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2화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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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합니다. 찾으시는 신상 있으신가요? 혹시 궁금하시거나 보려는 옷을 말해주면 친절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보다 더 친절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응대하는 나선을 보면서 사내가 어색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거참... 정장을 좀 보러왔는데.”
“아! 정장 말씀이세요? 혹시 원하시는 디자인이나 색상 있으신가요? 어디보자 손님에게 어울릴 만한게..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적극적으로 응대하며 고객서비스를 보이는 나선을 보며 사내, 아니, 이만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와...이게 꿈이냐 생시냐. 내 살다살다 백화점 여직원한테 이런 응대는 처음받아보는구만...’
영업을 하려면 친절한 고객응대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지금 눈앞의 여직원처럼 적극적이면서도 나긋한 목소리, 거기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저 행동들 하나하나가 마치 VIP고객을 응대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외모지상주의 만세로다...!’
외모가 변하니 자신을 대하는 여직원의 응대도 달라지는 것이 웃기지도 않았다.
“이게 저번 달에 새로 나온 신상인데, 여기 다리쪽 라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장의 디자인과 색상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해주는 나선의 말을 들으며 이만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저게 도통 무슨말을 하는 것이 알 수가 없어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멋지고 잘빠지면 됐지 알게 뭐야.’
게으르고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닌 이만석인지라 머리 아프게 하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그러면 그거 한 번 입어 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저기 오른쪽 길을 따라 끝에 가시면 탈의실 있어요.”
“아...예.”
받아든 정장을 가지고 탈의실로 이동한 이만석은 입고 있는 추리닝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내 살다살다 요런 정장은 또 처음 입어보네.”
예전의 자신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옷을 입게 되니 조금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거울 앞에서 셔츠단추를 하나하나 잠그고 넥타이를 하고 마의를 입고 나니 거울 속엔 시원하게 생긴 미남자가 정장을 입은 채 핸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햐~! 외모 한번 끝쌀나는구만! 너 이렇게 잘생겨도 되는 거냐? 크흐흐.”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탈의실의 문을 열고 나와 걸음을 옮겨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선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거 잘 어울립니까?”
“아...”
이쪽으로 걸어 올 때부터 이미 시선이 빼앗겨 버린 나선이 또다시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기... 아가씨?”
조심스럽게 이만석이 다시금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선이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너, 너무 잘 어울리세요! 진짜로 어울려요! 손님처럼 그 정장이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렇습니까?”
오버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적극적으로 칭찬을 퍼붓는 모습에 이만석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좋았어... 요놈으로 사자.’
홀린 듯 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사기로 마음먹은 이만석이 나선을 향해 결정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계산을 끝내고 구두매장으로 이동해 어울리는 구두까지 구매하고 명품시계까지 차고 나서야 쇼핑을 끝낸 이만석은, 낡은 추리닝은 던져버리고 깔끔한 정장차림이었다.
“날씨 한 번 좋오타~!”
내리쬐는 태양열을 받으며 일부로 명품시계를 차고 있는 손으로 햇살을 가리면서 푸른 하늘을 잠시 올려다본 이만석이 당당히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왔다.
한 낮의 대로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고, 차도 또한 수많은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다니고 있었다.
‘세상이 참 아름답고 푸르게 보이는구나~!’
외모가 바뀌고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하니 모든 게 아름답고 멋져 보이는 풍경들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지나가던 20대 여성이 이쪽으로 힐끔거리며 바라보는 시선이 절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게 만들 정도였다.
‘대놓고 봐도 되니까 그렇게 힐끔거릴 필요 없어... 크흐흐흐흐.’
그렇게 정장을 깔끔하게 빼입고 이만석이 향한 곳은 렌트카매장이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정당하게 번 돈이 아닌 꽁돈이나 다름없는 상황인지라 그 돈으로 대놓고 차를 사가지고 재산등록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잘 못하다가 국세청에서 조사라도 오면 큰일이니 깔끔하게 렌트카를 빌리는게 한 결 나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렌트의 이점이라면 골라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델로 말할 것 같으면 벤츠S클래스 계열로 저희 가게에서도 드물게 나가는 종류입지요. 하지만 보시는 바와 같이 옆으로 쫙 빠진 라인과 풍체 하며 두말 할 것 없이 손님에게 아주 딱인 차라고 할 수 있지요.”
“음...”
벤츠S350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 있던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일주일 정도 빌릴까 하는데...”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일단 둘러 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계약서 작성부터 하고 결제가 완료 되면 키하고 바로 넘겨드리겠습니다.”
직원의 말에 이만석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난 이제 부자다... 겨우 이까짓 걸로 쫄거 없어. 벤츠가 뭐라고... 나도 당당히 타고 다닐 수 있어!’
집에 가면 현금이 자루안에 수북이 쌓여 있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워프를 해서 지갑에 두둑하게 그 돈을 채울 수가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은행 세 군대에 각각 100만원씩 미리 꽃아 넣은 상태라 현금이 모잘라면 비사용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되었다.
일단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 보다는 현금박치기가 나을 것 같았다.
정말로 당장 돈이 쓸 일이 있으면 기록이 남는 신용카드나, 다른 카드들 보다는 현금이 당연히 나은 것이다. 하지만 많은 거액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카드사용 역시 나쁘지는 않다.
“그럼 계약서 작성하러 가시지요.”
직원의 안내에 따라 당당히 안으로 들어서는 이만석이었다.
‘이거 계약하기 전에 화장실에 들러 워프해서 집에서 돈 가지고 와야겠다.’
귀찮게 차 끌고 집으로 갈 필요 없이 워프해서 다시 지갑에 돈 채우면 그만이었다.
체크카드 세 장에 각각 들어있는 백만원들은 말 그대로 비상용이었다.
‘드디어 나도 외제차 한 번 끌어보는 구나...’
꿈에도 이런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으랴, 자기 생전에 외제차, 아니, 경차라도 한 대 끌어보는 것은 꿈도 꾸지 못 했던 인생인지라 직원을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이만석은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운전하는 게 참 쉬운 게 아니네...”
장롱면허나 다름없는 운전면허증을 당당히 가지고 있어 렌트를 성공리에 끝내고 차를 몰고 나온 이만석이었지만 이게 참으로 쉬운 게 아니었다.
기아변속도 어색했고 엑셀이나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참으로 껄끄러웠다.
어디 그 뿐이면 말 도 꺼내지 않는다.
신호에 맞춰 정차를 해야 하고 커브 길을 돌 때도 참으로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말 그대로 초보운전의 실태를 체험하고 있었다.
“명색에 벤츠를 끌고 나왔는데 이렇게 운전하는 게 어색해서야 원...”
마음만 크게 앞서 나갔던 것을 실감한 이만석이었지만 그래도 벤츠를 끌고 나오니 참으로 뿌듯하기는 했다.
그렇게 벤츠를 끌고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조금이나마 운전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첫 드라이브를 외제차를 끌고 신명나게 즐기는 이만석이었다.
한 참을 돌아다니며 외식도하고 즐기다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다.
당연하다는 듯 내비게이션을 키고 이만석이 운전을 해서 향한 곳은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이었다.
들어는 봤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 한 나이트라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정문 주변에서 서성거리며 호객행위를 하던 삐끼가 벤츠에서 문을 열고 내리는 이만석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여기 물 괜찮은가?”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다른 곳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아주 새끈한 누님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지요...! 이쪽... 이쪽으로 오십시오. 최고의 서비스로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작정을 하고 온 이만석 인지라 삐끼가 안내하는 대로 나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아주 샤프하게 파킹시키겠습니다. 차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중하게 열쇠를 받아 물러나는 모습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웨이터 한 명이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이남석의 곁으로 다가왔다.
“룸 잡으시겠습니까?”
빠르게 이만석을 스캔한 웨이터가 자연스러운 말로 룸을 거론했다.
이미 예항하고 있던 터라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시끄러운 스테이지의 음악소리를 뒤로하고 복도를 지나 노래방 기기가 완비되어 있는 넓직 한 공간의 룸안으로 들어섰다.
“과일안주 같은 거 되겠지?”
“물론이지요.”
“과일안주 대짜 하나에 내가 양주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런데 알아서 좋은 거 하나 가져다줘.”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는 웨이터를 뒤로하고 혼자 룸에 남게 된 이만석이 소파에 몸을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야~! 이게 룸이라는 곳이구만.”
노래방기기에 조광기, 그리고 웨이터를 부르는 호출벨까지 잠시 룸 안을 살펴보던 이만석이 입맛을 다시고 있는 사이 노크소리와 함께 웨이터 세 명이 과일안주대짜와 양주 한 병 그리고 맥주 세병을 탁자에 놔두었다.
“맥주는 시킨 적 없는데?”
“맥주는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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