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이세계 TS 성인물-33화 (33/53)

〈 33화 〉 6­1 수행여행시작

* * *

신탁일이 되자 나는 대주교님의 인도에 따라 신탁만을 위한 별도의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신탁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경비는 평소보다 분위기가 매우 진지하고 삼엄해서 나도 긴장하면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신탁장소에 도착하니 교황님과 대주교님 7명이 모이게 됐으며 신탁장소의 중앙엔 거대한 비석 하나가 배치되어 있었다.

필요한 인원들이 모두 도착한 걸 확인하자 교황님이 무슨 주문을 외우며 의식을 시작했는데 거대한 비석은 빛이 나면서 황금색 글자가 하나씩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 내용이 모두 새겨지자 [성녀는 용사와 함께 동쪽에 있는 신의 질서를 어지럽히고자 하는 자를 제거해라. 그리하면 원하는 소원 하나를 이루어 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인류가 멸망할 지도 모르니라]가 되었으며 모두 새겨지고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빛이 없어지며 글씨가 전부 사라졌다.

글씨가 사라지고 조금이 시간이 지나자 교황님이 말씀하셨다.

"동쪽이면 B24교 이단들의 본거지가 있는데 그들을 의미하는게 아닐까요?"

"제 생각엔 디프레이아 공화국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신을 부정하고 민중에 의한 정치를 하고 있으니 말이죠"

"성서에 적히지 않은 마법을 쓰는 흑마법사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동쪽엔 가장 큰 흑마법사 단체인 블랙그래스도 있으니 말이죠"

처음들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입장에서는 신탁이 그렇게 어려운 문장이 아니길래 무엇을 해야할지 쉽게 결정되는줄 알았지만 회의내용을 계속 들어보니 신탁이 너무 추상적이라 생각보다 후보가 많은 것 같아 불안해 졌으며 재수가 없으면 전부 해야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되고 있었다.

여러 의견이 제시되자 교황님이 정리하며 말씀하셨다.

"다들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 보통이라면 투표로 신탁 해석 우선 순위를 결정하지만 성녀님도 있으니 이번엔 성녀님에게 직접 고르게 하는건 어떨까요?"

"저는 찬성입니다."

""저도 찬성입니다.""

...

"그러면 성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든 대주교님들이 다 찬성하자 교황님은 나를 쳐다보며 나에게 물었다.

"근데 다음 신탁일까지 기다리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신께서 저희들의 행동을 일일이 보시는게 아니라서 신탁으로 알려준 지시가 해결되면 해결됐다고 가까운 신탁일에 알려주시는 경우는 있지만 신탁 해석이 맞거나 틀리다고 따로 다른 신탁으로 알려주시는 경우는 없습니다. 따라서 숨겨진 의미가 어떤건지 저희가 알아서 해석해야합니다"

'.. 신도 전지전능한게 아닌가 보네.. 직접 만나본 느낌도 그렇긴 했지만…. 공화국은 규모상 자체 난이도도 어렵지만 올바른 신탁해석이 아니었을 때 발생하는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너무 커서 가장 후순위로 미뤄야할거고 흑마법사는 이상한 마법을 써서 상대하기 피곤할 것 같아… 그나마 쉬운것은 이단일까'

"이단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단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하는걸 목표로 합시다. 그후에 완료했다는 신탁이 없다면 다시 생각해보고요 "

그때 바깥에서 한사람이 교황님께 다가가며 귓속말을 하자 교황님은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사람이 떠나자 다시 말씀하셨다.

"방금받은 연락에 따르면 용사님이 동료들과 함께 이쪽으로 도착해서 대기실에 있다고 하네요. 오늘 신탁이 있는 걸 듣고 맞춰서 온거라는데 마침 신탁도 용사님이랑 관련있는거니 잘됐네요 그러면 평소처럼 요셉 대주교님이 성녀님을 데리고 가서 소개시켜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대주교님과 나는 손님들의 대기실로 이동했는데 그곳에는 철제 갑옷과 검을 차고 있는 평범한 인상의 남자, 단검과 활을 가진 남자와 화려한 불꽃 장식의 로브를 입고 있는 여자 한명이 있었다.

"저는 대주교이고 이쪽은 성녀님입니다. 용사님과 그 일행분들 맞으시죠?"

평범한 인상의 남자는 그말을 듣고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가만히 있었고 그러자 옆에 여자가 그 남자를 주먹으로 툭툭쳤는데 그남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저는 윌리고 몬스터 헌터 일을 하다 얼마전에 우연히 용사가 됐는데 성검을 뽑으니 신탁일을 알려주며 신탁일에 맞춰 동료들과 성당으로 오라고 해서 이쪽으로 오게 됐습니다. 이쪽은 같이 일을 하던 동료 제프리와 미아죠"

"그렇군요. 오늘 신탁 결과가 나왔는데 일단 성녀님과 함께 동쪽의B24교 이단을 처리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성녀님이 아직은 미숙하셔서 다른 사제 한명을 추가로 같이 보낼 거라 총 5명에서 여행을 떠나시면 될겁니다."

그때 문에서 노크소리와 "도미닉입니다"라는 소리가 들리자 대주교님은 "마침 도착했네요"라고 하며 문을 열었고 대주교님은 각자에게 소개를 반복하여 5명 모두가 서로를 알게 만들었다.

"그러면 저는 이제 여기서 자리를 비켜드릴테니 앞으로의 동료들끼리 필요한 대화를 나누시고 오늘 중에 편하실 때 출발하시면 됩니다. 혹시 경비와 물건 필요하신게 있으면 옆에 창고에 있으니 도미닉 사제에게 물어보고 적당히 가져가시면 됩니다."

대주교님이 그말을 마치고 떠나려고 하자 나는 아직 성녀의 란제리를 착용 중이며 열쇠를 받지도 않은 상태여서 대주교님은 붙잡으면서 귓속말로 말했다.

"대주교님.. 그 열쇠는 어떻게 하고요…"

"제자인 도미닉 사제에게 필요한 건 전부 인계해뒀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여러분 행운을 빕니다."

대주교님은 그말을 남기고 정말로 나갔는데 대화를 이어주던 사람이 없어지자 방 안은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되다 제프리가 먼저 말하며 분위기를 풀기 시작했다.

"성녀님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엘이에요."

"아 그렇군요 근데 도미닉 사제님이랑은 같은 성당에 있는데도 모르는 사이인가요?"

"성당에 온지 얼마 안됐고 성당이 워낙 큰데다가 일정도 겹치는게 없어서 따로 만난 적은 없어요"

"근데 이제부터 서로 함께할 동료인데 편하게 말해도 괜찮을까요?"

"그러세요"

"이럴땐 어라고 해야지 윌은 엘에게 궁금한거 없어?"

"어..? 음.. "

"에휴.. 미아는 뭐 하고싶은 말 없어?"

"엘은 결혼 같은거 안할거지? 여사제는 결혼하려면 여러가지 제한이 있고 따로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던데"

'여사제들에게 그런 제한이 있나? 근데 성녀는 다를 것도 같고 따로 들은 바도 없는데'

"딱히 그런 제한은 없는 걸로 아는데 그렇지 도미닉?"

"예 성녀는 임무만 수행하면 그뒤로는 자유라서 일반 여사제만큼 결혼하는데 제약이 많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때 어떤 움직임이 보여 윌리를 봤더니 윌리는 주먹을 쥐며 약간 혼자 웃고 있었다.

'얘 나한테 관심있나?.. 아니면 자의식 과잉인가?..'

"근데 도미닉 이제 동료로 같이 지낼건데 왜 나한테 편하게 말하지 않는 거야?"

"제가 대주교 후보긴 하지만 아직은 일반사제고 성녀님은 고위사제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이래서 믿음이 강한 애들은 피곤하다니까…'

그 생각을 하며 자세를 바꾸자 익숙해져있던 아래쪽에서 이물감이 갑자기 느껴졌고 나는 도미닉에게 다가가서 귓속말로 물어봤다.

"..열쇠는 가지고 있어? 수행여행동안은 풀고싶으니 주면 좋겠는데"

도미닉은 대답을 귓속말을 하지 않고 그대로 말했다.

"대주교님 지시가 있었어서 성녀님 말씀이라도 전부 다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그것에 관해선 필요할 때 제가 적절히 처리해드리죠"

'처리해준다는게 무슨 의미야.. 하여튼 대주교님도 여행중에도 이걸 착용하라는 거야 뭐야…'

내생각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지만 저렇게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에겐 무슨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바로 포기하고 말았다.

잠시 조용해지자 이번에도 제프리가 말했다.

"이제 준비하고 출발할까? 여기서 다 말했다간 가면서 할얘기도 없어서 나중에 적적할 것 같고 빨리 가야 야영하지 않고 여관에서 쉴테니 지금 출발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좋아"

"엘이 좋으면 나도 좋아"

"..좋아"

"좋아"

나는 그말에 적당히 긍정했고 윌리도 긍정했는데 미아는 조금 뜸을 들이고 좋다고 했으며 도미닉은 나에게 말한 것과 다르게 제프리에게는 편하게 말했다.

도미닉을 따라서 옆에 창고에 갔더니 사이즈별 여행용 배낭과 여행용 식사, 물통, 도구, 보석 등 이 갖춰져 있었고 우리는 각자 적절한 사이즈의 배낭을 선택한 후 적당한 양의 물품들을 챙겨서 성당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도미닉 근데 작별인사 같은거 안해도 돼?"

"수행 후에 무사히 돌아와서 인사하라고 갈때 따로 작별인사를 안하는 전통이 있어서 일부러 안하는 거라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너는 성녀 전에는 뭐했길래 그런것도 모르냐 주변에 수행가는 사람도 없었어?"

제프리가 지적하자 윌리가 말했다.

"모를 수도 있지 왜 그러냐"

"아니.. 탓하는게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건데 "

나는 조금 생각하다가 내 사정을 전부 말할 수 없어서 예전의 엘의 사정을 어느정도 말하기로 했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진대서 혼자 살았어서 세상을 잘 몰라 가끔 상식이 부족해도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아"

그말을 듣자 제프리가 사과했다

"아.. 그렇구나.. 미안해 그런줄은 몰랐네"

"아냐 딱히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지금 물어봐줘서 다행이야 근데 미아가 말이 별로 없는데 평소에도 그래?"

"우리 셋이 있을 때는 말이 많았는데 여기선 조용하네 아직 어색해서 그런거니까 조금 지나면 말이 많아 지겠지"

"내가 언제 말이 많았어!"

"너만 모르고 다 알지 윌 그치?"

"우리 중에 제일 말이 많긴 하지"

그러자 미아는 삐졌는지 입이 약간 나오면서 고개를 돌렸고 그 모습에 우리는 약간 당황했지만 일단 성당을 무사히 빠져나오며 우리의 수행여행이 시작되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