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이세계 TS 성인물-6화 (6/53)

〈 6화 〉 2­3 노예로 정식 등록되버렸다

* * *

죽기 직전까지 몰려왔던 생각은 죽지 않았다는 걸 실감한 때 완전히 없어졌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나... 산거지?....... 산거맞지...?"

정말로 죽는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죽는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진짜로 죽는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마담은 눈물이 멎은 나에게 다가와 꼬리를 잡고 애널플러그를 뽑았다

애널플러그가 빠질 때 괄약근이 약간 아팠지만 죽다 살아난 나는 그 정도 통증에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 후 마담은 족갑을 풀고 수갑의 간격을 조금 널널하게 바꿔준 후 얘기했다

"주인을 만족시키지 못할 뻔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죽을 뻔한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지? 근데 비슷한 걸 앞으로도 계속 마주하게 될 거야.

주인은 노예라는 물건에 대해 어떤 용도를 기대하고 구매하지. 하지만 그 용도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뭐 처음이라면 봐줄 수도 있겠지만 계속된다면 주인을 그 노예를 다른 용도로 쓰거나 다시 팔거나 버리거나 죽이거나 하지. 주인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어 방금처럼 말이야.

노예의 원칙 세번째 [주인을 만족시켜라] 잘 기억해 둬"

그렇게 말하고 마담은 애널플러그를 주운 뒤 방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애널플러그가 빠진 자리에서 약간 덜 닫힌 듯한 감각을 느끼면서 그저 살았다는 것에 감사했다.

다음날이 되고 역시 오늘도 마담이 내방에 들어왔다.

“오늘은 노예관리국에 노예 등록을 하러 갈 거야. 너는 거기 가서 예라고만 말하면 돼”

마담은 내 목걸이에 이어진 사슬을 잡고 걷기 시작했고 나는 그저 마담이 가는 대로 따라갔다.

저번 산책 때는 슬럼가만 돌아다녀서 거리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도시의 중심부로 향하고 있어서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거리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보이는 노예는 나 밖에 없었다.

엄마 손을 잡고 가던 여자 꼬맹이가 나를 보자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

“엄마 저 사람은 왜 옷을 벗고 목에 이상한 줄을 매고 있는 거야?”

“저건 더러운 거니까 신경쓰면 안돼.”

“왜 더러운거야?”

“빨리 이쪽으로 와”

아이의 엄마는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아이의 손을 끌고 빠르게 가버렸다.

계속 걸어도 노예가 보이지 않자 왜 그런지 궁금해졌고 나는 맞을 각오를 하고 물어봤다.

“마담 나 말고 노예는 안보이는데 노예가 거리에 있으면 처벌받는 건가요?”

“너가 질문을 하다니 별일이네. 맞아 노예는 주인 없이 일반 거리를 다니면 처벌받아. 혼자 다니면 도망갈지도 몰라서 그런 거지. 그래서 나중에 혹시 도망갈 일이 있으면 한 명 꼬셔서 가야해.”

마담은 농담하듯이 가볍게 말했지만 만약 진짜 도망가야 할 때는 유용한 정보였다.

의외였던 건 마담은 질문에 별로 불쾌해하지도 않고 쉽게 대답해줬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내가 지레 겁먹고 안 물어 봤던 것일지도? 아니야. 누구라도 그런 짓을 당한다면 쉽게 질문하긴 힘들 거야.'

우리는 계속 걸어 도시의 중심에 도착했고, 여기서부터는 경비병과 기사들이 보였다. 몇 개의 큰 건물을 지나 노예관리국이라고 적혀있는 건물 앞에 도착했다.

노예관리국을 살펴보니 지나오면서 봐왔던 건물들과 비교하여 규모는 작은 편이었지만 경비병과 기사는 많이 배치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기사는 노예관리국으로 다가오는 우리를 쳐다보다가 마담을 보더니 별 제지없이 통과시켜 주었다.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공무원으로 보이는 남자 앞에 갔고 그 남자는 우리를 보자 얘기했다.

“노예 등록하러 오신 거죠?”

마담이 대답했다

“예”

“그러면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그 남자는 평소에 늘 하던 일이었는지 능숙하게 사무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자신은 책상 뒤에 있는 의자에 앉고 서있던 나에게 사무적인 어투로 물어봤다.

“등록 노예가 되기 전 마지막으로 물어보겠습니다. 질문에는 솔직하게 답해주세요. 한번 노예로 정식 등록되면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 알고 계시죠?”

처음 듣는 건데 알 리가 없었다.

“아니요”

그러자 마담이 나를 살짝 째려보다가 그 남자에게 말했다.

“잠깐만 얘기하고 올게요”

그 남자는 그 말을 듣고도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그러세요”

마담은 사무실 옆에 있는 방으로 나를 데리고 간 후 내 배를 주먹으로 세게 쳤다.

“크헉…”

“출발하기 전에 예만 말하면 된다고 한 거 같은데?”

“깜빡.. 했어요.”

“그래 다음에는 제대로 대답하렴”

그리고는 다시 사무실로 이동했다.

그 남자는 아까와 똑같은 말은 반복했다.

“한번 노예로 정식 등록되면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 알고 계시죠?”

“예”

“본인의 의사로 노예가 되는 게 맞죠?”

“…아니요”

나는 어쩌면 일지도 싶어 예라고 말할 수 없었다.

“잠깐만 다시 얘기하고 올게요”

“그러세요”

그 남자는 역시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마담은 다시 옆 방으로 나를 데리고 간 후 다시 내 배를 주먹으로 세게 쳤다

“커윽…”

“멍청하기는… 여기서 일하는 공무원은 전부 노예협회로부터 뇌물을 받고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 괜히 맞을 짓 더 하지 말고 그냥 예라고 대답해 너가 아니라고 해도 어차피 노예로 등록되는 건 달라지지 않아 알겠니?”

“예…”

사무실로 돌아가서 똑같은 일이 또다시 반복됐다.

“한번 노예로 정식 등록되면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 알고 계시죠?”

“예”

“본인의 의사로 노예가 된 게 맞죠?”

“..예”

“주인은 여기 같이 오신 그레이스님이 맞으시죠?”

“..예”

마담의 이름이 그레이스인 건 여기서 처음 알았다.

“그러면 이제 정식 등록 절차를 시작할 테니 따라오세요”

그 남자는 사무실을 나간 뒤 다른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거기에는 산부인과에서 볼법한 의자와 각종 도구들이 있었다.

그 남자는 선반에서 칼과 성배를 꺼내 오고는 칼로 내 손바닥을 그어 성배에 피를 가득 채운 후 힐로 상처를 치료해줬다.

“저 의자에 앉으세요”

나는 의자에 앉았고 그 남자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잠금 장치를 조작했다.

그 후 마법진이 그려진 종이를 꺼내 펜으로 무언가를 쓰면서 나에게 물어봤다

“이름이 뭐에요?”

이름을 말할까 고민하는데 옆에서 마담이 말했다.

“이름을 말하든 안 말하든 변하는 건 없어 내가 지어줄 수도 있는데 멍멍이는 어때?”

“..엘이에요”

그 남자는 그 말을 듣고 글을 다 적은 후 성배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손으로 피를 적신 후 내 성기에 피를 골고루 발랐고 다 바른 후 클린 마법으로 자기 손에 있던 피를 없앤 다음 종이를 가져왔다.

성기에 묻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 남자는 그 종이를 성기에 가져다 대어 보지문을 찍은 다음 외쳤다.

“[슬레이브 컨트랙트]”

그 때 내 몸에 찍혀 있던 검은색 노예 문양이 빨갛게 빛나기 시작하면서 뜨거워졌다가 잠시 후 잠잠해졌다.

그 남자는 그 종이를 이리저리 살펴본 다음 말했다.

“[듀플리케이트]”

그 후 그 종이와 똑같이 생긴 복사본이 생성되고 복사본을 돌돌 말아 끈으로 묶은 후 마담 그레이스에게 건넸다.

“여깄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뭐 다 아시겠지만 의무적으로 말해야 하는 사항이니 알려드리겠습니다. 노예권리서는 해당 노예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서류이니 보관하고 계셔야 합니다. 노예 양도 시엔 양도일로부터 3일 내에 양도인과 양수인 모두 노예관리부에 방문하여 소유권이전서류를 작성하고 노예권리서와 함께 제출하여 기존에 등록된 소유자를 새 소유자로 변경하셔야하며 절차를 따르지 않고 양도하시면 처벌받습니다. 그리고 노예권리서를 분실하여 재발급 받으실 때에는 수수료가 지불될 수 있습니다.”

그 남자는 말을 다 마치곤 잠금장치를 다 해제하여 나를 풀어준 후 말했다.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 뇌물받는 공무원이 그런 소리를 하나? 아 이것도 의무적으로 말해야 해서 하는 거겠지?’

“이제 가자”

마담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데리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조금 걷다가 돌아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어 시간도 때울 겸 마담에게 질문했다.

“저는 이제 노예에서 절대 못 벗어나는 건가요?”

“그렇다고 보면 돼. 뭐 노예관리국에 있는 원본을 없애 버리면 가능할지도?”

‘아까 그 규모의 경비와 기사는 그걸 위해 있는 건가..’

“저는 이제 어떻게 되나요?”

“내일 노예 경매장에 가서 팔릴 거야. 그 뒤로는 너의 운과 너의 행동에 따라 달라지겠지. 개인적으로는 너를 계속 데리고 있고 싶지만 나도 협회에 소속된 거라 멋대로 노예를 빼돌렸다가는 죽을지도 몰라서 그럴 수는 없어”

‘내일이면 팔리는 구나 그것보다 마담도 일 때문에 하는 거였어’

“노예교육은 다 끝났나요?”

“몸으로 해야 할 건 다 했어 알려줘야 할 게 한 개 남긴 했지만”

“…”

“…”

“…”

“…”

중요한 것들은 이제 다 물어봐서 질문할 게 없어지자 마담도 조용히 있었다.

그러다 아무 얘기라도 물어보자는 심정으로 물어봤다.

“마법은 어떻게 쓰는 거에요?”

마담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놀라며 대답했다.

“? 마법도 쓸 줄 모르는 거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차는 있지만 모두 마력을 가지고 있고, 마력을 사용하면서 주문을 외치면 마법을 쓸 수 있단다. 중급 이상의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하급 마법정도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면 거의 다 사용할 수 있지.

‘혹시 그럼 나도 마법을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럼 저도 마법을 쓸 수 있나요?”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안돼. 노예 목걸이는 마력의 제어를 방해하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어서 그걸 벗기전에는 무리야”

그런 식으로 이제까지는 물어보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을 많이 물어봤는데 마담은 화내는 일없이 모든 질문에 다 대답해줬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