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 급할수록 돌아가면 늦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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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까지 할 줄 몰랐는데'
새로운 대상과 관계를 했을 때 얻는 태그력 보너스, 그리고 이 여자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 이 두 가지 때문에 시작된 로지에와의 섹스는 내 불알이 텅텅 빌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사정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여섯 번 이상은 한 거 같은데, 하다 보니 세는 걸 잊어버렸다.
다행인 점은 점점 체력과 정력이 좋아지는지 전보다 피곤하지 않았다.
로지에가 지쳐서 더 하자고 덤비지 않을 때 후다닥 막사 밖으로 도망치듯이 나왔다.
마나 호흡법 훈련과 예상외로 많이 한 섹스 덕에 이미 밖은 캄캄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병력이 오늘 아침 서쪽 격전지로 떠났기에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했다. 정찰병들이 군데군데 켜놓은 랜턴들만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곧장 쉬기 위해 막사로 향했다. 나와 동료들이 지내는 막사 앞에 도착하니 인기척이 느껴졌다. 다들 아직 자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들 아직 안 자고 있네?"
"대장님! 왜 이렇게 늦게 와!"
세키돌이 날 보더니 곧장 달려들었다.
"주인, 배울게 많았나 봐?"
"마나 호흡법에 대해 배웠는데 쉽지 않더라고."
세키돌을 쓰다듬으며 비렌데에게 대답하고 에린델쪽을 바라봤다. 그녀는 읽던 책을 덮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그 마나 호흡법은 제대로 배웠어?"
"완벽하게 내걸로 했다기엔 좀 부족하지만, 충분히 마나의 회복이 빨라지는 걸 느꼈어. 아마 점점 더 숙련되겠지."
"흐응 잘 배웠다면 다행이고, 그래서 우리 일정은 어떻게 되는 거야? 용사 씨."
"시간 끌 필요 없지. 딱 내일까지만 쉬고 바로 마왕성으로 출발하자."
"좋아. 질질 끄는 것보다 낫지. 그런데 위치는 알아?"
"리스티앙 사령관에게 받은 지도를 보면, 마왕성의 대략적인 위치는 추측가능해. 대충 그 근방을 천리안으로 훑으면 찾을수 있겠지."
에린델은 납득했다는듯이 끄덕였지만, 비렌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비렌데, 역시 내키지 않는거야?"
"내키지 않는다기 보다는 가치관에 혼란이 온달까."
"가치관?"
"그냥 현재에 충실하기로 했었거든. 매 순간 내가 즐거운 일에 매진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
"아니, 주인과 있는 건 즐거워. 아마 인생에서 이 정도로 자극적인 경험은 없겠지. 다만 너무 거창한 일이 돼버린 거 같아서 말이야. 쾌락에 충실한 삶과는 거리가 좀 있네."
"이곳 격전지에 올 때 각오가 된 거 아니었어?"
"그랬지. 충분히 각오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냥 마왕군하고 싸우는 정도에서 끝날 줄 알았어. 설마 마왕 성까지 가게 될 줄 몰랐지."
비렌데의 표정은 심각했다. 아무래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괜찮아, 비렌데. 내가 있잖아. 별일 없을 거야. 이번 일에 성공하면 웬만한 일로는 얻을 수 없는 성취감이 있을 텐데, 어찌 보면 가장 큰 쾌락을 추구하는 일일지도 모르고."
"그럴듯하네. 역시 주인은 말을 잘해서 좋다니까."
"후후, 말만 잘하진 않잖아."
"그럼 그럼."
못 이긴다는 듯이 웃어 보이는 비렌데. 마음을 잡은듯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우리에겐 정보가 너무 부족해. 무작정 간다고 정말 우리가 마왕을 이길 수 있을까?"
가만히 듣고 있던 에린델이 말했다.
"여태까지도 정보가 많아서 이긴 건 아니잖아? 다양한 상황에 대해 생각은 해보고 있어. 최악의 상황까지도."
"단백이 그렇다면 믿어야겠지. 하지만 확실히 불안하긴 해. 애초에 마왕은커녕 사천왕도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마왕을 잡을 때까지 사천왕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일은 없겠지?"
"그럴 일이 있을까?"
나와 에린델의 얘기를 듣고 비렌데가 입을 열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사천왕들은 서로 사이도 좋지 않고 제멋대로지만 마왕에 대한 충성심은 진짜거든. 최소한 두 명 정도는 마왕을 지키겠지."
"전 마왕군 소속님의 말씀이니 이건 신빙성이 있겠네. 좋아. 사천왕을 잡을 방법까지 생각해두겠어. 나만 믿으라고."
"늘 자신감이 넘치는 주인이지만, 오늘따라 과한데?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심경의 변화는 조금 있었지. 누구 덕에 마음도 좀 다잡을 수 있었고."
그렇게 얘기하며 에린델을 쳐다봤지만, 그녀는 쑥스럽다는 듯이 눈을 피했다.
"그리고 어차피 확률은 반반 아니야? 내가 마왕을 잡든지 마왕이 나를 잡든지 둘 중 하나겠지."
"히야~ 그거 되게 속 편한 확률이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주인이 부러울 정도야."
내게 안겨있던 세키돌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대장님은 해낼 거야. 여태까지도 그랬으니까 난 믿어."
"고마워. 세키돌. 이번에도 네 도움이 필요할 거야 잘 부탁해."
"걱정하지 마. 어제 본 거처럼 세키돌은 강하거든! 헤헤."
그렇게 또 서로 좋은 말만 해주는 나와 세키돌. 그 모습을 보고 에린델과 비렌데는 못말린다는듯이 웃었다.
저 미소를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녀석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게 하고 싶지 않다.
사실 가장 편한 방법은 알고 있다. 여기서 도망치면 당분간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군단장을 잡았기에 마왕군들도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됐겠지만, 다른 나라로 도망친다면 굳이 추적하진 않을 것이다. 핌베르트 왕국과 전쟁하기도 바쁘니까.
하지만 그렇게 도망치고 싶지는 않다. 현생, 아니 이제는 전생이라고 표현해야 맞을 한국에서의 삶. 그때처럼 편한 길만을 찾다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게다가 에린델은 본인의 나라가 침략받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제대로 복수하지 않는다면 후회하고 얽매이겠지. 그렇다면 역시 약속한 대로 내가 거기서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꼭 벗어나게 해줄 테니까, 걱정 마 에린델."
"응?"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생각이 튀어 나와버렸다.
"아, 아니야 아무튼 늦었으니까 얼른 자자고."
"그래."
그렇게 방안의 랜턴을 하나만 두고 전부 끈 뒤 간이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쉽게 잠이 올리가 없다. 내일 쉬면서 해야 할일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의식의 흐름의 끝은 결국 마왕과 싸움. 자꾸만 싸움이 졌을 때의 안 좋은 상상이 든다. 모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있고, 나는 무력하게 그걸 바라만 볼 뿐이었다. 나쁜 생각을 떨치기 위해서 간만에 상태 창을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강단백]
[나이 : 25]
[키 : 177 체중 : 67 성기 : 21cm ]
[성별 : 남]
[능력치 : 힘 : B+ 민첩 : B+ 체력 : B+ 지능 : S 카리스마 : SS ]
[능력 :
히토미 마스터 히토미에 존재하는 태그를 외치면 그것이 현실에 적용되어 나타난다.
끝을 모르는 정력 색욕의 악마인 서큐버스 마저 굴복시키는 미친 정력의 소유자. 체력이 다 떨어져도 계속 섹스가 가능하다
NTR은 싫어(E) 자신의 힘이나 마력을 뺏기는 것에 대해 저항력이 생깁니다.]
[장비 : 블랙 미스릴 소드]
[변경점 : 힘 경험치 +300/ 민첩 경험치 +300 / 체력 경험치 +1000 지능 경험치 +300/ 카리스마 경험치 +2000]
대부분의 경험치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피그리티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은 탓인지 체력의 상승 폭이 컸다. 물론 카리스마의 폭발적인 상승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카리스마는 또 무슨 일인지 엄청난 상승을 보였다. 리스티앙과 로지에의 호감을 얻은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겠지.
[상세설명
히토미 마스터 히토미에 존재하는 태그를 외치면 그것이 현실에 적용되어 나타난다.
본인이 상상할 수 있는 태그라면 어떤 것이든지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태그의 사용에는 일정수치의 태그력이 소모된다. 그 태그력이 모두 소모되면 태그력을 충전하기 전까지는 태그를 사용할 수 없다.
태그력을 충전하는 방법은 성행위를 통한 사정이며 유사 성행위도 포함된다. 특수하게 태그력이 많이 차는 상황도 예외적으로 존재한다.
에인션트급 이상의 몬스터에게는 대량의 태그력이 필요하다.
태그력 300/???]
분명히 루시페르와의 전투 후엔 태그력이 180 남았었다. 300이라면 120의 회복량. 처음 하는 대상은 50의 태그력 보너스가 있었으니 로지에와는 7번이나 했던거구나. 스스로도 미친것같다. 섹스머신 강단백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내가 이세계로 오게 된 이유. 섹스 못 해 성불 못 한 모쏠아다 강단백은 이제 없다. 마왕을 잡고 평화를 찾은 이곳에서 나의 하렘을 펼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잠에 빠졌다.
그리고 다음 날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마나 호흡법을 로지에에게 다시 한번 검사받았고 세키돌과 간단한 체술 단련도 했다.
에린델은 마나집속탄을 연구하는듯 했고 비렌데는 나와 세키돌을 구경했다. 회복마법과 버프는 이미 마스터해서 더 연구할 구석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오전과 점심시간을 보내고 오후는 쉬면서 컨디션 관리를 했다.
금세 밤이 되었고 눈을 감으니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마왕성으로 출발하기로 한날. 일어나면서부터 긴장감이 나를 찾아왔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태연한 척 힘차게 외쳤다.
"자 아침 든든하게 먹고 출발해보자고."
* * *