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13 꿈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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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여전히 텐트 안이였다.
'뭐지 이제쯤이면 꿈에서 깨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애초에 꿈속에서 다시 자고 깨는 게 가능한 일인가?'
나는 아직도 꿈에서 깨지않자 이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몸을 만질 때의 촉감, 고블린한테 맞을 때의 통각, 고블린의 피냄새, 스프의 싱거운 맛, 절정할 때의 느낌 등이 꿈이라기엔 흐려짐이 전혀 없이 너무 뚜렷해. 뭐야 이거 단순한 자각몽이 아닌 거야?'
만약에 이게 꿈이라면 꿈에서 코를 막더라도 실제 몸은 코를 막고 있는게 아니기때문에 숨이 제대로 쉬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손으로 코를 막고 숨을 쉬어봤으나 내 예상과는 달리 손에 의해 코로 들어가는 공기의 흐름이 막히면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고 있었고 이상황으로 인해 나는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꿈이 아니야?... 꿈을 꾸는 게 아니라면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고 그 원인이 뭐지? 일단 내가 살던 곳은 아니니 이세계에 온 건가?'
그때 갑자기 여기 오기 전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에 이세계 이주민 모집 광고를 클릭했던 게 생각났다.
'기억조차 안 나던 그런 사소한 행위로 이세계로 왔다고? 애초에 그게 원인이 맞긴 한가?'
나는 열심히 다른 원인을 생각해 봤지만 그거 외에는 전혀 짐작가는 바가 없었다.
'만약 그게 진짜 원인이라면 이세계에 특별한 능력도 기댈 사람도 아무것도 없이 오다니 진짜 미친 짓이야... 예전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여기보다는 쉽겠어... 나 진짜 어떻게 하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떠날 수 있는 꿈속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앞으로 계속 지내야 할 현실임을 자각한 순간 불안감과 두려움이 계속해서 밀려왔다.
"엘 일어났어요? 무슨 일이에요 왜 그렇게 떨고 있어요 뭐라도 기억났어요?"
나는 에반을 보자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흐윽...에반... 저... 어떻게... 해요? 가족, 친구도 이제... 영원히... 못 만나 게... 됐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에반은 조금 침묵하다가 나를 끌어안아 주면서 얘기했다.
"앞으로는 내가 엘을 도와줄게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나는 그래도 계속 울었지만 에반은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달래줬다.
내가 진정한 다음 일단은 프리우스로 가던 중이었던 만큼 프리우스로 계속 가기로 했다.
에반은 특별히 나한테 뭘 더 물어보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아마 나를 배려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에반이 나를 배려한다면 나는 에반을 철저히 이용해야했다. 왜냐하면 나는 능력도 지식도 인맥도 없고 심지어 여자였기 때문이다. 내가 에반을 이용하지 않고 혼자서 다니면 무슨 안 좋은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실제로 에반이 호의로 구해주지 않았다면 고블린 출산용 가축행이었지 않나.
이주민으로 온만큼 아마 여기서 죽으면 실제로 끝일 것 같았다. 그러니 만약의 경우 정말 미안하지만 살기위해 에반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가 나를 도와주고 앞으로도 도와줄 만큼 착한 녀석인 건 맞지만 그게 앞으로도 모든 상황에서 나를 지켜줄 만한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심지어 장비를 보면 그렇게 비싼 장비인 걸로는 안보이는 데다가 상대한 건 고블린 단 한 마리였으니 실력이 좋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가 나를 위해 어디 안전한 곳에서 정착하여 함께 지내는 게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볼 때 오랫동안 같이 지낼 만한 파트너로서는 객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내가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큰 울음소리가 들려서 그쪽을 살펴보니 거대한 늑대 한마리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늑대가 너무 커서 에반이 이기기 힘들 것 같아 에반을 버리고 도망칠까 생각하던 중 갑자기 에반이 나에게 말했다
"엘 저쪽으로 도망쳐 쭉 가다 보면 프리우스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함께 가고 싶지만 다이어울프는 움직임이 빨라서 따돌릴 수 없고 싸우면 내가 감당할 수 없어. 내가 시간을 끌 테니 너라도 살아. 앞으로 도와주겠다고 약속하고 못 지켜서 미안해"
'저 멍청한 놈은 내가 자기를 버리려는 지도 모르고 저러는 게 어딨어. 진짜... 끝까지.... 호구새끼다...'
"에반 내가 도와줄 사람을 데려올 테니 제발 죽지 말고 있어"
나는 에반이 가리킨 방향으로 뛰어갔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소리를 질렀다.
"도와주세요 제 동료가 다이어울프랑 대치하고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5분정도 뛰어다니다가 저쪽 길가에 마차가 천천히 이동하는 게 보였고 나는 마차에 접근해서 부탁했다
"거기 계신분들 제발 도와주세요 제 동료가 다이어울프랑 대치하고 있어요 혼자서 이기기엔 힘들 것 같아요"
조정석에서 있던 그들은 마차를 멈추고 나를 쳐다보더니 기분이 좋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운수가 좋군 노예 한 마리가 공짜로 들어오다니"
"그러게 얼굴도 반반한 게 꽤 비싸게 팔리겠어"
시선을 돌려 마차의 창문을 통해 안을 살펴보니 안에는 쇠목걸이와 수갑을 찬 노예들이 실려있었다.
에반을 살리겠다고 급해서 너무 주의하지 않고 다가간 게 문제였다 게다가 알몸에 망토만 거치고 있으니 그들이 보기엔 나는 지켜줄 사람도 신분도 없는 손쉬운 사냥감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렇게 된 거 나는 망한 게 확정이지만 어떻게든 에반이라도 살려야 했다
"저는 어떻게 하셔도 좋지만 제발 제 동료 좀 살려주세요"
"노예가 무슨 부탁이냐 이제부터 너는 우리 물건이니 예전에 같이 있던 사람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쓸 필요가 없단다. 게다가 구해주면 너를 다시 데려갈 테니 오히려 우리가 곤란하기도 하고"
한 명이 마차안에서 사슬이 연결된 쇠목걸이와 수갑을 꺼내며 나에게 다가왔는데 이미 뛰어다녀 도망칠 기력도 없었기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잡혔다.
'에반 미안해. 도와줄 사람 못 구할 것 같다.'
철컥, 철컥
그들은 내가 걸친 망토를 벗겨서 땅에 버린 후 나에게 쇠목걸이, 수갑을 착용시켜 마차에 실었으며 목걸이에 연결된 사슬을 마차에 고정시켜 도망조차 못 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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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는 며칠동안 더 이동한 뒤에 큰 도시로 도착했다.
도시에 도착하고 더이상 마차로 이동할 수 없게 되자 노예상인은 노예대열(첫번째 노예의 사슬은 자기가 잡고 두번째 노예의 사슬은 첫번째 노예의 목걸이로 연결시키는 방식을 반복한 대열)을 이끌고 어디로 향하기 시작했다.
노예는 나까지 포함해서 총 6명이었는데 그 중에서 나는 맨 뒤에 위치했다.
앞사람의 속도에 맞춰 걷지 않으면 목 부분이 당겨졌기 때문에 나는 가기 싫어도 억지로 계속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도착한 도시의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그들은 끌려가는 우리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은 호기심의 시선으로, 어떤 사람들은 성욕의 시선으로, 어떤 사람들은 멸시와 우월감에 찬 시선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대열을 따라 계속 걸으면 걸을 수록 거리의 사람이 줄어들었고 결국 도착한 곳은 슬럼의 어느 한 건물 안이였다.
"마담 상품을 가지고 왔으니 정산 좀 해줘"
그 말을 듣고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중년여성이 우리를 쳐다본 다음 맨 뒤에 있었던 나에게 다가와서 손으로 가슴과 허리 엉덩이 등을 만지기 시작했다.
"일단 1번 외모 A 몸매 C"
중년 여성은 손으로 내 여성기를 벌리며 손가락을 넣으려다 처녀막 때문에 실패했다
"그 나이에 아직 처녀막이 남았나"
중년 여성은 그렇게 말한 후 갑자기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했다.
"윽"
나는 갑작스러운 삽입에 놀라 소리가 새어 나왔다.
"뒷구멍은 멀쩡하고 종합등급은 A야"
중년 여성은 이런 방식으로 각각의 노예들에게 번호와 등급을 매겼는데 종합하면 A 둘 B 셋 C 하나 였다.
모든 검사를 마친 중년여성은 방안으로 들어가서 돈이든 주머니를 가져온 후 노예상인에게 건네주었고 노예상인은 받아 든 돈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의 액수가 맞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편지 상으론 5개의 상품을 넘긴다고 했던 것 같은데 혹시 귀찮은 문제가 있는 상품을 가져온 건 아니겠지?"
중년 여성은 나를 살짝 흘깃하고 다시 노예상인을 쳐다봤다
'설마 여기서 풀려날 수도 있는 건가?'
나는 중년여성의 태도에 살짝 기대를 해봤다.
"그런 거 없어 그냥 서류상 실수가 있던 거겠지"
"그래? 일단 알겠어"
그 말 이후 중년 여성은 나를 더이상 신경 쓰지 않았고 풀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는 실망하고 말았다.
노예상인은 액수를 다 확인한 후 열쇠 꾸러미를 중년여성에게 넘긴 후 수고하라고 한 뒤 나가버렸다.
노예상인이 나간 후 중년여성은 우리들 서로 간의 목에 연결된 사슬을 열쇠로 풀어준 후 우리들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담이란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경매장으로 가기전에 노예다워지기 위한 교육을 받을 거야. 너희들이 예전에 뭐였던 간에 여기까지 온 이상 헛된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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