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3화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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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이곳으로 안내한 웨이터가 친절히 말을 하고는 양주병을 조심스럽게 들어 설명을 이어나갔다.
“로얄 샬루트38년산입니다. 발렌타인30년산과 같이 사장님같은 분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양주이지요. 목 넘김 또한 일품이며 삼나무와 아몬드의 고급스러운 풍미는 가히 일품이라 할 수가 있는 술입니다.”
풍미는 뭐고 뭐라고 말하는지 하나도 알 수 없는 이만석이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넘겨버렸다.
어쨌든 세팅은 됐으니 이제 한번 제대로 즐겨보는 일만 남았다.
“부킹은 언제 시켜줄 건가?”
그러면서 지갑에서 오만원권 지폐 세 장을 꺼내어 손에 쥐어주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아가씨를 데려오도록 합지요.”
품속에 지폐를 갈무리한 웨이터가 정중히 인사를 올리고 룸을 빠져나갔다.
“스타급 웨이터가 있다던데 그런 쪽인가?”
행동거지와 자신감을 보면 아무래도 있어 보이는 이들만 상대하는 웨이터 같았다.
“돈이 많으니까 좋구나... 흐흐흐.”
눈앞에 펼쳐져 있는 안주와 맥주, 그리고 고급스러운 양주병을 보고 있으면 마치 딴 세상을 온 듯 한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기다릴 동안 맥주병을 따서 컵에 따라 두 어모금 마시고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웨이터가 여자 한 명의 손을 잡고 끌고 들어섰다.
“아니면 벌을 달게 받지요.”
아가씨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온 웨이터가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제가 장담한건 데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럼 좋은 시간 가지시길.”
웨이터가 물러나고 어느새 둘만 있게 된 이만석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에 가슴골이 파인 티셔츠에다 가디건을 입고 있는 20대 초반의 갈색 웨이브의 긴머리를 하고 있는 또렷한 이목구비의 미인상의 아가씨였다.
클럽과 다르게 나이트는 그래도 나이대가 높을 것이라 예상했던 이만석은, 가슴골이 파인 옷을 입고 있다고 하지만 가디건 때문에 풋풋한 이미지의 아가씨라서 솔직히 말해 좀 놀랐다.
그건 이만석 뿐만이 아니라 아가씨 또한 제법 놀란 눈으로 이만석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천천히 걸음을 옮겨 이만석의 옆자리에 몸을 앉힌 아가씨가 감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돈 많은 놈팽이 아저씨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잘생긴 오빠네?”
적극적으로 자신을 데려가려는 웨이터의 행동에 호기심이 동해 따라들어 왔지만 생각 이상이었다.
그래도 알고 지내는 웨이터라 자신을 쉽게 데려가지 않는 사람이어서 도대체 어떤 사인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너 왜 클럽에 안 가고 나이트에 왔어?”
갑작스러운 이만석의 엉뚱한 질문에 아가씨가 웃음보를 터트렸다.
“무슨 엉뚱한 소리야 오빠? 나이트도 다 물이 틀리다고. 젊다고 클럽만 가는 게 아니란 말이야. 설마 나이트 처음이야?”
“어.”
“역시... 그럴 거 같았어. 그런데 오빠 몇 살이야?”
원래라면 40대 아저씨지만 그대로 밝힐 이만석이 아니었다.
“27살이야 너는?”
“나보다 두 살 오빠네.”
당돌하게 말하고는 포도 한 알을 따서 먹은 아가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두 살 오빠라는 말에 이만석의 의외라는 듯 바라보았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두 살 오빠라고?”
“동안 이어서 그래. 그 보다 오빠 이름 뭐야? 난 윤하란인데...”
“서민준.”
“민준? 그럼 민준 오빠라고 부르면 되겠다.”
활짝 미소 지은 윤한란이라고 소개한 아가씨를 바라보며 이만석은 요즘여자애들은 다 이렇게 당돌한가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오빠 진짜 잘생겼다~! 모델이나 연예인지망생 그런 거 아니야?”
“연예인은 무슨... 그보다 양주 한 잔 할까?”
병을 들고 살짝 흔드는 이만석을 보며 윤하란이 살짝 미소 지었다.
“로얄 샬루트38년산이네?”
“양주에 대해서 잘 아나봐?”
“그냥 조금...... 그보다 룸도 잡고 양주 값도 비쌀 텐데... 능력 있는 오빠인가보네?”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말끝을 흐리며 화재를 돌리는 모습이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천성이 게으르고 귀찮은 걸 싫어하는 이만석은 별 신경 쓰지 않는 듯 마개를 따서 잔에 반쯤 따라준 후 잔을 들자 이번엔 윤하란이 따라주었다.
“한 번에 넘기는 거야?”
가볍게 잔을 부딪치고 단번에 전부 비워버린 이만석이 맛의 풍미보다는 높은 도수 때문에 목이 칼칼한 게 별로 좋지는 않았다.
‘도대체 이걸 뭔 맛으로 먹는 거지?’
이런 양주보다는 맥주의 톡 쏘는 맛을 훨씬 좋은 이만석이었다.
“표정이 왜 그래?”
“뭐가?”
“맛이 없는 것 같아 보여서.”
과일안주를 하나 집어먹으며 중얼거리는 윤하란을 바라보며 이만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텐 별로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양주는 왜 시켰는데?”
“이 정도는 갖춰나야 분위기라도 잡을 거 아니야?”
잠시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윤하란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오빠 조금 엉뚱한 거 같아.”
“그런 소리 좀 듣긴 하지.”
“나 한잔만 더 따라주라.”
그러면서 당돌하게 잔을 내미는 모습에 못 할 거 있냐는 듯 이번엔 가득 채워주는 이만석이었다.
반쯤 들이키곤 잔을 내려놓고는 안주를 집어먹은 윤하란이 배시시 웃음 지었다.
서로 이것저것 얘기를 주고 받다보니 윤하란이라고 이름 밝힌 이 애는 현재 대학교 3학년생이라고 했다.
이만석은 적당히 대충 벤처기업에 다닌다고 얼버무렸는데 다행이 그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한 참을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윤하란의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취기가 제법 오른 것 같았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이만석은 전혀 취한 것 하나 없이 멀쩡해 보였다.
“오빠 술 세구나?”
“너가 양주를 많이 마셔서 그래.”
“그런가...?”
사실 몸속에 들어온 알콜을 마나를 이용해 전부 떨쳐버린 것이지만 윤하란이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오빠.”
“응?”
“난 잘생긴 우리 민준 오빠하고 더 오래 있고 싶은데 오빠는 어때?”
“더 있으면 돼지.”
안주를 하나 집어먹으며 중얼거리던 이만석은 순간 뭔가를 깨닫고는 코가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장난치지말고.”
게슴츠레 바라보는 눈빛에 마른침을 삼킨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가 원한다면 야. 나도...”
반쯤 눈을 감은 채 품에 안겨오는 윤하란의 어깨를 감싸 안은 이만석은 자신도 모르게 흐트러진 채 브래지어가 살짝 보이는 가슴골로 충혈 된 눈길이 쏠렸다.
“머리 어지러워 오빠...”
품에 안기어 나긋하게 중얼거리는 그 목소리가 귀를 간질이자 이만석은 다시금 코를 벌렁거렸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가 절로 품에 안긴 적이 있었던가.
그런 꿈같은 일이 벌어 진적이 당연코 없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못 했다는 게 옳은 표현인 것 같았다.
‘이,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바로 모텔로 가면 되는건가?’
이런 일이 익숙치않은 이만석이라 순간 갈등이 생겼다.
상황을 보아하니 이대로 조용히 룸을 빠져나와 모텔로 가도 될 것 같긴 한데 익숙치 않은 걸 하려고 하니 참으로 애매한 것이다.
그때 품에 안겨 있던 하란이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인 채 가슴에 기대었는데 그 순간 탐스러운 뽀얀 입술이 적날하게 드러났다.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 이만석이 멍하니 잠시 동안 입술을 바라보다 느린 속도로 천천히 고개를 숙여 앞으로 조금씩 전진했다.
‘분명히 키스해도 괜찮을 거야. 딱 봐도 키스해달라는 제스처 같은데 거부할 리가 있겠어?’
속으로 당연한 행동이라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킨 채 점점더 저 작고 탐스러운 입술에 가까워져갔다.
하란의 숨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리는 것 같이 지척에 다가간 순간 한 번더 마른침을 삼킨 이만석이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그 순간 물컹한 감촉이 입술을 통해 전해져옴과 동시에 순간 살 떨리는 찌릿함이 몸을 지배했다.
잠시 동안 그렇게 입술을 맞추고 있던 이만석이 본능적으로 혀를 꺼내어 하란의 입술 사이로 조심스럽게 파고 들어갔다.
다행이도 큰 저항없이 혀는 하란의 입속으로 무사히 안착 할 수가 있었다.
혀바닥을 통해 이빨의 감촉이 전해져왔고 곧이어 말랑한 뭔가가 혀바닥에 닿이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혀라를 것을 직감한 이만석이 살살 위에서 아래로 건드리듯 움직이다 부드럽게 하란의 입속에서 혀를 굴렸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 처럼 혀가 입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에 맞춰 하란이 가볍게 ‘쪽!’하고 빨아 당겼다.
그 뿐만이 아니라 양손은 어느새 이만석의 목을 둘러 감고 있었는데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이만석의 혀를 하란이 자신의 혀로 감싸듯 움직이며 서로를 부비대며 위아래로 움직였다.
‘키스는... 역시 죽이는거구나.’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의 황홀감에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예쁜 미녀와 이렇게 찐한 키스를 하는 건 당연하게도 난생처음이었다.
자신 같은 놈이 미녀를 만날 수 있을 리도 없거니와 대화조차 나누기 힘든 게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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