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43 예상치 못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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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의 어머니의 말을 하면서 눈동자가 약간 흔들리고 있었는데 아마 딸한테 미움받는게 싫어서 그러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상황을 알기위해 물어본거여서 딱히 미워하는 감정은 없었지만 듣는사람 입장에선 왜 그 전에 구할수 있었음에도 왜 더 빨리 구해주지 않았냐고 원망하는 것처럼 들렸을 것 같다. 내가 생각을 정리한다고 말을 하고 있지 않자 엘은 어머니는 약간 우울해 하시면서 말씀하셨다.
“너가 듣기엔 다 핑계겠구나… 노예인데 후계자 생모 대우따위 무슨상관이겠니.. 정말 미안하다..”
엘의 어머니가 우울해하는걸 보자 나도 계속 말을 하고 있지 않기는 좀 그런 것 같아서 얘기했다.
“아니에요… 저도 그런상황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괜찮단다…. 나중에 정말 화가 풀리게 되면 그때 얘기해 주면 좋겠구나.. 마차타고 온다고 힘들었을텐데 저녁먹을 때까지 쉬고 있으렴..” 엘의 어머니는 그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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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거의 다 모은듯했으니 이제 어떻게해야 할지 선택을 할 때였다. 원래 엘이 어떻게 된지 숲에 왜 그러고 있었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최소한 당분간은 알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엘이 아닌 걸 밝혔다간 어떻게 될까? 아마 말해도 꽤 오랫동안은 믿지 않겠지? 평소 엘을 잘 안다면 뭔가 위화감을 느껴서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상황을 봐선 엘의 어머니도 엘을 아주 어릴적 이후로 직접 만난적은 없는 것 같고 엘의 아버지로부터 편지 같은 걸로 소식정도야 들었겠지만 글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많고 끔찍한 경험을 해서 좀 이상한 행동을 하는구나 정도로 여기겠지..’
‘하지만 말하지 않고 엘인척 하기에는 시간이 흘러서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되면 엘의 아버지로부터 들은 소식과 다른 행동을 한다던가 엘의 아버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점 등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낄지도 모르겠지?.. 그리고 기본적으로 당사자에게 너무 미안해...’
조금만 정보를 더 모으면 깔끔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정보가 모여도 딱히 변한건 없었고 오히려 늦게 말할수록 속이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엘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선택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냥 딸인척 하면서 살까?.. 선의의 거짓말도 있는거고 후작이면 상당히 높은 귀족인 데다가 평생 결혼을 안하는거면 남자였던 나에게는 오히려 이득일 지도 몰라...
하지만 나이가 들어 아이도 없이 혼자살다보면 나중에 쓸쓸해서 괜히 귀족의 후계자가 되어서 결혼도 못했다고 후회하려나…. 잠깐만.. 후계자가 되어도 결혼을 전혀 못하는건 아니지 않나? 생각해보면 엘의 어머니도 준남작이랑 결혼했잖아? 동일 신분의 귀족 간에는 처녀가 아니면 결혼을 안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좀더 낮은 신분의 귀족이나 평민은 처녀가 아니라도 결혼할 사람이 있을 거고 그러면 결혼을 하든지 말든지 나한테 달린거 아니야?..'
엘의 어머니는 평생 혼자살것 같아서 그렇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용서를 더 쉽게받기위해 약간의 거짓말을 한거고 사실은 공작 후계자의 생모와 데릴사위를 데려오는 것 중 어떤게 더 나을지 비교했을 것 같았다.
'그래 딸이 사실상 죽었을거라고 알면 얼마나 슬퍼하겠어.. 그냥 딸인척하자’
나는 약간 거짓말을 섞은 엘의 어머니에게 살짝 실망해서 결국 딸인척 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고 사실은 귀족의 혜택 때문에 선택한 거지만 당사자에게도 좋을 거라는 등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저녁시간이 되자 레이나가 나를 데리러왔고 레이나를 따라 식당에가서 밥을 먹었다.
식사는 코스요리와 비슷하게 나와서 적당히 맛있었는데 식사를 하는동안 엘의 어머니는 음식이 입맛에는 맞는지 양은 안부족한지 특별히 먹고 싶은게 있는지 등 다양하게 물어봤고 나는 모든 질문에 적당히 대답했는데 별로 의심하는 기색은 없는 것 같았다.
밥을 다 먹은 뒤에는 그냥 방에가서 쉬었는데 그 후 특별히 무슨 일이 더 있거나 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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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후 쯤 레이나가 방으로 와서 나에게 "사라님께서 아가씨를 데려오라고 하시네요" 라고 말했는데 평소의 레이나보다 조금 낮은 톤으로 얘기해서 뭔가 기분이 찝찝했다.
'설마 벌써 들켰나? 식사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무슨 이상한 행동이라도 한건가?'
나는 속으로 당황했지만 아직 확실한건 아니었으므로 일단 겉으론 당황하지 않은 것처럼 대답한다음 레이나를 따라갔다.
레이나를 따라 저택의 뒤쪽 향하여 이동했더니 거기엔 엘의 어머니와 몇몇 사람들 그리고 목과 손이 칼(계구)로 구속된 3명의 사람과 단두대가 있었는데 나는 그 구속된 사람들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구속된 사람들은 나를 처음에 잡았던 노예상인과 노예상인 옆에서 마차를 몰던 사람 그리고 마담이었다.
내가 엘의 어머니의 옆에 도착하자 엘의 어머니는 나에게 물었다.
"엘 이사람들이 너를 잡아서 노예로 만든게 맞니?"
엘의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자 바닥을 보고있던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는데 나를 보자마자 그쪽에서도 놀라는게 눈에 아주 선할 정도였다.
"...예 맞아요"
내가 그렇다고 하자 2명의 남자는 벌벌떨기 시작했고 그 중 노예상인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전혀 몰랐습니다! 아가씨가 말도 안해서 귀족인줄 몰랐다고요! 귀족이라고 하셨으면 저희도 당연히 풀어줬을 겁니다! 그리고 저희는 전달만 했지 실제로는 이 여자가 교육이라던가 등록이라던가 경매라던가 알아서 다해서 저희가 관여한건 거의 없습니다!"
마담은 그 말을 듣고 이미 포기했는지 말도 안하고 그저 조용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확실한 것 같네 처형하도록"
엘의 어머니가 말하자 근처에 서있던 사람들은 먼저 시끄럽게 떠들던 노예상인을 잡아서 단두대에 고정시키기 시작했다.
"안돼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아가씨 살려주세요!"
노예상인은 나에게 생존권이 달렸다고 판단했는지 나에게 빌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만 아니였으면 노예가 되지 않았을 게 명확했으므로 원한이 있었고 그래서 딱히 말리진 않고 있었다.
"안돼!!……."
단두대의 칼날이 점점 올라가다 가장 높은 곳에서 떨어지자 큰소리와 함께 노예상인의 목은 몸과 분리되어 버리며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노예상인의 얼굴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채로 멈춰있었으며 시간이 지나자 여기까지 피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에는 그 사람이 당연히 치뤄야할 대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처형되는 과정을 보니 그 모습이 너무 처참하고 끔찍했고 더이상 보기 힘들어지자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가씨에겐 너무 자극이 강했나 보네요 그만 돌아갈까요?"
"...아직은 아니야"
나는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마담이 죽어야할 정도로 잘못한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되었고 나중에 약간 고마웠던 점도 있었기 때문에 마담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마담을 살리려면 여기에 남아서 무언가를 해야 했기 때문에 바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보기 싫은걸 참고 다시 그쪽을 쳐다보니 사람들은 노예상인의 시체를 치워버리고 마차를 몰던 사람을 단두대에 고정시킨다음 단두대의 칼날을 올린다음 바로 처형시켜버렸다.
그 후 마차를 몰던 사람의 시체도 치우기 시작하자 가만히 있다간 마담도 바로 처형될 게 뻔했기 때문에 일단 나는 엘의 어머니의 팔을 잡으면서 말했다.
"어머니.. 잠깐만 저사람이랑 얘기해도 괜찮을까요?"
"할 얘기가 있다면 그러렴. 잠깐 중지"
마담이 단두대에 고정되기 위해 이동되고 있다가 엘의 어머니가 중지라고 얘기하자 이송하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멈췄다.
나는 멈춘 자리에있는 마담에게 얘기했다.
"마담은 살고 싶나요?"
"...당연히 살고싶지요... 살기는 힘들 것 같지만요..."
마담은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높이며 대답하고 있었고 나는 그말을 들은 뒤 엘의 어머니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이 사람은 죽이지 않으면 안될까요?"
엘의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우리 엘이 너무 착해서 사람이 죽는게 무섭나 보구나. 하지만 이사람은 후계자가 될 예정이었던 너를 능멸하고 노예경매에 팔아넘겨버렸는데 그 죄가 너무 커서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고 이건 너만의 문제가 아니라 귀족 전체의 위신과도 관련된 문제라 너가 용서한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단다. 더할 얘기가 없다면 마저 집행하고 티타임이나 갖는게 어떻겠니?"
사람이 처형되는데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심지어 집행 후 티타임까지 갖자고 하니 이세계의 도덕관념은 내가 살던 곳과는 많이 다르다는게 느껴졌으며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걸 깨닫자 나는 마담에게 말했다.
"...미안해요"
마담은 그말을 듣고 처음엔 황당해하다가 결국엔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래서 확실하지 않으면 그냥 하지 않았어야했는데.."
마담의 말이 끝나자 마담은 사람들에게 끌려가면서 단두대에 고정됐는데 나는 그 뒤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시선을 돌렸고 그 후 물체가 떨어지는 큰 소리가 들리며 사형집행은 모두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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