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75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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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라도 받고 싶어서 옆방에 갔더니 제시가 손님받는 중이라 금방 다시 방으로 돌아와야 했다.
배고파져서 실장에게 받아온 식사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항상 똑같다보니 점점 질려갔다.
우울감이 가득해지자 그냥 다먹고 한숨자버렸다.
"나랑 결혼하자. 행복하게 해줄게"
"거절할게요"
"내가 아니면 도대체 누군데 말해주면 깔끔하게 포기라도 하지. 아니면 평생 혼자살거야?"
"제 권한이 아니라서 나중에 어떻게 될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럴지도 모르죠"
"마을에 여자 혼자살면 위험하니까 잘생각해봐 객관적으로 나정도면 마을에서 괜찮은 편이잖아 앞으로 내가 지켜준다니까"
"몇번씩이나 정중하게 거절하니까 괜히 튕기는거라고 착각하나본데 확실히 말할게요. 꺼져요."
"...후회할거야"
그 말을 끝으로 꿈은 끝났고 불쾌한 감정을 유지한 채로 일어났는데 체감상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브레드... 처음부터 나를 보던 눈빛부터 기분 나빴고 다른 마을 청년에 비해 유독 끈질기게 청혼해대서 귀찮았던 사람.'
하필 잠재된 기억에서 회상된 사람이 브레드인데 기억대로면 나름 잘나가는 상인의 아들에 욕망에 충실하고 한번 마음에 들어하는 물건에 집요했다.
게다가 이젠 진짜 모르는 사이가 아니라서 앞으로 손님으로 오면 상대하기 더 곤란해졌다.
'또 오겠지?.. 옛날부터 걔는 진짜 싫은데… 이렇게된 이상 그냥 지금보다 대우가 조금 나빠지더라도 다른 창관으로 갈까…
내가 스스로 말하기엔 민망하지만 나정도 외모면 1티어급 창관에서 2티어급으로 가더라도 에이스 대우 정도는 받을거 같은데 여기서 며칠 파업하고 지내다보면 결국 손해보기 싫어서라도 다른 창관에 다시 팔거야..
그리고 계약마법 같은게 있는 한 돈은 좀 적게 벌더리도 창관 대우가 차이나봐야 거기서 거기겠지.
예전에 벽에 고정된 채로 했던 곳은 체벌 때문이었으니 내가 다른 창관가도 거기서 거부하지 않는 한 아무리 대우가 안좋아져도 그 정도 대우는 아닐거야. '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브레드를 피하기 위해 파업을 해서 다른 창관으로 이동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나는 깨어있고 신체적 문제가 없어도 영업중으로 변경하지 않고 계속 일을 거부했다.
그 기간 동안 밥먹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실장이 가끔씩 나에게 특별한 문제가 있나 싶어서 방에 들어와봤다가도 방에 멀쩡히 있는 나를 보고는 아무말 없이 다시 나가버렸다.
제시도 내가 먼저 찾아가지 않으니 딱히 먼저 보러 오는 것도 아니었다.
파업하는 동안 살짝 불안감이 있긴 했으나 몇일만 더 버티다보면 알아서 다른 창관에 잘팔아주겠지라고 생각하며 평소처럼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기둥에 묶이고 입을 재갈로 막힌채 낯선 곳에 있었다.
생각보다도 더 일찍 다른곳에 팔았구나 싶어 조금씩 주변을 보니 뭔가 분위기가 어수선하면서도 싸했다.
몸에 온갖 글자가 흉터로 새겨진 여자, 코, 입, 성기에 피어싱이 잔뜩 달린 여자, 이빨이 하나도 없는 여자, 가슴 한쪽과 눈이 없는 여자, 팔다리가 없고 그 대신에 철과 사슬이 달려있는 여자 등등 다들 끔찍한 몰골로 방 이곳저곳에서 남자들에게 강간당하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공포에 질리며 나도 모르게 몸을 움직였더니 묶여진 사슬끼리 부딪히면서 크게 쇠소리가 났고 그 여자들을 강간하던 주변 남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 중 한명은 하던 짓을 그만두고 일어난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어때 노예의 가장 밑바닥을 본 기분은? 드물지만 가끔 있어 너같이 얼굴믿고 노예된 뒤에도 주제 파악못하고 막나가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의 최후가 바로 여기지"
'설마 나도 쟤들처럼 저렇게 되는거야?! 이동해도 이정도까지 될줄은 몰랐는데'
그 말을 듣고 나는 두려움에 덜덜 떨면서 몸이 경직되다가 오줌까지 지려버렸는데 그 남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그렇게까지 무서워하지 않아도돼. 일단 너는 견학하는 입장이니까"
그 말을 듣고 당장은 저렇게 되는게 아니라서 두려움이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무섭긴 마찬가지였다. 다리를 따라 흐르는 오줌이 식어가는 것도 느껴졌다.
"솔직히 너정도면 1번만에 바로 여기로 오는 건 아깝지. 아 그렇다고 이 여자들이라고 전부 1번만에 여기 온 것도 아니지만 흐흐. 참고로 여기를 보러 왔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너에게 여기로의 삶에 조금은 가까워졌다는 거지. 뭐 대충 형님께 사정은 들어서 알고 있어"
형님이라면 아마 실장일거고 여기있는 이유는 실장의 경고일 것 같았다. 말하자면 이런걸 직접 보고도 앞으로도 그따위로 행동하는 걸 감당할 수 있겠냐는.
"너도 계속 예전처럼 행동하면서 안하무인처럼 행동하다간 늦든 빠르든 결국엔 여기에 도달하겠지.
근데 너는 몇번을 거치면 여기에 올거 같나? 너야 남들보다 얼굴이 괜찮은 편이니 아마 남들보다 더 기회가 있긴 하겠지만 대단히 많을 것 같나?
내가 알기론 여기오는 애들 중 보통은 2번 유예이고 아무리 많아도 5번을 넘긴적이 없어. 왜냐하면 다른 창관에 여러번 팔려갔다는 것 자체가 보통은 심각한 하자사유거든.
대부분의 창관은 자기들이 계속 데리고 있을건데 다시 판다는 건 문제가 있는 노예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지. 너라도 고작 1~2번 더 기회가 있는거야. 5번도 여기 들어온 수백명 중에서 10명도 안되지 "
생각보다도 훨씬 적은 기회에 정신이 바짝 드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기회가 더 있으니 그 뒤에 잘하면 되지 않냐고 속으로 생각했더니 그 남자가 말을 더 했다.
"다른 창관에 팔려간 뒤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나본데 보통 낮은 등급의 창관이 더 지내기 어렵고 심지어 너가 잘해도 억울하게 다른 곳으로 팔려가는 일이 없을 것 같아?
이동할수록 기존 텃세와 부조리한 일이 더 가득하고 노예들 끼리의 따돌림을 방조하지. 사소한 실수나 단골손님, 업장관리인 기분에 따라 가기싫어도 억지로 팔려갈 일도 더 많고.
그런 사정으로 오는 애들도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얼굴이 괜찮으면 다른 창관에서 혹시하는 마음에 2번정도까지는 다른 곳에서 사주기도 하고 그러는데 3번 이상부터는 다른 곳에서도 꺼리지.
근데 벌써부터 고작 손님 한명 싫다는 이유로 몇번 없는 이동 기회를 날리면 쓰나. 그리고 쉽게 포기해서 1번 이동하기 시작하면 2번, 3번은 쉽게 포기 안할 것 같아?"
저 물음에는 실제로 입이 막혔기도 하지만 입이 안막혀 있어도 아무말도 못했을 것 같았다.
"이런 사정을 다 듣고도 여전히 막나가서 기회를 버리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주어진 한번 한번의 기회를 소중히 여기는게 좋을거야.
나중에 가서 정말 간절한 단 한번의 기회를 어이없게 날렸다며 크게 후회할지 모르니.. 하여튼 너는 운이 좋아 어쨌든 경고라도 들었으니 말이지. 형님이 그래도 바로 남들 주기는 아까웠나봐.
재수없으면 경고조차 못듣고 단한번의 실수만으로 바로 여기 오기도 하는데 뭐 어쨌든 잠깐 더 있다가 자고 일어나면 원래있던 곳에 돌아갈테니까 앞으로 뭘 선택하든 오늘 보는 광경을 영혼까지 새겨서 잘 보고 가라고 알겠어?"
그 말을 듣고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남자는 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고개를 돌리게 하며 억지로 여자들 한명 한명을 자세히 살펴보게 만들었는데 학대로 인해 멍이나 흉터 등으로 심각하게 손상된 여자들의 몸 자체도 끔찍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시달린건지 정신이 나간듯 반응조차 희미하고 죽어가는 물고기 같은 흐릿한 눈빛이 더 끔찍했다.
저런 상태론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할게 없었다. 심지어 나에겐 아무런 고통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멀쩡한 정신으로 현 사태를 객관적으로 봐서 그 광경이 더 생생히 보였다.
남자는 각각의 여자들 전부를 한번씩 꼼꼼하게 다 보게한 뒤엔 용무가 끝났다는 듯이 마법으로 나를 재웠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나니 예전의 창관 방이었다. 아주 잠깐 악몽일까 생각해봤지만 그럴리 없다는 건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때 본 장면이 다시 떠오르자 속이 불편해지고 구역질이 나와서 화장실로 갔지만 약간의 위액말고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에 더 있어도 나오지 않을 것 같자 나는 침대에 돌아와서 과거를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내 행동이 브레드의 기억이 떠올라서 충동적으로 결정했는 걸 감안해도 너무 성급했었다.
좀더 견뎌보고 도저히 못참겠다 싶을 때 가는게 현명했고 간다고 결정했어도 창관생활이 어떤지 알기위해서라던가 정보수집을 위해서 당분간은 사태를 보는게 좋았다.
하다못해 행동하기전에 최소한 제시에겐 물어봤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와서 보면 내가 바라는 대로 됐어도 만약 브레드가 내가 옮긴 곳을 찾아서 쫓아올 가능성도 고려했어야 했다.
조금만 생각해 봤어도 하지 않았을 행동을 잔뜩한 나는 스스로의 멍청함을 한탄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실장 입장에서 보면 내가 얼마나 막나가고 있는지 이제야 알게됐다.
이전의 행동이야 내가 멍청했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몰랐던 사정을 알게된 후에도 아무튼 1번의 기회를 써서라도 브레드를 피할 가치가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었더니 회의적인 결론이 나왔다.
확실히 브레드의 성격을 알게 됐으니 만나기 정말 싫지만 고작 한명의 손님일 뿐이니 그때만 참는다면 못버틸 것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실장이 들어왔다.
"아직도 다른 곳에 가고싶나?"
잠시 많은 생각이 다시 들었지만 그런걸 직접 본 이상 가고 싶지 않아지는게 당연했다.
"..가고싶지 않아요"
실장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너가 앞으로도 여기 남고 싶으면 일단 두가지 조건을 받아들여야해. 첫번째는 저번에 민폐끼친 손님한테 사과해서 제대로 용서를 받아낼 것. 두번째는 성감 개조 수술을 받을 것."
첫번째는 하기싫어도 해야한다는 게 이해는 갔지만 두번째는 하기도 싫지만 이해도 안됐다
"두번째는 왜그런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너의 반응이 너무 적어서 재미없다는 후기가 많았어. 미약은 가끔 컨디션 안좋을 때나 특별히 못하는 손님 상대로 먹는거지 항상 먹을순 없어.
그래서 손님들의 평균 성교 수준에도 반응할 정도의 성감 개조가 필요해. 그리고 꼭 너가 아니라도 미약 사용량이나 후기 같은 걸 봐서 다른 창녀들도 필요하면 하는거야."
남으려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밖 수 없는 조건들이라 나는 수락할 수 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번의 손님이 곧 여기 들어올테니 제대로 사과받도록"
실장은 그 말을 끝으로 나가버렸고 실장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브레드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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