차있는 마법지식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5분간의 시간이 흐르고 이만석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눈을 떴다.
“문구점에 가서 수성매직을 사와야겠다~!”
혹시나 집주인을 만날 수 있으니 40대 아저씨의 예전 이만석의 외모로 페이스 오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지금은 20대 초반의 꽃돌이가 원래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다시 예전의 40대 아저씨의 외모로 모습을 바꾸니 느낌이 이상했다.
서둘러 문구점에 들러 수성매직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이만석은 이불 가지들을 한 쪽으로 밀어내 치워 버리고 바닥을 걸레로 닦았다.
“천천히 그리는거야.”
그리곤 바닥에 대고 하나의 거대한 원을 그리는데 이게 참으로 삐뚤빼뚤 한게 쉽게 그려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수십번을 반복하며 삐뚤한 부분은 닦아내고 그리기를 반복하니 제법 그럴사한 원이 완성되었다.
“이제 문양을 그리면 되겠지.”
그리곤 머릿속에 있는 지식대로 세심하게 시간이 오래걸려도 하나하나 기형문양을 조심스럽게 새겨나갔다.
그렇게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이만석은 그럴싸한 마법진을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룰룰룰~! 이제 내 지갑을 꺼내서 여기 가운데에 얹어놓으면 되겠지.”
호주머니에서 가죽지갑을 꺼내어 내용물을 다 빼네고 조심스럽게 마법진 중앙에 놓아두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손을 앞으로 뻗은 이만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공간이여 나 이만석이 바라노니 지금 바로 모습을 드러낼 지어다...!”
심장의 마나고리들이 크게 움직이며 강대한 마나의 기운이 마법진으로 새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우웅!
순간 지갑을 주변으로 마나의 기운이 태동을 하면서 서서히 그 힘이 증폭되어 가더니 순식간에 지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거기에 맞춰 이만석이 머릿속에 있는 아공간을 만드는 방법대로 마법수식어를 암기하듯 중얼거리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다 순간 마법진의 중심으로 뭉쳐있던 마나들 마져 순식간에 전부 지갑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휘유~!”
제법 많은 양의 마나를 소모해야 했기에 작은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물론 9서클 대마법사에 올라선 이만석에겐 그리 큰 일은 아니었지만 하나의 아공간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서 조금 힘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디 그럼...”
묘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지갑을 주워 올린 이만석은 빼놓은 지폐들은 지갑안에 넣었다.
“이야... 이거 신기한데?!”
순식간에 넣자마자 사라져버리는 모습에 이만석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지갑을 열어서 살펴보지만 마치 처음부터 지폐가 없었던 것 같이 빈 지갑이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은 이만석은 이번엔 손가락을 그 사이로 집어넣고는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렸다.
돈이 없으면 잡히지 않겠지만 이미 오만원권 지페 열장 이상이 안으로 들어갔다.
‘두 장만 꺼내보자.’
머릿속으로 오만원권 지폐 두 장을 떠올리자 순간 엄지와 검지 사이로 뭔가가 느껴졌다.
그대로 잡고 꺼내보니 놀랍게도 엄지와 검지 사이엔 오만원권 지폐 두장이 딸려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홀홀홀~! 난 천재인 게 틀림이 없다~!”
지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만석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방안을 돌아다녔다.
“이제 이안에 집어넣고 떠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 말이렸다.”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지만 이제 많은 돈을 넣을 수 있을 터였다.
생각을 끝낸 이만석은 자루에 있는 돈을 모두 바닥에 쏟아 부었다.
그리곤 돈뭉치를 묶고 있는 것들을 풀어버리곤 지폐들을 사정없이 지갑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끝없이 들어가는 구나... 끝없이 들어가... 하하핫......!”
1시간가량 지폐를 집어넣는 걸 반복하다보니 이제 지칠 만도 하건만 이만석은 모든 지폐를 다 넣을 작정으로 계속해서 집어넣었다.
그렇게 서서히 해가 떠오르는 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작업이 끝이었다.
“십만원만 꺼내볼까.”
자연스럽게 지갑을 펴고 지폐 칸에 손가락을 넣은 이만석이 만원권 지폐 열장을 떠올렸다.
그 순간 그대로 열자의 지폐가 손가락에 따라 딸려 나왔다.
“이제... 연습을 조금만 더 하면 되겠지?‘
이 만석은 다시 지폐를 넣고는 빠른 속도로 돈을 자연스럽게 꺼내는 걸 반복연습했다.
그러자 처음엔 10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던 것이 이젠 넣자마자 바로 지폐를 꺼낼 정도로 이미지를 빨리 떠올렸다.
“카드는 공간에 넣지 말고 꽂아두자.”
빼놓았던 카드들을 다시 원래자리로 조심스럽게 꽂아 넣는 이만석이었다.
지폐 칸에만 특별히 아공간을 만들어 두어서 카드칸에 넣어둔 카드들은 다행이 사라지지 않았다.
똑똑!
“아가씨... 잠시 들어가 봐도 될까요?”
“들어와요.”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천천히 문을 열고 30대 후반쯤 되었을까 깔끔한 차림의 가정부 아주머니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에 앉아 있는 아가씨라 불린 여인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 아주머니가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의원님께서 아가씨를 찾으세요.”
“아버지가 왜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알았어요. 나가봐요.”
고개를 끄덕인 여인이 조용히 물러나는 아주머니를 보고는 한 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또 어떤 잔소리를 늘어놓으시려고 그러지?’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뻐근한 몸을 풀어주고는 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온 여인이 아버지가 있는 서재 쪽으로 이동했다.
“아버지 저예요.”
천천히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50대 초반의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언제 들어오셨어요?”
“조금 전에... 그보다 네 작은 오빠한테 다 들었다.”
“뭘요?”
“그저께 또 외박을 했더구나. 또 클럽이나 나이트에 간 게냐?”
“그런데 왜요?”
“작정하고 애비 얼굴에 제대로 먹칠이라도 할 생각이냐?”
눈썹이 꿈틀하며 성질을 내는 모습에 여인, 아니, 하란이 웃음을 지었다.
“그럼 왜 속이셨어요?”
“하란아...”
“엄마의 싸늘한 눈총과 오빠들의 차가운 시선이 얼마나 서러웠는지 알아요? 나중에 가서 따져 물으니 작은 오빠가 비아냥대며 고아원에서 절 데리고 왔다고 했을 때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아세요? 하지만 절 거두어 주신 아버지가 친 딸같이 대해주셔서 얼마나 기뻤는데요. 그런데 왜 말해주지 않았어요?”
“나중에 때가 되면 말 해주려고 했다.”
“그때가 언제 였는데요? 그래서 결국엔 엄마의 차가운 눈총을 받으며 듣게 되었잖아요. 제가 배다른 자식이라고. 아버지가 양아버지가 아닌 친 아버지이고 고아원을 이용해서 양녀를 받아드린 것이라고 말이에요. 다 들었어요. 제 친엄마가 어떻게 쓸쓸히 죽어갔는지. 고아원에 맡겨진 절 찾아올 동안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요.”
“그건...”
하란의 눈길을 피하며 고개를 돌린 윤정호 의원의 얼굴엔 난처한 기색이 피어났다.
“사람들의 눈길 때문에 그랬다고 하지 말아요. 그럴 거면 절 양녀로 왜 입양 했어요?”
“내 딸을 고아원에서 키우게 할 수는 없었다.”
“아버지 마음대로 하세요. 저도 계속해서 내 마음대로 살아갈 거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하란이 문을 열고 나갔다.
“거참...”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본 윤정호 의원이 한 숨을 내쉬었다.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들어간 하란이 침대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
친 자식이 아니라고 했을 땐 그래도 자신을 사랑해주시는 아버지 때문에 애써 참고 넘겼다.
그런데 알보 고니 자신은 배다른 엄마의 자식이고 실은 진짜로 친아버지라는 말에 얼마나 놀랐던가.
그리고 충격에 빠진 자신을 바라보며 실소를 지은 어머니가 내뱉은 말은 친어머니가 힘들게 살아가시다 마지막 임종 까지도 한 번도 찾아가지 않은 아버지의 얘기엔 배신감을 느꼈다.
그 후에 거두어줄 친척들이 없어 하란은 그렇게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양녀로 거두어진 것이다.
그때가 나이가 21살 때로 지금 22살인 윤하란은 사실대로 말하면 이만석에게 나이를 속인 게 맞았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난 후 부터는 빗뚫어 지기 시작한 하란은 자신이 문제아가 되는 것이 전혀 싫지가 않았다.
“당대표에 올라서더니 이제 더 신경이 쓰이는가 보지?”
경선을 통해 한국민당대표로 선출된 아버지를 떠올린 하란이 콧방귀를 뀌었다.
“민준 오빠는 뭐하고 있으려나...?”
작게 궁시렁 거리던 하란이 문뜩 어제 아침에 헤어진 이만석을 떠올렸다.
“흐음... 참 매력 있는 오빠였는데.”
시원스러운 이목구비에 잘생긴 외모는 아이돌저리가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조금 어벙한 행동이 의외로 매력이 있었다.
그 뿐인가, 모텔에서 거칠게 자신을 밀어붙이던 정력에 먼저 지쳐 나가떨어졌던 것도 자신이었다.
‘전화라도 해볼까?’
폰을 꺼내든 하란이 민준오빠로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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